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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 내택(內宅) 호위무사(護衛武士)는
사랑을 할 수 없다. - 03
쌍룡 객잔은 용정현에서도 가장 큰 객잔이었다. 음식점과 주점, 그
리고 여관을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용부의 제자들이 가장 많이 찾
는 곳이기도 했다.
방을 잡아 놓은 사공운은 객잔 이층에서 홀로 술을 들이키고 있었
다.
제남부에서 가깝고, 공부가 또한 가까운 곳이고 보니, 이 주점에서
가장 유명한 술은 공부가주(孔俯家酒)라는 명주로, 공자의 후손인
공씨 일가의 토속(土俗)주였다.
공부가주(孔俯家酒)는 진하고 향기로운 맛이 일품이었지만, 그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 술 한 주전자 갑이 쌀 한 가마 가격이라 아무나
마시진 못했다.
지금 사공운이 마시는 술은 쌀로 빛은 농주로, 조금 시금털털했지
만 그런 대로 먹을 만했다.
한때 일년 내내 술만 마시고, 완전히 폐인 지경까지 갔었던 사공운
이었다. 정말로 견디기 어려워 술로 보내던 시절 싸고 구하기 쉬운
농주는 언제나 그의 친구였었다.
사공운이 과거를 생각하며 병 채로 농주(農酒)를 들이키고 있을 때,
이 층위로 두 사람이 올라왔다. 한참 떠들썩하던 이 층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사공운 또한 자연스럽게 시선이 지금 막 올라온 두 사람에게 향해
졌다.
그들은 두 명의 청년으로 한 명은 호리호리한 체격에 얼굴은 마치
여자처럼 고왔고, 수염이 전혀 없었다. 그의 등에는 붉은 수실이 달
린 검이 메어져 있었고, 또 한 명의 남자는 제법 당당한 체격에 호
목(虎目)이 인상깊은 청년으로, 역시 등에 검 한 자루를 대각선으로
차고 있었다.
둘의 복장은 깨끗한 흰색 무복에 가슴 한 편으로 청색의 용이 하나
씩 새겨져 있었다.
사공운은 첫 눈에 그 복장이 용부의 정식 복장 중에 하나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용부의 무사라면 당연히 존경을 받아 마땅한데, 이층의 분위기는
꼭 그렇지 만은 않아 듯 했다.
직감적으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사공운의 시선은 두 사람
의 얼굴을 떠나 이 층의 손님들 얼굴로 향했다. 그런데 지금 이 층
에 올라온 두 사람을 보는 손님들 대다수의 시선은, 노골적으로 비
웃는 표정이었다. 특히 용부의 제자들도 상당 수 있었는데, 그들 마
저 두 사람을 보는 눈은 차가웠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이 두 사람의 청년을 몹시 두려워하는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보내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사
뭇 의연했다. 그들은 자리를 잡으려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비록
완전하게 빈자리는 없어도 여러 사람이 앉아 마실 수 있는 자리에
겨우 두 사람 정도만 앉아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시선이 그 자리로 향하면, 그 자리에 있던 상인이나 용부의
제자들은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었고, 어떤 자는 자신의 물건
을 의자에 올려놓기도 하였다.
결국 두 사람의 시선은 홀로 앉아 있는 사공운에게 향했다.
사공운은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많은 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이었고, 두 사람은 몹시 고마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와
서 앉았다.
"고맙습니다. 난 고완이라고 하며, 이 친구는 장평이라고 합니다."
얼굴이 예쁘장하고 호리호리하게 생긴 남자가 자신과 친구의 이름
을 알리며 고마움을 표했다.
"사공운입니다."
그들은 자리에 앉아서 음식과 술을 시키고 사공운을 보았다.
"근처에서 처음 뵙습니다. 이 마을에 사시는 분은 아닌 것 같습니
다."
상당히 예의 바른 목소리였고, 눈에 맑은 정광으로 보아 용부에서
도 상당히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을 것 같은 두 사람이었다. 사공
운은 그래서 두 사람의 정체가 더욱 궁금했다.
"여긴 처음입니다. 아직 친구도 사귀지 못했습니다."
사공운이 웃으며 대꾸하자 고완이 무척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용정현은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곧 친구를 사귈 수 있으실 것입니
다."
그의 얼굴은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는 표정이었다. 사공운은 아무
리 보아도 이 두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눈초리를 받을 만
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어야겠지요. 그런데 두 분은 나이가 어찌 되십니까?"
"우린 올해 28세 동갑입니다."
장평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서로 말을 놓으면 어떻겠습니까?"
사공운의 말에 두 사람은 서로 당혹한 모습으로 얼굴을 마주 보았
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스스럼없이 대하는 사람도 처음이었으며, 많
은 사람들 앞에서 친구하자고 하는 사람도 처음이었다. 혹시 상대
는 자신들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우리는 용부 내원의 호위무사인 시무(侍武)와 영무(影武)입니
다."
고완이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공운은 뜻밖이라는 표정
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그러나 놀라움은 있을지언정 다른 숨은 뜻
은 없어 보였다.
"그게 어떻단 말입니까?"
사공운의 담담한 말에 두 사람은 모두 의아한 표정이었다. 자신들
이 시무와 영무라고 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비웃는 표정을 짓
거나 노골적으로 무시하려 들었었다. 아니면 최소한 꺼림칙한 표정
이라도 짓고, 빨리 자리를 뜨려고 별의 별 핑계를 다 대기 일쑤였
었다.
"나도 영무(影武)가 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몹시 놀라는 표정으로 사공운을 보았다.
"내택 호위무사가 된다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걸
아시는지요.
"알고 있습니다."
둘의 시선은 사공운을 보며 그에게서 무엇인가를 찾아내려 하였다.
제 발로 걸어와서 내택 호위무사가 되려 하는 사람은 용부에서도
극히 드문 경우였다. 우선 호위무사가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 일
단 그 내공 수위가 능히 일류에 들어야 하는데, 그 정도 무공을 익
힌 자가 뭐 하러 내택 호위무사가 되려 하겠는가?
그들의 의문이었다.
그러나 술병을 입에 거꾸로 박아 놓고 마시는 사공운에게서 무엇인
가를 알아내긴 힘들었다.
"호위 무사가 되면 술을 마시기 힘들텐데."
"그래서 그 전에 마음껏 마시는 것입니다."
고완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둘은 사공운에게 더 이상 묻지 않았
다.
음식이 나오고 술이 나오자 그들은 아주 맛있게 음식을 먹기 시작
했다. 그러나 고완과 장평은, 술은 한잔씩 마신 후 더 이상 마지지
않았다.
호위무사가 갖추어야 할, 절제가 몸에 배어 있는 듯 했다.
둘이 음식을 먹는 사이에도 여기저기서 두 사람을 비웃는 소리가
사공운의 귀에 들려왔다.
"저것들도 여자를 보면 욕정을 느낄 때가 있을까?"
"남자도 아니고 계집도 아니니 저걸 뭐라 해야 하나?"
"아무리 무공이 좋고 돈이 좋아도 쯧쯧... ..."
조심한다고 조심해서 쑤군대는 소리였지만, 사공운의 귀에
들리는 소리가 둘의 귀에 안 들릴 리가 없을 텐데, 둘은
조금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사공운은 내심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공운이 객잔에 머물길 3일째 되던 날 공손기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둘러 채비를 한 사공운은 용부로 향했다.
용부의 육당 중 하나인 청룡당은 내원으로 들어가는 동문대로의 오
른쪽 안쪽에 있었다. 청룡당이 맡은 임무가 경호와 순찰 임무이다
보니, 내원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 할 수밖에 없었다.
내원으로 들어가는 길가에 청룡당으로 들어가는 대문이 있었다.
공손기의 뒤를 따라 청룡당 안으로 들어가자 우선 넓은 연무장이
나왔다.
연무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있는 거대한 누각이 청룡당 본 건물이었
다.
공손기는 사공운을 데리고 일층 대청으로 들어갔다.
대청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전면에 큰 의자가 있고, 그 의자엔
장신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노인이라고 하지만, 얼굴은 주름 하나 없었고, 눈에서 뿜어지는 예
리한 기운은 그의 나이를 의심케 하였다.
멋진 호랑이 수염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노인이 바로 청룡당 당주인
청룡검(靑龍劍) 막광(莫光)이였다. 막광의 나이는 72세였다.
사공운은 미리 공손기를 통해 청룡당의 주요 인물들의 인상 착의와
성격들을 머릿속이 입력해 놓았었다. 그렇기에 막광(莫光)의 양옆엔
나란히 앉아 있는 네 명의 인물들이 청룡당 4대 호위장들이라는 것
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공손기는 공손하게 앞으로 다가섰다.
"10호 소호장 공손기가 당주님과 네 분 대호위장님들께 인사 올립
니다."
"어서 오시오. 공손 소호장, 좋은 사람을 소개 시켜준다기에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감읍할 뿐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던 사공운이란 젊은이입니다."
사공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포권을 하고 허리를 숙였다.
"사공운입니다. 이제 막 강호에 나온지라 세상을 널리 알지 못합니
다. 많은 가르침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섯 쌍의 눈이 전부 사공운을 향했다.
사공운은 비록 부담스러웠지만, 의연하게 그 눈길을 받아넘긴다. 모
두들 조금 감탄한 기색을 떠올렸다. 그들 다섯 명의 시선을 한번에
받고 저렇게 태연했던 호위무사 지망생은 아직 까진 없었다.
"흠 좋은 청년이군, 기초가 아주 튼튼해 보이는데. 다른 분들 의견
은 어떻소이까?"
"철면랑객의 보증이라면 사람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듯 싶은데, 무
공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습니다."
4대 호위장 중, 사자검(獅子劍) 운자개(雲自開)의 말이었다.
"호호, 운사형은 역시 무공광 다운 말씀만 하시는군요. 그거야 조금
있다. 시험해 보면 알 것이고, 그보다도 내원의 내택(內宅) 호위무
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군요. 구하기 어려운 내
택(內宅) 무사를 구하게 되어 우리야 반갑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
인데."
내원, 특히 내택 근무라면 은접낭(銀蝶娘) 섭소봉(燮小鳳)의 책임이
었다. 그녀는 사공운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 높은 분을 모시고 가는 호위무사 행렬을 본적이 있습니
다. 그 모습에 반해, 그때부터 호위 무사의 꿈을 지니고 있었고, 내
택 호위무사가 되고자 함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한
이 있었기에, 그 약속을 지키고자 함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서 더 물으려 할 때, 막광이 나섰다.
"무엇인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듯 하니 더 이상 묻지는 않겠네. 그
러나 자네도 알다시피 내택 호위 무사란 정신적으로 많이 고통스런
직업이네, 자네는 물론 잘 알고 있으리라 여기지만, 내택 호위무사
가 되기 위한 첫 조건이 무엇인지 아나?"
사공운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혹여 불미스런 일을 방지하게 위해, 자신의 남성을 죽여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알고 있다니, 나도 말하기가 무척 쉽겠군, 하지만 그걸 알아
야 하네, 수많은 사람들이 자네를 남자도 아니라고 손가락 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나?"
"각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관처럼 완전히 거세를 하는 것이 아
니라, 호위무사를 그만 둘 때까지 한시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막광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게 15년일세, 적어도 15년 간 자네는 여자를 가까이 할 수 없단
말일세, 아주 어린 나이가 아니라 이미 여자를 알고 있는 나이에
그 욕정을 이길 수 있겠는가? 많은 영무들이 그 고통을 이기지 못
하고 자살한 경우도 있었네."
"모두 각오한 일입니다. 저는 그렇게 의지가 약하지 않습니다."
막광은 잠시 사공운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무슨 사연이 있어 보였
다. 그렇지만 영무가 되려는 자의 사연은 묻지 않는 것이 예의였다.
이미 그가 살고 있었던 곳에 가서 그의 신분은 확실하게 조사를 하
고 온 터였기에, 다른 것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럼 이제 그대의 무공을 시험해 보도록 하지. 알다시피 내원 호
위 무사는 함부로 뽑을 수가 없네, 또한 단번에 내원 호위 무사가
될 수는 없지, 그러나 내택의 경우는 좀 특별하네, 모든 것은 자네
의 실력을 보고 결정하기로 하겠네."
청룡검 막광의 결정으로 더 이상 질문은 없었다. 대신 그들은 모두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첫댓글 즐감~1
감솨~~~
자격
ㅎㅎㅎ
ㅈㄷㄳ
즐독!!!!!!!!!!!!
ㅈㄷㄱ~~~~~~~```````````````````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
즐독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