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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심판
절진신의가 차갑게 말했다.
"옥면서생 용오운이 이미 흑마왕에게 피살당했으니 그런 꺼림직한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백호접이 천천히 말했다.
"조방주, 당신도 그런 의심이 가시는지요?"
마검신군 조전신이 침중하게 말했다.
"당신은 우리들 사이에 영원히 풀 수 없는 원한이 있으나, 지금 우리가
이렇게 합작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개인의 이해 관계 때문에 이루어진 것
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전력을 다하여 서로 합작해서
장금각을 제거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지 않기로 했습니다."
백호접이 천천히 말했다.
"조방주는 목하의 정세를 가장 투철하게 내다보고 있어 오늘 밤의 혈전에
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조방주 뿐일 것입니다."
조전신은 머리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경이 되었으니 우리는 곧 행동을 개시해야 될 것입니다."
그의 말이 막 끝나자 돌연 밤 하늘에서 몇 마디 놀랍고도 매서운 휘파람
소리가 죽은 듯 적막한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그 휘파람 소리가 그치자 이번에는 다른 쪽에서 휘파람 소리가 다시 들려
왔다.
순식간에 적막한 황야의 이곳 저곳에서 휘파람 소리가 호응하며 일어났
다.
백호접이 돌연 명령을 내렸다.
"장금각이 지금 서남쪽 삼 리 밖에 있으니 쫓아갑시다."
말소리가 떨어지자 그 조그만 가마는 조전신과 윤천초에게 들리 채 허공
으로 솟구쳐 날아갔다.
몽천악은 이것을 보자 크게 외쳤다.
"백호접, 잠깐 멈추십시오. 우리들도 장금각을 제거하는 대열에 참여하겠
습니다."
이때 공중에서 백호접의 자상스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나는 진랑을 시켜 당신들 세 사람을 이 거사에 참여토록 초청하려
고 했으나, 오늘 밤 당신들의 젊음을 보니 이 위험한 일에 참여시키고 싶
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가급적이면 이곳에서 물러가 살신
지화에 휘말려 들지 마시오.
산다는 것을 고귀한 것이니 절대 목숨을 가
지고 장난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장금각은 미치광이 같이 사람을 보면 당
장에 죽이려고 드니 어서 이곳에서 피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요...... "
자상스런 음성은 밤 하늘에 흐르다가 마침내 사라져 갔다.
몽천악은 대군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겠소?"
대군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말했다.
"백호접의 말이 맞아요. 우리는 빨리 피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몽천악은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설령 죽는 한이 있다해도 이 흥미 있는 구경을 놓칠 수 없소."
대군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
"백호접의 말이 옳아요. 이제 장금각은 미치광이로 변해 이성을 잃고 사
람을 보면 죽이려 들텐데 사형,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그의 잔인검을 당
해 낼 수 있을 것인지."
몽천악은 침중한 소리로 말했다.
"장금각은 사람을 도살하여 천인이 공노할 악적이라 우리는 벌써 그를 섬
멸하는 대열에 나섰어야 옳았을 것이오. 그러나 나는 무능하여 혼자 힘으
로는 이 악마를 처치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자기 한 생명의 위안 때문에
도피할 수는 없소."
그들이 이렇게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밤 하늘에서는 때때로 사람을 놀라
게 하는 처참하고 매서운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깊은 밤중에 들려오는 고함 소리는 마치 늑대의 울음 소리도 같고 어떻게
들으면 귀신의 곡성같이 예리하면서도 듣기 나쁘고 처량하게 들려왔다.
몽천악 등은 이미 혈전이 전개되었으며 그 처참하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
는 바로 장금각의 잔인검에 무림 고수들이 쓰러져가며 지르는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대군이 애원했다.
"사형, 사형은 자기보다는 혜매를 생각해 주셔야 해요."
몽천악이 말했다.
"사매, 내가 만약 오늘 밤 장금각을 토벌하는 대열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산다 해도 사는 의미가 없는 것이오. 그러니 사매는 지금 영
혜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시오. 나는 가봐야겠소."
말을 마치자 몽천악은 몸을 돌려 달려가 버렸다.
대군과 송영혜는 급히 뒤쫓아가며 외쳤다.
"사형, 잠깐 기다리세요. 기왕에 죽겠다면 우리도 함께 죽기로 하겠어요."
몽천악은 차갑게 말했다.
"우리는 결코 장금각의 손에 죽지 않을 것이오."
세 사람은 상승의 경공을 발휘하여 서남쪽을 향해 질주해 갔다.
.......
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차가운 별들은 깨를 뿌려 놓은 듯 반짝이고
있으며 대지는 차고 음산하고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원래 고요하고 아름답던 조원의 밤 풍경은 처참한 비명 소리에 파묻혀 완
전히 처절한 인간 도살장으로 변했다.
황야의 초원에는 쫓고 쫓기는 광경이 벌어졌고 칼과 검광이, 그리고 피보
라가 일어났으며 사람의 머리통이 초원의 사방에 뒹굴고 비명소리가 초원
에 가득 찼다.
마치 미친 것 같은 한 청의의 인이 희고 투명한 단검 한 자루를 들고 사
람을 보기만 하면 무차별하게 찌르고 쪼개고 쓸어 가고 찍어 내리고 내리
그으며...... 파죽지세로 돌진하는 그의 초식을 받아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을 도살하는 곳은 바깥 둘레가 삼사십 장 되는 초원의 언덕 위로 진
식 하나가 설치되어 있었다.
가운데에는 조그만 가마 한 채가 놓여 있었으며 그것은 백호접, 조전신,
절진신의 등으로 구성된 한 조였다.
오른쪽에도 세 사람이 더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고루가면을 쓰고 있
었으며 모두 오른 팔이 없는 외팔이였고 그들의 허리춤에는 모두 긴 칼이
매어져 있었다.
만약 그들의 신장이 크고 작은 차이가 없었다면 어느 누구든 간에 그들
세 사람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이 차림은 강호무림에 이름을 떨친 흑마왕의 차림이었으며 오늘 흑마왕
차림을 한 세 사람이 나타났으니 흑마왕 독비절도 유기의 비밀이 노출된
것이다.
이제 보니 유기는 두 명의 동조자를 거느리고 있었기 때문에 독비절도의
유기 신분으로 나타날 때 다른 곳에서 동시에 다른 흑마왕이 나타나는 것
이었다.
가마 왼쪽에도 마찬가지로 세 사람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무아진교의 제
일총교주 강남 제일 미인 후난향과 두 명의 유력한 조수인 이교주와 형중
구였다.
이 아홉 사람은 조그만 언덕 위에서 삼각형의 진식 하나를 설치하고 아래
초원 위에서 처절하게 전개되고 있는 도살의 현전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몽천악과 대군 그리고 송영혜 등 세 사람은 멀리서 이 모든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즉각 싸움에 뛰어들지 않고 몽천악은 내군의 인도아래 언
덕의 왼쪽으로 뛰어올라 커다란 바위 하나를 찾아 몸을 숨겼다.
갑자기 처절한 비명소리가 사람의 혼을 뽑아갈 듯이 계속해서 들려왔
다.......
몽천악 등은 가슴이 움찔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러자 장금각은 전무후무한 살인검법을 전개하여 검신일체(劍身一體)가
되어 잔인검을 휘두르며 맴도는 것이었다.
삼십여 명의 흑의 검사의 머리가 검광이 번쩍일 때마다 땅에 굴러 떨어졌
고 사방에서 피보라가 일어났으며 그의 공격을 당해내는 사람은 커녕 살
아 도망치는 사람 하나 없었다.
이 흑의 검사는 모두가 무아진교의 검사였다.
후난향은 이날 밤 백여 명의 흑의 검사를 이끌고 이곳에 왔지만 순식간에
그 백여 명이나 되는 흑의 검사들은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으핫핫하하......."
장금각은 마지막 남은 한 명을 처치한 뒤 앙천대소하며 오른손에 들고 있
는 잔인검을 맹렬히 휘둘러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백호접, 노부는 너를 죽이러 왔다......"
이렇게 외치면서 그는 잔인검을 든 채 곧장 언덕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이때 언덕 위 가마 안에 단정히 앉아 있던 백호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흑마왕, 무아진교의 사람이 전멸했으니 이제 당신의 일흔두명의 고루병
을 보내시오."
그러자 오른쪽에 섰던 세 명의 흑마왕 중에서 한 사람이 껄껄 웃으며 말
했다.
"하하하...... 장금각이 나의 고루병을 도살하기엔 그렇게 쉽지 않을 것
이오."
말을 마치자마자 흑마왕은 돌연 큰소리로 외쳤다.
"어서 고루병을 불러내라!"
명령이 떨어지자 독비절도 유기의 양쪽에 서 있던 두 명의 고인이 고개를
들고 날카롭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 휘파람 소리는 마치 밤 늑대가 처량
하게 우는 소리와도 같고 귀신의 곡성과도 같이, 듣는 이의 귀를 거슬리
게 했다.
이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지자 지금까지 고요하던 황야에서 일진의 함성
이 터져 나왔다.
"와!"
황야의 사방에서 마영(魔影)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장금각을 빙 둘러쌌
다.
이들은 얼굴에 해골가면을 쓴 일흔두 명의 괴인이었으며 그들은 한결같이
왼손에 삼각 고루기를 들고 있었으며 오른손에는 석 자 길이의 고루두단
장을 들고 있었다.
그 고루병들은 왼손의 기를 흔들고 오른손의 지팡이를 내두르며 장금각을
에워싸고 펄쩍 펄쩍 뛰는 동시에 괴상한 소리를 지르는 것이 변강(邊彊)
의 묘족전사(苗族戰士) 같았다.
"으핫핫하하......."
장금각은 가소롭다는 듯이 앙천대소를 하더니 잔인검을 획 한 번 휘두르
고 한 고루병을 향해 공격해 갔다.
다시 경천동지할 전투가 전개되었다.
과연 이 고루병들은 유기의 말대로 무아진교의 흑의 검사들처럼 만만치가
않았다. 장금각의 검조는 비할 데 없어 악독하고 매서웠지만 고루병들은
결코 그의 검에 맞아 쓰러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고루병들은 지옥의 귀신 졸개들처럼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펄쩍펄쩍 뛰며
여덟 명이 한 조가 되어 미친 듯이 장금각을 습격해 갔다.
장금각의 여러 검을 공격했으나 고루병 하나 처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
라 오히려 고루병들의 습격에 몇 걸음 밀려났다.
"이얏!"
돌연 뇌성벽력과 같은 소리를 지르며 장금각은 다시 절대의 비검술(飛劍
術)을 펼쳐냈다. 그러자 검이 전광 석화같이 날았다.
그러자 고루병들은 특수훈련을 받아 도검이 들어가지 못했으나 이런 상승
의 내검검법을 만나자 썩은 나무와 같이 변했다.
처절한 비명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지며 여덟 명의 고루병들은 허리가 동
강나고 말았다.
오늘 백호접이 여러 고수들과 연합하여 장금각을 처치하는 데에 있어서
결코 부상을 입는 다든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들이 이러한 인
해전술을 사용하는 목적은 장금각으로 하여금 상승의 내가 검법을 사용하
게 하여 진원을 소모시키는 데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 아홉 사람은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이 여전히 눈길을
모아 언덕 위에서 조용히 관전하고 있었다.
하나하나 고루병들은 쓰러져 갔다.
마침내 일흔두 명의 고루병의 장금각의 검에 의해 전멸되고 말았다.
장금각은 미친 듯이 외치며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갑자기 십여 장 밖에서
곧장 언덕위로 날아갔다.
이때 그의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고 몸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으며
눈은 딱 부릅뜨고 있었다. 그는 언덕 위의 아홉 사람을 노려보다가 돌연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핫핫핫하하...... 유기, 그녀가 정말 백호접이냐?"
흑마왕 유기가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렇다, 바로 너의 조강지처 백호접이다. 장금각, 너는 아마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오늘 밤 너를 죽이려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모두 네가 경
애하는 사람들이다."
장금각은 날카롭게 웃으며 말했다.
"삼십삼 년 전 노부는 무림십걸에게 참해를 당했고 삼십삼년 후인 오늘은
역시 마찬가지로 너희들의 포위 공격을 당했지만 노부는 결코 너희들 손
에 죽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유아독존(唯我獨尊)인 것을 알아야 할 것이
다......"
말을 하며 그는 팔에 힘을 집중시켜 쳐들고는 곧장 그 가마를 향해 덮쳐
가는 것이었다.
이 조그만 가마는 여전히 조전신과 절진신의의 어깨에 매어진 채 꿈쩍도
하지 않았고 가마 안의 백호접 역시 기동이 없었다.
장금각의 신법은 기괴하기 이를 데 없어 찰나지간에 가마 위를 날아가며
잔인검으로 백호접이 얼굴에 쓰고 있는 흰 망사를 향해 쳐갔다.
군호들은 벌써부터 장금각의 이러한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이 전광 석화와 같은 찰나지간에 가마 안에서 백호접이 가볍게 소리
쳤다.
"장각, 당신의 목숨을 끝났어요!"
그러자 지금까지 꿈쩍도 않고 있던 가마가 돌연 폭음을 일으키며 가마 전
체가 사방으로 터져나갔으며 눈부신 예리한 장검들이 백호접의 넓은 옷
속에서 쭉 뻗쳐 나왔다.
백호접이 공격하는 것과 동시에 조전신, 절진신의, 후난향, 이교주, 형중
구, 유기 그리고 두 명의 고루인도 각기 병기를 뽑아 들고 진격했다.
"획! 획! 획!" 아홉 명의 절세 고수들이 연구해낸 이 일 조의 힘을 합친
그 역량은 비할 데 없었다.
군호들은 장금각이 천하의 절학을 모두 터득한지라 힘을 합쳐 일격을 가
하지 않고는 영원히 장금각을 처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
나 이런 합격법(合擊法)은 적중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도 없
는 것이었다.
장금각은 군호들이 목숨을 저버리며 이런 합격법을 가해 오리라고는 생각
지도 못하고 있었으므로 자기가 함정에 빠진 것을 알고 비장한 웃음을 터
뜨렸다.
장금각은 잔인검을 휘두르며 진기를 모아 위로 솟구쳐 올라가며 단검으로
찬란한 검영을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그러나 이때였다.
가마 안에 앉아 있던 백호접이 온몸에 칼날이 무수히 달린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올리더니 장금각을 공격해 갔다.
처절하고 날카로운 외침, 고함, 노한 울부짖음...... .
공중에서 인영이 곤두박질하고 구르며, 검영이 얽히다가 사라졌다.
백호접은 풀 위에 내려앉았다. 눈같이 흰 옷에는 구멍이 무수했고 붉은
피가 흰 옷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백호접의 삼 장 밖에는 살인마왕 장금각이 서 있었으며 그의 오른손에는
잔인검이 꽉 움켜쥐어져 있었고 가슴, 등, 몇 군데의 상처에서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이때 백호접의 얼굴에 씌워있던 흰 망사가 떨어져 나가 그녀의 얼굴이 드
러났는데 창백하고 현혜(賢慧)했으며 자상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의 외곽에 세 사람이 쓰러져 있었는데 그들은 두 고루인과 이교주
였다.
쓰러지지 않은 사람도 몸에 상처를 입은 듯했으며 모두가 노기 등등한 눈
길로 장금각을 노려보고 있었다.
장금각은 얼굴에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며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과연 백호접이군."
백호접은 극히 자상하고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각, 당신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겠지요.
그리고 내가 자기의 원수들을 규합하여 당신을 죽이리라고는 더욱 생각지
도 못했을 것이며 끝내는 내 손에 죽으리라고는 더더구나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저지른 죄악을 입밖에 내기도 싫으니 어서 목숨이
나 바칠 준비를 하세요."
장금각은 날카롭게 웃으며 말했다.
"목숨을 바치라고! 아직 그런 때가 되지 않았으며 설령 죽는 다해도 내
원수들을 모두 처치한 뒤에나 겨우 죽을 것이다."
말을 마치더니 돌연 날카롭게 소리쳤다.
"후난향, 너 천하의 음부야, 나는 너부터 먼저 죽여야겠다."
장금각은 불가사의한 무학을 지니고 있어 비록 방금 일격에 중상을 입고
있었으나 여전히 초인적인 검술을 펼쳐 후난향을 향해 일검을 찔러 갔다.
장금각의 검세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눈 깜박할 사이에 장금각의 검끝이 "푹!" 하는 소리를 내며 후난향의 가
슴을 파고들었다가 다시 "팍!" 하는 소리를 내며 빠져 나왔다.
후난향도 예의없이 처절한 비명을 올리고 붉은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한쪽에 서 있던 군호들은 이 광경을 보자 멍청해졌다. 그들은 후난향이
절고한 무공을 지니고도 장금각의 일검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장금각은 다시 절진신의 윤천초에게 검을 돌려 찔러가며 외쳤다.
"윤천초, 너도 일검을 받아라!"
장금각의 검식을 불가사의할 정도로 빨랐다.
윤천초는 놀라고 당황하여 급히 뒤로 물러났으나 역시 가슴에 검을 찔리
고 애절하고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독비절도 유기, 마검신군 조전신, 무아진교의 형중구
등은 장금각이 잔인검을 자기들을 향해 돌리기 전에 일제히 그를 향해 덮
쳐 가며 선제 공격을 했다.
지풍, 절검, 절도가 필생의 공격을 다 발휘하여 장금각의 세군데 혈도를
도렸다.
장금각은 마치 살맞은 야수와 같이 잔인검을 들어 수평으로 검풍을 일으
키며 형중구의 가슴을 찔렀다.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형중구는 세 번째로 잔인검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때 장금각은 등과 허리에 유기의 한 칼과 조전신의 일검을 맞았다.
이 한칼과 일검은 당대 최절정 고수 두 사람의 일도, 일검이었다. 장금각
은 몸을 한 번 휘청하더니 날카롭게 외쳤다.
"유기, 네가 나를 배반했구나."
그는 잔인검을 흑마왕 유기에게 돌렸다.
유기는 이것이 생사 존망의 일격인 것을 알고 냉소를 지었다.
"장금각, 잘 들어라, 너의 아내 백호접이 너에게 도살당했을때 나는 그녀
를 구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한 금광산(金鑛山)을 그 대가로 나에게 주
었으며 너를 모살하는데 초빙했던 것이다. 나 유기는 무림에서 살인을
일로 삼는 사람으로 호칭되어 왔다.
그러나 나는 남의 재물을 받은 뒤에
는 결코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다해서 삼십삼 년 전 무림십걸 및 후난향을
현혹시켜 너를 모살케 했던 것이다. 이것은 내가 백호접에게 승낙한 것
을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장금각은 유기를 찔러가던 잔인검을 멈추고 말했다.
"계속해라."
"하하하...... 지난날 네가 너의 아내 백호접을 죽이려한 것은 바로 후난
향에게 매혹되어 한 짓이고 후난향이 너와 알게 된 것은 또한 무림십걸
의 음모였다......
그러므로 백호접은 너의 가해를 받았으며 그 연대 관
계를 따지면 무림십걸도 이 모해의 죄를 씻어져야 하기 때문에 백호접은
무림십걸과 후난향 그리고 장금각을 살해하기로. 맹세하여 유기는 그녀의
초빙을 기꺼이 받아들여 무림도상에 일단의 은원살겁을 연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기가 사십 년 간 무림도상에서 일어난 살겁의 줄거리를 털어놓자 장내
에 있는 사람들은 멍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강호의 은원은 너무나 수
수께끼에 덮여 있고 복잡했던 것이다.
유기는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와 같은 죄악은 완전히 너 장금각이 아내를 모살한 데에서 일어난 것
이니 장금각, 너는 순순히 목숨을 바쳐라."
유기의 번개같은 왼손의 칼이 쳐나갔다.
장금각은 노한 소리를 지르며 잔인검으로 신속하게 맞이해 찔러갔다.
이때 풀 위에 앉아 있던 백호접이 날카롭게 외쳤다.
"장금각! 유기를 죽이지 마세요!"
백호접의 사지가 없는 동그란 체구가 삼 장 밖에서 탄환처럼 쏘아갔다.
유기의 절도가 장금각의 허리를 치고 지나갔다.
장금각의 잔인검은 유기의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이때 백호접의 동그란 몸이 장금각의 등에 바싹 달라붙었다.
이제 보니 그녀의 잘려진 양팔과 다리에 네 자루의 예리한 장검이 튀어나
와 장금각의 네 군데 요혈을 찌르고 들어간 것이었다.
유기는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휘청거리며 서너 걸음 물러나더니 처량하
게 말했다,
"장금각, 네가 나보다 한걸음 빨랐구나......."
장금각은 등에 백호접을 짊어진 채 고개를 돌리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
다.
"나는 끝내 당신 손에 죽는구려...... 나......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소
...... . "
장금각은 천천히 무릎을 구부리더니 마침내 엎어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백호접은 몸을 움직여 네 자루의 장검을 장금각의 몸에서 뽑아내 즉시 유
기 곁으로 날아갔다.
"유기, 유기 죽어선 안돼요. 당신은 아직도 두 번째 약속을 이행하지 않
았어요."
이때 바위 뒤에 숨어 있던 몽천악과 대군 그리고 송영혜가 걸어 나왔다.
유기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장금각의 잔인검은 정말 악독...... 두 번째 약속은 혹시 당신의 딸을
찾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이미 찾아냈소....... "
유기는 두 눈을 뒤집어 까고 미약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녀는...... 그녀는......."
백호접의 마음은 조급했다.
"어디에 있어요. 내 딸이?"
"저기...... 저기...... 저 대...... 대......."
유기는 손을 들어 대군을 가리키고는 제대로 이름도 밝히지 못하고 한 많
은 세상에 하직을 고했다.
백호접은 유기의 손끝을 따라 눈을 돌리다가 대군의 눈길과 마주 쳤다.
대군은 놀란 눈빛으로 백호접을 쳐다보고 있었다.
"네가......네가 내 딸이란 말이냐?"
그녀는 놀라움과 반가움에 소리쳤다.
대군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백호접의 품에 뛰어 들었다.
"어머니.....!"
기구한 운명의 모녀가 만난 것이다.
옆에 있던 조전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노부가 이 일 장의 살겁에서 벗어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아..
....
이 일 장의 비극에서 불행한 사람은 역시 백호접 당신 부부였군요."
이때 백호접의 품에 안겨 있던 대군이 처량하게 말했다.
"어머니 그리고 사형, 헤매, 무림은 이제 조용해졌으니 우리 모두 같이 심
신 유곡에 들어가 조용히 살아요......"
이때, 동산에서 밝은해가 솟아올라 온누리를 밝게 비췄다.
제 6권 끝
大 尾
그동안 끝까지 애독해 주시고 댓글로서 격려해주신
첫댓글 와룡생 쌍봉기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수고많이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히 잘 봤어요..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하고 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너무 너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히 잘보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동안 너무 너무 재미있게 잘보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미세먼지 난무하고 추워진 날씨에 건강 조심 하시고요. 다음작품도 기대됩니다. 연말을 맞이하시어 행복한일만 가득핫길 기원합니다.♡
ㅈㄷㄱ~~~~~~~~~~```````````````````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롭게 잘보았습니다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좋은 글 읽게해주요
잘자요~~~
감사...
수고하셨습니다. ^^
감사...
수고하셨습니다. ^^
감사합니다재밌게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