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좌도 ‘신분 확인’ 대상이 될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 단속의 일환으로 은행에 고객의 시민권 정보를 수집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고객에게도 여권 등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재무부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다만 백악관은 “공식 발표 전까지는 확정된 정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현재 은행은 자금세탁 방지 목적의 KYC(고객확인) 제도에 따라 신원 정보를 수집합니다. 그러나 시민권 자체를 필수 수집 항목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국 비시민권자의 계좌 개설도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다. 만약 시민권 정보 수집이 의무화된다면, 금융권의 규제 환경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법적 쟁점은 적지 않습니다. 첫째, 금융 접근권 문제입니다. 합법 체류자·영주권자·비이민비자 소지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프라이버시와 차별 논란입니다. 시민권 정보를 근거로 서비스가 제한될 경우 평등보호 원칙과의 충돌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셋째, 실무 부담입니다. 수백만 기존 고객의 서류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계좌 동결·지연 등 혼란이 우려됩니다.
아직 확정된 조치는 아닙니다. 그러나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은행 계좌가 또 하나의 ‘신분 확인 장치’로 기능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민 단속의 범위가 노동시장과 국경을 넘어 금융 영역으로 확장될지, 그 경계선에 서 있는 시점입니다. 제도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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