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옛날엔 생일, 결혼식 등 잔치에서 자주 만들었다고 한다.
면발의 길쭉한 생김새에서 가늘고길게 장수하라는 좋은 의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빨리 대량으로 만들어 하객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생일잔치 때 장수면(長壽麵)이라고 말 그대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먹는것을 보면
풍습의 유래는 중국에서 온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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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주의할 점은 면이 끊어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냥 쪽 빨아먹나?
때문에 한국에 오는 중국관광객들이 생일을 맞이해서 냉면집에 들어가 냉면을 장수면으로 먹는데
이걸 끊을 수도 없고 다 삼킬수도 없고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광경을 가끔 볼 수 있다.
또한 냉면집에가면 가위로 면을 잘라주는 모습이 중국인에게는 그만한 컬처 쇼크도 없다고 한다.
수명의 의미로 일본에도 장수면은 있다.
새해 첫날 국수처럼 길게 길게 살라며 먹는데 역시 끊지 않고 먹는 음식이다.
현대의 결혼식은 죄다 뷔페를 선호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남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국수를
먹여준다라는 관용어를 사용한다.
상대방에게 결혼을 언제 하느냐고 묻는 이야기를 할 때 국수는 언제 먹여줄거냐?라고 묻는 관습
이 아직도 남아있다.
실제로도 결혼식 때에는 국수를 먹어야 한다는 관습 때문인지 뷔페 메뉴에는 국수가 빠지지 않고
설령 양식 풀코스를 제공한다고 할지라도, 소량이나마 국수가 서빙되는 경우가 많다.
한정식의 경우, 갈비탕 안에 당면이나 소면을 넣어 준다.
그리고 몇몇 외국에서도 잔치음식으로 국수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본에서는 이사를 했을때 국수를 돌린다고 한다.
물론, 그냥 국물이 있는 국수를 돌리면 불기 때문에 주로 자루소바를 돌린다.
국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싶다면 누들로드라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하고 싶다.
여담으로, 남한 지역에서는 국수라 하면 잔치국수 등의 따뜻한 면요리을 떠올린다
반면 찬면요리는 냉면이라고 하지만 북한 지역에서는 냉면을 국수라고 하며 따뜻한 면요리는
온면이라 부른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중국에서 공부하고 온 승려가 국수뽑는 기계의 설계도를 가지고 제작하여 절에서
행사가 있을 때만 먹는 종교의례용 음식이었지만 점차 민간으로 퍼지면서 대중화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사찰 요리로 전파되었던 듯하다.
사료를 보면 절에서 방문객들을 상대로 국수를 대접했다는 기록도 볼 수 있다.
현재도 사찰에서는 국수를 승소라고 하는데, 국수 나온다고 하면 그냥 좋아서 빙긋 웃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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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와 달리 옛날에는 밀가루도 귀하던 시절이니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절에 가면 비빔밥이 제일 맛있다.
21세기에 이르러서는 교회나 성당에서도 많이 만들어서 먹는다.
그 유명한 법정 스님은 한창 국수를 좋아하던 시절이 있어서 그 때는 남들이 몇생을 거쳐야 먹을
국수를 먹었노라고 수필에 써놓았다.
가끔씩 외출을 할 때도 국수를 먹기도 했는데, 휴게소 우동이 제일 맛이 없었다고 깠다.
며칠동안 퉁퉁 불어터진 면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뜨거운 국물에 잠시 척 담가져서 사람 앞에
오기 때문이라고... 금방 삶았다가 우물물에 씻어서 먹는 걸 즐겼다는 법정스님 입장에선 매우
불결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고 어떤 지역휴게소 보리국수는 상당히 맛있더라고 적어놓으시기도 했다.
그렇게 줄기차게 국수를 먹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물려서 암자로 국수가 들어오면 근처사찰로
다 보내버렸다고 한다.
국수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자주 보이는 형태의 음식이지만, 유럽 쪽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음식은 시칠리아의 파스타 정도 뿐이다.
시칠리아만 유독 국수 형태의 음식이 있는 것은, 이슬람 세력에게 종종 지배 받으면서 아시아권
의 국수 문화가 이 곳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아,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의 시(詩)'국수'는 이렇게 이어진다.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시인에게 국수는 또 '지붕에 마당에 우물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루밤/
아배 앞에,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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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는 이렇게 정겨운 음식이다.
눈 내리는 겨울밤 온몸을 부르르 떨며 먹는 냉면,한여름 대낮에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칼국수,
결혼식과 생일잔치에 빠지지 않는 잔치국수,여름철 별미 콩국수,분식집의 쫄면 할 것 없이 국수는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찾는 서민음식이다.
같은 국수라도 중국에선 주로 반죽을 해서 잡아 늘이는 '납면법',우리나라는 눌러서 빼거나 뽑는
'착면법'으로 만든다.
자장면과 짬뽕은 물론 스파게티와 베트남 쌀국수에도 밀려 외식 메뉴론 도무지 힘을 못썼던 잔치
국수와 비빔국수가 전문점을 통해 새로운 메뉴로 거듭나고 있다.
냉면과 칼국수집이 아닌 국수집이 많아지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값이 싸다(3000~4000원)는 점에서 불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잔치국수는 담백하고,비빔국수는 매콤달콤하고 쫄깃한 맛이 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장터국수도 그렇지만 비빔국수의 경우 스파게티나 베트남쌀국수와 전혀 다른 맛과 특성
을 지닌다. 2000년 이후 대 EU 수출품목을 보면 라면과 면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수 수요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고추장 또한 올 들어 5월까지 작년 같은기간보다 72.9%나 증가한 545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고추장은 또 최근 김치에 이어 국제규격 식품으로 공인받았다.
고추장이 잘 팔리는 건 비빔밥과 떡볶이 등 한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차제에 비빔국수도 한식 세계화 품목의 하나로 설정해보는 건 어떨까.
다이어트 효과는 물론 길고 가는 국수에 얽힌 의미를 강조하면 서구인들의 관심도 끌지 모른다.
요리하기 쉬운 만큼 일품 메뉴로 퍼뜨리면 고추장 수출도 더 늘어날 게 틀림없다.
글/메뉴위키/박성희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첫댓글 별미로 먹는 국수가
이제는 세계적으로 인증받는
음식으로 등극...
산행후에 시원한 국수한그릇이 땡기는건
무슨조화속 일까요?
오늘같은날에는 바지락 칼국수가 땡깁니다.
히산음식을 국수로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