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風),감기를 막아준다는 방풍나물
쌈은 우리나라 밥상을 대표하는 독특한 식사 습관이다.
한국처럼 다양하게 쌈을 먹는 곳은 없다고 한다.
한국의 쌈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영조 때 한치문이 적은 '해동역사'에 보면,
고구려 사신이 수나라에 들어갔다가 상추씨를 구입해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흔히쌈하면 상추, 깻잎, 배춧잎 정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미나리잎, 씀바귀, 고춧잎, 콩잎 등 다양한 종류도 있다.
그중 봄철에 살짝 데쳐 먹으면 향긋한 내음과 감칠맛이 나는
방풍나물이 웰빙 바람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방풍나물의 이름 뜻을 보면 바람을 막아주는 나물인데,
그렇게 지은 이유에 대해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다.
방풍나물 이름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
이야기 하나.
옛날 한 황제가 민정(民情)을 시찰하기 위해
평상복을 입고 수행인 두 명만 데리고 다녔다.
바쁘게 다니다 보니 두 명의 수행원은 풍한(감기)에 걸렸다.
설상가상. 길을 가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앞뒤로 마을이 보이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황제가 산기슭 아래에 한 식물을 발견했다.
그 식물은 키가 3척(약 90cm)이나 되고 우산 모양으로 생겨 있었다.
황제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수행원과 풀 아래로 들어갔다.
그 식물 덕분에 황제 일행은 비를 피할 수 있었고
두 수행원의 감기는 상당히 나아졌다.
이후 황제는 그 식물을 풍한을 다스린다며 '방풍'이라 불렀다.
이야기 둘.
옛날 중국에서 심한 가뭄으로 흉년이 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자 무리를 지어 부잣집을 습격해
금품이나 식량을 약탈했다.
그러자 부자들은 관가에 고발해 도둑을 잡기 시작했다.
붙잡힌 도둑들은 교수형을 당하거나 옥에 갇혔다.
다행히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은 깊은 산속에 숨어 살기로 했다.
그 산속에는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은 절이 있었다.
절에는 방이 있었지만 벽이 허물어져 찬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그래서 주변에 많이 있는 풀로 벽을 쌓아 바람을 막았다.
남은 풀은 바닥에 깔기도 하고 땔감으로도 사용했다.
신기한 것은 그 절에서 몇 개월 생활하는 동안 관절염이 있던 사람들이
모두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
사람들은 이 절의 부처님이 관절염을 치료해 줬다고 생각했다.
그 소문이 퍼져 많은 사람들이 절로 찾아왔다.
산에 살던 사람들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벽을 막았던 풀을 달여서 줬는데 이상하게도 건강을 되찾았다.
그래서 그 풀은 유명해지게 됐다.
이후 약초를 채집하는 사람들과 의사가 오랜 기간 동안 그 약초를 시험했는데,
잎, 줄기, 뿌리 모두 치료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후에 한약으로 인정받게 됐고 이름을 오래된 절에 바람을 막는데
사용했다고 해서 '방풍'으로 지었다.
한 식물 세 이름.
방풍나물,갯기름나물,식방풍
흔히 방풍이라 부르는 식물은 방풍, 해방풍, 식방풍 3종류가 있다.
다들 방풍이라 하며 식용 또는 약용하고 있지만,
실제 방풍은 국내에서 자생하지 않는다.
해방풍과 식방풍만 국내 바닷가에서 자란다.
그중 주로 '방풍나물'으로 알려져 많이 찾는 작물은 식방풍이다.
생약명은 갯기름나물.
그러니 방풍나물, 식방풍, 갯기름나물은 다 한 식물의 이름이다.
식방풍은 어린순, 연한 잎, 열매, 뿌리 모두를 먹을 수 있다.
잎과 줄기는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치거나 볶아서 먹고,
열매는 주로 술을 담가 먹는다.
허균,김춘수도 반한 방풍나물
요즘 사람들뿐만 아니라 역사 속 인물들도 방풍을 즐겼다.
'홍길동전'의 저자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 문필가 허균(1569~1618)은
자신이 맛본 전국 각지의 별미를 기록한 '도문대작(屠門大嚼)'에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해 사흘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다’며
강릉 외가에서 맛본 갯방풍죽을 회상했다.
경남 통영이 고향인 김춘수 시인(1922~2004)은 신문에 방풍나물과
게살, 해삼에 초장을 곁들인 음식인 ‘방풍채’를 별미로 꼽으며
어머니의 손맛을 추억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풍(風)을 막아주는 명약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에서는 방풍(防風)에 대해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성질은 따뜻하며 맛이 달고 매우며 독이 없다.
36가지 풍증을 치료하며 오장을 좋게 하고 맥풍(脈風)을 몰아내
어지럼증, 통풍, 눈물이 나는 것, 온몸의 뼈마디가 아프고 저린 것 등을 치료한다.
식은땀을 멈추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풍을 치료하는데 두루 쓴다.
풍사를 없애는데 아주 좋은 약이다.”
이처럼 식방풍은 밖에서 들어온 풍(風)을 잘 막아내는 약초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 풍이라고 하면 종류가 워낙 많지만, 대표적인 것이 감기이다.
오한, 발열, 두통, 몸살, 눈충혈, 인후통 등의 감기 증상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암과 류머티스 관절염 등 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이 발견돼 주목을 받고 있다.
FARM 인턴 김태형
도움말=이윤지 농촌진흥청 약용작물과 농업연구사
nong-up@naver.com
더농부
2017. 6. 21.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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