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는 사막이다. 그래서 덥다.
4월이 지나고 5월이 되면서 한 낮 기온은 90도를 훌쩍 넘긴다.
네온사인을 좋아한다. LED 불빛도 좋다.
호텔이 좋아 호텔에서 일한다.
여행을 가도 유적지나 박물관, 자연 경관이나 유명 건축물을 구경하는 것보다
맛난 거 먹으러 다니고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진탕 마시는 걸 즐긴다.
그러다 문득,
좋은 사람의 권유로 눈 구경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싫어, 한 겨울에도 싫은 눈을 뭐하러 더워 죽겠는 5월에 그것도 베가스에서?
30분만 가면 돼.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고 걸을 일은 더더욱 없어.
말 그대로 드라이브 가자는 말이었다.
마시다 만 크라운 로얄 애플 언더락 잔을 내려놓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러지 뭐, 시큰둥하게 따라 나선다.
베가스는 원래 눈이 내리지 않는다.
어쩌다 한 겨울에 가끔 눈 발이 날리기는 하지만
함박눈이나 쌓이는 눈이 아닌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싸리 눈 정도다.
그런데 햇볕 쨍쨍한 5월에 눈 구경을 가자고???
스트립에서 1시간, 섬머린 다운타운에서 차로 40분 거리 근교에 위치한 마운틴 찰스턴.
술도 깰 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따라 나서기는 했지만 설마 눈이 있겠어?
콧구멍에 바람이나 쐬지 뭐, 했다.
(오른쪽 위 구름이 마치 천국의 문 같으다)
(저 멀리 보이는 하얀 눈이 보이시는가)
그런데 어느새 구불구불한 산 길이 눈 앞에 떡하니 펼쳐진다.
화려한 불빛에 더 형형색색 늘어 선 시멘트 건물들만 보다가
양쪽으로 펼쳐진 초록초록한 풍경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나쁘지 않은데? 초저녁의 푸른색 하늘과도 잘 어울린다.
몇 분이 더 지나자 어어어??? 저기 봐봐, 진짜 눈이야, 눈!!
아직 녹지 않은 산등성이에 소복히 쌓인 눈이 보인다.
며칠 전에 마운틴 찰스턴에 눈이 왔단다. 난 그것도 첨 들었음.
(가까이 가니 더 선명해지는 산등성이 눈 자락)
(이런 자연이 멋있는걸 보니 나도 늙어가긴 하나부다)
산 정상 쪽으로 차를 몰자 소담스런 눈이 내 눈 안에 가득하다.
그 옆에 나무로 지어진 산장, 캐빈 몇 개가 줄지어 서 있다.
예쁘다. 이런 데가 있었구나. 몰랐네. 제법 힙하고 좋은데??
사랑하는 사람이랑 오면 분위기 죽이겠다, 했다.
바로 옆으로 하이킹, 트레킹 코스로 가는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차에서 내리자 서늘한 기온이 온 몸을 감싼다.
아이고 추워~~~ 온도를 보니 62도이다. 한 밤중엔 40도까지 내려간단다.
베가스 시내에선 분명 더워 죽을 뻔 했는데? 뭔 일??
(몸만 쏙 들어가면 되는 산장, 모든 생필품이 구비되어 있어 식재료만 사들고 가면 OK)
(관광객들 조용히 하라는 표지판이 눈길을 끌어요)
고즈넉한 캐빈들 바로 옆에는 예쁘게 지어진 집들이 운치있다.
Residential Area Not a Recreation Area 라는 간판이 눈길을 끈다.
동네 사람들 살고 있으니 조용히 하라는 말이지.
하이킹 코스 반대쪽으로 가자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집들이 보인다.
보통은 별장으로 쓰는 세컨 하우스가 많단다.
이런 곳에 집 하나 지어 놓고 더울 때 와서 쉬다 가면 참 좋겠다 생각이 든다.
(집 앞에 있어 이 집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허허)
(댁은 어디서 왔수? 나한테 말거는 말이다)
깜짝 놀란게 바로 집 사이 사이를 누비는 말들이었다.
이 동네는 집이 커서 말을 키우나? 했더니 아니란다. 야생 말이란다.
야생마라굽쇼?? 자세히 보니 말 고삐도 사람이 타는 안장도 없다.
말 그대로 지들끼리 돌아다니는 애들이란다.
일명 캣맘들이 길고양이를 위해 사료를 집 밖에 놓아 주듯이
동네에서 목초나 건초를 놔주면 얘네들이 와서 먹고 논다고 한다. 신기하다.
잠은 어디 가서 잘까? 문득 궁금해진다.
동네 말? 지나가던 말? 아무튼 주인 없는 말들이 한가롭게 터덜터덜 거닌다.
차도 사람도 무서워 하지 않는다.
훔쳐가는 사람이 없다니 더 놀라울 뿐이다.
말 뿐인가? 흔한 사슴도 보인다.
토끼는 기본이고 가끔 너구리나 여우, 멧돼지도 출몰하신단다.
오히려 야생에 사는 개나 고양이가 흔치 않다고.
(사슴 가족-사진 안에 3마리 사슴이 숨어 있음, 착한 사람 눈에만 보임)
(행여나 말들에게 방해될까 살살 운전하는 중임)
미국 땅은 넓고 기온도 제 멋대로 오락가락이지만
덥디 더운 라스베가스 한 자락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다는게 새삼 놀랍다.
호수도 있고 산도 있고 말도 있고 사슴도 있어 지루하지 않다.
베가스가 은퇴지로 각광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리라.
단순히 도박만 하고 유흥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지척에 초록초록한 자연과 하늘하늘한 풍경이 가득하니 말이다.
나무나무한 산장에서 하룻밤도 낭만적이고
한국 사람들 좋아하는 산도 맘껏 탈 수 있으니 이 또한 매력적이다.
잠시 술잔을 내려 놓고
시끄러운 괴성과 터질듯한 소음의 공해에서 잠시 벗어나
LED 불빛에 어질어질했던 눈을 지그시 감아 보니
차분한 공기가 엄마처럼 나를 반긴다.
늠름한 나무들이, 애교 많은 풀잎들이,
찌든 담배연기를 가뿐히 삼켜
상쾌한 바람 냄새로, 더 상큼한 에너지로 다시 토해 낸다
답답했던 내 가슴이
데려와 줘 고맙다 인사한다.
묵직했던 내 두뇌가
오랫만에 호강했다 고맙다 한다.
라스베가스에 대한 편견을 가뿐히 해치우고 내려가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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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하는 카지노 딜러
티나 김 이메일
tina.myfunlasvega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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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수정본 올립니다. 화질이 개떡같아 찾을 수 없어요.
장난 삼아 재미있게 해드리려 한 짓이랍니다. ㅎㅎ
제일 오른쪽 아이 약간 하얀 부분이 엉덩이랍니다.
저도 3마리 찾는데 한참 헤맸다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