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바람이 아침저녁 옷깃으로 스며든다.
가을이다.
지난 5월 엘에이에 사는 친구집에 갔을 때
코케시언인 사위가 좋아한다는 김치콩나물국을 먹은 적이 있다.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국물을 내어 콩나물과 김치, 그리고 파와 마늘을 넣어 먹었던
국물이 생각난다.
다음날 친구가 다니는 한인교회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나누는 국밥도 김치콩나물국밥이었었다.
엘에이 와서 김치콩나물국만 먹고 가는 것 같다고 친구가 농을 한 적이 있었는데…
왜 그맛이 생각나는지…
먹고 싶다.
여행이며 찾아 오고 가는 친지들로
가까운 이웃들 대할 시간이 없는 바쁜 여름이었다.
생각속에 있는 이웃들을 찾아 삶의 맛을 나누고 싶어진다.
딸 젠을 그렇게 보내고 아들 크리스의 마지막 인생을 지키는
이웃페니는 내관심속에 있는데,
얼마전 기억장애로 양노원에 있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듣기도 해서
다시 찾았다.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한 못생긴 강아지를 보살피는데
몇 달 사이에 강아지가 신사 강아지가 되어 내손을 핥아 준다.
물소리만 나도 사람소리만 나도 벌벌떨면서 뒤로 물러나던 강아지의 변신이 놀랍다.
보살피는 놀라운 손길을 가진 페니!
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고 했다.
'스페인'레스토랑에 가고 싶다고, 아는 친구 몇을 더 불렀다.
마침 치료중 멀리 가있는 크리스가 ‘스페인’레스토랑에 가면 파에야를 먹으라고 했다고 …..
뇌암으로 몇번의 수술을 하고 더 이상 현대의학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던
크리스는 남은 삶을 열심히 살고 있다.
고등학교친구들이 모아준 기금으로 세계여행을 하면서 젊은이가 할 수 있는 삶의 스릴을
할 수 있는한 즐기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했다.
여행중 몸한쪽이 무력해짐에 지팡이를, 휠체어를 의지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유모어가 넘치고,
살아있는 이야기에 우리 모두 웃었다.
노스케롤라이나에 있는 두크대학 의료팀 중, 첨단기술로 마그네틱 치료를 한다고 해서
그곳에 가 있는데 아직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가 오면 이곳에 와서 이파에야를 먹었으면 좋겠다….
선물권을 봉투에 넣어 페니 손에 쥐어 주었다.
만약 돌아 온다면….페니가 말끝을 흘렸다.
크리스는 돌아와야지…돌아 올꺼야….
많이 웃었다…
많이 나눴다.
삶의 맛…
콩나물김치국맛이 그리운 날!
소슬바람
가을의 빛을 짙게 채색한
가을.
아름답다.
첫댓글 맛있는 콩나물김치국과 함께 행복하고 아름다운 날을 보내셨네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쁨 속에서도 이웃까지 살뜰이 챙기는 지복님, 여늬 단풍잎 보다도 곱고 곱네요, 멋진 삶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