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는 특색 있고 매력적인 곳이 참 많다. 더구나 그 곳의 역사와 인정을 곁들여 더듬노라면 곳곳이 다 명승이요 사랑스럽기만 한 것이다.
안면도는 본디 섬이 아니라 태안군의 남녘을 이루는 곶이었다. 예부터 삼남의 세곡선이 개경으로 가는 길에 마도해역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잦았다. 안흥량의 물살이 매우 빨랐기 때문. 오죽하면 그 곳을 ‘난행량(難行梁)’이나 ‘쌀썩은내’라고 했을까.
그리하여 고려 인종때부터 태안반도의 최단 종단지점을 따라 운하를 파려 한 이래 몇 백 년 간 수차례 시도하였으나 중간의 암반지역 탓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1638년 조선 인조때에야 천수만과 서해 사이에 판목을 덧댄 판목운하 건설에 성공하였다. 곧 안면읍 창기리와 태안군 남면 신온리 사이를 절개함으로써 안면도가 생겨난 것.
요즘엔 북으로는 안면대교로 이어지고 남으로는 보령해저터널로 이어지니 사실상 뭍이 된 셈이다. 안면도는 오랫동안 목장 및 왕실용 소나무를 공급하는 곳이어서 사람의 거주가 금지되었지만, 산지기 외에도 숨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내몰린 민초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레 마을이 형성되었다. 단일 소나무숲으로는 세계 최대인 자연휴양림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암튼 산골에서 자란 십대소년으로서 처음 발을 디딘 이래 안면도는 줄곧 내 마음이 머무는 곳이 되었다. 비록 인심과 풍정은 덧없이 바뀌었지만 나는 앞으로도 마냥 그 곳을 찾을 것이다. 특히 쓸쓸하고 애틋한 날에는.
박재화
1951년 충북 보은 출생.
대전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 및 같은 대학원 졸업.
1984년 『현대문학』 2회추천 완료로 등단.
시집 『도시의 말』『우리 깊은 세상』『전갈의 노래』『먼지가 아름답다』『비밀번호를 잊다』『새벽이 새 떼를 날릴 때까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