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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22:17한동훈보다는 나경원이 사실을 말하는 것 같다. 동료들끼리 있었던 사안을 폭로한 것 자체가 문제이고, 사실대로가 아니라 왜곡했다면 더 큰 문제이다. 큰 지도자는 고자질하지 않는다.
*19일 토론 장면
나경원=“...제가 제 것만 빼 달라 그랬습니까? 한동훈 후보 똑바로 말하세요! 개인 차원이라고요? 제가?”
한동훈=“예.”
나경원=“제가 제 것을 빼달라고 했습니까?”
한동훈=“예.”
나경원=“네? 네? 저를 이렇게 모욕하실 수 있습니까.”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7일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가 2019년 ‘국회 패스트 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간 마지막 TV토론회에서도 공소 취소 청탁 논란이 계속되었다. 2019년 4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국회 안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국회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자유한국당 의원 22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이 기소됐다. 여기에는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포함됐다.
나경원 후보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패스트 트랙 투쟁을 이끌었던 원내대표로서, 우리 동지 전체를 대신하여 패스트 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요청한 것을, 한동훈 후보는 ‘개인 차원’의 청탁이었던 것처럼 폄훼했다. 매우 악의적인,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했다.
“한동훈 후보는 우리 당의 대표는커녕 당원 자격도 없다.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동지 의식도 없다. 한동훈 후보에게 더 이상 속으면 안 된다.”
나 후보는 20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후보의 발언과 인식이 민주당, 조국당 판박이다. 결국은 패스트 트랙 투쟁 동지를 ‘범법자’ 정도로 보고 있고, 그러니 ‘처벌받아도 싸다’는 식이다. 그런 수준의 태도와 인식으로는, 작은 동호회 하나도 못 끌고 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후보, 역시나 나오지 말았어야 할 후보다. 이러다 정말 당이 망가진다. 잘못 투표하시면, 당에 분란이 끊이질 않고 결국 쪼개질 위험마저 크다”고 했다.
반면 한동훈 후보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인과 법무부 장관의 입장은 다르다. 법무부 장관 입장이 특정한 정파적인 이유로 움직인다는 오해를 받으면 공정의 기초가 무너진다”며 “마치 법무부 장관이 당의 동지로서 당의 편을 들었어야 한다, 라고 공개적으로 원희룡, 나경원 두 분이 말씀하시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은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9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와중에 ‘공소 취소 청탁’이라는 핵 폭탄급 폭로가 나왔다. 한동훈 당 대표 후보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다. 2019년, 선거법 및 공수처 패스트 트랙 지정 당시 불법점거 및 폭력행위로 기소된 나경원 후보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 취소를 부탁한 것은 명백한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여당 내부 공방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며 “검찰은 당장 입장을 밝히고 수사에 나서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20일자 사설 <여당이 꺼낸 ‘선진화법’ 5년째 1심...사법부 문제 있다>에서 “국회 회의 방해죄가 적용된 여당 인사들이 벌금 500만 원 이상을 선고 받으면 피선거권이 5년 간 박탈된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나경원 의원을 포함해 5명인데 이들의 당선도 무효가 된다”며 “나경원 후보가 공소 취소를 부탁한 것은 선고를 두려워한 여당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속 재판에는 협력하지 않은 채, 법무부를 압박해 공소 취소를 종용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재판 지연도 선을 넘었다. 5년째 1심조차 끝나지 않은 것은 의도를 의심할 만하다”며 “그 어떤 재판도 정치적 이유로 지연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20일자 사설 <이쯤 되면 분당대회…공멸로 가는 여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을 지켜보는 요즘 보수 지지층의 심경은 우울하고 짜증 난다. 보자니 조폭 수준 난투극이요, 듣자니 제 얼굴에 침 뱉기식 비방뿐인 역대 최악의 전당대회”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네거티브로 점철됐다. 국민의힘이 이러는 사이 192석 巨野는 입법 폭주를 거듭하며 연일 윤 대통령 탄핵 불씨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사설 <108석 소수당 된 것도 모자라 아예 쪼개지려 하나>에서 두 사람의 공방을 가리켜 “도를 넘는 내분”, “자해 수준”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18일 한동훈은 관련 폭로에 대하여 사과했다.
<어제 ‘공소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법무부 장관이지만 개별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습니다.
패스트 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었습니다. 패스트 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당 대표가 되면 패스트 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방지 약속 및 상호 처벌불원 방안도 검토, 추진하겠습니다. 당을 위해 헌신했던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용기 내어 싸웠던 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경원 씨가 자기만 봐 달라고 한 것인지, 기소된 국힘당 의원을 위한 선처였는지, 아니면 민주당 의원 등 기소된 사람 전체를 위한 부탁이었는지가 궁금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판사 출신 나경원 의원이 "나만 봐 달라"는 취지로 부탁할 것 같지는 않고 검찰이 그렇게 선별적으로 선처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공소취소를 할 경우 피고인 전체를 일괄적으로 해야 할 일이지 나경원만 뺄 순 없을 것이고 그렇게 부탁했을 것 같지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한동훈 씨는 나경원 씨가 자신만 빼달라고 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사과문에선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동료들끼리 있었던 사안을 폭로한 것 자체가 문제이고, 사실대로가 아니라 왜곡했다면 더 큰 문제이다. 큰 지도자는 고자질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