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주권' 행사하는 최근의 팬덤 문화 진단]
팬클럽은 더이상 빠순이.빠돌이 집단이 아니다.
기존의 팬클럽들이 '오빠부대'만으로 비하돼왔다면 요즘 이들의 움직임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시민운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기가수 GOD 팬들의 경우. GOD의 콘서트 장소 변경문제를 놓고 '오빠'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려는 팬들의 움직임이 화제가 됐다. GOD 팬들은 나아가 수익성만을 따지는 소속사를 상대로 올바른 공연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압력단체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팬클럽은 사회봉사활동, 대중문화개혁운동, 소비자주권운동으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혀 스타의 이름을 빌어 직접 문화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
때로는 파벌을 형성하고 감정적으로 행동, 라이벌 가수의 테러에 이르는 모습으로만 비춰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문화 정치적인 심리는 발전적인 팬덤 모습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대중음악 평론가 성기완 씨는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스타의 인기가 창출해내는 자본 동원력과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에 팬들이 큰 영향력을 시사한다"고 전한다. 따라서 '팬'이라는 개념은 스타를 있게 하는 존재인 동시에 스타가 만들어내는 소비재를 소비하는 그룹이자 변화의 주체인 셈이다.
현재 문화연대와 대중음악 바꾸기 위원회(대바위)가 주도하고 있는 '가요순위 프로그램 폐지 운동'에 있어서도 팬들의 움직임은 주체적인 활동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길거리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방송사에 성명서 제출, 온라인 서명운동 등에 동참하고 있다. 과거 방송국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팬클럽의 모습은 문제있는 '대중 문화판'을 바꿔보자는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문화연대의 매체비평가 이유주혜씨는 "현재 서태지 매니아와 이승환 팬클럽, 조용필 팬클럽등이 가세해 운동을 촉진시키고 있다"며 "여러 단체들의 연대로 문제있는 한국 사회의 대중문화 개혁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가수의 팬클럽은 현재의 대중음악판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겨는 관점에서 결집되고 있다.
"20대 이상의 세대가 구성원인 단체와 젊은 세대인 가수 팬클럽 구성원 모두 현재의 가요계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견해 차를 보이지 않고 있다"라는 이유주혜씨의 말처럼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주체가 10대에서 20대, 그 이상으로 영역이 확대된 것도 눈에 띈다. 스타의 뒤를 쫓는 수동적인 모습으로서의 팬이 아닌 적극적이로 능동적인 팬클럽 활동이 팬층의 다양화라는 흐름을 반영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팬클럽이 이러한 세력을 형성하게 된 배경에는 인터넷 발달로 온라인 상태에서 모임을 결성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몫을 했다. 단순한 팬페이지에서 시작,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하고 태지존(www.taijizone.com)과 같은 곳에서는 공연문화 정착을 위한 서명운동이 전개되기도 한다.
스타의 몸짓에 열광만 하는 팬클럽의 태도에서 스타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숙한 팬덤, 스타를 통해 자신을 인식하고 스타를 동경하는 것. 잔뜩 부풀려진 허상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스타를 통한 팬들의 긍정적인 사회활동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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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저희학교 학보에 올라온 기사예요. 언뜻언뜻 태지라는 글자라 보이길래 올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