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논리파, 아베는 행동파
아베의 케이크 깜짝 선물에
문 대통령 '단 것 잘 못 먹어' 사양
아베, 평창 올림픽 리셉션 지각
'한.일 정상 신뢰부터 회복해야'
지난해 5우러 9일 도쿄의 총리 공관에서 열린 한.일 정상 오찬 때 아베 신조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깜짝 선물이 등장했다.
한글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 축하드립니다'라고 적힌 딸기 케이크였다.
케이크가 나오자 참석자 모두가 박수를 쳤다.
그런데 일본 정부 소식통은 '너무나 다른 두 정상의 스타일이 극적으로 대비된 장면'이라며 공개 안 된 뒷얘기를 소개했다.
아베 총리가 '케이크를 드십시다'라고 권했는데,
문 대통령은 '(임프란트 시술 때문에) 이가 안 좋아 단 것을 잘못 먹는다'고 사양했다.
그래서 한국측 참모들이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는 것이다.
내심 야심차게 준비한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측 배석자들은 이에 다소 당황했다고 한다.
당시 아베 총리는 등산이 취미인 문 대통령을 위해 쌍안경도 선물했지만 한국 언론에선 별로 부각되지 못했다.
소식통에 '아베 총리의 장기인 스킨십이 문 대통령에겐 잘 먹히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2월 평창 올림픽 때에는 청와대가 아베 총리 때문에 부글부글했던 일이 있었다.
200여명의 국내외 귀빈이 기다리고 있었던 올림픽 공식 리셉션장, 만찬 시작인 오후 6시가 넘자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아베 총리의 도착이 늦어져 행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더 기다릴 수 없다'며 미.일 정상이 없는 채로 공식 환영사를 마쳤다.
아베 총리는 펜스 부통령과 함께 6시35분께야 현장에 도착했다.
두 인사는 곧장 리셉션장으로 향하지도 않았다.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을 사전에 불참을 통보했지만, 아베 총리는 그냥 늦었다.
더 언급하지 않았다'며 불편해했다.
판이한 두 정상 스타일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의 첫 회담을 시작으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5번의 회담과 12번의 전화 통화를 했다.
하지만 문재인-아베 시대 한.일 고나계엔 '역대 최악'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판결, 국방 당국간 레이더. 저공비행. 욱일기 갈등, 독도 문제에 이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시각차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양국 전문가들 중엔 '인간적 신뢰와 친분을 바탕으로 한 허심탄회한 정상간 외교가 이뤄지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
(후나바시 요이치 API 이사장)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 정상간 호흡 불일치엔 양국간 고질적인 갈등 구조가 자리한 때문이지만 두 정상의 판이한 스타일도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베 총리는 최근 과감한 스킨십을 선보이곤 한다.
정치 초년병 시절엔 '수줍은 도련님'이란 ㄹ병도 있었지만 옛날 이야기다.
아베 총리는 2016년 말 취임도 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덩선인을 만나러 트럼프타워 펜트하우스를 찾아갔다.
갈 깨 '첫번째는 그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할 것
둘째는 그보다 짧게 얘기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응법도 숙지했다고 한다.
아벤느 2017년엔 트럼프 대접에 열중하다 골프장 벙커에 빠지는 굴육도 겪었지만
어쨌든 트럼프의 귀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게 국제 외교가의 평가다.
아베는 2014년 3월 네델란드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 땐 서툰 한국말로 '박근혜 대통령님,
오늘 만나서 반갑스무니다'고 깜짝 인사를 하기도 했다.
물과 기름, 화성.금성 남자?
이런 깜짝 스타일은 문재인 대통령과 잘 맞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논리를 중시한다.
사법고시를 거친 법률가 출신으로 논리에 맞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편해 한다.
또 납득하지 않으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 신중팓다.
문 대통령은 친분을 위해 어설픈 농담을 던지는 일도, 마음에 없는 얘기를 인사 치레로 하는 일도 잘 없다.
특히 허세가 들어간 퍼포먼스엔 별로 관심이 없다.
두 정상은 살아온 길도 180도 다르다.
아베는 어려서부터 총리 외조부(기시 노붓케)의 무릎 위에서 놀랐고, 외무상 아버지(아베 신타로)의 비서를 지냈다.
일본 근.현대사를 쥐락펴락한 야마구치현 출신에 보수.친기업 계층이 고정 지지층이다.
반면 문 대통령의 부친은 일제 시대 흥남시청 농업과장을 지내다 월남했다.
문 대통령은 학생운동을 했던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아베 총리는 태어나는 순간 정치인으로서의 인생이 결정됐지만,
문 대통령은 실향민의 아들이었고 처음부터 정치를 할 생각이 없었다.
이처럼 출신 배경부터 인생의 경로까지 판이하니 두 정상을 놓곤 '금성 남자와 화성 남자',
'물과 기름' 아니냐는 비유까지 한일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정상 신뢰 회복 급선무'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는 계기는 오는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다.
문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대 일본연구소 남기정 교수는 '현 한일관계가 과거와 가장 다른 점은 정상간에 신뢰가 전혀 없다는 점'이라며
'과거엔 정상과 직결되는 측근이나 복심이 연결고리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 마저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임 주일대사는 청와대의 사고구조를 솔직하게 전달하고, 일본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두 정상간 신뢰를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도쿄 서승욱,윤설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