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 해, 불교계는 명과 암이 뚜렷했다. 세계적인 영적 스승 틱낫한 스님이 방한했고, 법륜 스님을 선두로 불교사상의 일반 전파가 이어졌으며, 불교 문화유산이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한 한반도평화대회가 여법하게 회향됐고, 노동계 및 정치 현안에 활발하게 참여해 중생의 삶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의 부루나 존자’ 무진장 스님의 입적으로 많은 불자들이 가슴아파했고, 조계종 호법부의 적광 스님(사미) 폭행 사건은 불자 및 일반 대중을 충격으로 몰아갔다. 불교의 대표적 성보인 석굴암, 대장경판에 대한 부실 관리 논란도 한 해를 마감하며 무언가 찌뿌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미디어붓다가 바라본 2013년, 11개의 단상을 소개한다. 편집자
틱낫한 스님 방한
세계적인 평화운동가이자 영적 스승으로 추앙받는 틱낫한 스님이 5월 1일 방한해 15일까지 보름간 월정사, 중앙승가대학, 범어사, 동국대 등에서 한국불자들을 만나 불교와 명상을 지도했다. 틱낫한 스님의 방한은 88세 노장의 마지막 한국 방문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내면의 화와 갈등을 알아차리라. 그러면 연민과 변화의 힘이 생긴다”는 스님의 가르침을 한국 불자들은 가슴 깊이 새겼다.
불교계 사회참여 확대
조계종의 사회참여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조계종 노동위원회는 1년간 17차례에 걸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노동의 현장에 뛰어들어 ‘노동자와 함께하는 동사섭법회’를 봉행했다. 최악의 태풍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는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대가 발 빠르게 투입돼 현지의 고통을 분담했으며, 최근 사회적 갈등으로 부상하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 문제에도 조계종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화 창구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법륜스님 등 선풍
서적과 영화 등 예술 분야에서 불교적 소재가 일반 대중에게 성큼 다가갔다. 법륜 스님과 혜민 스님을 필두로 한 불교서적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롱런하며 각종 베스트셀러의 순위권을 차지했다.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과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각 서점의 서적 순위 1위를 놓고 다투고 있다. 비구니 사찰 백흥암의 일상을 담은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서>도 5만 관객을 동원하며 일반 대중에게 호평을 받았다.
제34대 총무원장 자승스님 재임
조계종을 비롯한 천태종, 태고종 등 종단들이 새로운 집행부를 꾸렸다. 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 선거는 자승 스님과 보선 스님의 치열한 접전 끝에 자승 스님이 승리, 재임에 성공했다. 자승 스님은 중앙종무기관과 지방종정기관의 균형, 종도 참종권 확대, 승려복지 등을 이루겠다고 천명했다. 태고종 제25대 총무원장에는 도산 스님이 취임했으며, 진각종 제29대 통리원장에는 회정 정사가 취임했다.
불교계 1012인 시국선언
“민주주의· 헌정질서 파괴와 이념갈등 조장을 중단하라” 국가기관의 불법 선거개입을 규탄하고 박근혜 정부의 대국민사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불교계에서도 터져 나왔다. 천주교의 시국미사와 기독교, 원불교 등의 시국선언에 이어 조계종 전 교육원장 청화 스님을 비롯한 1012명의 조계종 스님들이 11월 28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스님들은 정부에 불법선거운동 관련자 처벌과 대선 불법선거운동 특검 수용 등을 요구했다.
문화재 부실 관리 논란
‘숭례문 부실 복구’에 이어 불교의 대표적 성보인 석굴암,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보존관리부실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이 문화재 특별 종합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감사원이 국고 지원 문화재 유지·보수 실태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조계종 및 사찰들이 제2의 법난이라며 잔뜩 경계하는 모양새를 취하자 일각에서는 “당당하게 조사를 받고 불교문화재 유지·보수 사업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으라”고 주문했다.
불교문화재 중요무형문화재 등재
문화재 보존관리 부실 논란의 반대편에서는 여러 불교문화재가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및 보물로 지정됐다. 삼화사와 진관사가 설행하는 수륙재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해남 대흥사 천불전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870호로 지정됐다. 한편 선암사, 통도사, 부석사, 마곡사 등 7개 전통 산중사찰이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등재됐다.
조계종 호법부의 적광 스님(사미) 폭행
조계종단 고위급 스님들에 대한 비위 사실을 폭로하려 했던 적광 스님(포항 오어사)이 기자회견 직전 호법부 스님 및 재가종무원에 의해 총무원 청사 지하 2층으로 끌려가 폭행당한 사실이 드러나 불교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적광 스님은 서울중앙지검에 자승 스님을 폭행교사 혐의로 고소했고, 조계종 초심호계원으로부터는 ‘제적’ 심판을 받았다.
무진장 스님 열반
‘한국의 부루나 존자’로 불린 무진장 스님이 영면에 들었다. 무진장 스님은 9월 9일 새벽 세수 82세, 법랍 56세로 입적했다. 범어사에서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된 장례식에는 2천여 사부대중이 운집,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40여 년간 도심 포교에 진력하며 불교발전과 대중포교를 꾀한 무진장 스님을 보내는 불자들의 눈망울마다 아쉬움의 눈물이 고였다.
교단자정센터 활약
공명정대한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위한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의 활약이 뚜렷했다. 승려 도박, 사미 폭행 사건 등 논란의 중심에서 재가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인 교단자정센터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인권연대가 매년 연말 지정하는 ‘종교지유인권상’을 수상했다.
한국정전 60주년 한반도평화대회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하는 한반도평화대회가 여법하게 회향됐다.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열린 평화대회는 2월부터 9월까지 현충원 참배, 평화기원 수륙재, 세미나, 틱낫한 스님 초청 법회, 평화의 빛 거리 조성 등 기념행사로 개최됐다. 마지막으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대회’에는 5만 불자가 결집, 한국불교의 저력을 보이며 대미를 장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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