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의미를 찾기보다 대상의 순수한 이미지를 감상하기에 좋은 시다.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인간
존재의 신비스러움과 자연의 조화로운 정신을 보여 주고 있는 시이다. 현대적 시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김춘수는 관념의 시를 쓰던
1950년대를 거쳐 1960년대에 이르면 관념과 의미를 해체하고 대
상이 갖는 순수한 이미지만을 추구하는 무의미의 시를 쓴다. 이 시도 그런
계열에 속하는 작품이다. 따라
서, 이 시의 각 행들은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심상들을 감각적인 언
어로
포착하였다고 하겠다. 이렇게 볼 때, 이 시에 나오는 샤갈의 마을은 실재하지 않는 환상적 세계이
다. 이런 세계를 배경으로 '눈'과 '새로 돋은
정맥', '올리브빛', '불' 등의 이질적인 시어들은 모두 독자적
인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순수하고 맑은 생명감이라는 공통적인 심상을 연상시켜
준다.
이 작품은 '꽃'을 주제로 한 인식론적이고 존재론적인 김춘수의 초기 시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시에는 시인이 줄곧 관심을 기울인 이미지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면서도 아주 낭만적인 정서가 표출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샤갈의 마을'은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공간이다. 그 공간은 샤갈의 그림에서 차용한 것이지만, 김춘수에 의해 독창적으로 변용되면서 아름답고 따뜻한 시적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 작품은 샤갈의 그림처럼 따뜻하고 낭만적이며 신비로운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고, 천사나 올리브
열매들은 신비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또 가난한 서민들의 삶에 내리는 따뜻한 눈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이미지가 이미지로
단순화되기보다는 충만한 시적 의미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출처 : 서진영, '김춘수 시에 나타난 나르시시즘 연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