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요즘 남쪽섬 거제는 벌써 춘심(春心)으로 울렁거린다. 남풍이 기대는 곳마다 선홍빛 동백꽃이 만발했기 때문이다. 예년같으면 2월하순에 만개해야 할 것들이 올겨울은 이상 고온으로 12월 하순부터 고운 자태를 맘껏 뽐내고 있다. 만물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짙푸른 잎새사이 붉은 동백꽃은 화사한 '건강미인'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화려한 거제의 겨울은 꽃구경에 해금강 일출과 홍포 일몰, 그리고 외포 앞바다로 회유하는 살오른 겨울 대구의 참맛도 함께 맛볼 수 있어 더욱 즐겁다.
따뜻한 겨울 때 이르게 만발 붉게 물든 지심도는 벌써 봄 ▶동백이 있어 화사한 거제의 겨울 거제 사람들은 남풍이 잠시 쉬었다가는 지심도를 '거제 동백의 1번지'로 부른다. 외지인들은 흔히 동백꽃의 명소로 몽돌해변의 '학동 동백림'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곳은 출입이 제한돼 꽃구경이 수월치 않다. '지심도(只心島)'는 하늘에서 보면 섬의 형태가 마음 '심(心)'자 같다고 해서 얻게 된 이름이다. 거제 장승포에서 배를 타고 20분이면 닿는 길이 2km 폭 500m의 작은 섬으로 아름드리 동백이 밀생해 일명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지심도는 산책코스가 압권이다. 선착장에서 해변 능선을 따라 동백과 솔숲이 어우러진 좁다란 오솔길은 파도소리, 물새소리를 벗삼아 거닐 수 있는 여유로운 곳이다. 특히 화사한 동백터널길은 마치 봄으로 들어서는 계절의 관문처럼 느껴진다. 동백이 좌우로 늘어선 숲길에는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진 꽃봉오리가 화려한 꽃길을 수놓고 있고, 섬 군데군데 흩어진 민박집들은 외딴섬의 적막감을 달래준다. 그중 섬 동쪽편에 자리한 옛날 일본식 민가의 운치가 빼어난 편인데, 아니나 다를까 오는 2월 방영되는 SBS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의 촬영배경이란다. 그곳에서 주인공 송윤아, 조재현의 어린시절을 담았다. 낙엽이 깔린 산책로를 따라 섬 정상부에 오르면 헬기장으로 쓰이는 넓은 잔디밭이 나선다. 하늘과 맞닿은 망망대해와 멀리 장승포 포구, 거제의 낙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지심도 동백은 유독 키가 큰편이다. 때문에 곳곳에 터널을 이루기도 하지만 꽃이 너무 높게 달려 사진 촬영 포인트로는 수월치 않다. 게다가 최근 불어닥친 한파로 여린 꽃잎이 타들어간 것도 아쉽다. 그렇다고 지심도 동백의 정열을 감상하기에 부족할 정도는 아니다. 지심도는 작은 섬이지만 볼거리도 쏠쏠하다. 식민지시절 일본군이 구축한 포대와 활주로, 탄약저장고 등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가 하면 해안선의 기암절벽도 빼어나다. 대구 풍어 인심도 풍년 ◇ 전국 최고의 대구 위판장인 거제 '외포'는 요즘 유례없는 풍어로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외포 대구잡이 겨울 거제의 대표적 어족은 '대구'이다. 특히 동부해안가 외포는 거제앞바다~진해만에서 잡은 대구의 위판장으로 전국 물량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대구의 집산지이다. 요즘 외포 어판장은 대구 풍어로 즐거운 비명이다. 하루 평균 1000여 마리의 대구가 잡혀와 예년에 비해 5배 이상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세밑, 대구잡이 촬영을 위해 낚싯배를 타고 외포 앞바다로 향했다. 대구가 회귀하는 길목에 쳐둔 그물을 걷기 위해 칼바람속에서도 고깃배들의 조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날은 무슨 곡절인지 대구잡이가 신통치 않다. 그간 며칠 동안 그물을 걷어 올리기 힘들 정도로 많이 잡혔다는 대구들이 필시 포획로를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물메기, 아귀 등 잡어들과 섞여 간간이 얼굴을 내비칠 뿐이다. 이렇게 오후부터 밤새 잡아올린 대구는 이튿날 새벽 어판장으로 향한다. 매일 아침 7시30분, 경매가 시작되는 거제 외포 어판장은 싱싱한 대구를 구하려는 상인들의 발길로 성시를 이룬다. 알아들을듯 말듯 쉼없이 중얼거리는 경매사의 쉰 목소리와 경매인들의 수신호가 3시간 넘게 지속되고, 참치 몸통만한 싱싱한 대물들은 미식가들의 식탁을 향해 부지런히 포구를 떠난다. 올겨울 대구 풍어는 회귀성 어종인 대구가 멀리 베링해에서 산란을 위해 떼를 지어 진해만으로 돌아온 때문이다. 지난 1986년부터 벌여 온 인공수정란 방류 사업의 결실이다. 예로부터 거제 대구가 유독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은 최고의 성어기에 암놈은 알배기, 숫놈은 고소한 곤이가 듬뿍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잡히는 물량이 작아 부르는 게 값이었다. 요즘 거제 대구는 70㎝ 기준 마리당 위판 가격이 5만~8만원으로 지난해 11만~12만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여행 메모
14번 국도 일출 장관 … 시원한 대구탕 별미 ◇ 대구 매운탕 ◇ SBS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의 촬영배경이 된 일본식 민가.
▶일출-일몰 포인트 ◇일출=14번 국도의 출발점인 다포항부터 해금강, 학동, 망치, 구조라, 지세포, 장승포로 이어지는 해안가에서는 장엄한 일출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해금강(갈곶도)의 사자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해는 애국가의 배경화면이 됐을 만큼 장관이다. ◇일몰=남면 여차마을에서 홍포로 넘어가는 도로를 따라 5분정도 달리면 까막재 고개가 나서는데, 거제 최고의 낙조 포인트이다. 여차 인근 홍포마을, 일명 무지개마을도 해안풍광과 낙조가 압권이다. ▶그밖의 볼거리=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섬답게 해안선이 제주도보다 길다. 여정은 섬동쪽해안을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며 절경을 감상하는게 좋다. 학동 몽돌해변과 동백군락지, 해금강 일출 등 볼거리가 쏠쏠하다. 거제의 대표적 명소로 통하는 외도는 수목원과 전망대, 조각공원, 야외음악당 등을 갖춰 나들이 코스로도 무난하며, 거제포로수용소도 안보 관광지로 들를만 하다. ▶맛집=◇학동 몽돌해수욕장에 자리한 학동 해송횟집(055-636-2878)은 매운탕을 곧잘 끓인다. 얼큰한 국물과 여린듯 쫄깃한 고기맛이 일품이다. 참돔 매운탕(2만~2만5000원, 3~4인분)이 대표적 메뉴. 겨울철 숭어회와 감성돔, 농어 등 회맛도 볼 수 있으며, 대구알젓, 파래, 돌미역 등 밑반찬도 맛깔스럽다. ◇외포 경매장 옆 중앙식당(055-636-6026)은 대구탕과 멸치회로 유명하다. 말금하면서도 칼칼하게 끓여낸 대구탕이 별미. 큼지막한 대접 한그릇에 1만2000~1만5000원을 받는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멸치 회(2만원 부터), 멸치찜(1만5000원)도 맛볼 수 있다. ▶묵을곳=시청이 있는 고현리와 장승포, 옥포 일대에 깨끗한 호텔과 모텔이 즐비하고, 바닷가에는 민박을 겸한 식당들이 많다. 학동 몽돌비치호텔(055-635-8883)은 실내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있다. ▶여행문의=◇거제 에코투어(www.geojeecotour.com 055-682-4202)는 외도, 지심도 등의 패키지와 생태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장승포~지심도' 도선(055-681-6007)은 오전 8시, 오후 12시30분, 4시30분 등 하루 3차례 출항.
발췌: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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