“이건 음식쓰레기야 아니면 일반쓰레기야?”, “요즘 음식쓰레기 치우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야.”
2005년부터 폐기물관리법시행규칙에 의해 음식물쓰레기를 사료, 퇴비 등으로 재처리하지 않고 땅에 묻는 직매립이 전면적으로 금지됨에 따라, 지자체마다 대부분 음식쓰레기 분리수거가 철저히 시행되고 있다. 기존의 쓰레기 분리수거에 관한 절차와 규정이 대폭 강화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각 지자체들마다 분리 수거에 대한 지침을 가정마다 홍보하느라 바쁘다.
혼란을 거듭한 음식물쓰레기 정책 시행
이런 변화에 가장 정신 없는 것은 갑작스럽게 시행방침에 따라야 하는 시민들이다. 사전에 충분한 고지 없이 밀어붙이기로 시작한 결과 시행과정에서 시민들이 혼란을 겪은 건 너무나 당연했다. 결국은 분리수거에 대한 시행방침, 시기 등이 지자체 별로 차이가 있어서, 관련 보도가 집중하는 와중에 이를 당장 어떻게 실시하는 건지 어리둥절해 하는 집들이 있는가 하면, 언론에서 보도된 기준과 지자체에서 배포한 기준의 내용이 달라 음식쓰레기 봉투 안에 이미 넣은 내용물을 다시 빼는 번거로움을 더했다는 얘기도 있다.
양파껍질, 호두껍질, 생선, 동물 뼈 등 모호한 내용물에 대해서 음식쓰레기인지 일반쓰레기인지 문의가 잇따르자 환경부가 뒤늦게서야 지자체 별로 다른 기준을 종합해서 최종적인 기준을 발표하는 한 차례 진통을 겪었다. 사정이 이러고 보니,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인 음식물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는 동감하나 분리수거를 더 꼼꼼하게 해야 하는 일거리가 하나 더 늘게 된 격이라는 불만도 적지 않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여성의 몫인가
게다가 쓰레기 분리수거는 대부분 가정주부, 여성의 몫으로 남겨져 왔기 때문에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더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직장여성들은 “집에 가면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 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면서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가 고스란히 여성의 일로 떨어지는 현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가사노동을 분담한다 하더라도, 음식을 만들거나 정리하는 일은 대부분 여성이 담당하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를 치우는 일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에 관한 라디오에서의 광고나 선전을 보더라도 대부분 전업주부인 여성을 그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어서 은연중에 여성이 해야 할 일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기존의 성별분업화된 시각을 당연히 전제하는 방식의 여론화는 여성이 환경파괴의 주범이자 해결사인 것처럼 왜곡시킬 수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이러한 일이 여성의 일로 고정되어 가사노동을 더욱 가중시키거나, 날짜를 지켜 쓰레기를 분리, 버려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이 여성에게 전가되는 등 말이다. 이는 집안에서 여성이 쓰레기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곧 환경파괴의 주범인 것처럼 사회적 지탄을 받기 쉬운 분위기를 만든다.
친환경적 처리가 더 중요해
사실상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환경파괴, 오염에서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지 그것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는다. 가정에서 아무리 음식물쓰레기를 잘 분리해서 배출한다고 해도 그것이 지자체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또 음식물쓰레기가 반 이상 줄었지만, 정작 전체 쓰레기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쓰레기 등이 계속 늘어난다면 그것이 더 시급하게 해결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분위기는 마치 쓰레기 문제가 음식물쓰레기를 1차적으로 가정에서 분리 수거하는 것에서 해결되는 것인 양 알려지고 그 이상의 언급은 없다.
성숙한 시민의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보다 친환경적으로 처리되는 방법에 대한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음식물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있는 시민으로서 내가 잘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 환경부는 버린 쓰레기를 소각방식이 아닌 생태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지원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하나 더 말하자면, 음식물쓰레기 봉투가 1인가구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다. 대부분이 가족을 기본단위로 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아서 이들에겐 음식물쓰레기를 봉투에 채워버리려면 며칠을 모을 수밖에 없다.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이 실질적으로 정착하려면 다양한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는 방식의 분리수거 정책을 다양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