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 랭귀지(수정)
조 봉 익
스테인레스 철판이 깔린 침대 위에서
보디 랭귀지만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
나란히 똑같은 자세로 누워 발언의 기회를 엿본다
입이 있어도 기가 막혀 말을 못하는 그들이다
동대문 근처에서 패싸움을 하다 칼을 맞은 조직의 보스도
모텔에서 복상사한 한쪽 다리가 조금 긴 50대 곱슬머리 사내도
한강변에서 발견되었다는 목에 까만 점이 박힌 20대 여자도
사인을 모른다는 60대의 자수성가한 기업가도
종각역에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 노숙자 차림도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다
망치로 얻어맞아 머리가 함몰된 30대 초반의 여자도
부검실에서는
모두가
답답한 나머지 말을 잃은 모양이다
미닫이문을 양쪽으로 열어젖히듯
가슴을 활짝 열고
머릿속까지 까보이며
온몸을 던져 말을 한다
하고 싶은 얘기를 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죽어도 사람이다
포복을 하듯 기어오는 힘든 대화를 놓치지 않으려
해독사의 능숙한 손놀림이 자꾸만 물음을 던진다
체취본의 작은 중얼거림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앰블런스도 경광등을 끄고 숨을 죽인다
몸이 말을 하는 곳에서(수정)
조 봉 익
그곳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자세로 똑같이 생긴 침대를 사용 한다
나란히 누워 똑같이 몸으로 말을 한다
동대문 근처에서 칼을 맞은 조직의 보스도
모텔에서 복상사한 왼손 엄지가 없는 50대 사내도
한강변에서 발견된 뽀얀 살결의 20대 여자도
원인을 모르는 돈 많은 60대 사장님도
종각 근처의 노숙자 차림도
아무런 기억도 남기지 않은 어떤 이도
참, 끝날 무렵 느지막이 들어온
토요일 오후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다
망치로 얻어맞은 30대 초반의 여자도
국과수에서는 모두가
가슴을 활짝 열어 젖히고
온몸을 던져 말을 보여 준다
하고 싶은 말 마저 하고 싶다고
포복을 하듯 기어오는 힘든 대화를 시도한다
해독을 위해 언어를 만지작거리는
통역사의 능숙한 손놀림에게 자꾸 말을 건넨다
부활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스님은 새벽마다 부활하는 그 무엇이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
몸이 말하는 것을 부질없다고 했다
그래서 죽으면 곡을 하는지도 모른다
김종삼 시인은 「미사에 참석한 이중섭씨」에서 돈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시인은 손으로 말을 했다
슬프다고 했다
몸이 말을 하는 곳에서
조 봉 익
국과수에서는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침대를 사용한다고 한다
모두 나란히 누워 똑같이 몸이 말을 하는 곳이라 한다
동대문 근처에서 칼을 맞았다는 조직의 보스
모텔에서 복상사하였다는 왼손 엄지가 없는 50대의 사내
원룸에서 발견되었다는 뽀얀 살결의 20대 여자
한강변에서 발견되었다는 돈이 많은 60대의 사장님
종각 근처에서 발견되었다는 노숙자 차림
그리고 아무런 기억도 남기지 않는 사람
참,
끝날 무렵에 30대 초반의 여자가 들어왔는데
토요일 오후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다
망치로 27번을 얻어 맞았다고 한다
그들은
가슴을 열어젖히고
배를 열어보이고
온몸을 던져 말을 보여준다고 한다
해독을 위해 언어를 만지작거리는 통역사의 능숙한 손놀림이 있다고 한다
포복을 하듯 살금살금 기어오는 힘든 대화는 작은 중얼거림까지 놓쳐서는 안된다고 한다
기다리는 앰블런스도 경광등을 끄고 숨을 죽인다고 한다
부질없다고 했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죽으면 곡哭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삼 시인은 「미사에 참석한 이중섭에게」에서 돈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시인도 손으로 말을 했다
슬프다고 했다
첫댓글 섬뜩한 현장을 소재로 잡았군요.
그런데 긴장감 넘치는 앞의 전개와는 달리 결말이 너무 부드러워 맥이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잘 만지면 색다른 작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에 깊이 빠져들어야 한다는 생각 뿐입니다.
이런저런 핑계만 대고 있습니다. 참 힘든 작업인가 봅니다.
몸의 말...가장 정직한 언어이겠지요.
새로운 시도를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좀 더 다듬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렘브란트의 < 데이만 박사이 해부학 강의 >라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새로운 이미지의 시를 읽어보는 경험을 해보았네요~
해부하는 모습이 별거 아니더군요.
거기에 오신 분들은 할 말이 많으시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雨潭 님!
글에 관한 말씀은 '백운시방'에 적어 놓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금관시인 후보작이라도 계속해서 퇴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좀 더 다듬기 바랍니다.
축하하며 더 알차고 멋지고 감동적인 다음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은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얘기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빠져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섬뜩한 소제로 역작을 엮으시어 추천 받으신 우담님
큰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지루하지요? 뺄 것은 빼고 다듬을 것은 다듬도록 하겠습니다. 천천히.
시의 소재가 이렇기도 하군요.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번에 하이디하우스를 소개해주신 덕분에 오늘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좋더군요.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몸으로 증언한다고 하네요.
색다른 주제로 쓰신 좋은 시로 추천 되심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덕분에 유럽여행 잘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색다른 소재로 쓴 시 새롭게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여전하시구요? 힘드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언어를 해부하는 일이나 시신을 해부하는 일이나?
법의학자(?)들이 몸의 언어를 어떻게 다루는가 즉, 어떻게 시를 쓰는가를 보여 주신 걸로 읽겠습니다.
잘 읽었고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멀었지요? 공부 열심히 하기가 힘드네요. 애들한테는 열심히 말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소재로 시를 쓸 생각은 저로써는 상상도 못햇을 거에요.
축하합니다.
올 가을 건필하시길...
감사합니다.
잘지내시지요? 통 전화도 못드렸습니다. 전화는 하고 싶으나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그만두고는 합니다.
열심히 봉사하는 시인의 눈에는 시신도 시로 보이는군요
축하드리며 잘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언제나 맑은 얼굴 모습이 환하게 그려집니다. 잘 지내시지요?
몸이 하는 말을 들으시는 군요.
축하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뵌지가 참 오래되었지요? 시영산방 모퉁이에 심어진 배추(?)가 잘 자리고 있겠지요?
거듭 축하드립니다.
퇴고의 과정을 보며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간혹 전화벨 소리를 울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퇴고의 과정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래 세 행을 삭제하는 게 어떨까 고민하다 그만 두었습니다.
조금 더 있다가 다시 고민하렵니다.
열심히 다듬는 노력이 시를 빛나게 하는 듯합니다. 추천 축하합니다.
멸심히 다듬는 노력이 아니라 제대로 퇴고도 않고 매놓은 저의 졸렬함이 원인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다듬어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정 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배워봅니다.
오랜만에 이 방에 와서 거꾸로 읽어오다보니 우담님 시를 다시 읽게 되었지요.
너무 성급하게 올렸습니다.
향후에는 좀 더 잘 다듬어서 올리도록 노력하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