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5월 10일이니까 제주로 이사온지 꼭 세달 째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때론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가 하는 자격지심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만하면 제주도와 제주도 사람들에 적응하면서 잘 살고 있는 것 아닌가하고, 자평해봅니다.
제주도 내려와서 일상을 요즘 유행하는 페이스북에 종종 올렸더니
한 고향친구가 뭐 그리 하는 일이 많냐고 도대체 직업이 뭐냐고 묻더군요.
그러고 보니 제주도에 와서 하는 일이 많이 늘었더라구요.
먼저 매일 저녁마다 마을도서관에 가서 아이들하고 어울려 놉니다.
매일 두 시간씩 7시부터 9시까지는 제가 책임지고, 도서관을 운영하지요.
급여는 많지 않지만 하루를 돌아보고, 책도 보면서 내일을 준비하며 충전의 시간이 됩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보조 받은 방앗간이 하나 있는데 직원이 그만두면서
이장님이 제게 맡겨 주셨습니다.
지금은 비수기라 일주일에 두 번씩 월요일, 목요일에 문을 열고 있습니다.
월급은 따로 없고, 도정 수수료와 부산물을 판매 대금은 제가 받고 있는데
뭐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손님 한 분 도 없는 날도 있어요.
물론 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을 한 400여평 되는 밭에 감자랑 돼지감자를 심었는데 다행히 싹이 났더라구요.
솔직히 제 실력에 수확까지 욕심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발 싹이라도 나길 간절히 바랬죠.^^
어쨋든 경영체 등록도 하고, 면세유도 받는 법적 농부가 되었습니다.ㅎㅎ
감귤농사도 배워보고 싶었는데 현동관 국장님 도움으로 감귤 과수원 전정도 해보고, 농약도 쳐보고 했습니다. 큰수풀공동체 임동영씨랑 계분도 줬고, 감귤나무 묘목도 심었지요.
뭐 그 밖에도 3~4월에는 브로코리 밭, 양배추 밭, 양파 밭, 마늘 밭으로 열심히 품 팔러 다녔습니다. 좋은 일꾼은 못 되서 일당이 높지는 않았지만 책상 앞에만 앉아 비실비실 하기만 했던 몸이 흙과 함께 씨름하면서 다시 깨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손이 저리고, 어깨가 뻐근했지만 그럴수록 기분은 더 상쾌하고, 괜시리 뿌듯하더라구요.ㅎㅎ
뭐 그 밖에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는 강정마을 드나들다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었고,
녹생당 선거운동 하는 바람에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정치색이 너무 금방 드러나 곤란을 겪기도 했지요.
또 지난 봄부터 날이 풀리니까 육지에서 손님들이 대거 몰려 들기 시작했습니다.
엇그제는 무려 다섯 팀이 연락을 해왔더라구요.
두 팀은 다음을 기약하고, 세 팀이 어울려 온 밤을 지새며 막걸리 잔을 기울였지요.
그런데 우리 사는게 짠 해보였는지 더러는 집으로 돌아가실 땐 용돈을 주고 가시더라구요.
이런 불로소득도 짭짤하네요.ㅋ
아무튼 여름 성수기를 대비히여 우리 집에 이동식 주택이라도 하나 가져다 놓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집사람과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 했지요.
또 제가 사는 금악에는 한살림마을모임이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한살림 생산자, 소비자 조합원들이랑 가깝게 지내게 되서
굳이 모임이 없는 날이라도 모여서 놀게 되고,
또 지난 달에는 그 중 한 분이 닭이랑 병아리도 분양해 주셔서 달과 병아리도 키우고 있어요.
아. 그리고, 다음 주에는 오랜만에 조천으로 친환경농산물 인증 일도 하러 가네요.
뭐 그 밖에도 소소한 여러가지 일이 있었고, 또 지금도 여러가지 일을 하며 재미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두 시골살이의 한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에 살고 있는 많은 분들이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살더라구요.
옛날에 백성백작이라고 농부인 백성들은 백가지 일을 하면서 산다 뭐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일단 누구든지 절 찾아주면 고맙고,
만약 제게 일도 시켜주시신다면 제게 또 배움의 기회를 주는 거니까 또 고맙지요.
사람들 사는 일이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즐거운 일이 아닌가요.
아무튼 이사 올 때 부터 생드르 식구들 도움을 많이 받아서
어떻게 사는지 한 번쯤 말씀 드리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몇 자 적다보니까 한 가지 숙제를 해결했네요.
또 지난 번 저희 집들이에 와주신 사무처 식구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이 번주 일요일 행사 때도 가능하면 놀러가서 인사드릴께요.
안녕히 계세요.
첫댓글 민상씨 나름 잘 적응하고계시네요 홧팅 ㅡㅡㅡ
일요일에 만나요 늘 좋은날
안녕하세요 경기도 안양에서 살고 있는 조연경이라고 합니다. 저도 이년 후에 제주에 터를 잡으려고 합니다. 이번 8월에 방학휴가를 이용해서 강정평화걷기행사에 참여하고 그 후엔 님과 같이 자리 잡고 생활하시는 분들을 찾아뵈고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면 꼭 한번 연락 부탁드립니다 010. 8428. 3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