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제품이나 복제하던 수준에서 지난 20년 동안
노동집약적 상품의 일등 생산국으로 성장...
중국 굴지의 가전제품 메이커 하이얼(海爾) 그룹의 미국 지사(뉴욕 맨해튼 소재)는 좀 특이하다. 우선 안내 데스크까지 가는 길을 약 90cm 높이의 검은색 소형 냉장고 여섯대가 가로막고 있다. 냉장고 문짝마다 종이 한장씩이 붙어 있다.
그중 하나에는 1백50달러라고 쓰여 있다. 소형 냉장고를 찾는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당장 한대를 구입할 수 있다. 안내 데스크 뒤에는 식품 냉동기, 가정용 포도주 냉각기, 세탁기, 에어컨 등 하이얼 제품이 가득한 전시실이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미국 학생을 위해 개발된 세계 최초의 ‘소형 냉장고 겸 책상’도 있다.
하이얼은 국내 시장에서는 혁신적 제품들로 유명하다. 국수 반죽기가 달린 세탁기와 감자를 씻을 수 있는 세탁기(농민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리고 맞벌이 가정의 어린이를 위해 고안된 ‘근시 방지 TV’가 있다. 이 TV는 60cm 이내로 접근하면 저절로 꺼진다. 우스꽝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제품들 덕분에 하이얼은 연간 매출이 50억달러를 웃도는 세계 6위의 가전제품 회사로 발돋움했다. 20년 전에는 세상에 있지도 않았던 회사다.
현재 이 그룹의 총수인 장루이민(張瑞敏)은 20년 전 동부 항구도시 칭다오(靑島)의 망해가는 한 냉장고 공장을 살려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공장을 다시 일으켜 오늘날 3만명의 직원(10분의 1 이상이 연구·개발 부문에 종사한다)과 13개의 해외 공장(미국인들이 경영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州의 새 공장 포함)을 가진 대규모 수출업체로 키웠다. 하이얼은 최근 뉴욕市의 유서 깊은 은행 건물을 사들였다. 코린트식 기둥이 있는 그 건물은 하이얼 미국 지사의 새 본부로 쓰일 것이다.
중국의 부상(浮上)은 이제 부인 못할 확실한 현상이다. 그 놀라운 경제성장(연 8%)과 매혹적인 소비자 시장(12억 인구), 외국인 투자자들의 높은 투자열기(지난해 외국인 직접 투자액 4백억달러)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국은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이다.
워싱턴 D.C.의 두뇌집단 브루킹스 연구소의 니컬러스 라디는 “지난 20년 동안 중국만큼 빠른 속도로 해외무역을 늘린 나라는 없다. 20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일본은 해외무역을 배증시킨 반면 중국은 다섯배로 늘렸다. 중국은 노동집약적 제조상품의 일등 생산국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눈부신 성장사에는 뭔가 빠진 것이 있다. 다국적기업이라는 게 없는 것이다. 중국의 대기업 가운데 자사나 자사 브랜드를 세계무대에 올려놓은 업체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하이얼의 예에서 보듯 이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 1백년 동안 외국과 다국적기업들의 그늘에 가려 빈곤과 혼란의 세월을 보낸 뒤 이제 중국 기업들이 세계 각국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중국에는 아직도 외제품을 복제해 아시아 각국에서 (‘소네’등 가짜 브랜드명으로) 덤핑 판매하는 업체가 많다. 그러나 이제는 전자·가전뿐 아니라 하이테크 부문에서도 믿을 만한 신세대 대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본토에서는 더 이상 확장의 여지가 없는 일부 기업이 수출과 해외(주로 동남아시아) 공장 건설 등 새로운 판로 개척에 나섰다. 일례로 말레이시아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은 지난해의 8백만달러에서 올 상반기에는 7억6천6백만달러로 급증했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해외투자보다 무역을 중시해 온 중국으로서는 엄청난 변화다. 동남아 각국의 지도자들은 자국 시장 깊숙이 파고든 중국이라는 거대한 코끼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각국은 외국인 투자가 다시 늘기는 했지만 중국 상품 수입의 증가와 제조능력의 중국 유출로 고전하고 있다.
불경기와 기록적인 高실업의 늪에 빠져 있는 대만은 소중한 자산인 정보기술(IT) 산업이 점진적으로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다. 스캐너와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 옮겨간 데 이어 최근에는 대만 제2의 랩톱 메이커 콤팔(仁寶電腦工業)이 생산시설의 본토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또 인텔과 델 컴퓨터는 최근 주요 사업체를 대만에서 홍콩으로 이전했다. 크레이그 배럿 인텔 CEO는 지난달 대만 기업계에 저비용 제조업의 중국 이전을 막을 길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첨단기술 산업에 주력할 것을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오토바이·의류 등 물밀듯 밀려드는 값싼 중국 수입상품이 국내 제조업계의 목을 죈다. 하노이의 두뇌집단인 세계경제연구소의 르방상은 “이 지역 경제에 중국이 가하는 압력은 대단하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에는 그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역시 위협을 느낀다.
고촉통(吳作棟) 총리는 지난주 중국과의 경쟁으로 피해를 입은 전자산업에의 의존도를 줄이는 포괄적인 ‘새 싱가포르’ 계획의 윤곽을 발표했다. 吳총리는 싱가포르가 좀더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길러야 하며, 석유화학과 제약 및 생명공학 산업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질 좋고 값싼 중국 제품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지금 싱가포르의 최대 과제는 틈새시장을 지키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잠재적 규모는 일본의 10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막강한 수출역량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이 서구와 일본 다국적기업들의 경영 및 관리 기술을 따라가려면 앞으로 여러해가 걸릴 것이다. 예컨대 중국의 상당수 일류기업은 아직도 부분적으로나마 국유 기업이다. 게다가 중국은 경영·관리 능력이 부족하며 마케팅과 브랜드 구축에 대한 개념도 거의 없다. 또 국가 주도의 경제계획과 분열된 정치체제, 자본의 비효율적 사용과 시대에 뒤진 유통체제 등 기업 건설을 가로막는 전통이 기업들에 장애가 된다.
그러나 어쨌든 중국인들이 몰려온다. 중국 정부가 국내에서 막강한 IT 산업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는데다 외국 기업들에 국내 제휴기업과의 기술 공유를 고집하는 것이 한가지 원인이다. 이런 강력한 방침이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서구·일본의 최고 제조업체들과의 합작투자를 통해 상당히 복잡한 제품의 제조방식을 배운다. 중국의 카피텔(首信) 그룹은 노키아 중국 지사와 제휴해 이동전화를 만든다. 그러나 이 회사는 중·저가 무선전화의 디자인과 제조를 통해 자체사업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노키아 중국 지사의 류츠진(劉持金) 부총재는 “카피텔은 사업 파트너이자 동시에 경쟁업체다. 우리는 그들이 현지 브랜드를 구축하고 홍보하는 기술을 익히도록 돕는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최신 5개년 계획은 한마디로 반도체 칩 만들기 총력전이다. 중국 정부는 2005년 이전 25개의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기판) 공장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모토롤라의 대변인 스티브 라이언스는 “중국의 칩 산업은 괄목할 만한 진보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세계 3위의 전자제품 생산국이며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샤먼(廈門) 공화전자社는 DVD 플레이어를 생산해 미국에서 판다. 중국은 또 엄청난 생산능력(연 성장률 약 20%)으로 세계 물가를 끊임없이 떨어뜨리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라디는 “우리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의 출현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사업의 규모와 세계적 지위, 다양한 제품 생산에 주력한 나머지 수익성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잘 나가던 한국의 재벌들이 그런 식으로 사업을 하다가 금융위기 이후 된서리를 맞았다.
20년 전 美·유럽·日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가정용품을 공급하기 위해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 업체들은 중국 경쟁업체의 도전을 받고 있다. 美 버지니아大의 경제학 교수이자 중국 기업경영 전문가인 천밍저(陳明哲)는 중국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업체는 국제적으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년 동안 외국 TV 메이커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70%에서 20% 이하로 떨어졌다.
일본의 마쓰시타(松下) 산업은 1995년 중국 최초의 전자 레인지 공장을 세웠다. 2년 후 중국의 갈란스(格蘭仕) 그룹이 전자 레인지를 생산해 마쓰시타의 절반 가격에 팔기 시작했다. 현재 마쓰시타는 일본 내 전자 레인지 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수출은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하고 있다. 쇼토쿠 유키오(少德敬雄) 마쓰시타 해외담당 상무는 “갈란스는 아주 막강한 경쟁업체다. 3년만에 그런 뛰어난 성과를 이룩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매년 4천3백만대 이상의 TV를 생산한다. 중국 최대의 TV 메이커 가운데 하나인 캉자(康佳) 그룹은 자사 브랜드의 TV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 내놓을 제품 생산을 위해 멕시코에 공장들을 지었다.
또 다른 TV 메이커 TCL 그룹은 지난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TV 1천1백만대를 수출했다. TCL은 중국 업체 가운데 동남아에 공장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후이저우(惠州)에 있는 TCL의 대형 공장 간부 리하이링(李海玲·22)은 “우리는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미국에 50년 뒤졌다. 無에서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고 말했다.
첨단기술은 아직도 외국 기업들이 숨겨둔 비장의 무기다. 그러나 중국은 이 분야에서도 기초를 다지고 있다. 1990년대 전반 루슨트·알카텔·지멘스 등 구미 기업들이 중국의 제휴업체들과 더불어 지배하던 전화 교환기 시장은 현재 화웨이(華爲)·다탕(大唐)·ZTE 등 1985년 이후 등장한 중국 업체들이 주도한다.
화웨이의 전화 교환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배증해 35%에 이르며 현재 실용적이면서도 저렴한 전화장비를 개발도상국(주로 동남아)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멕시코의 생산시설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 은행 홍콩 지점의 경제 연구원 타오둥(陶冬)은 중국이 대만과 서구 첨단기술 공장들의 본토 이전에 힘입어 10년 안에 일류 IT 장비 생산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많은 대기업들처럼 TCL도 아시아에서 급속도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2년 전 이 회사는 인구는 8천만명이나 되지만 TV가 별로 보급되지 않은 베트남의 잠재시장에 눈을 돌렸다. 시장조사차 호치민市에 파견된 테리 이(易春雨) 부장은 베트남 시장의 선두주자인 소니와 삼성이 중국에서 4백달러에 파는 제품을 베트남에서는 7백달러에 팔면서 폭리를 취하는 것을 발견했다. TV 판매율이 낮은 것은 베트남인들의 구매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이었다.
易는 TCL이 베트남에서 일본과 한국 제품보다 훨씬 싼 값에 TV를 생산·판매하면서도 만만찮은 이윤을 남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외국인투자 감소를 우려해온 베트남 정부가 무역규제를 완화할 태세였던 것이다. 易는 자사 간부들을 설득해 베트남 공장에 6백만달러를 투자하게 했다. 그리고 현지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효율성 저하를 염려해 현지법인의 지분 1백% 전액을 중국 본사가 소유하도록 했다.
호치민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곳에 있는 TCL 공장은 1년도 안돼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이제 이 공장은 소니와 삼성 제품보다 평균 4분의 1 낮은 가격대에 13종의 컬러 TV를 판매한다. TCL은 이미 시장의 10%를 점유했으며(동종업계 3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DVD 플레이어도 생산하는 이 공장의 올해 TV 생산량은 배증할 전망이다. 易는 자기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월 최저임금인 42달러보다 월등히 많은 70달러를 지급한다고 자랑했다.
易의 최대 고민은 베트남인들의 중국 제품에 대한 나쁜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다. 최근까지 중국은 해외투자보다 수출에 역점을 뒀다. 그러나 易는 ASEAN 자유무역지대(AFTA)가 새로 발효할 무역 법규에 발빠르게 대응하려 한다.
이 법규에 따르면 AFTA에 소속된 10개국 간의 수출에는 관세가 우대 적용된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수출되는 중국제 TV에는 50%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베트남에서 생산된 것이라면 30%로 인하된다. 그래서 TCL은 자사 베트남 공장을 수출기지로 활용할 생각이다. 易는 이미 베트남에서 컴퓨터·냉장고·전화 등을 생산할 제2 공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조만간 예정된 중국의 WTO 가입과 더불어 새 AFTA 규정은 아시아의 기본재 제조업체들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섬유·의류·신발 산업은 인도네시아의 경쟁자들을 옥죄고 있다. 인도네시아 업체들은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던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 감소를 걱정한다.
인도네시아의 섬유·의류·신발 산업은 지난해에만 80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 非에너지 부문의 최대 수출품목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유수 의류 제조업체인 그레이트 리버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 순요토 타누자야는 “중국 때문에 우리 수출시장이 죽는다. 중국 공장들은 생산비가 낮고 효율성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타누자야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력의 4분의 1을 감축하고 생산성을 제고했다. 지금까지 중국제 의류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깊이 침투하지 못했지만 지난 7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의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루피아貨 가치상승이 계속되면 인도네시아 기업들의 매출은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다. 불안한 정정(政情)도 문제다. 기업가 소피안 와난디는 “우리는 점점 중국에 밀려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끝이다.”
그리 멀지않은 옛날 미국의 자동차·전자 업체들이 일본의 저돌적인 신생기업 군단에 집중포화를 당하면서 ‘일본 주식회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듯 이제는 ‘중국 주식회사’의 출현이 임박한 것 같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중국 제품이 세계적 브랜드로 통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서 세계적 수준에 못미치는 제품이 많다.
예컨대 카피텔에서 나온 단순한 휴대폰은 노키아·모토롤라·에릭슨의 세련된 디자인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또 일부 중국제 TV는 화질이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기업들은 모든 제품에 손을 대려 한다. 문어발식 확장이야말로 실패의 지름길이다. 하이얼의 제품은 69종에 이른다. 그리고 TCL과 하이얼을 비롯한 중국의 거의 모든 대기업이 휴대폰 사업에 진출하려 한다.
더 심각한 것은 경영권 문제다. 중국 기업들은 복잡하게 뒤얽힌 소유구조를 갖고 있다. 하이얼의 張회장도 하이얼을 국영기업이 아닌 ‘집단’이라 불렀다. 사실 이 회사의 어떤 공장은 정부가, 어떤 공장은 경영진이, 그리고 또 어떤 공장은 일반이 소유주다. 버지니아大의 陳교수는 그것이 심각한 문제라면서 “경영 인센티브와 의사결정,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투자자 전체에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 경영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포천誌 선정 5백대 기업에 진입하기까지는 활발한 기업합병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을 소유한 중국의 각급 지방정부는 기업을 고용의 방편으로 활용하며 유사업종 간의 합병 및 매각을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TV 제조사는 수십개에 이른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정부가 경영 합리화에 개입하기 전에는 20개 이상의 업체가 난립했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이 해소된다면 중국의 잠재력은 실로 엄청나다. 중국은 매년 14만명의 기술인력을 배출하는 우수한 교육제도를 갖고 있다. 이 인력들이야말로 중국의 막강한 첨단기술 부문의 선봉에 서 있다. 그리고 아직 고위 경영인력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중국인들은 특유의 열성으로 이를 적극 타개한다. 예컨대 10년도 안되는 기간에 중국에 60개 이상의 경영학 석사(MBA) 과정이 개설됐다.
그리고 중국 기업들은 천천히 유사 민영기업으로 바뀌어간다. 1982년 창립된 TCL은 후이저우 시의회가 회사 지분의 42%를 경영진에 매각한 1990년대 중반 이후에야 비로소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陳교수는 그런 민영화 조치가 “제도에 오랫동안 억눌려온” 중국인 특유의 사업가 기질을 해방시켰다고 지적했다.
스탠리 모건社의 홍콩 지사에 근무하는 앤디 셰(謝國忠)는 중국인들이 자국 수출품과 신세대 기업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TCL의 대표 펠리페 쑨(孫熙偉)은 “우리에게는 중화민족의 위대함을 드높이기 위해 뛰어난 기업을 만들 사명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속담에 “칼이 세자루면 어디서든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 중국인들이 그 칼날을 날카롭게 갈고 있다.
With Ron Moreau in Jakarta, Paul Mooney in Beijing, Mahlon Meyer in Hong Kong and Gregory Beals in Tok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