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6. 10;00
느림의 미학 666호는 멋진 제목이 나올 거로 기대했다.
그러나 나의 기대에 걸맞지 않은 제목이 생각나기에 그대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어제 토요일 오후,
아직 오후 네시가 되지 않았는데 벌써 어둡다니 거참 이상하다.
시간이 이상해 스마트워치로 확인하니 오후 6시다.
"벽시계 배터리가 벌써 다 되었나?"
AA 배터리를 교체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으니 고장이 난 모양이다.
그동안 한번 교체하면 1년 이상 갔는데, 다시 교체를 하였지만 한 시간에
10분 이상 느려진다.
수명이 다돼가는 벽시계,
20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이젠 폐기의 순간을 기다리는구나.
세월이 그렇게도 많이 흘렀나.
작년엔 자동차가 가고 며칠 전엔 Tv가 가더니 이번엔 벽시계가 갔다.
문득 가수 나훈아의 노래 '고장 난 벽시계'가 생각난다.
♬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나를 속인 사람보다 네가 더욱 야속하더라.
~~~ 뜬구름 쫓아가다 돌아봤더니 어느새 흘러간 청춘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노랫말 한 구절구절마다 시(詩)이기에 생각나는 대로 흥얼거린다.
5년 전 2016년 삼성에서 나온 기어 s2 스마트 워치를 샀다.
통화와 메시지는 물론 심박, 운동량까지 체크되니 그 기능에 흠뻑 빠져
다른 시계는 서랍 속에 두고 찾지를 않았다.
서랍 속의 시계를 꺼내 한참을 들여다본다.
결혼예물 시계인 사각형 '오메가'는 43년이 지났고,
1994년 선물로 받은 '세이코'도 27년이 지났고, 김대중 대통령 시계도 2000년
받았으니 22년째인가,
2009년 7월 17일 북한산 우이령 고갯길 초입에서 사각형 고도계를 잃어버리자,
친구 희천이가 손목에 찼던 고도계 겸용 시계를 선뜻 풀어주었는데 어느새
13년이 흘렀다.
늘어나는 황금 시계줄은 아버지께서 차시다가, 큰 형님, 둘째 형님을 거쳐
고등학교 시절 네 번째로 물려받았으니 무려 70년이 넘은 시계줄인데 이것도
버려야 할까.
지금은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전성시대다.
정리 잘하고 잘 버림으로 적게 가져 생활을 가볍게 한다는 핑계를 대고 내다
버린다면 나에게 소중했던 무언가는 없어지겠지.
오래되어 낡았다고 가치가 없는 거는 아니다.
색 바래고 멈춘 시계라 할지라도 나한테는 세월의 더께가 쌓인 만큼 소중한
인연과 이유가 있는 시계이기에 주섬주섬 통에 담아 서랍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는다.
고장 난 벽시계로 되돌아오지 않는 수십 년 세월의 추억이 떠오른 휴일의 아침,
간밤에 살짝 내린 한설과 북풍을 뚫고 유리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믹스커피 한 봉지를 꺼내 든다.
달콤한 믹스커피 향을 음미하며 시계에 관한 추억을 곱씹는 소소한 행복이나
누려야겠다.
2022. 1. 16.
석천 흥만 졸필
첫댓글 평생 고장니지 않는 세월의 시계는 오늘도 하루가 지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