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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호 교수 |
해남지청이 완도신문사를 압수 수색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참담한 심정으로 몇자 적어 올립니다.
검찰이 공명정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오늘 보도된 기사가 사실이라면, 압수 수색등 강제수사가 적절한 것이었는지 의문입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압수는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합니다(제199조). 즉 첫째, 굳이 강제처분을 통해서만 압수대상물의 점유를 취득해야 하는 불가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둘째, 임의수사에 의해서는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이어야 하며, 셋째, 압수에 의한 기본권의 침해가 범죄사실의 중대성과 균형관계를 이루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압수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것입니다. 그런데 완도신문사 쪽에서 편집마감을 앞둔 시점에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으니 시간 여유를 달라고 사정했는데도 압수를 한 것이 위 요건을 충족하는 것인지 상당히 의문입니다.
검찰수사관들이 흘리고 간 "압수수색을 통하여 밝힐 내용"에 따르면, 검찰 수사의 초점이 형법 제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비방할 목적"에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판례에 따르면, 신문보도 등이 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비방할 목적이 부인된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할 것입니다.
즉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98도2188; 97도158)고 하며,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은 부인된다"(대법원 98도2188; 97도158)고 합니다.
그렇다면 법적 판단의 핵심은 허위사실을 보도했는가 여부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설령 내용 중에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된 신문기사를 보도하였다고 하더라도, "기사작성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그 기사 내용을 작성자가 진실하다고 믿었으며, 그와 같이 믿은 데에 객관적인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94도3191; 97도88)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법해석에 있어 언론보도에 대해서 특별한 취급을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언론의 자유가 부당하게 제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임은 특별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신문사라고 해서 언론의 자유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현직 단체장이 국가보조금 횡령과 인사 비리 의혹과 관련하여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위 "압수수색을 통해 밝힐 내용")에서, 바로 이런 점을 감시하고 비판을 해온 언론사에 대해 압수 수색등 강제수사를 하는 것은 설령 그것이 적법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지역민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이러한 강제수사에도 불구하고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을 입증하는데 실패한다면 언론사에 대해 과잉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사건 이전에도 동일한 단체장이 완도신문의 보도내용을 문제삼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적이 있었으나, 무혐의처분이 내려진 사실이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중단 없는 신문발행을 위해 애쓰시는 기자님들, 임원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필자 소개〉
현 서울시립대학교 법학부 교수
완도읍 출생
완도초, 완도중, 순천고 졸업
서울대 법대 졸업
독일 괴팅엔대학교 법학박사
포항제철 해외유학장학생, 독일 슈트로마이어 재단 장학생
법무부 선진법제포럼 회원
사법고시·행정고시 등 각종 국가시험 출제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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