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남학생들과, 체육교사가 2명이나 포함된 교사팀 간의 경기는 누가 이길까요? 무슨 경기냐구요? 축구요.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물론 중학생팀은 축구를 제법 잘하는 아이들이 모였구요, 교사팀은 청년에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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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경신중 학생들과 교사들의 축구 경기 중 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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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경기는 9월 22일 오후 5시 광주경신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렸습니다. 초반은 교사팀의 우세였습니다. 학생팀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몰아붙였습니다. 안남표 교사가 오른쪽 코너에서 센터링한 공을 이강휴 교사가 멋있는 헤딩으로 첫 골을 장식했습니다. 학생들도 이어진 반격에서 이승일 학생이 수비수 한 명을 뚫고 슛, 가볍게 동점골을 만들었습니다.
점수 2대2까지의 경기는 교사팀이 월등한 공격력을 가지고 밀어붙였습니다. 그런데 번번이 절호의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탓이 되었던지 학생들의 몸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승욱 학생이 왼쪽에서 치고 들어가 강슛을 하여 역전이 되었습니다. 이어서 이승일, 정승욱, 김동수, 김동오로 이어지는 학생들의 공격라인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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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경신중 학생과 교사의 축구 경기 시작 전 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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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교사팀은 미들에서의 골 장악력이 크게 약화되더니 수비벽이 번번이 뚫리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골네트가 출렁거렸습니다. 교사팀은 안간힘을 다하여 주도권을 잡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번개같이 달려드는 학생들의 공격을 저지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경기는 싱겁게 6대4 학생팀 승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승일 학생(3학년)은 경기를 마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진짜 재밌어요. 오늘은 우리 학생팀이 이겼잖아요. 늘 선생님들께서 이기셨는데 우리가 이기니 넘 재밌어요. 선생님들과 월ㆍ목 축구를 하면 조금 피곤하지만 무언가를 얻는 느낌이 들어요. 축구를 하게 되면서부터 선생님들과 친해지고 또 존경할 수 있게 되었어요. 친구들과는 패스의 중요성과 협동심을 배웠어요. 우리들이 선생님들과 정기적으로 축구를 한다는 게 색다른 경험이잖아요. 오늘은 우리 학생팀이 서로 발이 잘 맞았어요. 서로 패스가 잘 되었거든요. 축구는 혼자하는 경기가 아니어서 자기의 이기심을 버려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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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경신중 학생과 교사의 축구 경기 전 교사 세레모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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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개교 22년이 된 광주경신중학교가 여자중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바뀐 지 5년이 되었습니다. 5년 전 남학생들을 처음으로 맞이한 것입니다. 남학생에 대한 지도의 경험이 별로 없었던 교사들은 남녀공학을 하는 인근 중학교 교사를 초청하여 학생 지도에 대한 조언을 듣는 등 여러 가지 준비를 하였답니다. 특히 생활지도의 방법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였답니다.
그런데 남학생들의 생활지도는 의외의 방법에서 실마리가 풀렸답니다. 이 학교는 그동안 교사들 사이에 축구동호회가 있어서 축구 경기를 즐겼습니다. 그런데 축구를 좋아하는 남자 교사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두 팀으로 경기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적은 수가 축구를 하는 미니게임을 주로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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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경신중 학생과 교사의 축구 경기 중 이강휴 교사의 첫골 헤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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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그런데 호기심 많고 축구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이, 교사들이 축구하는 운동장에 찾아오곤 하였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학생들과 함께 축구를 하게 되었고, 이것이 발전하여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두 번 사제동행 월목축구 경기가 정례화되었답니다. 더 나아가 체육교사들은 특기적성교육에 축구반을 모집하여 기본기를 가르치기도 하였답니다.
이들은 청소년기의 많은 힘들을 축구에 쏟았답니다. 그것도 자기 선생님들과의 경기를 통하여 솟아나는 에너지를 분출시킨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1학년 때부터 3년 내내 사제동행 축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어떤 때에는 학생과 교사를 반반씩 나누어서 경기를 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교사와 학생간의 경기를 하기도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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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경신중 학생과 교사의 축구 경기 중 골문 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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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중학생들의 성장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1학년이나 2학년 학생들은 학생들의 실력이 너무 딸려서 교사와 경기를 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1학년이나 2학년 학생들과의 경기에서는 반반씩 나누어서 경기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3학년이 되면 몰라보게 달라집니다. 그야말로 날쌘돌이들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3학년 학생들과의 경기에서는 가끔씩 아이스크림 내기도 했는데, 경기의 결과는 대개 1승 1패의 호각지세를 이룬 경우가 많았답니다. 물론 아이스크림을 사는 비용은 대부분 교사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지만, 지나 이기나 학생들은 좋아하며 매점으로 달려갔다가 왔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박이나 통닭도 상품으로 걸리는데, 학생들이 이겨야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열심히 뛰곤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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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경신중 학생과 교사의 축구 경기 중 김동수 교사의 드리블과 이승일 학생의 수비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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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체육을 담당하는 이강휴 교사(47세)는 학생들과의 축구 경기를 지켜보면서 학생들의 체력과 기술이 급속도로 향상되어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모든 일에 임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가슴 뿌듯한 허전함이라고나 할까요? 남학생들이 1학년에 입학할 땐 정말 불면 날아갈 것 같이 연약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3학년이 되어 저렇게 체력이 향상된 것을 보세요. 이제는 교사들이 그들의 체력과 기술에 뒤지거든요. 3년 동안 축구경기를 통하여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땀흘리며 뛰었던 행복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인 것 같아요. 학생들은 튼튼해진 몸과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교사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하며 학생들과 호흡할 수 있어서 좋구요.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쌓았던 자신감과 진취성을 가지고 교과학습에 임했으면 좋겠고, 또 삶의 현장으로 더욱 확장되어 평생 긍정적인 인간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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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경신중 학생과 교사의 축구 경기 중 정왕기 교사의 골인 세레모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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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어떤 부모는 자녀가 너무 축구에만 빠져 있다고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학생들은 자기 선생님과의 축구 경기를 좋아했답니다. 특히 사춘기 탈선의 불안을 늘 품고 있던 학생들이 자기 선생님들과의 축구 경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춘기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극복하는 것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교사들에 대한 예의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답니다. 축구에 혼이 빠져서 그랬는지 아니면 축구를 통한 선생님과의 만남이 좋아서 그랬는지 첫 남학생들은 탈선이 거의 없이 졸업하였답니다.
광주경신중 남동우(54세) 교감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을 보는 것 같아 너무 자랑스럽다고 입에서 칭찬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많은 교사 생활을 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생들은 숨쉴 틈도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 경신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께서 방과후에 함께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아, 교육에서 저런 모습도 있었구나. 정말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구나. 운동장에서 '야, 아, 여기, 여기'하면서 큰소리를 내며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한데 어우러져 경기하는 모습이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생한 교육이구나 등등. 사실 운동장에서 같이 뛰지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이 안타까웠고, 선생님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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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경신중 학생과 교사의 축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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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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