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태어날 때도 혼자 오고 죽을 때도 혼자 간다.
철 들어 세상 물정을 조금 알고난 뒤 가족의 죽음을 직접 곁에서 지켜 볼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제일 먼저가 우리 막내 이모. 내가 그 이모를 꼭 닮아서 자식이 없는 이모는 우리 어머니께 나를 양녀로 달라고 수없이 조르셨으나 선경지명이 있으셨는지 절대 안된다고 하시면서 단호히 거절하셨다고 하신다. 그때 나를 이모의 양녀로 주셨다면 돌아가신 우리 부친과 널싱홈에 계신 모친 지금 어느 누가 금이야 옥이야 보살펴드렸을꼬?ㅎ
초임 발령을 수원으로 받았을 때 처음 삼년은 통근을 하다가 신풍으로 옮기고 나서 막내 이모 집이 바로 근무하는 학교 뒷담에 위치하여 육년 근무 중 이년을 이모 집에서 다녔다. 그때는 이미 이모부께서도 돌아가신 뒤여서 이모는 아침 밥 먹여 출근시키고 난 후 따뜻한 점심을 해놓고 오매불망 나를 기다리셨다. 점심 숟가락을 놓자마자 구수한 숭늉이 즉각 대령되고 한 십오분 둘이 수다를 떨다 내가 또 오후 수업을 들어가면 이모는 낮잠 한번 거하게 주무신 후 또 저녁 준비.
이렇게 알콩달콩 보낸 이년이 거의 되어가던 어느 날. 그날도 다름없이 나는 이모랑 맛난 점심을 먹고 학교로 돌아와 육교시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이모네 뒷방에 세들어 사시는 분이 교실 문을 두드리셨다. 이모께서 돌아가셨다는 믿어지지 않는 말을 전하는 아주머니를 따라 집으로 달려오니 이불을 단정히 덮고 마치 낮잠을 주무시는듯 이모는 아랫목에 누워계셨다. 고함 소리가 들려 뛰어들어가 보니 가슴을 쥐어 뜯으시면서 몸부림을 치시다 오분도 안되어 숨이 멎었다고 했다. 식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도착할 때 까지 혼자서 아직도 따뜻한 이모의 온몸을 쓰다듬으면서 울며불며 어서 눈을 뜨라고 소리를 질러대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머니 식구 쪽은 모두가 혈압이 높으셔서 대부분의 외가 식구들이 뇌졸증으로 돌아가셨다. 막내 이모께서도 혈압이 높으셔서 혈압으로 돌아가신걸로 알고있었다. 염을 할 때 내가 지켜보았는데 가슴 부분이 온통 퍼런 피멍이 들으셔서 웬일인가 하였는데 물리 치료학을 공부하다 보니 의학 부분에 대해 약간의 지식이 생긴 후 생각해 보니 어머니께서 thoracic aneurysm( 가슴 부위의 동맥류) 이 있으신 바에 의하면 아모께서도 같은 병을 갖고 계셨고 동맥이 터지셨었던 것 같다. 유골은 자식이 없으신 관계로 화장을 하여 절에 모셔졌다. 막내 이모의 마지막 가시는 길은 이렇게 외롭고 쓸쓸하셨다.
그 다음이 할머니. 중풍으로 전신마비로 고생하시다 침으로 완치되어 작은 아들이었던 우리 집에서 거의 십여년을 잘 사시다가 마지막 삼사년을 치매로 온 가족을 웃게도 울게도 만드셨던 여장부였던 우리 할머니. 잘 드시고 행복하게 웃으시며 사시다가 한 보름 심하게 편찮으시더니 곡기를 끊으신지 일주일 만에 내 부모님과 내가 지키는 가운데 참으로 아름답게 우리와 이별하신 우리 할머니. 수많은 사람들이 아흔넷에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기쁘게 배웅해 드렸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 젊어서 부터 집안 대소사를 힘들다 불평 한 번 안하시고 발벗고 나서서 해결하셨던 분. 성당에서 영세를 받으신 후로는 연령회에서 없어서는 안되셨던 분. 특히 마지막 가시는 많은 분들을 손수 염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장례 뒷처리 까지 말끔하게 해주셨던 우리 아버지. 2년을 뇌졸증 후유중으로 생긴 오른쪽 마비를 의지로 이겨내시어 날 기쁘게 해주시기 위하여 윌체어에 몸을 싣고 여행까지 따라나셨던 우리 아버지. 자식이 없던 나에게 어머니의 역할을 해보라고 철저히 나에게 순종하는 아기가 되셨던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 가족에게 고통 안주시려고 feeding tube 삽입을 거절하셨던 우리 아버지께서는 법정 대리인인 나의 싸인에 의해 곡기를 삼개월간 끊으신 채 배곯으시며 마지막 길을 가셔서 내 가슴을 지금까지 메이게 만드셨다. 그러나 너 때문에 너무 행복했노라고 마지막 미소를 보이고 떠나셨던 하느님의 품으로 기쁘게 떠나셨던 우리 아버지의 아름다웠던 마지막 길.
이제 나는 지난 12년을 함께 살아 온 나의 남편이 가야 할 마지막 길을 외롭고 쓸쓸하게 그러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혼자 지키고 있다. 지난 몇년간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원망하면서 지켜왔던 남편의 곁을 언젠가 나는 무섭게 그리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즈음 점점 들고있다. 두 눈을 꼭 감고 수 없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가도 어느 날 정신 차리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날 쳐다 보면서 촉촉히 젖어오는 슬픈 눈빛. 그 눈빛을 아마도 나는 무섭게 그리워할 것 같다.
지난 삼일 물 한모금 안 마시고 열병을 앓을 때 그리도 나와 잘 맞추던 눈빛에 촛점이 없어서 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더니 오늘 아침 꼬박 삼일 밤을 침대 곁에서 세우다 의자에 앉아서 깜빡 잠이 들었다 깨었을 때 나는 너무 놀라서 하마트면 의자에서 떨어질뻔 했다. 그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달싹이는 그의 입술이 마치 이렇게 인사하는 것 같았다.
"Good morning beautiful, how was your night?"
그렇다. 모든 인간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간다. 그 길을 함께 따라가 줄 수는 없지만 마지막 까지 남편이 가는 그 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곁에서 지켜줄 수 있는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촉촉히 젖어든 해맑은 그의 눈을 들여다 보면서 나는 그에게 다시 한번 큰 소리로 굳게 약속을 했다.
"Honey, don't worry about your last moment. I will be with you. Do you know that I love you so much?"
대답 대신 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제임스, 걱정 말아요. 함께 갈 수는 없지만 마지막 순간 까지 당신 곁에 있어줄께요. 나는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RENE AUBRY /앨범 DERIVES(표류)중 Les voyageurs (여행자)
|
|
첫댓글 우리 모두의 소망이 혼자 가는 길 아름답게 마무리 하는거 아니겠니?!!
시부모님 우리 부모님 가시는거 곁에서 보면서 편안하게 가시는게 남은 사람 마음도 편하게 해주더라
영자야!!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편하게 보내드리기 기도할께...
우리 모두의 최고의 소망.
아름다운 인생의 마무리.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 할께.
제임스를 위해, 또 너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한다.
마지막은 누구나 오는것.
그 마지막 순간에 자는듯이 데려가시라고 기도 한단다.
염려하지 마라.
그분께서 그리 하시리라 나는 굳게 믿는다.
후회없이 정성을 다해라~~~
벗들의 기도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 너희들의 기도와 위로의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너무 고맙다.
영자야!힘내라
요즘 주위 사람들도 죽음에 대한 기도를
많이 하던데....
나도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를 위함은 물론
너의 남편을 위한 기도를 빡세게 해야겠다
마지막까지 정신줄 꽉 잡고 잘해보자
내가 정신줄을 놓치지 않고 버티고 잇는 이유.
너희들의 그 빡쎈 기도 덕분.
그래 끝까지 잘 할께.
누구에게나 다가왔던 또 앞으로도
피할수 없는 가슴 아픈 이별의 길
영자야! 마음을 잘 가다듬고 하느님께
의지하렴. 우리 모두 너와 한마음이야.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마음이 더 무겁구나.
이곳도 요즈음 유난히 비가 자주 오는구나
이제는 천둥 번개 치고 억수 같이 비 쏟아지는 밤이 무섭다.
어느 누가 이 이별을 피할 수 있을까?
영자가 제임스에게 들려준 사랑의 말들을 읽고 또 읽는다 참 아름답구나
제임스도 내가 해 주는 말을 알아듣고 있겠지?
입만 벙끗 벙끗 벌리면서 쳐다보는 것이 마치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은데
알아듣지를 못하니 안타깝구나.
이별을 염두에 두고 산다는 거 참 못 할 일이다.
가는 그날까지 잊어버리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자.
동생을 먼저 보내면서 당차게 할 일을 지시히는 내게 참으로 냉정하다고 막내가 이야기 하더라.
돌아서서 가슴 후벼파는 이 아픔을 그들이 알겠니?
우리 모두 가야하는 길이지만 아름다운 이별이 무얼까 생각해 본다.
넌 남편의 눈망울을 보며 더 많은 사랑을 나누고 있으리라 믿는다.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졸지에 이별의 말도 못하고 보낸 복례를 생각하면
네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 내 가슴도 저려온다.
내 걱정 말고 너나 힘내렴.
영자 . . 얼마나 외롭고 두려울까.. 그럼에도 의연한 힘이 느껴진다 . 넌 혼자가 아님이 확실하다.카페의 친구들은 물론이고 아주 크신 존재가 너와 너의 남편분 곁에 계신다.. * 임마누엘~* 남편분의 손을잡고 *임마누엘~ ~*속삭여 드려보아
임마누엘.
그 분께서 함께 하심을 그도 나도 잘 알고있다.
앞으로 더 많이 속삭여줄께.
친구야 고맙다.
늦게 만난 신랑, 그렇게도 사랑했던 사람이 먼저 눈을 감으려는데...
이 글을 읽으며 내 눈가에 눈물이 촉촉히, 가슴이 메이는구나
어쩔수 없는 숙명에 네가 할일은 옆에서 지켜 봐 줘야하는데
너 신랑은 너를 참 잘 만났다
너 아니면 누가 이렇게 침상에서 아픈데 병고환 해주고 있겠니..
이제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의연한 자세로 지켜 봐야겠지
슬픔이 복받치지만,,,
영자야 힘내라....
한 몇 년을 너무나 내 마음을 아프게 해서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단지 연민으로 마지막 순간 까지 당신을 보살펴 줄것을 약속할께요"
이렇게 여러번 말했던 그 순간을 나는 지금 너무나 후회하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내가 그에게 한 말을 용서해 달라고 남편에게 빌고있단다.
뭐라 할말이 생각이 안난다. 그러나 영자야 네가 얼마나 열심이 남편을 위해 보살피고 사랑하며 살앗는지를 알기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거라 후회하지 않게
그래. 고맙다.
나 때문에 너무 가슴 아파하지마.
지금 내가 안고 가야할 십자가임을 잘 알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 매일을 보낸다.
너의 진심이 느껴지는 따뜻한 정을, 사랑을 받는 제임스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마지막 가는 길을 바라보는 것도 고통이긴 하지만 자신을 그리 사랑하는 아내를 둔 제임스도 너를 두고 떠나기가 쉽지 않겠다. 나도 요즘 골다공증으로 오랜동안 앓고 있던 시어머니가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골다공과 합해지면서 엄청 고통스러워 하고 있단다.
때론 귀찮아하면서 퉁명스럽게 대했던 내가 너무 후회된다. 가는 날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후회하지 않게 할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자야 끝까지 힘내라!!
골다공증 환자가 골절이 되었을 때는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린다고 하더라.
늘 애쓰며 열심히 사는 너도 건강 해치지말고 끝가지 최선을 다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