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고 情의 탑을 쌓아올린 한 해
-2013년 우리 집 10대 뉴스-
김 학
2013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취임한 첫해라서 조용하고 평화로우며 행복한 한 해가 되려니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2013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돌아보니 올 한 해도 여야는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위태위태하여 조용할 날이 없었고, 남북문제 역시 신뢰가 깨어져 으르렁거리는 나날이었다. 늘 정치는 시끄러웠고, 경제는 바닥을 기었으며,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우리나라의 지난 1년을 요약하여 한마디로 평하자면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같은 형국이었다. 또 세모에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주현우 군이 캠퍼스 안에 ‘안녕들 하십니까’란 대자보를 써붙여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방방곡곡의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까지, 또 우리나라 유학생이 있는 미국의 유명대학까지 번지고 있어 언론과 인터넷이 뜨겁다. 이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인 대자보가 뉴스의 각광을 받고 세대ㆍ계층ㆍ지역을 뛰어넘어 전국적인 현상이 되고 있으니 놀랍다. 입을 닫고 살던 국민들이 크게 호응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다. 이런 나라에 있는 우리 집에는 올해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우리 집 10대 뉴스’를 간추려보기로 한다.
1. 둘째아들 창수, 컴퓨터공학 박사학위 취득
둘째아들 창수가 미국 펜실베이니어 주 피츠버그 시에 있는 카네기 멜론 유니버시티에서 올해「수직 자화센서 디바이스를 이용한 멀티 셀 연구」란 논문으로 컴퓨터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카네기 멜론 유니버시티는 미국 3대 공과대학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니 창수 본인뿐 아니라 우리 집안의 영광이기도 하다.
창수는 2012년 10월 15일부터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 시에 있는『퀄컴』이란 세계적인 통신사의 시니어 엔지니어로 입사하여 근무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입사 반년도 지나지 않아 ‘퀄 스타상’을 수상하여 기쁨을 더하기도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박사고을인 내 고향 임실군 삼계면에서는「祝 삼계리 김학 씨 子 창수 공학박사학위 취득 祝」이란 현수막을 내걸고 축하를 해 주어 더 기뻤다. 이러한 축하 현수막은 박사고을 삼계의 전통이다.
2.「원로수필가 김학 선생님을 찾아서」『전북수필』76호에 특집으로 소개
『전북수필』은 1979년에 창립한 전북수필문학회의 동인지다. 이 문학단체는 창립 때부터 내가 깊이 관여했었다. 전북수필문학상도 내가 제2대 회장 때 마련했는데 지금까지 그 전통이 잘 이어지고 있어 고맙다. 수필가 서정환 씨가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을 맡으면서 시도한 원로수필가와의 대담을 특집으로 엮기 시작했는데, 신영규 주간이 인터뷰를 했다. 21쪽의 지면에 21장의 사진을 편집했으니 크게 배려한 셈이다. 서정환 회장과 회원들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이 특집에는 내 문단의 족적(足跡)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흐뭇했다.
3. 카카오톡에 ‘정수ㆍ창수ㆍ선경 3남매 사랑방’ 개설
2남1녀가 결혼하여 저마다 아이들을 두 명씩 낳았다. 아들 형제는 1남1녀씩을, 딸은 2남을 낳았다. 손자 넷에 손녀가 둘이다. 그런데 그 손자손녀들이 자주 만날 수 없어 아쉬웠다. 앞으로 사촌끼리의 우애가 절실히 필요한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연구하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3남매 사랑방’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마침 큰아들 정수가 LGU+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니 안성맞춤이었다. 이 3남매 사랑방에는 아이들의 사진도 올리고 집안의 소식이나 의견, 근황도 소개한다.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면 아빠엄마가 이 아이는 이름이 무엇이고 너와는 어떤 관계인지 설명해 주니, 사촌끼리 얼굴과 이름을 익힐 수 있어서 좋다. 족보보다 훨씬 유용하다. 나도 가끔 들어가 전할 말을 남기곤 한다. 이 카카오톡이 자녀들의 우애를 다지는 징검다리가 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참으로 자랑스럽다.
4. 둘째아들 창수 미국에 새집 마련
미국에서 안정된 직장을 구한 창수는 회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 시에 단독주택을 마련했다. 대지가 154평이고 건평이 65평인 2층집이다. 방이 네 개이고 화장실이 3개, 차고(車庫)가 2개나 된다고 했다. 지난 7월에 이사를 한 새집에는 거실, 가족 룸, 미디어 룸, 다이닝 룸, 등이 있으며 앞마당과 뒷마당도 있다고 한다. 손님을 모실 수 있는 게스트 룸도 있다며 우리 부부를 초대했기에 12월 19일 찾아갈 예정이다. 둘째아들네 집에 갈 때, 나는 우리나라 토종꽃씨를 몇 가지 가져다주어 심도록 할 생각이다. 비록 미국에 살아도 대한민국을 잊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는 뜻에서다. 또 태극기는 물론 윷, 제기, 줄넘기 등도 가져다 줄 생각이다. 네 식구가 그 넓은 집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걱정되기도 한다.
5.『월간문학』 3개월 동안 수필월평 집필
2013년 6월호부터 8월호까지 3개월 동안『월간문학』에 수필월평을 게재했다. 『월간문학』에 수필월평을 게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밖에도 월간『한울문학』에 1년 내내 수필월평을 썼다. 힘들지만 수필가로서 보람도 느낀다.
6. 큰아들 정수가족 태국 여행
큰아들 정수는 올해로 LGU+ 근속 10년을 맞았다. 지난해 차장으로 승진한 정수는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가족과 함께 태국여행을 다녀왔다. 정수는 거의 해마다 우수사원으로 선정되어 부상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오더니 이번에는 가족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또 큰손자 동현이가 3학년 4반 반장이 되었다고 자랑했는데 이번 태국여행은 동현이에게 좋은 축하선물이 되었을 것 같다.
7. 우리 부부 오키나와 여행
대학동창 모임인 화심회(和心會) 회원 11명이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부부동반으로 일본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다. 오키나와는 일본 같지 않은 일본 땅이었다. 볼거리는 변변치 않았지만 풍광이 좋았고 특히 바다 빛깔이 마음에 들었다. 한 호텔에서 나흘 밤을 자면서 저녁식사 때마다 와인, 맥주, 일본 술, 소주 등을 무한리필로 마실 수 있어서 즐거웠다.
8. 고명딸 우리 집 식탁 바꾸어 줘
고명딸 선경이가 올해엔 우리 집 식탁을 바꾸어 주었다. 식탁 한 가지를 바꾸고 나니 집안 분위기가 고풍스러워졌다. 심성이 고운 선경이는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한 뒤 냉장고, 에어컨, 텔레비전 등을 사 주기도 했다. 고명딸 선경이는 하늘이 내린 효녀다. 그 아이는 두 오빠들 사이에서 거중조정을 잘하여 형제간에, 남매간에 우애를 돈독하게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또 외손자 안병현이가 윤 선생 영어교실에서 은상을, 즐거운 학교축제 백일장에서 은상을 받았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그 녀석은 바둑학원에 다녀서 그런지 바둑도 잘 둔다.
9. 대구일보 주최 제4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심사
대구일보는 해마다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을 열고 있다. 올해는 전국에서 324편의 수필이 모였다. 나는 대구의 구활, 김한성 수필가와 함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대구까지 가서 심사를 했다. 결선에 올라온 작품을 읽어 보니 수준이 일간신문의 신춘문예 못지않게 높았다. 영광의 대상은 최종희의 「돌못」이 차지했다. 석축의 지지대 역할을 하기 위해 유별나게 툭 튀어나온 작고 네모난 돌로 만든 못이 이른바 돌못이다. 제목부터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구일보는 시상식 날 모든 입상자들에게 경북도내 문화체험 1박2일 팸투어 기회를 마련해 주어 좋았다.
10. 전북여성장애인연대 문예창작교실 개설
전북여성장애인연대(대표 유영희)는 3월 8일부터 22주 동안 여성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문예창작교실을 열었다.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씩 진행되었다. 수강생은 20명이었는데 중간에 꼭 간식을 마련해 주는 게 이색적이었다. 전남 신안군 증도로 문학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나는 이 강의를 맡으면서 퍽 보람을 느꼈다.
2013년 한 해는 우리 가족들이 세계로 뻗어나고 튼튼하게 정(情)의 탑을 쌓아올린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우리 부부는 한 해 동안에 두 번이나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고, 큰아들 정수 역시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특히 세계화시대를 살아가는 3남매들이 카카오톡에 ‘3남매 사랑방’을 만들어 소통의 무대로 활용하는 것은 인터넷시대를 선도하는 시대의 첨병다운 결단이어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다만 내 스마트폰 번호 011을 010으로 바꾸다 보니 옛날의 좋은 번호가 사라져 버려서 아쉽기 짝이 없다.
2014년 갑오년에도 제발 올해만 같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3.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