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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07:49"국민의 눈높이"는 몇 미터, 몇 센티인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어제 당선 직후 연설은 '국민 눈높이'란 상투적인 말로 풀어간 공허한 내용이었다. 빼서는 안 되는 두 단어가 보이지 않았다. 북핵위기와 의료대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현안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외치는 국민 눈높이 운운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첫째,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둘째, 미래를 위해 더 유능해지라는 것입니다. 세 번째, 외연확장입니다>라고 했지만 대안은 모호하고 구체성과 실천성이 결여되었다.
<국민의 마음과 국민의 눈높이에 더 반응합시다. 민심 이기는 정치 없습니다.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편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거대야당이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폭주하지만 민심이 폭주를 제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직 국민의 마음에 덜 반응하고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지 못하는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조금만 국민의 마음에 반응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드립시다!>
국민 눈높이만 강조할 뿐 눈높이가 몇 m인지를 말하지 않는다. 선장이 "갑시다"하고 외치면서 進路의 방향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면 그 배가 어디로 갈까? 혹시 산으로?
"국민 눈높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것인가? 5000만 국민의 눈높이는 다 다른데 거기에 어떻게 맞추나? 5000만 눈높이를 다 만족시켜 줄 방법은 없다. "있다"라고 하는 순간 사기와 기만이 시작된다. 유일하게 국민의 눈높이 비슷한 게 있다면 선거결과이다. 지난 총선이 평균적 국민 눈높이다. 총선의 핵심적 의미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키고 국힘당이 방조한 의료대란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런데 국힘당은 총선패배를 안겨준 의료대란에 대하여 총선 후에도,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고 관심도 없다. 그럼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자고 한다. 말장난 정도가 아니라 對국민사기이다.
<미래를 위해서 더 유능해집시다. 유능함을 국민들에게 성실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고 공감을 얻읍시다. 여러분, 국민들과 당원동지 여러분들이 함께 세운 윤정부는 이미 유능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의료대란을 일으키고도 수습을 못하는 윤석열 정부가 유능하다니! 전공의와 의대생 약3만 명이 병원과 학교를 떠났고 이들을 복귀시키지 못하는 윤석열 정부가 유능하다니! 그가 말하는 "유능해집시다"는 "무능해집시다" "무책임해집시다"로 들린다.
<그건 결국 우리 국민의 힘이 중도와 수도권 청년으로 확장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외연을 확장해야 하고 그래야 이길 수 있고 상대는 현상을 유지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뭉쳤던 다양한 생각과 철학을 가진 유권자의 연합. 단시일에 복원하겠습니다.>
국민의힘이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준석 대표를 몰아낸 데 대한 반성문처럼 들린다. 이준석 몰아내기로 젊은층, 중도층이 이탈한 것이 지난 총선 패배의 최대원인이었음을 솔직하 인정하고 이런 호소를 해야 먹힐 것 아닌가?
한동훈 연설에서 매번 느끼는 공허함은 그의 독서 부족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독서 부족을 감추려 하는 말장난과 쇼에서 허영과 오만이 생긴다. 그가 정말 '모비 딕'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같은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이 정도의 어휘력과 문장력은 정말 아니다.
전당대회 기간에 그에게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을 하고 싶다.
"귀하가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47개 혐의 전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 받았고,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19개 혐의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럼에도 검찰은 항소했다. 귀하는 그래도 잘못되었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소신은 변함이 없는가."
"귀하는 총선 기간중 여의도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옮기고 세종시를 정치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서울을 수도로 포기한다는 뜻인데 그 소신도 변함이 없는가."
"소신에 변함이 없다"는 응답이 온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먼저 사람이 되라. 그리고 책을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