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희는 장래에 선생님 같은 좋은 작가(평론가)가 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나요?
답변) 좋은 작가라고 말씀을 해 주시니 너무도 감사합니다. 말 그대로 저는 늘 ‘좋
은 시인’이 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좋은 시인’이라면 시도 잘 써야 하지만 좋은
인간이 되어야겠지요. 저는 늘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아름답게 산다는 거,
아름다운 인간이 된다는 거, 그거 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요. 좋은 시인이 되려면 세
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자세히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좋은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엔 세상을 꿰뚫어보는 지적 능력도 있어야
하고, 직관 같은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물을 자세히 바
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을 오르다가도 발걸음을 붙드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 서있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습관이 중요합니다. 사색도 일종의
습관에서 오는 것입니다. 세상을 자세히 보자, 그런 말씀을 전해드리는 것으로 이 질
문에 답변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질문) 연애를 해야만 좋은 시를 쓸 수 있나요?
답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연애를 자주 해야지요.(ㅎㅎ) 연애를 하게 되면 세상이
달리보이지요. 무심결에 지나칠 수 있는 사안도 고민하게 되고, 한 사물이 그냥 사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 사물에 자신을 대입하게 되고, 상대를 또 거기에 대입시켜보게도
됩니다. 연애하는 감정, 그 뜨거움, 그 긴장, 그 사랑스러움이 언어로 세상을 노래하는
시를 정화시켜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연애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시를 쓰는 데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애를 자주 합시다!(ㅎㅎ)
질문) 선생님의 독특한 버릇을 알려주세요.
답변) 늘 어린이들과 놀다보니 말이 많아졌습니다. 말이 많아지다 보니 산에 있는 꽃
들과도 이야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에 채인 돌멩이 하나와도 이야기하게 됩니
다. 너 왜 나를 차는 거야, 이렇게 중얼중얼 거리다 보면 화도 스스로 가라앉아 버리고
맙니다. 말이 많다고 늘 제 처한테 혼나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 카페의 답변도 길게 하
면 혼날지 모릅니다.(ㅎㅎ) 그러나 오봉옥이가 하는 카페라니 제 처도 눈을 감아줄 듯
싶습니다.(ㅎㅎ)
질문) 어떤 때 가장 행복하세요?
답변) 안사람 손잡고 산에 오를 때입니다. 오늘도 안사람 손을 잡고 산에 올랐습니다.
손을 잡고 산에 오르노라면 아내가 무척 행복해 합니다. 난 그것이 너무 좋습니다. 우
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엄마 아빠가 늘 손을 잡고 다니니
얼마나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겠습니까? 손잡고 삽시다!(ㅎㅎ)
질문) 아줌마 시인 지망생에게 한 말씀?
답변) 시가 좋아서 아직까지 시를 붙들고 있는 것이니 너무도 좋게만 보입니다. 그런
열정과 사랑이 여러분들을 일으킬 것입니다. 책을 많이 읽으시기 바랍니다.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수업하고, 시쓰고, 산에 가고 하는
시간 외에는 책을 봅니다. 늘 책을 끼고 살아야 합니다. 늘 시를 끼고 살지 마십시오. 늘
책을 끼고 사는 게 더 중요합니다.
질문) 선생님께서는 글을 쓸 때 죽음과 삶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계십니까?
답변)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죽다가도 살아났지요. 그 이후
죽음을 가끔씩 생각해 보게 됩니다. 죽음을 생각해보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지지
요. 죽음을 생각해보아야 삶을 더 가치 있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죽음 너머의
또 다른 삶을 생각해본다면 이 세상의 남은 삶이 더없이 소중해지지요.
질문) 선생님께서도 콤플렉스가 있는지요?
답변) 공부를 더 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한문공부를 더 했으면 좋았
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해보곤 합니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게 시인입니다. 기회가 주
어졌을 때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하는 인생이야말로 행복한 인생 아닌가요?
질문) 창작시(글 작업시) 원칙이 있다면?
답변) 특별한 원칙은 없습니다.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도 사는 것 속에 있
으니까요. 잘 살다보면 시가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이지요.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합니다.
시가 나와야 합니다. 시를 써야하는 게 아닙니다.
질문) 운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은 운명을 믿으세요?
답변)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러니 믿을 필요도 없는 거지요. 사는 만큼 이루어집니
다. 사는 만큼 시도 나오는 것이지요. 거기에 운명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잘
사는 사람, 잘 살아내는 사람은 운명을 논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지요. 잘
살아내지 못 하는 사람들이 운명을 이야기하고, 탓하고 그러는 것이지요.
질문) 선생님을 슬프게 하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요?
답변) 전쟁, 테러, 재난 등입니다. 힘의 논리로 이루어진 전쟁, 극단의 형태로 나오는
테러, 인간의 힘으로 어찌해 볼 수가 없는 재난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특히 그 속에서
제일 먼저 희생되는 것이 어린이임을 생각해 볼 때 너무도 슬프고, 분통이 터지고 그럽
니다. 어린이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어린이를 볼모로 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을 댄다
해도 잘못된 것입니다. 재난에 당한 어린이들을 보면서 내 책임이다, 그건 우리 어른들
책임이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린이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어른들이 정말 배워야 할 대상은 어린이입니다.
질문) 인생의 지침이 될 수 있는 명언 하나만 말씀해 주세요.
답변) 진실보다 더 중요한 건 없습니다. 거짓이 판치는 세상이기에 더욱이나 그렇습니다.
로댕의 말인데요, ( 사랑하고, 갈등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
습니다.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질문) 연속극 좋아하세요?
답변) 아니요, 제 처가 <파리의 연인>을 자주 보길래 저도 잠깐씩 보았습니다. 재미있더
군요. 제 처가 박신양이가 너무 멋지대요. 나보다 더 멋지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얼굴
만 발갛게 된 채로 대답을 않더군요.(ㅎㅎ) 연속극은 연속극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질문) 어떤 꽃을 좋아하세요? 그 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 듯한데?
답변) 붓꽃, 산국을 좋아합니다. 늘 곁에서 보는 꽃들이니까. 보아도보아도 질리지 않는
것이 꽃입니다. 꽃 속에 우주가 있습니다. 볼수록 신비한 게 꽃이고, 볼수록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게 꽃입니다. 꽃처럼 사는 게 꿈입니다.
질문) 노래방을 가면 어떻게 노세요? 얌전하게 노래만 부르시는지?
답변) 노래를 못 하니 잘 안갑니다. 아니 시간이 잘 나지 않네요. 제 18번이 무엇인지
도 잘 모릅니다. 이것을 알려면 아내에게 물어봐야 합니다.(잠깐 아내에게 물어보고 제
18번이 무엇인지도 알려드릴께요 ㅎㅎ) 제 아내가 말하길, 제 18번은 <무정>이랍니다.
노래를 좋아만 하지 잘 하지 못 합니다.
질문) 기혼자에게 이성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약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답변) 친구가 중요하지요. 친구하나 없이 살아가는 인생만큼 불쌍한 인생도 없을 것입
니다. 부인을 애인처럼 사귀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부인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자
신에게 달려있는 것입니다. 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호기심 있게 바라보면 부인은
늘 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부인을 애인처럼 사귀어라, 그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ㅎㅎ)
질문) 이 카페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답변) 오봉옥 시인은 제가 너무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오봉옥 시인이 하는 카페
라니 앞이 훤히 보입니다. 잘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너무도 잘 될까 오히려 걱
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습니까. 그저 생각대로 잘 되기만을
바랍니다. 저도 자주 들어와서 구경하고 가겠습니다. 열정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카페가 되기를 빌어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용택 시인님의 인터뷰가 실리는 날, 모 카페에서 저를 위해 시인님의<애인>이란 시를 예쁜 들국사진에 실어 작품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영상詩 감상란에 올려 놓았지요. 시와 산문을 통해 늘 애인처럼 내 맘에 자리하신 시인님의 숨결이 가까이서 느껴지는 듯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인’이라면 시도 잘 써야 하지만 좋은 인간이 되어야겠지요. 저는 늘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아름답게 산다는 거, 아름다운 인간이 된다는 거, 그거 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요. 좋은 시인이 되려면 세 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자세히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라는 말씀 정말 명심하겠습니다.
첫댓글 시를 끼고 살지 말고, 책을 끼고 살아라.그리고 잘살다 보면 시도 써질 것이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씀이군요. 옆에 가면 금방이라도 풀물이 들것같은 김용택 시인님,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뵙고 싶네요
마지막 질문은 모호한 대답으로 기피 하시네요.^^ 그런데 부인이나 남편이 애인처럼 안될 때는 이성친구는 필요한 것이더란 말인가...알쏭달쏭 하네요^^ 아침이슬님 인터뷰 하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김용택 시인님게도 감사드립니다..
시를 써야하는게 아니라 시가 나와야 하는 것이라는 말씀, 정말 공감합니다. 시를 쓰려고 애쓰다 보면 나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여러가지로 유익한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오봉옥 시인이 하는 카페 라니 앞이 훤히 보입니다. 잘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너무도 잘 될까 오히려 걱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역시 안목이 높으신 김용택 시인이십니다. 선생님도 기분이 좋으시지요? ㅎㅎ.인터뷰,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 하던 유명한 김용택시인님과의 귀한 인터뷰를 카페에서 접할 수 있다니 참 영광입니다. 언젠가 뵐 수 있는 날도 있을까여? 학수고대 하겠습니다.
김용택 시인님의 인터뷰가 실리는 날, 모 카페에서 저를 위해 시인님의<애인>이란 시를 예쁜 들국사진에 실어 작품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영상詩 감상란에 올려 놓았지요. 시와 산문을 통해 늘 애인처럼 내 맘에 자리하신 시인님의 숨결이 가까이서 느껴지는 듯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감동받은 제 얼굴이 보이나요? 섬진강 시인님, 지는' 하동포구 아가씨'라요.(지금말구) 고맙습니다. "남편을 애인(처럼 이 아니고)이라 여깁시다." 그런데요 너무 붙어 있어서 신비감이 없다보니 사귀는 것은 잘 안되요.
‘좋은 시인’이라면 시도 잘 써야 하지만 좋은 인간이 되어야겠지요. 저는 늘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아름답게 산다는 거, 아름다운 인간이 된다는 거, 그거 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요. 좋은 시인이 되려면 세 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자세히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라는 말씀 정말 명심하겠습니다.
남편을 이성처럼 생각하겠습니다^^ 자주 둘이 연애를 하겠습니다^^ 둘이 손 잡고 자주 산에 오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