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가 부산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춤 허용 조례'를 제정해 불법으로 운영되던 서면 클럽들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객석에서만 춤을 출 수 있도록 제한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산진구의회는 일반음식점에서도 별도의 공간이 아닌 객석에서 춤추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부산에서는 처음이고, 전국적으로는 서울시 마포구·서대문구에 이어 세 번째다.
해당 조례는 지난 2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부산진구가 지역 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은 '클럽' 형태의 업소들은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고 허가 변경 없이 손님이 춤을 추면 영업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유흥주점은 일반음식점보다 세금을 약 30% 더 내야 한다. 또 건축물 용도가 위락시설인 경우에만 설치할 수 있으며 학교 200m 이내인 환경정화구역 내에서는 교육 당국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도 까다롭다. 이 때문에 그동안 감성주점 혹은 소규모 라이브 클럽 등의 형태로 운영하는 서면 내 일반음식점 100여 곳은 불법으로 영업을 해오고 있었다.
이번 조례가 제정되면서 유흥주점으로 신고하지 않고도 영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앞으로 부산진구는 소방안전본부장이 발행하는 유흥주점 기준의 안전시설을 설치했다는 증명서와 전기 안전점검 확인서, 안전사고 예방 계획서 등을 제출하는 업소에 대해 '춤 허용 업소'로 지정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탁자 의자 등을 설치한 객석과 탁자와 탁자 사이의 이동 통로에서만 출 수 있도록 제한했다. 영업장 내에서 손님들이 춤을 출 수 있는 별도의 무대를 설치하거나 제공해서도 안 된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업주들은 '탁상 행정의 전형'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업주들은 해당 조례가 손님 간의 시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면에서 소형 클럽을 운영하는 이강민(39) 씨는 "돈을 들여 무대를 설치하는 이유는 고객이 객석에서 춤을 추다가 탁자를 엎고 다른 일행과 싸우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객석에서만 춤을 추라니 클럽에 한 번도 안 와본 사람들이 만든 조례"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주 하경민(47) 씨는 "결국 앉아서 팔만 흔들라는 소린데 이게 무슨 춤이냐. 무대 양 끝에 탁자와 의자만 놓는 식으로 법망을 피해 가는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질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마포구 등 조례를 제정한 기초자치단체도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진구 관계자는 "정부 표준안을 따라가다 보니 현실과 안 맞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표준안에 벗어난 조례를 만들면 상위법에 어긋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