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용으로 탈바꿈한 ＜수세미오이＞

[부천이선생]

관상용으로 탈바꿈한 <수세미오이>

'수세미'는 설거지를 할 때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그러니 부엌에는 어느 집이건 ‘수세미’가 있었다.

이 수세미는 바로 ‘수세미오이’라는 식물의 열매에서 나온 것이다.

사진 속 '수세미오이' 열매가 잘 여물게 되면

가을날 이를 수확하여 탈탈 털어낸다.

그러면 사진에서 보듯이, 속에 있던 씨앗과 속살이 빠져나오며

딱 설거지할 때 쓰기 좋은 망사 형태의 ‘수세미’만 남게 된다.

그러니 어느 집이건 자투리땅이나 울타리 옆에 꼭 심었고

한 뿌리에 여러 개가 달리니 열매가 많이 달릴 경우

수확하여 ‘수세미’를 만들어 자식들에게 주거나 이웃과 나눠 쓰기도 했다.

즉, ‘수세미오이’는 예전에 농가의 필수 작물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주거 환경이 바뀌면서 ‘부엌’이 아니라 ‘주방’이 되었고

‘수세미’는 ‘수세미오이’ 열매가 아니라

스폰지 형태의, 인공적으로 만든 제품을 구입하여 사용하거나

때로는 특수 실을 재료로 하여 뜨개질로 만들어 쓰게 되었다.

이제 농가에서는 더 이상 ‘수세미오이’를 심지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다시 ‘수세미오이’를 심었는데

천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꽃을 보거나 아니면 등나무와 같은 아치형 그늘로 꾸미는 데에 활용되었다.

즉, 전문적으로 천연의 ‘수세미’를 생산하는 농가를 제외하면

이제 ‘수세미오이’는 꽃 혹은 덩굴과 늘어진 열매를 보기 위한

관상용 작물로 탈바꿈한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농촌에 ‘수세미오이’가 사라졌고

공원이나 식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꽃’이 되었다.

가을이면 아치형 터널에 즐비하게 열린 ‘수세미오이’를 즐기게 되었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수세미’.

이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인공적인 제품을 쓰고 있고

일부 천연제품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적으로 키워 ‘수세미’를 수확하여 판매하는 작물이 되어버렸다.

지난 9월 22일,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 화성로를 지나며 보니

길 가에 노란 꽃무덤 같은 농막이 있었다.

‘수세미오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채고는 부러 차를 세웠다.

손전화를 꺼내 들고 농막을 찾아 들어갔다.

마침 80은 되어 보이는 주인장이 있었다.

수세미 꽃, 사진을 좀 찍어도 되냐 물으니 얼마든지 찍으란다.

공식적인 명칭은 ‘수세미오이’이지만 농민들에게는 그냥 ‘수세미’였다.

여러 장을 손전화에 담았다.

사진을 찍으며 생각해 보니

세월의 무상함이랄까, 아니면 세태의 변화랄까,

그 흔했던 꽃들을 이제는 이렇게 반가와하며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니……

농촌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던 꽃인데

이제는 식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수세미오이’ 꽃.

오랜만에 노란 꽃들과 한참을 놀며 호사를 누렸지만

마음 한 켠은 그리 즐겁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수세미오이’ 열매를 따서 돌팍에 탕탕 치며

껍질과 속살 그리고 씨앗을 발라내고는

미끌미끌한 것을 물에 박박 씻어내던 때가 문득 그리웠다.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어서일까.

그저 잠시 추억에 잠겼다.

― 늦게 쓴 9월 22일 일기 중에서

[하경]

저는
이것으로 설겆이를 한답니다
너무 좋아요
매끈 깔끔~^^

[부천이선생]

요즘 천연 수세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

[시골바다]

목욕실에서 사용하기도 하지요
좋은글 사진 감사합니다

[부천이선생]

때가 참 잘 벗겨지지요.

ㅎㅎㅎㅎㅎ

[리디아]

수세미오이.ㅡ
오래전에 본 기억이 떠오릅니다
천연 수세미.사용했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부천이선생]

요즘도 주문하면 구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