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선정적인 목적으로 쓴 글이 절대 아닙니다.
승환님이 제 손을 두번이나 잡아주셨습니다.
속이 쓰리고 억장이 무너지더라도 다음의 제 글을 읽으시면 사실을 알수 있을 겁니다.
우선 제 소개를 다시 해야겠군요.
저는 엔비입니다.
마담님의 여우같은 마누라이기도 하구요.
제가 이 까페에 가입한 것은 순전히 마담님의 숨은 후원자가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승환님의 무적 앵콜을 보고 온 마담이 며칠을 광분하며 드팩 홈페이지를 들락거리기를 계속하던 어느날 마담은 드디어 까페주인으로 변신하였습니다.
마담의 컴실력을 일찍이 알고있던 저인지라 마담의 까페가 개점휴업의 사태에 직면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기위해 회원으로 가입하였습니다.
평상시 승환님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팬으로 자처하며 건방을 떨던 저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아오던 마담은 제가 까페분위기를 흐릴 것을 저어하여 회원가입을 금지하였기에 저는 하는 수없이 마담님 몰래 엔비라는 닉네임으로 가입하였습니다.
엔비는 nobody의 n과 b를 따온 말로 승환님의 환장팬이 아닌 저의 정체성을 나타낸 닉네임이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일주일에 한번 아롱이와 만나는 시간마저 아까와하지 않고 승환님의 콘서트를 보기위해 광주로 청주로 종횡무진하는 마담이 곱게 보였을리가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저에게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며 또 승환님의 메카공연을 가자고 하는 마담이 제 정신이라고 생각이 들었겠습니까?
아뭏튼 계속되는 마담의 애원과 협박에 못 이겨 저는 드디어 메카공연을 보러 가기를 결심했습니다. 클라이언트와의 힘든 계약, 장시간 미팅에 연일 피곤에 지친 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채 메카로 출발했습니다.
7시30분에 만나서 물냉면을 저녁식사로 대신하고 메카에 입장하였습니다.
입장시 지급받은 것은 맥주1캔(대신 콜라 1캔도 가능)과 햄버거 1개와 생수 1병.
저는 자리에 앉자 마자 무적의 아줌마답게 햄버거를 먹어치웠습니다.(마담은 옆에서 '그걸 또 먹냐?' 했습니다.) 맥주1캔도 금방 마셔버렸습니다.
오프닝은 홍대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랩&록 밴드인 '에드'인가 뭐시긴가 였습니다.
관객의 반응은 거의 '무시'에 가까웠지만 2번째 곡까지는 꽤 들을만 했습니다.(역시 copy곡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들 자신의 곡을 부르기 시작하자 지루한 랩과 멜로디의 구성과 좀전에 마신 맥주와 누적된 피로덕에 연신 하품을 해대고 있던 저는 승환님의 공연 역시 이렇게 별 볼일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함을 느꼈습니다.(맥주는 절대 공연 시작전에 다 마시면 안 됩니다.)
모든 것이 기우였습니다.
8시 30분이 조금 넘어 쎄션들이 띵띵띵 조율을 하고 마침내 승환님이 무대에 등장하시자 저는 알 수 없는 전율에 몸을 떨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루머'가 시작되자 저는 이미 마담을 버리고 flour 한 가운데에 서서 다른 환장녀와 환장남들과 함께 몸을 흔들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마담님은 저의 핸드백을 지키느라고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공연 도중 한 사람이 커다란 쟁반에 어떤 액체가 가득 담긴 맥주잔들으 여러 개 가지고 들어오더니 승환님을 비롯한 밴드멤버 전원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승환님은 그것이 폭탄주라고 하더이다. 우리는 진정 환장하며 승환님과 건배를 했습니다.(승환님과 멤버들은 원샷을 했습니다.) 저는 공연시작 전에 맥주를 다 마셔버린 아둔함에 가슴을 쳐야 했습니다.
승환님은 또한 A4 용지 2장에 적힌 가사를 보시며 승환님의 표현대로 공연사상 처음으로 영어로 된 노래를 불렀습니다. 메탈리카와 비틀즈 그리고 또 누군가의 곡이었습니다. 메탈리카의 노래가 들려올 때 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승환님의 보컬실력이야 이미 인정하고 있던 바였지만 이렇게 헤비하고 메탈한 록을 이다지도 훌륭하게 소화해 내실 줄은 몰랐던 겁니다.
저는 몽롱해지고 승환님이 승환님이 서 계신 하얀 조명으로 반짝이는 무대가 그리고 그 앞에 환장하며 서 있는 사람들의 춤추는 손들이 환상이 아닌 가 싶었습니다.
너무나 아쉬운 1시간 30분의 공연은 2번의 커튼콜로 마감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진출하던 저는 2번째 앵콜때는 무대 바로 앞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곳은 승환님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이 튕겨서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이었기에 저는 '당부'를 앵콜곡으로 부르시는 조명에 빛나는 승환님의 하얀 얼굴을 바로 아래에서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그곳의 환장녀들(환장남들은 환장녀들 등쌀에 그곳까지는 진출하지 못함) 은 승환님의 손을 잡는 성은을 입기 위해 말그대로 환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승환님이 '당부'의 가사도 제대로 못 외워 몹시 괴로워하던 저의 손을 잡은 건 그때였습니다. 그것도 2번씩이나. 그때의 그 느낌은…(마담에게 죄스러워 차마 표현은 못 하겠군요.)
공연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저는 우선 머리를 박고 죽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뭐하느라 승환님의 공연을 한 번도 가 보지 않았을까 하는 회한이 밀려왔기 때문이지요.
잠시후 다소 흥분이 가라앉자 이제는 무한한 행복감과 충일감이 밀려왔습니다.
승환님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더군다나 승환님과 같은 386세대이므로 붉은사막과 같은 노래의 가사를 승환님과 같은 정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붉은사막의 가사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격동과 혼란의 20대에 대한 애절함과 승환님의 대한 질투심으로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
그래서 2가지를 결심했습니다.
첫번째는 승환님의 콘서트에 가 보지 못한 제 주위의 사랑하는 불행한 사람들은 승환님의 콘서트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제 동생(걔는 저와 마찬가지로 승환님의 보이스가 록을 하기에는 다소 약한 감이 있다고 생각하여 승환님의 콘서트를 기피하여 왔습니다.)에게 전화는 걸어 '세기말 난리 공연'에 가기로 약속을 받았습니다.
두번째는 저의 삶을 더욱 치열하고 충실하게 살아내되, 대신에 승환님의 공연을 저의 고된 삶에 선물이자 희망으로 스스로 수여하자는 것입니다.그래서 더 이상 아롱이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승환님의 공연을 마다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겁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들내미도 행복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쬐금만 더 크면 공연에도 같이 갈 수 있구요.
마담은 제 글을 자꾸 훔쳐보다가 거실에서 큰 대자로 누워 코를 골며 자고 있습니다. 정말 마담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저에게 이런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지요.
jasmine님, 사실 1시쯤에 공연후기를 완성했더랍니다. 그런데 이 망할 컴이 다운되는 바람에 새로 다시 쓰는 통에 지금에야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1시까지 기다리신다고 했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마담은 그 동안 엔비로서의 저의 기만적인 행동을 사죄하는 의미로 저의 정체를 밝히고 공연후기를 대신 쓰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낯을 많이 가려서 잘 모르는 이들과 어울리는 일에 능숙하지 못합니다. 그동안 엔비인 저에게 보내주신 관심에는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으나 이번 기회에야 비로소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저는 '새엔비'(이전의 엔비가 아니라 새롭게 태어난 엔비라는 뜻입니다.)로 닉네임을 바꾸고 새 출발하겠습니다. 제가 마담의 마누라라는 사실에 본의아니게 놀라신 여러 회원분들게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팬을 자처하다 이제는 기꺼이 진정한 환장녀로서의 새출발을 다짐하는 새엔비 올림
(메카공연을 가시려는 분들게)
1. 저녁은 반드시 먹고 가시기 바랍니다. 햄버거 1개로는 택도 없습니다.
2. 상기에서 언급하였듯이 맥주는 공연시작전에 마셔버리지 말고 반드시 승환님과 건배후 원샷하시기 바랍니다.
3. 승환님이 공연중에 무대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을 모두 치우고(정말 그 테이블들은 무용지물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대 가까이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은데 혹시 그렇게 되지 않을 시에도 2층이나 3층에 좌석을 배정받은 분들은 반드시 1층으로 내려오셔서 공연을 보셔야 합니다. 그러지 않을경우엔 앞사람이 일어나서 광분하게 되면 승환님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음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4. 클럽공연인지라 승환님의 공연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썰렁한 사람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대분분의 환장남녀들이 일어서서 환장하고 있는 와중에 앉기를 종용하는 몰상식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물론 우리 주위의 그들은 마담님의 단호하고 날카로운 공연수칙 엄수 요구에 함께 서서 공연을 봐야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기에 환장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장매너가 요구되는 때입니다. 그래야 우리의 승환님이 더욱 힘을 얻어 공연에 전념하실 수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