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구리 외 1편
최재경
생김새가 꾸구리처럼 생겼다 해서 그 사람 별명이 꾸구리다
수염만 양옆으로 그렸다면 영락없는 물고기 꾸구리다
한번 쏘이면 손이 아려오는데, 그 사람은 여지껏 쏘여 본 일이 없다
그네 빈집 뒤꼍을 지나는데
울안에서 라디오소리가 난다, 그 사람이 돌아온 거다
늦가을 추곡수매 끝내고 서울로 올라가 품 팔아 돈을 벌다가니
뻐꾸기 울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와, 씨앗도 뿌리고 남새도 갈기도 한다
그 사람이 온 날, 어김없이 냇가에서 또 천렵을 한다
쓰봉 둘둘 말아 걷어올리고,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다
그는 절대로 맛없는 피리나 붕어는 그냥 못 본 척하고
건져 올렸다 하면, 메기 꺽지 꾸구리 지름챙이만 잡는다
역시 꾸구리다, 팔심 다리심 허리심도 좋지마는
뚝심 좆심도 좋아, 마누라가 서울도 있고 논산에도 있다고 한다
누가 본 적도 없고, 어디 사는 여자가 본처이고 후처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가 내려왔다는 소문이 근동에 퍼지면, 벌써부터 일 맞추는 사람들이 있고
읍내는 물론이고, 산 너머 연산 국밥집 과수댁네 대폿집들이 술렁술렁 한다
분명 봄이 돌아온 거다, 꾸구리가 돌아왔으니
꾸굴네가 아끼는 가죽나무에도 이제 새순이 나올 것이다
시금털털한 돌배나무에도 삐죽거리고 수내기가 돋을 판이다
스피커에서 신명 나는 뽕짝이 흘러나온다
꾸굴네 집 마당에 봄볕이 가득하다
*꾸구리:돌상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 몸길이 6~10센티미터, 돌이 많은 상류 여울에서 살고 , 동작이 빠른 우리나라 특산종
오줌발
봄날이 하두 따스해서리, 빈집 돌담 아래 앉아 있는데
꼬맹이 둘이서 깝죽깝죽 다가오더니
“할아버지 우리하고 오줌 멀리 나가기 시합해요” 그랬다
얼굴을 보니, 마을에서 둘밖에 없는 초등학교 1학년짜리인
쌍둥이 형제 종만이 종식이었다
너희들 둘이 먼저 해보라 하였더니, 요놈들이
오줌을 먼저 싸면 공평하지 못하니까, 똑같이 싸자는 것이었다
좀 거시기하고, 누가 보면 애기들 데리고 뭐하나 걱정이 되었으나
자꾸 하자고 졸라대니 할 수 없었다
내 생각에, 요놈들 꾹 참고 있다가 힘차게 갈길 것이 뻔했다
그러더니, 냅다 잠지를 훌렁 까고 있는 힘을 다해 갈기는데
직선, 곡선, 8자, S자 지놈들 맘대로 쓰고 지우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오다 만 머시기를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그걸 보고
요놈들이 쑥덕쑥덕 나를 놀려먹었다
애들한테 그랬다, 할아버지 막걸리 많이 먹은 날 다시 하자고
길바닥에 애들이 그려놓은 그림들이 살아 있다
그 옆에 머위 싹이 힘차게 올라오고 있었다
담장 밑이 환해졌다
─『시에』 2011년 여름호
최재경
대전 출생. 2006년 『문학세계』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