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위(示威)는 없는가

[최상호]

안녕하세요?

장맛비가 두려움을 안겨주는 나날이 이어집니다.

여느 해처럼 다사다난하게 6월 마지막날을 맞이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많은 시위가

볼썽사납게 벌어집니다.

오늘 이야기는 '시위'입니다.

11세기 잉글렌드 중부지방의 코벤트리의 영주 레오프릭 백작은

농노들에 대한 징세가 매우 가혹했던 모양입니다.

보다못해 이를 항의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백작의 부인이었습니다.

백작은 부인의 항의에 알몸으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 바퀴 돌면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알몸으로 말을 타고 영지를 돈다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부인은 생각끝에 이를 수락합니다.

참으로 대단한 시위였죠.

사람들은 문을 닫아걸고 창에 커튼을 쳐 그녀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기로 합니다.

이 부인이 16세의 어린 신부 고다이버입니다.

'시위'는 한자로 '示威'라 씁니다.

'示'는 가운데 T자형의 제사를 지내는 제단과, 그 제단에 얹어 놓은 제물,

그리고 제물에서 떨어지는 피의 모양으로 제사, 또는 제사의 대상인 신(神)을 뜻합니다.

신에게 보이기 위한 제사이기에 '보이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입니다.

'威'는 '시어미 위'입니다.

글자가 만들어질 당시 시어미의 위세(威勢)가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위엄(威嚴)'의 뜻으로 쓰이는 글자입니다.

'시위'는 '위세를 드러내 보이다'라는 뜻으로

힘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그 힘을 과시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고다이버의 시위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참지 못했던 재단사 톰이

커튼사이로 내다보는 순간 눈이 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몰래 훔쳐보기를 즐기는 관음증을 '피핑 톰(Peeping Tom)'이라 합니다.

관습과 상식을 깨는 아름다운 시위는 실제 상황에서는 나타날 수 없나 봅니다.

관습과 상식을 깨는 정치적 행동을 

고다어버의 이름을 따 '고다이버이즘'(godivaism)이라 합니다.

장마 중에도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10.29참사 유족들을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단식농성도 있습니다.

단식과 삭발이 시위의 개별 행위로 등장한지 꽤 오래 되었지만

두고두고 회자될만큼 아름다운 고다이버이즘'(godivaism)을 보고 싶습니다.

제발 일회용 항의나 처방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간직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으면....

민생의 전당에서도 시위성 돌발행동이 아닌 진지한 협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루빨리 장마가 끝나고 농작물이 모두 튼실하게 익어가는 7월을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