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서울 한복판인 종로, 을지로, 청계천, 충무로를 동네 놀이터 마당처럼
활보했던 어린 왕년에 영화를 보면서 아름다운 추억에 잠겼다. 대표적인 것은
최인호의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이장희 감독의 별들의 고향 ㅡ 한국 영화상 최고
흥행영화였던 1960년대 '미워도 다시 한번'의 기록을 갱신했고 이어 '겨울여자'가
흥행 ㅡ 극 중 첫 사랑에 실패한 호스테스 경아의 대사 "아저씨 안아 주세요" 에
응하는 신성일의 "경아 오랜만에 누워 보는 군"의 명 대사를 지금까지 기억한다.
조선작의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 ㅡ 월남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극 중 창수(송재호)는 목욕탕 때밀이를 하고 있다. 그는 우연히
경찰서 보호실에서 영자(염복순)를 다시 만난다. 시골 농삿집에서 태어나 굶기를
밥먹듯 했던 영자가 상경해 식모를 전전하다가 사장집 가정부였던 3년전 창수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창수가 월남 참전한 사이 영자는 사장집 아들에게 강간당하고
쫓겨나 공장에 다니다가 박봉의 생활을 견딜 수 없어 빠걸이 되고 적응이 되지 않자
시내 버스 차장이 된 영자는 교통사고로 팔 하나를 잃는다. 결국 창녀가 된 영자는
팔 하나 없이 성매매 ㅡ 에서 당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최인호의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ㅡY대 철학과를
다니는 병태와 영철은 군입대 신체검사를 받고 각각 합격과 탈락 통지를 받는다.
병태는 미팅에서 돈도 없고 전공 철학과가 전망이 없다는 이유로 실연을 당한다.
부잣집 외아들 영철은 말을 더듬고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생활하며, 술만 마시면
"동해로 예쁜 고래를 잡으러 가겠다"더니 실연 후 절벽에서 동해에 몸을 던진다.
병태는 무기한으로 휴교한 빈 교정을 서성이며 괴로워하다 입대한다. 입대하던 날
역으로 배웅나온 여친과 병태는 주둥이 박치기 한다 ㅡ 에서 1970년대 청년문화는
청바지를 입은 대학생들이 저녁에 명동이나 종로의 고고장을 찾아 통기타 음악과
생맥주를 즐기며 밤새 춤추다가 야간 통행금지가 풀리면 집으로 귀가하는 습성이
있었다. 남자는 장발, 여자는 미니스커트가 유행이고 팝송에 심취한 중, 고교생들은
심야에 특히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 방송에 귀를 쫑긋 세웠다.
당시 필자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낮에 대학교를, 야간에는 식품공장에서 일하면서
통기타와 담배는 물론 맥주 한잔 못 마시고 밤낮 헤매던 중 육군3사관학교에 입교 후
사연 많은 군과 직장을 거쳐 입시학원하다 보니 어느새 약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힘들던 예전에는 어느 가정이나 형제자매가 많았는데 요즘 자식이 귀해서인가?
사랑이 지나치자 문제아들이 생겨났다. 금처럼 아주 귀한 아이라는 뜻의 ‘금쪽이’는
이제 넘치는 사랑에 비뚤어지다 못해 패륜을 저지르는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버릇없고 개념을 상실해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의 존재보다 더 큰 사회문제는 그들의 악행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으며 그 와중에도 버릇없는 개들이 또한 날뛰고 있다.
다른 개는 물론 사람까지 씹고 짖는데도 보호자들은 태연히 ‘아이고 우리 아가’라며
감싸기에 급급하다. 보는 사람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이런 막가는 개들은 '개쪽'이다.
수시로 뽀뽀하고 품에 안고 다니는 강아지가 '우리 아기'면 그 족속들은 '개 종자'다.
최근 대구광역시 대명동에서 벌인 10대 청소년들의 '왕 싸가지'를 보면서 여론이
시끄럽다. 카페의 어린 여자 직원을 위협하던 그들은 이를 제지하던 카페 사장에게
앙심 품고 집단으로 몰려가서 시비 걸고 사장에게 발길질하는 등 몸 싸움을 벌였다.
만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절도, 폭력, 강간, 살인을 저지른 촉법소년들이 대구시와 화성시만 있는 게 아니다.
여야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내세웠지만 처벌 강화 실효성의 이견에 부닥쳐서
구체적 입법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이 어렵다면
살인이나 강간과 같은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사처벌의 예외 조항 신설 등을
고려할 만하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안 처벌’은 더욱 능사가 아니지 않은가?
솜털난 청소년 때나 산전수전 다 겪은 지금의 황혼기 때나 제대로 된 학교 교육과
밥상머리 교육에 힘입어 '공짜는 줘도 먹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는 본 받아야 한다
첫댓글 그시절 공감하던 내용의
스토리가 전개 되어
감사 하며 읽었습니다!
공짜는 그냥 춰도
먹지 않는다
당연한 말 인데도
새삼 다시 한번 새겨야겠습니다
흘러간 시간들이 님의 글 속에서
꿈틀거리며 밖으로 나옵니다.
애써 기억하기도 힘든 그 시절 그 영화
어제 본 것처럼 자세히 적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영등포 연흥극장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일교차가 큰 시월 초하루
감기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별들의 고향 , 영자의 전성시대 , 바보들의 행진
영화 3개를 다 보았는데?
바보들의 행진이 제일 마음에 와 닿습디다
나의 시대적 환경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충성 우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