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제 2002년도 어울림의 정기총회를 마치겠습니다…”
작년도 회장인 정우선배의 폐회인사와 함께 우렁찬 박수소리가 작은 동아리 방에 가득했다.
“오늘 뒷풀이는 어디냐?”
어딜가나 늘 있는 사람이다… 제보다 제밥에 관심이 많은…
“은성아… 너 백일째라며… 몸이 견뎌내니 용하다…”
3학년 선배들이 술 많이 마시기로 유명하다지만
그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많이 마시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00학번 최은성…
작년도 동아리 총무를 하면서 재정의 삼분의 이를 술값으로 치루게 만든
장본이기도 하다고 했다.
“우리가 작년 한 해동안 얼마나 고생했냐? 거하게 회포를 풀어야 하지 않겠냐?
안그래, 서정우!!”
과에서 동아리 활동을 자제시킬만큼 과교수님들 뿐 아니라 선후배들 사이에서도
신임도 두텁고, 인기도 많고, 능력도 있는 절대 카리스마 00학번 서정우…
사실 나도 정우선배때문에 이 동아리를 들게 된 것이다…
문학 동아리 어울림…
21년을 살아오며 문학적인 자질, 소양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는 내가
단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정우선배에게 꽂히는 바람에
이렇게 헛다리를 집고 있는 것이다.
“우리 새로운 회계, 하민주후배님… 돈 좀 푸셔… 기대할께…”
그렇다…
오늘 있은 정기총회에서 난 동아리의 회계로 선출되었다.
선배따라 강남왔다 날개 꺽이게 생긴 불쌍한 제비…
문학만큼 자질없는게 숫자개념… 다시 말해 돈계산이 안되는 내가 회계라니…
우리 동네에선 지나가는 똥개도 다 아는 일인데…
“어이 회장… 야!! 가람… 한가람!! 너 오늘도 중간에 튀면 각오해!!”
그것도 우리 학번에서 제일 싸가지 없기로 소문난 한가람과 함께…
새 회장이 된 한가람은 동아리 뒷풀이때면 술마시다 사라지기로 유명했다.
문학적 자질이 아니면 벌써 몇 천번은 내쫓겼을 인간이 드뎌 회장까지 된 것이다.
고로 난 이제… 죽었다.
“선배님… 제 술 한 잔 받으세요…”
여기 또 있다… 어딜가나 있는, 절대 빠지지 않고 있는 불여우 같은 인간…
아직 일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부회장 자리를 꽤차고 앉을만큼
문학적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재수없이 재능이 뛰어난 송지하…
그런 불여우가 내 님옆에서 알짱거리는 게 정말 싫다…
정우선배, 그 술 마시지 마요…
내 속마음만이 나를 달래주겠다는 듯 끊이없이 술을 받아 마시고 있었다.
“야… 너 돈 계산 못하잖아…”
재수없는 것들은 꼭 세트로 알짱거린다더니, 이 싸가지 한가람…
왜 오늘은 도망도 안가고 태클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잘해볼라고 이참에 연습 좀 할라고 그런다… 왜?”
평상시라면 나, 하민주… 조숙하다… 라는 말과 거리가 쩜 멀지만 술자리에서 나는
더더욱 조숙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거칠기까지 하다…
“너… 돈관리… 니가… 알아서 해!!! 나 신경쓰게 만들지 마… 알았어?”
“제발 너나 신경쓰세요… 너만 잘하면 내년, 문제 없거든!!”
어이가 없어 코가 막힐 것 같았다.
몸이 알콜을 원하고 있었다.
“어이… 하민주… 너 오늘 나랑 붙자… 오늘 술이 받나본데…
그럴땐 동력자가 있어야 하거든…”
은성선배였다.
어느새 내 옆에 자리를 틀고 앉아서 내 빈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 이럴 때 말려주는 남자 하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은성아… 민주 많이 마셨어… 그만해라…”
헉… 이 목소리는 내 님의 것이렸다…
내 고개가 벌써 선배의 시선을 향해 돌려져 있었다.
그런 날 향해 웃어보이며 살짝 윙크를 해 보이는 선배때문에 술이 깨버렸다.
“그런게 어딨어요? 술자리에서의 남녀차별을 젤 못 견뎌하는 애잖아요. 특히 하민주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냥 얌전히 있어만 주는 것으로도 내 인생에 큰 보탬이 될텐데
맨날 도망가던 놈이 어떻게 이렇게 나에 대해 시시콜콜 따지고 드는지…
“내가 언제 그랬어? 너 죽을래? 니 술이나 마시세요…”
한가람을 향해 윽박성 멘트를 날려주고 고개를 돌렸을 때
정우선배는 불여우에 의해 이 세상과는 차단을 당한 듯 멀어져 있었다.
"자.. 그럼 조심들 해서 가라…”
같은 방향끼리 택시를 잡는 분위기였다.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2년 내내 같은 방향이라곤 단 한 사람도 없었는데
갑자기 뿅하고 나타날 리가 없었다.
시무룩하니 혼자 도로변으로 나가려던 참이였다.
“민주 또 혼자야? 가자, 데려다 줄께…”
아니 이게 무슨 일일까?
2년 내내 가만 계시던 정우선배가 오늘 자꾸 다가왔다.
이러면 정말 넘어가는데…
“아니예요… 혼자 잘 갔었는데요, 뭘…”
“과 후배가 나 따라 동아리까지 왔는데 내가 그 동안 너무 신경을 못 써줬잖아…”
이런…
그럼 그 동안 내가 선배따라 동아리 온 거,
아니 내가 선배 좋아하는게 다 티가 났단 말인가?
붉어진 얼굴을 살며시 들어 올리려던 찰라였다.
“얼굴이 무기인 앤데 왜 안하던 걱정을 다 하고 그래요? 선배 술 취했어요?”
앞으론 회장이고 나발이고 저 놈이 꼭 도망가도록 망을 봐줄테다.
에스코트까지도 불사하리다…
“저 어차피 쟤네 집 방향으로 가야되요… 오늘 할아버지댁에 가야돼서…”
술이 취했다고 보기엔 너무 싸가지없는 놈의 말투였다.
“가!!”
가려면 지나 가지 내 손목을 세게 틀어잡고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선배… 안녕히 가세요…”
태어나서 이런 애절한 헤어짐의 인사를 해 본건 처음이였다.
“아저씨… 일원동요…”
일원동… 난 의심스러움을 한 가득 품은 눈빛을 놈에게 날렸다.
“난 잘거니까, 가다 니네 동네 나오면 알아서 내려라…”
지 할 말만하고 이내 눈을 감아버리는 한가람이였다.
내리라면 못 내릴 줄 알고? 내가 절대 깨우나 봐라…
차비도… 절대 안 내!! 아니 절대 못 내…
정우 선배랑 오붓하게, 다정하게 처음으로 같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갈 수 있는
으슥한 밤이였는데 네 놈때문에 도루묵이 되었는데 내가 왜 내??
“차비는 양심껏 내고 내려라…”
미야리에 신문지 깔아 앉을 놈 같으니라구…
이런 귀신같은 놈과는 되도록 멀리 떨어 앉아야 한다는 생각에
슬쩍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
놈의 머리가 내 허벅지 위로 떨어졌다.
차 문가에 있던 놈의 팔이 다른 쪽 창가에 있던 내 손을 잡았다.
“엄마야…”
“남자친구 분이 많이 취하셨나보네…”
내 놀라는 소리에 룸밀러로 우리 모습을 살피신 모양이였다.
기사 아저씨의 능글맞은 미소가 룸밀러 가득 흐물거리고 있었다.
21년을 지켜온 순결한 내 허벅지가 놈에게 점령당해 버렸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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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만에 인사드립니다.
모든 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되세요...
저는 이 소설 끝까지 연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꾸벅!!
첫댓글 으하하하~ 여기서 일등을 하다니...
이런.. 왜 여기까지...ㅎㅎㅎ
캬~~~~~~~~ 어디서 노시다가 이제야 오시는 겁니까???? 저 라인강님 기둘리다가 눈 빠졌삼...ㅎㅎㅎ 음~~ 의미심장한 제목이군요.. 담엔 또 어디를 점령당할지...ㅋㅋㅋ
저... 논거... 어떻게 아셨어요?? ㅎㅎㅎ 기다리셨다는 말씀에 힘이 나네요...^^
ㅋㅋㅋ 삼등이네요... ㅋㅋㅋ 제목도 재밋고 내용도 재밋고 다음글 기대할게요..^^*
기대에 부응해야 할텐데... 열심히는 쓰겠습니다.^^
인강님 여기서도 보네요 자주 뵐께요
뉘신지... 거기서의 저는 잊어주세요... 변신의 귀재, 라인강이랍니다...호호호
아하하! 너무 재밌어열 ㅎㅎ 다음편 읽으러 가열~ㅋㅋ
재밌다 해주시니 힘이 나는군요... 저두 얼른 담편으로...ㅋㅋ
기적님 너무 오랜만이예요... 자주 이젠 자주 볼수 있겟죠?ㅋㅋ
절 자주 보기 원하신다니... 영광입니다.. 예리한 눈을 가지신 도도민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