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곤양초 55, 곤양중 16 동기회를 다녀와서 -
즐거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기억에서 멀어지기 전에 몇 자 남게 볼까합니다.
참석 인원이 적어서 보고 싶고 얼굴과 다 함께하지 못해 끝내 아쉬웠지만 이틀간의 추억만으로도 남은 2013년은 버틸 것 같습니다.
항상 준비해 준 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어중간한 곳에 살면서 한 번도 힘을 보태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만 드는 친구도 두 팔 벌려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를 보면서 명문 초등학교를 졸업한 자부심을 갖습니다.
26일 아침 부산에서 승차한 8명의 친구와 장유에서 3명이 합류했습니다. 왜 하필이면 그 때 화장실에 가고 싶었을까요? 빨리 일은 안 되지, 마음은 급하지, 힘주고 나오니까 큰 버스가 길가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얼마나 미안한지... 그래도 오래 살다 보니까 낯짝이 두꺼워져서 "반갑습니다. 미안합니다." 한 마디로 상황 종료하는 내 자신에 나도 놀랐습니다.
진주에서 6명의 친구와 준비는 열심히 하고 얼굴만 보여준 구용이를 남겨두고, 맛있는 음식을 싣고 달려, 원지에서 먼 길 달려온 종윤이 친구를 태우고 합천해인사로 출발! 버스 안에는 사람보다 많은 음식이 실렸어요. 떡, 배, 밀감, 물, 소주, 맥주, 오징어포, 아몬드, 쌀과자, 쌘비, 껌, 왕사탕, 쫄깃한 사탕 또 오봉, 과도, 비닐팩, 비닐장갑 등등
가다가 버스를 잠깐 세우고 남편과 함께 나온, 날씬하고 예쁘게 살고 있는 은자 친구를 잠깐 만나고, 숙자, 옥선, 을연 세 친구가 화장실이 없어서 길가에서 조금 들어가 소변을 봤는데 오줌이 얼마나 나오는지 해인사가 조금만 가까이 있었으면 떠내려갈 뻔 했다니까요. 옥선 왈 " 왜 이리 오줌이 자꾸 나오네. 내 못 살것다. 또 나온다." 숙자, 을연이 한 말은 지면 관계로 생략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친구들 얼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즐거웠습니다. 나는 희갑이 친구하고 앉아서 갔는데, 희갑이 친구 박식한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야기도 잘 하고 배울 것이 많더라구요.
해인사, 가야산의 맑은 공기, 아름다운 은행잎, 정다운 친구, 그 곳은 내가 생각하는 무릉도원이었습니다. 진짜로. 차가 너무 많아서 좀 그렇긴 했지만.
아주 붐비는 전주식당에서 먹는 비빔밥도 맛있었구요. 곁들인 동동주는 더 맛있었습니다. 경내를 돌면서 친구들의 예쁜 모습을 휴대폰에 많이 담았는데 와서 대충 보니까 별 쓸만한 게 없었어요. 내 사진 기술 꽝!
버스가 88고속도로를 통과해서 함양에서 통영으로 쌩쌩, 기사가 인물도 좋고 운전솜씨도 좋고 친절하더라구요. 더 좋은 건 우리 남자 친구들 보다 훨씬 젊었어요. 그 때는 질투할까봐 말 못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같이 앉아서 밥 먹고 싶다고.
어스름이 내릴 즈음 통영 펜션에 도착했어요. 어쩌면 펜션이 그렇게 아름답고 깨끗해요. 우리 정서에 꼭 맞는 2층 다락방, 연인과 어깨 기대고 향긋한 차와 함께 밤새도록 이야기 나누고픈 내 기억 속 동화 같은 곳이었어요. 우리 여학생 친구들은 지금도 이런 꿈을 꾼답니다.
저녁식사 시간, 맛있고 푸짐한 생선회와 분위기, 정말 우리 시대의 대한민국, 그것도 곤양초등학교, 중학교 55회, 16회가 아니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진풍경이었어요. 태봉이 친구 경찰 은퇴하더니만 바로 가수로 데뷔한 모양이고, 거기에 흥을 더하는 순애, 을달, 종윤 수고했어요. 부산 승희는 바쁜 관계로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 합류했어요. 늦었지만 그 정성 가상해서 우리 모두 용서하고 반겼어요.
음주가무에 뛰어난 한국의 얼을 이어받은 우리, 밤을 그냥 보낼 수 있나요. 목청껏 노래 부르고, 뛰고 굴리고, 그 때는 무릎도 안 아프더니만 집에 오니까 뻐근하네요. 인환이 친구 노래 듣고 밤무대 뛰는 게 아닌가 의심했구요. 희갑이 친구가 그렇게 노래를 여러 곡 하는 것도 처음 봤어요. 옥선, 을연 두 사람 노래방에서 빠져나와 나이트 무대 앞에서 다른 사람과 춤추고 놀았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죠. 얌전한 척 하더니만. 얌전한 척 해도 심장은 뜨겁게 뛰고 있는가 봐요. 결국 친구들에게 들켰지만. 이런 자리에서 친구들의 숨겨진 재능과 끼도 보고 50년이 지나도 몰랐던 모습들을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열혈 친구 성주가 천리도 넘는 길을 버스로 달려와서 11시경에 나이트에서 합류했습니다.
12시경에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신성한 여학생방에서 몇 명 모여서 소주 두 병 가뿐히 비우고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성주, 종윤이 친구가 가방 싸들고 거실에라도 좀 재워달라고 온 거 있죠. 이유인즉 남학생방에는 계속 "드르렁 드르렁" 하고 돌아누우면 "물커덩 물커덩" 한다나요. 그리고 우리 여학생도 지켜야한다나. 그건 핑계고 속셈을 낸들 아나요. 그래도 우리 집에 온 손님이니까 거실에 이불 펴주고 밤새도록 내가 지키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우리 여자친구들을 지켜야 하니까요. 새벽 2시에 일어나서 확인하고 5시, 5시 30분, 6시까지 확인했는데 별일없이 잘 자더라구요. 새벽에 왜 잠 안자고 그랬냐구요? 새벽에 술 깨면 그것도 같이 깰까봐 그랬어요. 우리 여자친구들 내가 밤새 고생한 것 정말 알랑가 몰라.
27일, 따스한 아침햇살을 앞세우고 옥선이와 함께 나선 산책길에서 성주 친구를 만나서 들어와 해장국으로 속 풀고 통영여행 필수코스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경치를 보면서 통영이 한국이 나포리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직 나포리에 못 가봤거든요. 이 글이 얼마나 한 사람의 생각인 줄 알겠죠? 그런데 정말로 바다 물결, 섬, 하늘 높이와 색깔 환상이었다니까요.
조금 움직였으니 또 먹어야죠. 거제로 가서 해물탕으로 배를 든든히 하고, 오후 1시 배로 25분간 호수같은 바다를 건너서 장사도에 도착했어요. 어젯밤 여자친구들 지킨다고 잠을 못자고 낑낑거리며 올라가니까 기일이가 뽕잎아이스크림을 돌리고 있더라구. 첫사랑맛보다 더 달콤하고, 부드럽고, 싱그러운 게 정말 좋았습니다. 뒤에 나온 얘기지만 내년에는 기일이가 초콜렛 20개 사오기로 했거든요. 모두 하나씩 나눠 먹을까 합니다. 기대하고 와도 좋을 것 같네요.
장사도는 2012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구요. 숲과 산책길이 바다와 어우러져 안에 있으면 천국이고 밖에서 보면 한 폭의 그림입니다. 개발 전에는 죽전국민학교 장사분교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태극기와 교실 한 칸이 역사를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교실과 분재 등 수목이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조용히 흐러나오는 ‘섬집아기’ 노래를 따라부르며, 내가 아기인 듯 에미인 듯 착각 속에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이야긴데 우리 영감이 “장사도 별 볼 것도 없재?” “아니, 엄청 좋던데. 동백꽃 피는 2월에 한 번 더 가고 싶은데." '시꺼먼 교장님과 같이 간 사람의 눈에 비치는 풍경과 정다운 친구들 하고 간 사람 눈에 비치는 것이 같겠나.’ 속으로 이렇게 말했어요.
오후 4시, 장사도에서 육지로 돌아와 진주로 오는 차 안에서 종윤이랑 을연이랑 같이 앉아 손잡고 있다가 순애한테 들켜서 입막음으로 종윤이가 순애에게 사탕 하나 주고, 뒤에 을연이가 캔맥주 하나 줬는데도 입막음이 안 될 것 같아 전국적으로 소문냅니다. 손잡았다고.
진주에서 진주, 서울 친구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부산으로 가는 차 안에서 많이 떠들고 많이 웃었습니다. 고속도로에 사고로 길이 막혀서 국도로 가는 도중에 휴게소에 들러서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나는 안에서, 남자 친구들은 밖에서 소변을 보는데 그들 중 누가 "나는 오줌이 자주 누고 싶다." 옆에서 다른 친구가 "그거 정력이 약해서 그렇다."면서 무엇을 먹으면 좋다는 둥.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 남자화장실에서 '그 나이대의 남자들의 공통 화제는 그건가 보다.' 생각하면서 혼자 부끄러워서 다 가고 나서 나왔어요. 순진한 척.
차 안에서 우스개소리 중에 기일이 친구가 내년에 초콜렛 20개 사 온다는 약속도 있었고,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방귀뀌고 냄새 날까봐 뒷자석으로 내빼다가 더 냄새를 피운 친구도 있었고, 거기다 대놓고 누가 방귀뀌었느냐고 큰소리가 자꾸 묻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뭔가 먹고 싶어서 먹을 것을 찾으니 배는 있는데 칼이 없어서 입맛만 다셨습니다. 총무님!, 다음에는 칼도 두고 내려세요.
장유에서 내려서 집으로 가는 길, 명렬이가 집까지 태워다 줬습니다. 아침에 나올 때 아들이 태워다 준다는 걸 마다했다고. 을연이 태워다 줄건데 아들이 속도 모르고 그런 소리 하더라고.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전혀 검증된 바 없지만 매우 고마웠습니다. 부산 친구들 잘 갔겠죠?
집에 와서는 안면 바꾸고, "당신만한 사람없더라. 당신이 제일 멋지더라. 그런데 당신보다 말은 잘 듣더라." 라고 하면서 없는 애교 부렸죠. 아마 내년에 간다면 옷 한벌에 잡비까지 챙겨 줄 것 같아요. 정말 단순하고 착한 남자들 여자 하기 나름이예요.
28일 이른 오전, 회장 송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더라구요. 어제 잘 들어갔냐고, 피곤하지 않느냐고. 이렇게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보고 ‘회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회장감은 따로 있는 거야.’ 하고 혼자 되뇌었습니다.
그리운 친구들!
모두 고맙습니다. 오늘부터 또 보고싶은 얼굴들을 그리워하면서 1년을 기다리렵니다. 모두들 열심히 살고 내년에 또 만나요.
월요일은 왜 이리 바쁜지.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오직 내 감정에만 의존해서 쓴 글임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재미로 읽어보고 더 재미있는 글 남겨 주세요.
첫댓글 조송래회장그리고부산에최기일회장...그리고이행사를추진한여러친구들고생많이했네요
꼭참석하리라생각했건만사정상참석못함을이해하리라믿네
작년에가보니정말좋았는데올해는참석을못해서아쉬움이많이남는다네
내년에는3개월정도앞당겨서날짜를통보해주었으면나같은사람도참석할수있을텐데올해는사정이있어늦게알았다네
나에친구들용서하게나.......
1박2일의 기록이 고스란히 녹아있네요!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친구들 만나 반가웠고요! 내년모임이 기대됩니다. 내년에는 지역별로 독려해서 더많은 친구들이 참여했으면하는 바램입니다.
날짜는 3년 전에 정해졌습니다. 매년 10월 4주 토요일에 떠납니다.
재미있고 즐거웠던 곤양 5516의 1박 2일에 참여 못해 미안하고 아쉽구나
계획에 없던 합천도 갔었구나.
담주 나홀로 합천 소리길을 탐방하러 가야겠다. 가을이 떠나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