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Otto Friedrich Bollnow / 전혜린 譯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들이 죽음을 생각할 때 압도되고 전율하는 불안이다. 거기에는 육체적인 불안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인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Nichtmehrsein) 것을 생각할 때 엄습해 들어오는 어지럽
고 섬뜩한 감정이 문제가 된다. 그것은 생명적인 존재(Dasein)의 존속에 대한 공포, 벌거벗은 부재에 대한 공포이다.
그러나 존재의 존속에 대한 불안은 또한 다른 어떤 것, 죽음에 의해 위협적으로 제기된 문제, 즉 이제까지 살아온
생이 조속한 종말의 가능성 앞에 직면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연결된다. 그러므로 죽음의 영향은, 그것이 항상 자
기 일상 생활의 확실성의 껍질에서 인간들을 자꾸 끌어내어 인간의 눈앞에다 모든 자기의 계획가 기도의 불확실성
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실존한다는 건 죽음의 면전에 서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