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부천FC1995(이하 부천FC)의 팬은 없다. 그래서 많은 팬들의 이야기는 모르겠다. 하지만 올 시즌 부천FC에서 가장 ‘예쁜’ 선수를 꼽자면 바로 등번호 20번 김륜도를 꼽을 이가 많을 것이라 믿는다. 2015년 현재까지 32경기 4골을 기록 중이다. 공격수로 나서는 선수치고는 절대적으로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륜도가 출전한 경기의 부천FC는 특유의 끈끈함이 생긴다. 4위 자리를 노리고 상주 상무, 서울 이랜드FC, 수원FC를 쫓고 있는 부천FC에게 김륜도는 없어선 안 될 존재이다. 팬심을 담아 그의 매력을 탐구해보자.
(△ 고양Hi FC를 상대로 멋진 헤딩골을 뽑는 김륜도. 멋있어...... 출처:부천FC1995 페이스북 페이지)
1, 성실한 공격수
전임 최진한 감독 체제로 시작된 시즌 초만 해도 중앙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었지만 최근 부천FC의 송선호 감독은 김륜도를 최전방 공격자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키가 187cm의 장신 공격수답게 김륜도는 전방에서 상대 수비와 적극적으로 싸우면서 공중볼 다툼을 해주고 있다. 큰 키를 살려 공중볼 싸움을 하는 것은 장신 공격수로서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역할을 아주 성실히 수행하고 있고 꽤 효과도 좋은 편이다. 크로스를 머리로 마무리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어 직접 골을 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강점은 단순히 헤딩을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에 있지 않다. 미드필더로서의 경험이 말해주듯 그는 절대 투박하기만 한 공격수는 아니다. 흔히 축구계에서 발로 공을 다루는 것을 의미하는 ‘발 밑’도 매우 좋은 편이다. 발과 가슴 등을 이용한 리턴 패스가 안정적이고 정확하다는 것은 주변 선수들과의 연계 플레이의 강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실한 ‘오프 더 볼’에서의 움직임이 그의 강점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최근 부천FC는 안정적인 미드필드 싸움을 바탕으로 펼치는 패스 플레이에 강점을 갖고 있다. 김륜도가 단순한 장신 공격수였다면 부천FC의 전술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수가 있다. 하지만 김륜도는 장신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에서 공중볼 경합 외에 측면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에도 매우 능하다. 측면수비수 뒤로 침투하는 움직임으로 호드리고, 공민현을 비롯한 측면 공격수들에게 많은 찬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신이 강점이 공격수이지만 침투 움직임에 매우 성실하다. 지난 10월 3일 6위 고양HiFC와의 경기에서 로스타임에 꽂아넣은 골 역시 침투에 이은 마무리였다.
(△ 우린 5위고, 너넨 6위야. 고양Hi FC와의 승점을 벌리는 결승골. 출처: 아프리카TV 하이라이트)
2. 성실한 수비 가담
절대적으로 말하자면 부천FC의 객관적 전력은 특별할 것이 없다.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팀과 비교해서 특별할 것은 없어 보인다.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팀이기에 스타플레이어는 물론 ‘왕년’의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부천FC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의 성실한 움직임이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그런 움직임은 최전방의 김륜도로부터 시작된다.
전방에서 김륜도의 압박은 성실한 동시에 매우 영리하다. 긴 다리를 이용해 성큼성큼 들어가는 압박엔 경기를 90분 다 뛰겠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만큼 성실한 모습으로 상대에게 빠르게 압박을 가하면서 수비로부터 제대로 된 패스가 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더 좋은 점은 김륜도의 압박이 두 명의 중앙수비 사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앙수비수 사이에서 시작되는 압박은 수비진에서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를 통해 수비진에서 좌우로 크게 공을 돌리면서 안정적으로 공격 방향을 엿보는 것을 철저히 견제할 수 있다.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서 크게 압박의 형태를 잡으면서 조여들어가는 만큼 공격수의 체력적 부담은 크다. 그럼에도 성실한 움직임으로 동료 미드필더들의 수비부담을 나눠가지고 있다.
3.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자질
최전방 공격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의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은 부천FC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최진한 감독 체제에서 미드필더 혹은 수비수로 나선 경험이 있어, 때에 따라 그에게 수비적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팀이 원할 때 두루 기용할 수 있는 김륜도의 존재는 팀에서 매우 큰 힘이 되고 있다.
‘스페셜리스트’가 대우를 받는 시대이긴 하지만, 어디에서도 제 몫을 발휘하는 선수가 사랑받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K리그 챌린지의 선수층은 얇기 때문에 선수들이 멀티플레이어는 팀에 꼭 필요하다. 위치를 옮겨도 그의 성실한 움직임엔 변화가 없다. 부천FC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만화 슬램덩크의 한 장면. 서태웅의 이 패스 한 방으로 정우성의 머릿속에 패스가 각인되고, 정우성은 수비 시에 혼란에 빠지게 된다. 김륜도에게 슈팅이 장착된다면?!)
4. 그의 발전을 바라며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공격수 유형이다. 팀에 꼭 필요한 공격수다. 하지만 축구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말도 맞다고 생각한다. 멀티플레이어 기질 덕분에 출전한 32경기를 모두 공격수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4골은 공격수로서는 아쉬운 수치이다. 일단은 공격적 측면에서 더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길 바란다. 특히 득점력에 있어서.
재빠른 움직임으로 수비 배후를 노리는 것은 장신인 그에겐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물론 지난 라운드 침투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모든 움직임에 장점을 가진 선수는 없다. 김륜도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른 장점을 다듬어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충분하다. 페널티 아크 지역에서 김륜도의 공 간수 능력은 꽤 준수하다. 하지만 공을 받은 후의 움직임이 주로 ‘리턴패스’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물론 부천FC의 주포인 호드리고, 공민현 등 측면 공격수들의 공격력이 뛰어나기에 이타적인 플레이가 팀 전체를 살릴 수도 있다.
(△ 동료 공민현의 과감한 터닝슛. '공격수' 김륜도에게서도 이렇게 과감한 시도를 보고 싶다. 출처: 아프리카TV 하이라이트)
하지만 박스 근처 20m 내에서는 언제든 슈팅 마무리를 할 수 있다면 더욱 위협적인 공격수가 될 것이다. 특히 그가 수비를 등지고 공을 받는 데에 익숙하고 리턴패스가 안정적이라 연계플레이가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박스 근처에서의 슈팅이라는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하도록 도울 것이다. 수비에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어느 한 가지 수비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 4위 싸움 아직 안 끝났다. 위에 4팀 긴장해라. 출처:부천FC1995 페이스북 페이지)
경기 때마다 성도 빼고 이름을 부르다보니 이제는 마치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인 것만 같다. 주말과 수요일마다 부천FC 보는 맛에 업무의 스트레스마저 잊는다. 그 와중에 가장 ‘예뻐’하는 선수, 그리고 언젠가 꿈을 이뤄 축구 기자가 될 수 있다면 첫 번째로 인터뷰하고 싶은 선수, 그가 바로 김륜도이다. 사실은 ‘나만 알고 싶은 선수’인데 여러분들에게 과감하게 소개해드린다. 그가 얼마나 훌륭하고 성실한 공격수인지 보고 싶은 분은 서울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 역에 위치한 ‘헤르메스캐슬’로 오시라.
http://blog.naver.com/hyon_t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