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현재 몸은 마테호른에 있는데 한 4일전 글을 올리려니, 좀 감이 떨어집니다. 글은 매일 일기처럼 기록해 놓는데 정리하고 사진이랑 매치 시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하여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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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융르라우요흐 일정이 좀 빡빡해서 좀 피곤이 쌓였다. 그래서 오늘은 딱 피르스트만 보기로 한다. 어제는 새벽별을 봤는데, 오늘은 아이거에 거쳐 있는 아침 여명이 멋지다.
이곳에 온지도 벌써 5일차... 이젠 캠핑장이나 기차에서 만나는 한국분들한테 지역 가이드 역할도 가끔 해 주고 있다. ^^
피르스트는 123번 버스타고 First Bahnhof에서 내려서 케이블카 타고 가면 되는 곳이라 아침에도 도시락 든든히 싸서 천천히 출발하였다.
피르스트가 최근 3~4년 사이에 융프라우요흐 보다 각광받는 이유는 다양한 액티비티 때문이다.
일단 케이블카 타고 피르스트까지 올라가면, 대략 1000m가량을 짚라인, 마운튼카트, 트로트바이크 이 3가지로 내려오는데 하강고도가 꽤 있는 만큼 다 재미있다.
또한 각 액티비티가 끝나는 점마다 케이블카 정류장이 있어서 맘만 먹으면 피르스트에서 조망도 보고 원하는 액티비티만 하고도 2~3시간 안에 끝낼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하루에 피르스트~융프라우요흐도 할 수도 있지만 여행은 시간을 즐기는 행위인지라.... 난 조금...
또 하나의 할 거리는 Bachalpsee 호수까지의 트래킹이다. 이건 시간이 좀 걸려서... 대략 왕복 2시간 정도 소요 되는데 뒤로 아이거랑 융프라우의 설경이 멋지다. 앞의 액티비티는 전에 해 봐서 이번엔 시간을 가지고 트래킹에 집중하기로 한다.
트래킹 코스는 역시 임도길로, 특별한 장비, 등산화 없이도 가능하다. 상승고도는 약간 있는데 2~3km 정도 가는데 100m 내외로 그리 힘들지 않다.
가는 중간 중간에 있는 벤치는 다 훌륭한 포토존이다.
예상 시간은 거의 다 됐는데 호수는 안 보이고 큰 산이 하나 보여서... 저 산을 넘어야 호수가 있는거야? 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 아니다. 작은 언덕 하나 넘으면 큰 산 넘기 전에 큰 호수가 나타난다.
Bachalpsee 호수는 그리 크지 않지만 호수에 비춰지난 아이거랑, 융프라우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제 이곳에서 5일 정도 있다보니 느끼는건데 항상 차시간 땜에 어디에서건 4시 정도 되면 내려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태양 각도 상 아이거나 융프라우를 배경으로 한 사진은 저녁때 제일 잘 나오는데.... 참 아쉽다.
이곳에도 쉘터랑 화로대가 있다. 정말 이용할 수 있는건지 궁금하다.
또한 관광객이 많아서 인지 호수 주변에 화장실도 있다.
원래 밥은 정상에서 먹어야 한느데 너무 시간이 일러서 다시 피르스트로 돌아왔다.
피르스트에서는 절벽에 만든 Cliff walk가 유명하다. 밑이 훤히 보이는 유리와 철창살 위로 한 100~200m걷는 코스인데 무서워서 못 하시는 분들도 꽤 있다.
액티비티 중에 예전에 제일 재미있었던 마운튼카트만 다시 한번 타 봤다. 스위스패스가 있어서 반값 9.5프랑....
이건, 재미와 리스크를 내가 조정할 수 있다. 속도를 안 줄이는것 만큼 재미 있는데 위험하다.
예전엔 쫄아서 못 해 봤던 드리프트턴도 해 봤다. 절벽 1m 남기고 턴한 스릴이란... 어휴...펜스가 있긴 해도 아찔하다. 다시 기회가 있으면 안 할거 같다. ^^
마운튼 카트 종료점엔 무슨 레스토랑이랑 정원 같은게 있다. 거기서 도시락 까먹기 딱 좋은 테이블 의자 등이 있다.
정성스레 싸온 도시락을 까먹고...
오늘은 일정을 조금 빨리 마무리한다.
오늘 일찍 돌아 와 보니 한국인가족이 많이 들어와 있다. 카라반에 한팀, 텐트 한팀, 나를 포함 4개 팀 중 3개팀이 한국사람...^^ 마치 홀드리오 캠핑장이 스몰코리아타운이 된듯 하다.
근데 사람들은 왜 다 자기 텐트에서 밥을 먹을까? 공용 그릴, 테이블을 이용하면 참 편한데...
이제 열흘 쯤 혼밥하다 보니 사람하고 얘기하면서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난 홀드리오에 있으면서는 가스를 거의 안 썼다. 처음엔 저녁만 그릴에 고길 구워먹거나 피자를 해 먹었었는데 이젠 아침에도 아예 그릴에서 밥을 한다. 라면도 그릴에서 끌여 먹고...홀드리오에 8일 있는 동안 가스를 한통밖에 안썼다.
보너스로 오늘은 홀드리오 캠핑장의 마스코트를 소개한다.
품종이 오스트레일리안 캐피인가, 펫피가.... 뭐 그렇다는데 주인이 있는 동안은 항상 볼 수 있다.
목줄도 없고, 이 넓은 초원에서 맘껏 뛰어노는 아주 부러운 팔자다.
이렇게 짝눈이다. 이 품종의 특징이라는데....
이걸 아주 잘 하는데.... 주인하고 만한다.
뭘 먹고 있으면 저 원반을 물고 와서 마치 먹을걸 주면 해 줄것 처럼 하지만 정작 고길 주면 그것만 먹고 원반은 던지건 말건 어슬렁거리면서 주으러 간다... 아주 영악한 놈이다.
내가 4일 차에 그릴에 소시지 구워먹으면서 좀 줬더니, 5일차에 장봐서 들어오는데 날 반갑게 맞아주는 그런 놈이다... ㅋㅋ
첫댓글 새록새록 기억이나네요. 전 호수에 가는 내내 운무로 아무것도 못보았는데 내려오는길에 무지개 선물을 주더군요.
행복한 여행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