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델만은 전설적인 인물로서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려면 생물학, 철학을 조금 알고 있으면 좋다. 나는 지난 겨울에 고등학교 생명과학1, 2를 공부한 뒤라 DNA, RNA를 비롯한 신경세포 구조에 대해 알고 있어서 이해하기에 별 무리는 없었다. 철학에도 기본 지식이 있는 터라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책의 장단점
장점.
며칠 전 오랜만에 이 책을 펼쳐들고 다시 앞부분을 읽어나가는데 흡입력이 상당했다. 내가 궁금해하던 '의식의 발생'을 생물학, 신경과학 입장에서 풀어내는 것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대니얼 데닛이 '의식의 발생'을 다룬 책들이 몇 권 있는데 과학에 기반을 두긴 했지만 철학적 입장이 우선이고, 다른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대한 소개 및 재구성이 먼저여서, 뚜렷하게 이렇게 해서 의식이 발생했구나, 하는 지식과 성찰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본다. 그런데 에델만이 그 중요하다고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면서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1차 의식의 발생과 그것에 기반해 2차 의식을 다룬 부분이 인상 깊다. 1차 의식은 동물들 중 하등한 부류에 해당하고 2차 의식은 인간과 침팬지의 고급한 포유류에게 해당한다.
2차 의식을 설명하며 언어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음운론, 의미론, 구문론을 짧게나마 언급하는 부분은 앞으로의 내 공부에 있어 참고할 부분이 있었다.
감각질(퀄리아)에 대한 언급이 명쾌한 부분이 있다. '박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토마스 네이겔, 1974)라는 논문이 의식의 문제에 있어 꽤 유명한데, 그 논문에서 감각질 문제와 의식의 문제, 관찰자 시점 이슈 등을 다루고 있는데 그로부터 18년 뒤인 1992년에 에델만이 토마스 네이겔의 퀄리아 논제를 다소 날카롭고 명쾌하게 정리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양자중력보다도 모호한 토마스 네이겔의 논리를 명쾌하게 부수는, 망치를 든 생물학자라고 해야 할까. 에델만은 대단한 인물임이 틀림없다. 자기 전공뿐만 아니라 철학, 심리학, 컴퓨터 공학, 인지과학까지 공부해가면서 일생일대의 중대한 과제를 논파한 것을 보면 분명 탁월한 인물로 보인다.
단점:
1. 아무래도 당시 1992년에는 요즘과 같은 신경망 기반 인공지능이 본격화되기 전이라 '뇌가 곧 컴퓨터'라는 기능주의적 관점이 횡행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깨부수는 데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는 곧 신체이자 뇌의 구조물,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마음을 낳는 뇌'라는 관점을 그 당시로서는 가질 수 없었으리라는 점에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2. 프로이트에 대해 불필요하게 높이 사는 부분. 프로이트식 정신분석적 치료 때문에 정신증 증세가 악화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당시 뇌과학 지식이 전무하던 시절에 프로이트가 세운 이론과 치료법은 요즘 들어 사이비 심리학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것 같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나도 프로이트를 좋아하고 공부했는데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기억'의 현상과 본질을 들여다보니 프로이트가 정말로 '자신이 사기꾼인줄 모르는 사기꾼', 즉 천동설을 주장하던 옛날 관념론 철학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3. 앞서 언급한 대로 1992년 출간물이다 보니, 최신 뇌과학,뇌공학,인공지능 관련 지식이 부족하던 시절이라 다소 최신기술에 대한 기반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