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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위기탈출 키워드는 디지털·도시화·개방성
나라마다 다른 공약은 없다, 아디다스는 세계 공용
허버트 하이너 아디다스 글로벌회장의 `3線 전략`
"우리가 집중하는 세 가지 트렌드는 도시화, 디지털화 그리고 개인경험(에 기반한 생산방식)입니다."
IT 회사나 제조업 경영자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스포츠 브랜드를 이끄는 최고경영자 머릿속에 담겨 있는 미래 트렌드다. 허버트 하이너 아디다스 글로벌 회장(61)은 지난 20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진행된 매일경제와 단독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트렌드들이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 도시 매니저, 전문가들과 함께 시장조사와 트렌드 분석을 실시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발이나 스포츠 의류 브랜드 회사가 디지털을 얘기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도시화`와 `개인 경험에 기반한 생산방식(3D 프린팅)`까지 염두에 두고 경영전략을 짰다는 이야기는 흥미를 유발했다.
하이너 회장은 이 같은 트렌드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속도경영, 도시경영 그리고 개방경영 등 3가지 신성장전략을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사실 승승장구하던 아디다스에는 지난해부터 위기가 감돌았다. 러시아 경제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이 시작됐고, 리복 인수 이후 북미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들이 나왔다. 전미프로농구(NBA)와 독점 유니폼 후원 계약도 2017년 만료 이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주가는 급락했다.
그는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하이너 회장은 "우리가 어떤 회사가 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가 왔던 것"이라며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중독된 회사(Consumer Obsessed Company)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도시경영, 속도경영 그리고 오픈경영 등은 모두 `고객중독`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설명이다. 매년 매출액 13%가량을 마케팅 비용으로 쓴 아디다스 최고경영자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공격 목표를 다시 설정했으니 전 세계 마케팅 트렌드 방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를 선언한 이후 아디다스 주가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1분기 북미시장에서 아디다스는 9%(환율 효과 배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아디다스는 어떤 변화를 시작한 것일까. 케이스 스터디 형식으로 그에게 들어보았다.
―왜 하필 속도, 도시 그리고 개방인가. 수많은 전략 중에서 이 3가지를 콕 집은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는 3가지 중요한 트렌드에 집중했다. 첫 번째 트렌드는 디지털화다. 이미 모든 사람이 디지털 기구를 들고 달리고 있다. 그다음이 도시화다. 큰 도시들은 더욱 커지고 도시에는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 세 번째 트렌드는 우리가 만들 물품에 개인적인 경험을 담아야 한다는 점(3D 프린팅 등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를 의미)이다. 자동차를 만든다면 앞으로는 마음에 드는 자동차 색깔, 핸들, 차량 내부, 마력 등을 직접 고를 수 있듯이 말이다. 우리는 이 트렌드를 대응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모든 전략을 다 취할 수는 없었다. (몇 가지에)집중해야만 했다. 그 3가지 전략이 속도, 도시 그리고 개방이었다.
―`속도경영`이라고 하니 재고관리를 더욱 잘하자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렇게 이해해도 되는가.
▷부분적으로는 맞다. 재고관리도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포인트, 즉 고객에게 중독된 회사여야 한다는 콘셉트로 돌아가 보자. 요즘 고객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쇼핑을 할 것이다. 한 상점에 두 번 정도 방문했을 때는 뭔가 다른 것을 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지난주나 지지난주에 있었던 같은 상품들을 계속 보려고 하기보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쇼핑을 하러 나온다. 이 말은 제품 개발 속도도 더 빨라야 한다는 뜻이다. 더 빨리 시장에 배송하고 직원들도 이 빠른 변화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옛날처럼 20명 정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10번씩 회의를 거쳐서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으로 갈 수는 없다.
아디다스는 5년 전에 NEO 라는 브랜드를 시작했는데 이 브랜드는 1년에 12가지 컬렉션을 내놓고있다. 이제 우리는 이를 회사 전체에 적용하려고 한다. 한 해에 12개 컬렉션이 있다는 뜻은 거의 매달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것은 고객들에게서 시작된다. 고객들이 우리를 더 빨리 일하게 하는 것, 이것이 속도경영의 본질이다.
―스포츠 브랜드 회사가 `도시`를 지향한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웠다. 스포츠 브랜드와 도시를 함께 묶는다는 아이디어 말이다.
▷우리는 뉴욕, LA, 상하이, 도쿄, 파리, 런던 등 핵심 도시에서 미래 트렌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브롱크스 할렘이나 LA 청년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창조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아디다스는 이들 도시 리더와도 같은 기업이 돼야 한다.
플래그십 상점을 세우고(아디다스는 서울 압구정에 이어 강남에도 플래그십 상점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해당 도시에서 영향력이 큰 스포츠 스타(축구·야구선수)들에게 다가가야 한다(실제로 아디다스는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는 축구팀 농구팀 등에 대한 각종 후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방경영`은 아디다스에 새로운 콘셉트인가.
▷아니다. 하지만 (개방경영이 필요한 환경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오늘날에는 3D 프린터로 생산한 신발 샘플들이 나와 있다. 공장에서 샘플들을 만들지 않아도 3D 프린터가 더 빠르고 정교하게 일을 해 준다. 미래에는 제조방식이 지금보다 훨씬 자동화(automated)돼 있을 것이다. 노동자 인권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도 10만명이 넘는 중국인이 공장에서 신발을 만들고 있다. 5년 안에 컴퓨터들이 이를 대체할 것이다. 노동자 인권도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3D 프린터가 많은 신발을 만들 수 있다면 미국, 독일, 한국 등 소비가 발생하는 곳에 공장을 세울 수가 있게 된다. 지금은 캄보디아 중국 베트남 등에서 생산을 하고 있는데 배로 운송하는 데 6주 정도가 필요하고 재료를 준비하는 데만 6개월이 소요된다. 만일 생산방식이 바뀐다면 공장에서 상점까지 이틀 안에 배송이 된다. 주문량에 따라 정확하게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시대에는 어떻게 하면 고객들 행동을 분석하여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때에 스포츠를 즐기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파악하면 소비자 처지에서 상품 가치가 커질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경영방식을 개방경영(open source)이라고 부른다. 이는 회사가 고객, 그리고 파트너들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고객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회사 혁신 배경에 대해 더 듣고 싶다. 당신의 리더십을 포함해 회사 내에 어려운 일이나 위험이 있을 때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번에 이 3가지 전략을 결정했는데, 그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
▷회사는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 계획을 세우면 많은 투자가 집행되기 때문에 매년 새롭게 계획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5년을 바라보고 3가지 성장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아디다스는 신발을 2억5000여 켤레 만들었다. 만일 신발 비즈니스가 10%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2500만켤레를 더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공장 2개를 증설해야 하는데 이는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작업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는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화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지금 아디다스는 어떤 회사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할 때가 됐다.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중독된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고객에게 중독된 회사가 되려면 고객이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즐겨 보는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 등 시장조사에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전체적인 마케팅 조직을 바꾸는 것도 포함돼 있다. 도시화도 그래서 나온 개념이다.
아디다스의 중요한 고객들은 앞서 말한 6개 핵심 도시에 연결돼 있다. 유행을 선도하거나 유명인사들와 함께 하는 도시 청년들이다. (유감스럽게도) 비도시 지역에서는 이런 (시장선도적) 고객들을 찾기 어렵다. 도시에서 이런 고객들을 찾았으면 그 이후에는 재빠르게 (상품을)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들과 함께 브랜드를 만드는 개방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고객 중독` 의미다.
―`고객중독`이라고 했는데, 나라마다 고객들은 다르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결국 국가마다 다른 공략법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라마다) 다른 공략법 없다. 아디다스 신념은 기업의 브랜드는 어느 나라에서든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광고도 전 세계적으로 한다. 나는 고객들도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소비자들과 유럽 소비자들은 사이즈는 다를 수 있지만 샘 스미스(영국 출신 가수)와 같은 유명인이 입고 있는 옷을 입고 있지 않은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그들은 모두 다 연결돼 있다. 중국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제 한국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아디다스는 마케팅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가.
▷미래에는 TV 광고를 줄이고 소셜미디어 광고를 늘릴 것이다. 왜냐하면 소셜미디어 광고는 우리가 고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우리는 고객에게 직접 편지를 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6개월 전에 신발을 구입하셨네요. 만약에 일주일에 2번 정도 뛰셨으면, 지금 신발 상태가 별로 그렇게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여기 저희의 새로운 추천 신발입니다.`
아니면, 다른 내용을 붙일 수도 있다.
`완전 열렬한 축구팬이시네요. 말이 나와서 그런데, 저희가 새로운 아디다스 컬렉션을 3개월 안에 출시하시는 거 아시죠? 그리고 이 컬렉션은 리오넬 메시가 착용하는 것도 아시나요? 메시의 사인을 받고 싶으시면 저희에게 연락해 주세요.`
하지만 TV 광고도 함께 병행할 계획이다. 과거에 비해 현대 TV 채널은 좀 더 다양하고 여전히 중요하다. TV 광고를 통해서는 여러 분야 사람을 겨냥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는 직접적으로 특정 분야 사람들을 겨냥할 수 있는 반면 말이다.
―아디다스 마케팅 총 예산은 늘어날 것인가.
▷아디다스는 마케팅 예산으로 확실히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다.
현재는 매출 중 13%를 마케팅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로서 향후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0년까지 22억유로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올해까지 약 16억유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6억유로 매출을 더 달성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마케팅 활동과 소비자와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브랜드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마케팅에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