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란 말은 독일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뜻은 다음과 같더군요.
kitsch-y a. (kitschier;-iest) 俗 천박한(shallow), 허세부리는(pretentious);대중에게 영합하는(slick);악취미의
키치(kitschy)를 간단히 말하자면 주류현상에 도전하고자 의도적으로 비틀고 왜곡하는 행위, 현상을 통칭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재편곡(원편곡:정석원, 재편곡:지누 유희열)된 '너의 기억'은 독특함을 느끼게 합니다. 귀에 거슬리는 듯한 가벼움이 포인트라고 할까요? '의도적 가벼움'을 편곡의 주된 테마로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팬 여러분은 원곡(곡의 느낌, 편곡)이 낫다는 평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전에는 저 역시 재편곡된 '너의 기억'이 불만스러웠습니다. 빠른 템포에 통통 내뱉는 듯한 승환님의 보컬, 전체적으로 복고풍이면서 가벼운 음감으로 구성된 사운드는 원곡의 진지함과 애잔함은 간 곳 없고 가벼운 발자욱 하나만이 연상될 뿐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문득 언제부터인가 이것이 과연 편곡미스라고 보아야만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승환님, 석원님, 지누님, 이 세사람은 다분히 키치적입니다.(희열님은 평가를 유보합니다) 저는 정통과 키치적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하는 승환님의 취향에 강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너의 기억' 재편곡에서 원곡의 정통스타일에 '발랄한 가벼움'을 섞는다는 그 발상은 참으로 사랑스런 '악의'라고 느껴집니다.
"기쁘지 않니 이 세상에 널 잊지 못해 이렇게도 아파하는 사람 있다는 것이......"
이러한 가사를 그토록 빠르고 가볍게 부를 수 있는가라고 하는 제 관념이 깨어진 겁니다.
처절함이 극에 이르면 무표정해지며, 애잔함이 사무치면 미소를 짓습니다.
원곡의 진지함과 애잔함이 훼손당했다라기보다는 키치적인 발상으로 그 느낌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의도된 가벼움'이라고 느낌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저는 앞으로 가슴이 아파올 때면.., '너의 기억'을 흥얼거리며..., 미소짓는 일이 많아질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