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문학신인상 수필 심사평
문학은 주변부 타자의 담론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무지개 언덕에 핀 꽃>이란 수필을 읽는 순간, 들뢰즈의 문학론이 떠올랐다. 차이를 가치화하는 주변부 타자의 담론이 문학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양상은 사회마다 다 다르다. 특히 소외와 단절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 이웃의 고통은 이제 ‘나’나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특수학급 교사를 자원해서 장애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글쓴이는 부천에 사는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공연을 지켜보고 난 후 그 감동을 그대로 수필로 옮겼다. 제5회 사랑의 음악편지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낸 ‘나눔꽃쳄버’의 연주에 대한 소감이 절절하다. 글쓴이는 40여 년 간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으로 특별히 특수학급에 관심이 많은 분이다. 글쓴이의 시선이 '나'보다는 '우리'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선작 <무지개 언덕에 피는 꽃>은 일단 작가의식의 측면에서 성공적이다.
문학은 당대의 사회적 현실을 간과한 상태에서는 발아될 수 없다.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대의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작가는 글 속에 시대의 울음을 담아야 한다. ‘우리’를 지향하는 시선은 응당 현실의 문제를 문학 속에 여과하게 된다. 글쓴이의 수필적 오브제는 사회적 약자다. 수필은 시대적, 사회적 기능을 담당한다. 이런 숙명으로 볼 때 진실의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할 본질적 과제다. 따라서 글쓴이가 쓴 글은 진정한 교사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묻는 질문지로써 인도주의적 성격을 띤다. 아픈 사람들을 위무하는 일과 그 정신은 아름답다. 글쓴이의 실천적 용기가 이 수필을 이끄는 힘이라면, 타자의식은 이 작품의 쾌미라 하겠다.
이 수필은 ‘문학은 주변부 타자의 담론’이라는 들뢰즈의 문학론에 비추어 볼 때, 의미있는 시사점을 건져준다고 하겠다. 타자의 고통을 껴안으려는 측면에서 작품적 가치가 있고, 글로써 세상을 바꾸려 하는 변혁의지가 있어 작가적 사명으로서 그 존재성을 잘 드러냈다고 하겠다. 꼭 ‘보아야 할 것’을 봐내고, ‘있어야 할 것’을 있게 하고, 타자에 대한 연민을 문학으로 연결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이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귀찮다는 이유로 내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관심으로 대처하고 있는 방관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 이 수필은 우리 사회의 갈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면서 주변부 타자를 우리-되기를 통해 껴안으려는 데서 시인의 공동체의식이 빛난다고 하겠다.
우리-되기는 타자-되기에서 싹튼다. 신의 영토에서 추방당한 사람들도 도처에 있다. 그러나 글쓴이는 ‘다름’이 완벽하게 융화되는 장면을 견인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는 물론 문학적 성취도 빛난다고 하겠다. 글쓴이는 포용을 통해 자아를 포함한 세계와 만나고, 독자는 화해의 미학을 통해 수필과 교감한다. ‘소통과 화합’ ‘희망의 속삭임’ ‘선한 영향력’ 등의 관념은 자신의 타자철학을 잘 보여주는 코드화된 어휘들이다. 특히 이 수필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으로, 또 소통의 화합잔치로 승화시키면서 ‘장애를 이겨낸 그들이 피워낸 꽃 한 송이’로 의미화한 결말부가 문학적 성취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연주를 마치고 돌아갈 그들의 일상을 '무지개 언덕'으로, 그리고 그들의 힘찬 날갯짓과 희망의 속삭임을 ‘웃음꽃’으로 전이시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삶의 진리로 이끌어내었다는 점에서 감동을 준다. 문학의 아름다움은 용서를 포함한다. 이 미적 요소에 필수적으로 인간적인 요소가 가미될 때 그 지점에서 비로소 문학이 힘의 발생한다. 수필적 화자는 언제나 열린 마음의 눈으로 타자를 보는 존재다. 무엇보다도 글쓴이는 사회를 관통하면서 타인의 고통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이런 타자의식은 글쓴이의 약자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결과에서 나온다고 하겠다. 이 수필은 장애의 극복과 타자의 내면을 지배적 정황을 통해 구체화하는 데서 우리로 하여금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그것은 공생과 화합을 요구하는 시대적 정서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글쓴이의 언어는 척박한 삶을 견뎌내는 장애인의 삶을 보듬고 있다.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하찮은 것에서 고귀한 것에 이르기까지 글쓴이는 교사로서 사랑의 방식으로 각각이 지닌 극복의 역사를 잘 구축하였다. 이 수필은 경험은 소비의 역사가 아니라 극복의 역사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삶 속에 흩어져 있는 인도주의를 글에 담아내었다고 하겠다. 부천문학신인상 당선을 축하하며 문운이 빛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