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스한 어느날 오후 교정사목 봉사를 위해 처음 교도소를 방문했다
몇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담벽으로 단절된 낯선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받으며 성당으로 향했다
바깥 세상과는 전혀 다른
빛줄기 하나 없는 삭막한 곳에서 지낼 그들의 모습을 연상하며
내가 평소에 알게 모르게 짓는 작은 죄까지 얹어 치루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왔다
나는 그 마음 씻겨내려고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나도 모르게 눈가는 촉촉히 젖어갔다
생각해보면 나는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가고 있다
제일 큰 호사는 자유다
이 모든 것이 자비로우신 주님
은총임을 깨달았다.
감사와 함께 "그들에게도 자비를 베푸소서" 하는 기도를 자연스레 되뇌였다
역지사지라고 했던가?
누가 누구의 죄를 묻겠는가?
나는 지금도
내 뜻을 관철시킴으로써
십자가 지신 그 분께 돌팔매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 본다
교도소 첫 방문 이후 난 세상에서 교도소가 가장 가난한 곳이라 여겨졌다
무엇보다 세상에 많은 빚을 진 사람들이기에 .....
피정에 참여했던 어느날, 나는
누추하고 초라한 마굿간에서 강생하신 예수님을 묵상, 관상하면서
구원은 바로 가난에서,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난 지금 제일 가난한 곳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구원을
향해 첫 발을 내딛으려고 한다
이들도 나의 영혼 구원을 위한 협조자라고 여긴다
이들이 있기에 나의 영혼 구원을 위한 작은 수고를 보탤 수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감사함 속에서 그들과 함께
새롭게 태어나는 부활의 풍요로움, 주님은 우리들에게
무한한 자비심을 베풀고, 또 베푸신다 난 단지 주님 은총에 대한 감사를
이렇게라도 하여 갚는다
나와 우리들의 이 작은 봉사로
그들과 함께 새롭게 태어나 기쁘게 하느님을 만나고 싶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선물이며 소망이다
가장 가난한 곳에서의
구원의 희망을 믿기에.....
오늘도 나는
주님 바라기가 되길 청해 본다
첫댓글 대단한 봉사를 하셨습니다. 주님 바라기가 되셨으니 참 훌륭하십니다.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