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FC와 K리그 챌린지 선발팀과의 경기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이다. 10월 14일 오후 4시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벌어지고, KBS 2TV를 통해 생중계도 된다고 한다. 청춘FC를 응원하는 ‘청춘’으로서는 청춘FC의 새로운 평가전 소식은 즐거운 일이었지만, 동시에 K리그 챌린지와 부천FC1995의 팬으로서 마냥 반길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경기의 의미를 곰곰이 뜯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 확정된 일정이라면 청춘FC에게도 K리그 챌린지에게도 얻을 것이 없는 경기이다.
1. 청춘FC의 입장
청춘FC 선수들에게도 이번 경기는 얻을 것이 없다. 청춘FC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 경기력이다. 그들의 꿈이 연예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프로그램이 종영되고 나면 그들이 마주해야할 것은 다시 경쟁의 세계이다. 경기 당 평균관중이 3000명에 채 못 미치는 K리그 챌린지가 사실 현실적인 도전 목표이다. 결국 대중의 관심을 얻으면서 축구인들로부터 약간의 ‘배려’를 받을 수 있는 지금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할 시기이다.
그런 현 상황에서 청춘FC에게 필요한 평가전 상대는 누구일까. 조직력을 잘 갖춘 준비된 상대와의 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K리그 챌린지 선발팀은 약간의 이슈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주를 제외한 10개 구단이 시즌 중간에 선수들을 차출해서 만든 선발팀이 얼마나 좋은 축구를 보여줄지 모르겠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에 절대 개개인의 힘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김영광, 김재성 등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출전한다고 해도 급조된 팀이 제대로 된 축구를 보여주긴 어렵다. 결국 K리그 챌린지 선발팀은 청춘FC의 좋은 스파링파트너로는 아니다.
2. K리그 챌린지의 입장
K리그 챌린지 역시 클래식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선수들이므로 청춘FC와 비슷한 점이 있다. 그리고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에 방송에 노출되는 것 역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청춘FC와 굳이 평가전을 치러야 했을까.
시기가 무엇보다 큰 문제이다. 지금 K리그 챌린지는 우승싸움과 4위 싸움에 불이 붙었다. 한 경기의 승패에 울고 웃는 ‘K리그 챌린지’의 팬들에게 이번 경기는 반길 수 없는 입장이다. 피로도 관리를 생각해도 그렇고, 주중 경기에서 오는 집중력 저하도 우려된다. 부상이라도 한 명 발생하면 그 자체로 승격 싸움에 문제가 될 수 있다.
K리그 자생의 길은 결국 많은 관중을 경기장으로 이끄는 것이다. 경기장을 찾는 것은 ‘팬심’의 발로라고 봐야 하는데, 청춘FC를 응원하는 분들에게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K리그 챌린지 팀들에서 선발된 선수들이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 차라리 청춘FC의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새로운 팬들의 유입 역시 중요한 문제이지만, 기존의 충성도 높은 팬들과 구단의 입장 역시 고려해야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새로운 고객 유치를 위해 '대리점 점주'와 '단골손님' 모두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본사가 경영을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K리그 입장에서 보자면 중요한 연말 잔치를 내팽겨쳐놓고 남의 집 들러리를 하는 꼴이다. 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 동의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언론의 노출이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이번 경기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 역시 긍정적일 것 같지 않다. K리그 챌린지 선발팀은 조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팀이기에 이겨봐야 본전이고 지면 K리그 챌린지의 실력이 형편 없다는 이미지를 줄까 두렵다. 제대로 발을 맞춰 '팀'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서 청춘FC에게도, 팬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K리그 챌린지의 팬으로서 챌린지의 장점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3. 상생의 길을 찾아야.
청춘FC의 경기력 상승과 K리그의 홍보 모두를 노린 취지 자체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방법과 시기의 문제이다. 청춘FC의 평가전을 위해서라면 더 강한 조직력을 갖춘 팀과 경기가 좋았을 것이다. 프로축구연맹 역시 챌린지를 방송을 통해 알리고 싶었다면 굳이 ‘단골’인 K리그 챌린지 팬들이 민감하지 않을 수 있는 11월 말 정도로 일정을 조정했으면 될 일이다.
프로그램의 종영이 다가왔다는 문제가 작용했을 것이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축구를 통해 다시 일어나는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답게, 열악한 K리그 챌린지에서 역시 도전하고 있는 ‘프로축구 선수’인 청춘들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K리그 챌린지와 클래식은 지금 청춘FC의 선수들에게는 앞으로 활약해야 할 ‘꿈의 무대’이다. 청춘의 꿈의 무대인 K리그가 가장 멋진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청춘FC를 응원하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방송과 축구계, 그리고 선수들까지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 아쉽다.
경기 추진으로 청춘FC는 K리그 팬들에게 왠지 모를 눈총을 받고 있다. K리그 챌린지도 걱정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청춘’의 꿈도 응원하지만 내가 아끼는 K리그도 중요한 것을 잃지 않길 바란다. 이런 때 '운영의 묘'가 필요한 법이다.
(△ 승리를 만끽하는 부천FC1995 선수들과 팬들. K리그 챌린지 자체를 아끼는 팬들도 많다. 출처:부천FC1995 페이스북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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