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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서문
“마음씨 고운 쌍둥이 아모르*의 어머니, 나에게 은혜를!” *베누스의 쌍둥이 아들은 아모르(사의 신)와 안테로스
이 말을 듣고 자기의 시인을 힐끗 뒤돌아보면서 여신은 (사랑을 사랑으로 보답하지 않는 자를 벌하는 신)이다.
말했다. “넌 하필이면 왜 나냐? 전엔 더 큰 주제의 노래도 했는데.
아니면, 너의 고운 마음속에 묵은 상처라도 매달려 있단 말이냐?”
“여신께서는 내 상처를 잘 알고 계시지 않소.” 내가 대꾸하자, 5
여신은 웃었다. 동시에 여신이 서있는 편의 하늘이 맑아졌다.
“아픈 때든 성한 때든, 내가 여신의 깃발*을 버렸던 적이 있소? *사랑이라는 주제를 말한다.
나에게 있어 여신은 목적이었으며, 또한 영원한 과업이었소.
젊을 땐 거기 맞는 주제로 농탕치되 누구도 해친 적이 없고,
지금은 나의 준마들이 보다 넓은 들판을 다루어볼 모양이오. 10
그래서 나는 옛날의 문서를 뒤적여서, 계절과 계절의 이유며,
땅 밑으로 졌다가 다시 떠오르는 성좌를 노래하는 게요.
이럭저럭 여신께서 누구보다 존경받는 넷째 달까지 왔소. 그리고
베누스께서도 아시다시피 이 시인과 이 달이 모두 당신의 것이오.”
여신이 감동을 했는지 치테라의 도금양*으로 나의 이마를 15 *치테라는 펠로폰네수스 반도의 남쪽에 있는
살짝살짝 치며 말했다. “이왕 시작한 것이니, 잘 마무리하라.” 섬. 베누스의 탄생지. 도금양은 베누스의 신목.
나는 영감을 받았는지 홀연히 하루하루의 내력이 눈에 환해졌다.
나의 돛단배여, 잔잔한 바람이 불고 있을 때 순항을 해보자꾸나.
달력 중 카이사르 황제*께서 관심을 가지실 부분이라면, *아우구스투스 황제(재위 27 BC - 14 AD).
아마도 4월에 그 어른의 흥미로운 관심사가 있을 것이다. 20
바로 이달에 귀한 가문*에 양자로 입적이 되시어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의 아들아었으나 율리우스
성스러운 집안의 가통을 이어받으셨기 때문이다. 카이사르 사후에 양자 겸 상속자로 지명되었다.
일리움에서 오신 어버이*께서 긴 한 해를 달력에 기록하실 때 *트로이아 인 아이네아스의 후손 로물루스를 말한다.
미리 이 관계를 알고 가문의 시조를 염두에 두시었던 것이다.
또한 달력의 순서에서 첫 번째 달을 용맹한 마르스에게 25
바치셨다. 마르스*가 그분을 탄생시킨 직접 원인이기 때문이다. *로물루스는 마르스의 아들이다.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쳐서 조상을 더듬어
올라간 뒤에 둘째 달을 베누스에게 바쳤다. *베누스는 트로이아의 안키세스를 통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가문의 뿌리를 찼다가 하여 아이에아스의 어머니가 되었다.
마침내 신님의 친척이라는 것을 알게 됐던 것이다. 30
아틀라스의 딸 엘렉트라가 다르다누스*를 낳았다는 것은, *트로이아의 시조 중 한 사람.
엘렉트라가 유피테르와 잠을 잤기 때문임을 왜 몰랐겠는가?
다르다누스의 아들이던 에리크토니우스에게서 트로스가 났고,
트로스는 앗사라쿠스를 낳고, 앗사라쿠스가 카피스를 낳았다.
그 다음이 안키세스였는데, 베누스는 그와 함께 35
부모라는 이름을 쓰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들 두 분 사이에 아이네아스가 태어나서, 성물과, 그에 못잖게
거룩한 아버지를 업고 불길*을 뚫었으니, 효성이 지극한 분이다. *트로이아가 망할 때 전쟁의 불길을 뚫고 망명했다.
이제 마침내 행운의 이름 율루스*까지 오게 되었다. 이분을 *아이네아스의 아들. 아스카니우스라고도 한다.
통하여 율리우스* 가문이 옛날 조상 테우체르를 맞게 된다. 40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율루스의
그는 포스트무스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은 솦 속 후손임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깊은 곳에서 태어나서 라틴 족은 그를 실비우스라 부른다. *라티어로 숲을 실바라고 한다.
이 사람이 라티누스*의 아버지였는데, 그 뒤를 *아이네아스의 장인.
이어 알바, 알바의 다음 자리가 에피투스이다.
에피투스는 아들 이름을 트로이아 식으로 카피스라 45
붙여주었고, 그는 칼페투스의 할아버지이기도 했다.
티베리누스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국을 다스리던 중,
토스카나*의 깊은 강 웅덩이에 익사했다는 전설이 있다. *티베르 강의 옛 이름.
그러나 그가 익사하기 전에 아그리파라는 아들을 낳은 뒤에,
레물루스라는 손자를 보았는데, 손자는 벼락을 맞았다 한다. 50
아벤티누스가 그 뒤를 이어 태어난 뒤에, 그 장소와 언덕*이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인 아벤티누스.
그의 이름을 땄다. 그가 죽자 왕국은 프로카에게 넘어갔다.
프로카를 계승한 것이 깐깐한 아물리우스와 형제간이었던
누미토르요, 누미토르의 자식들이 일리아와 라우수스이다.
라우수스는 숙부의 칼에 죽었다. 마르스의 눈에 든 55
일리아는 퀴리누스*와 쌍둥이 동생 레무스를 낳았다. *로물루스가 죽은 뒤 신격화된 이름(☞ 제1권 서문, 37).
그는 늘 자기의 부모가 마르스와 베누스라고 우겼다.
그가 그렇게 우긴다면 믿어주어서 손해 볼 것도 없다.
그런 까닭으로 로물루스가 연이은 몇 달의 이름을 민족의 신에게
바쳤다는 사실을 자손들이 모르고 있어서야 될 법한 일이 아니다. 60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베누스의 달 이름은 그리스어에서
왔을 것이다. 여신의 이름은 바다의 물거품에서 얻은 것이니까.* *베누스의 그리스 식 이름은 아프로디테. 여기서
그리고 그리스 식의 이름을 가졌다고 이상할 것도 없다. '아프로'는 거품, 디테'는 '태어난다'는 뜻이 있다.
이탈리아라는 땅은 보다 큰 그리스였다 해도 무방하니까.
베누스의 탄생: 보티첼리(1445 -1510)
에반데르*가 배에다 사람을 가득 싣고 여기 왔었고, 65 *에반데르는 ☞ 제1권, 462.
헤르쿨레스도 왔었는데, 둘 다 그리스 사람이었지.
곤봉을 든 손님영웅은 말에게 아벤티누스의 풀을 먹였고,
이 위대한 신이 알불라*에서 물을 떠다 마신 일도 있었다. *티베르의 옛 이름.
영웅 울릭세스*도 여길 왔었어. 라이스트리고네스+ 족과 *오디세우스. +식인종의 나라(☞ <오디세이아> 제10권).
치르체의 이름을 간직한 해변*이 그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70 *이탈리아 서부 해상, 지금릐 치르체오 해상국립공원.
텔레고누스*의 성벽은 이미 일어서 있었고, 그리스 인의 *울릭세스와 치르체의 아들. 투스쿨룸(☞ 제3권 서문, 91).
손으로 건축한 음습한 티부르*의 성벽도 우뚝 서있었다. *로마 북서쪽 20마일 떨어진 오늘날의 티볼리.
불행한 할라이수스*도 아가멤논에게 쫓겨나 이곳으로 온 적이 *아가멤논의 사생아. 집에서 쫓겨나서 팔레리이를 창건했다.
있어서, 팔레리이* 인들의 나라가 그의 이름을 땄다고 여긴다. *팔레리이는 ☞ 제1권, 83.
아풀리아의 다우누스에게 사위이자 오에네우스의 손자인 자와, 75
트로이아에 화평을 권했던 안테노르*도 여기서 빠트려선 안 돼. *트로이아 전쟁 당시 화평을 주장한 트로이아 인. 이것
아이네아스는 안테노르보다 늦게 일리움의 화염을 에 실패하고 이탈리아로 건너와서 파두아를 건설했다.
뚫고 우리나라에 오면서 그들의 신을 모시고 왔다.
그는 여기에 올 때 프리기아의 이다 산 출신 솔리무스*라는 *아이네아스의 친구. 술모(지금의 술모나
친구를 데려왔는데, 술모의 성곽이 그의 이름을 따고 있다. 80 (오비디우스의 고향) 국의 창건자.
시원한 술모는 내가 태어난 땅입니다, 게르마니쿠스 전하.* 슬프도다, 술모는 스키티아와 참으로 멀고먼 땅입니다! 그러니, 멀긴 하지만, 무사 여신이여, 신소릴랑은 말아주오! 성스러운 주제를 울적한 리라에 담는 것은 그대답지를 않소. 질투가 어딘들 가지 못할까? 베누스여, 그대의 영예로운 85 달을 질투하여 그것을 뺏으려는 자도 더러 있단 말이오. 사월은 열리는 계절*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사람들이 있다. *라틴어로 '열다'는 아페리오. 4월은 아프릴리스. 왜냐하면 봄은 모든 것을 열고, 서릿발처럼 살을 에는 추위도 떠나고, 대지가 비옥한 토양을 활짝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한 베누스지만 그걸 그러쥐고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90 베누스는 온 세상을 다스리고 있고, 또 다스릴 자격도 충분하다. 여느 신 못지않은 왕국도 갖고 있어서, 땅과 하늘과 자기의 고향 바다까지도 법으로 명하고, 자기를 시발점으로 하여 모든 종족을 유지하게 한다. 신들(수가 많아서 셀 수조차 없다)을 창조한 것도 베누스요, 95 곡식과 나무에게 맨 첫 번째 뿌리를 주는 것도 베누스이다.* *베누스, 즉 사랑은 만물의 근원이다. 투박한 사람의 심성을 결합하여 사람마다 짝과 결합하도록 가르쳐주는 것도 베누스. 달콤한 즐거움 말고 무엇이 갖가지 새들을 존재하게 하는가? 상냥한 사랑이 없다면 가축들도 역시 짝을 맺지 않을 것이다. 100 들에 사는 숫양이 수놈을 뿔로 받는 수는 있어도 사랑스런 암양의 이마를 상하게 하는 일은 없다. 모든 수풀과 모든 목초지가 두려워하는 황소도 성깔을 접어두고 암소의 뒤를 졸졸 따라나선다. 바로 그 힘이 바다라는 넓은 가슴에 안겨서 사는 만물을 105 유지하여 수없이 많은 물고기가 물속에 득실거리게 한다. 그 힘 때문에 인간은 맨 먼저 꼴불견인 옷을 벗어던졌고, 그것으로 인해 점잖은 의복과 개인의 청결을 알게 되었다. 따돌림 당한 사내가 빗장 질린 여자의 문간에서 애인을 위해 밤에 처음으로 사랑의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110 그렇다면 웅변도 수줍은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수단. 남녀 불문,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이것으로 호소하였다. 이 여신이아말로 모든 기술의 어머니 노릇을 해왔다. 누군가를 기쁘게 할 욕심으로 미지의 많은 발명품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누가 감히 여신의 이름을 둘째 달에 붙이는 영예를 115 뺏을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한다면 나도 미친놈이다. 그뿐 아니다. 여신의 힘이 도처에 미치고 신당은 신도들로 북적이지만, 그 위세가 우리의 수도에서 가장 크지 않을까? 로마인이여, 베누스*는 무기를 들고 트로이아를 지키다가 *트로이아 전쟁 때 트로이아의 편을 들던 베누스는 그리 어여쁜 손에 창을 맞아 상처를 입고 신음했던 적도 있다. 120 스의 용장 디오메데스의 창에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 그리고 트로이아 인*의 판결로 두 여신을 물리친 적이 있다. *파리스. 그는 유노, 미네르바, 베누스 중에서 베누스가 가장 (아, 이 여신들이 베누스의 승리를 잊어버렸더라면 좋을걸!) 아름답다고 심판한 적이 있다. 그후 베누스는 늘 트로이아의 그 결과 베누스는 앗사라쿠스의 손자+에게 신부가 되었고, 후원자였다. +안키세스, 아이네아스의 아버지. 위대한 카이사르*는 율리우스 가문의 조상을 모시게 된 것이다. *카이사르(100-44 BC)는 아이네아스의 아들 율루스의 이름을 베누스에게 딱 알맞은 시기는 봄 말고 없었다. 125 따라 율리우스 카이사르라 짓고, 같은 가문이라 했다. 봄에는 땅에 윤이 나고, 봄에는 땅이 부드럽다. 지금이 갈아엎은 흙 속에서 풀잎이 새싹을 쏙 내밀고, 지금이 물오른 나무등걸에서 포도넝쿨이 싹을 틔울 때. 아름다운 베누스에게는 이 아름다운 계절이 맞다. 129 이때가 사랑하는 마르스*와 다시 결합하는 때이다. *베누스는 남편을 두고 마르스와 사랑을 나눈 봄이 되어 베누스가 태어난 바다 위를 베누스의 명에 따라서 적이 있다. 그러므로 베누스의 달도 마르스의 배들이 향해하는데 겨울의 위태로움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 달 다음에 나란히 놓이는 것이 좋다는 뜻.
마르스, 베누스, 쿠피도: 폼페이 프레스코 벽화(로마제국 시대)
4월 1일
로마의 새색시들이여, 어머니들이여, 여신에게 제사를 올려라.
머리띠와 긴 의상을 착용하지 않는* 너희들도 모두 함께 올려라. *머리띠와 긴 의상은 여염집 부인네들의
대리석 같은 여신의 목에서 황금목걸이를 벗겨 놓고 135 복장. 고급 창부 등에게는이것을 금했다.
여신의 온몸을 씻어야 한다. 요란한 장식들은 벗겨 두어라.
금목걸이는 몸이 마르고 나거든 그 목에 다시 걸어드리자.
자, 이제는 색다른 꽃, 갓 피어난 장미꽃을 바쳐야 할 때다.
여신이 너희들도 파란 도금양 아래에서 목욕을 하라신다.
그 명령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 알아두어라!) 140
발가벗은 채로 해변에서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던
여신은 색광인 사티루스들의 눈에 띈 적이 있었다.
낌새를 챈 여신은 도금양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그래서 화를 면했단다. 너희들도 그렇게 하라는 거야.
알아두어라. 왜 뜨거운 김이 서리는 그곳에서 145
여자가 포르투나 비릴리스*에게 향을 바치는지. *4월 1일은 베누스의 상들을 청소하는 날. 평민 여자들은
여자는 다 그곳에 들어가면서 옷을 벗는다. 남자 대중탕에서 목욕을 하고, 대문의 신 포르투누스(149
그러면 몸에 있는 흠점이 낱낱이 드러난다. 의 비릴레 포르투나와 같다)를 예배하는 관습이 있었다.
그런 흠점을 남자들에게 숨겨주는 것이 비릴레 포르투나이다.
포르투나는 약간의 향을 선물로 받고 이 일을 해주는 것이다. 150
은빛 우유와 벌집에서 짜낸 꿀물을 섞어서
찧은 양귀비를 아끼지 말고 갖고 가야한다.
베누스도 애타게 기다리는 남편 방에 처음 안내되었을 때
그것을 죽 들이켰어. 그리고 그 순간부터 신부가 됐었거든.
소원을 빌어서써 여신을 기쁘게 해드려라. 155
아름다움과 덕성과 좋은 평판을 갖춘 분이다.
우리 조상님들 시절 로마는 순결을 잃었었다.
그때 장로들은 쿠마이의 노파*와 의논을 했다. *노파는 시빌라(☞ 제3권, 534). 쿠마아(나폴리 근처
시빌라는 베누스에게 신당을 지어 바치라는 명령을 내렸고, 해변 도시)는 당시 하계의 입구로 간주되었다.
일이 끝난 뒤 베누스는 ‘마음을 바꾸는 자’* 라는 별명을 얻었다. 160 *베르티 코르디아.
아름다운 여신이여, 언제나 자비로운 눈길로 아이네아스의
자손들을 보살피고, 수많은 그들의 아낙들을 지켜주십시오.
내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치켜 올린 꼬리 끝으로
무시무시한 전갈자리가 푸른 물속으로 빠지고 있다.* *실은 4월 26일에 지는 것으로 되어있다.
4월 2일
밤이 지나간 뒤에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165
함초롬히 이슬에 젖은 새들이 노래를 부를 때,
그리고, 밤새 깨어 있던 나그네가 반쯤 타버린 횃불을
내려놓고, 농부가 여느 때처럼 들일을 하러 나설 때 쯤,
흔히들 일곱이라지만, 대개는 여섯으로 보이는 별자리
플레이아데스*는 아비의 어깨에서 짐을 덜어주러 간다. 170 *황소자리에 속해 있는 일곱 개의 별. 플레이아데스는
그중 여섯이 제각기 사랑하는 신의 품에 안겼던 게 사실이다.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바다 신의 딸)의 딸들이다.
(아스테로페는 마르스와 잠을 잤다는 말이 있고,
알치오네와 첼라이노는 넵투누스와 잤다고 하고,
마야, 엘렉트라, 타이게테는 유피테르와 잤다는 말이 있으니.)
그런데 일곱 번째 메로페는 인간 시시푸스와 혼인을 하고, 175
그것이 부끄러워서 자매들 가운데 혼자만 숨어서 지내거나,
아니면 엘렉트라*가 트로이아의 멸망을 차마 눈뜨고 보기가 *유피테르를 통해 트로이아 민족의 민망해서 손으로 자기의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조상인 다르다누스를 낳았다.
4월 4일 치벨레 축제
천공이 지축을 타고 빙글빙글 돌아오기를 세 번, 티탄*이 *거신족. 여기서는 태양.
말들에게 멍에를 씌웠다가 풀어주기를 세 번 하고 나면, 180
베레친투스 플루트*의 꼬부랑한 꼭지에서 뚜뚜 연주가 *베레친투스 산에서 생산되는 회양목이 플루트의 재료였다.
시작된다. 이다 산에 사는 어머니 신*의 잔치가 시작된 것이다. *치벨레 여신(☞ 제2권, 55).
환관*들이 줄을 지어 행진하며 둥둥 북을 두드리고, *치벨레의 시종들은 모두 환관이었다.
심벌즈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꽝꽝 울려 퍼진다.
남자 같지 않은 시종들의 어깨위에 우뚝 올라앉은 185
여신이 로마의 시가지 한복판을 당당히 지나갈 것이다.
무대가 시끌벅적, 경기의 시작이 선언된다. 로마 시민들이여,
모두 자리에 앉아요. 마르스 포룸*의 법률 전쟁도 그만두어라. *마르스 포룸은 ☞ 제1권, 258).
나는 여러 가지 묻고 싶었지만, 날카로운 팀파니,
단조로운 플루트의 선율 때문에 아예 질려있었다. 190
“여신이여, 물어볼 것이 있소. 누구 좀 보내주시오.” 치벨레는
유식한 무사이 손녀들*을 돌아보며 내 질문에 응하기를 명했다. *치벨레는 원래 프리기아 지방 신화의 여신인데 그리스신화에 끼어
“헬리콘에서 성장하신 여신들, 여신의 명을 유념하시어, 어찌 들어서 모순되는 요소들이 많이 섞이게 되고 그리스 신화의 레아
이 큰 여신께서 밑도 끝도 없는 소란을 즐기시는지 일러주오.” (제우스의 어머니)와 동일시되었다. 무사이는 원래 레아의 손녀들.
내가 물었더니, 에라토*가 대답했다 (정다운 사랑에서 이름을 195 *무사이(뮤즈)의 하나인 에라토는 이름에 ‘사랑스
얻어왔으니 베누스의 달에 대해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럽다’는 뜻이 있어서 서정시와 노래의 여신이다.
“사투르누스께서 신탁을 받은 적이 있었어. ‘왕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아들에 의해 옥좌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신은 겁이 났던가봐. 그래서 아이가 생겨나는 족족
먹어치워서 모두를 당신의 배속에 가둬버렸지 뭔가. 200
레아(치벨레)께선 자주 임신만 했지 어머니 노릇을 못하니
짜증이 나서, 아이를 많이 갖는 자신의 신세타령만 해댔지.
사투르누스(그의 상징인 낫을 들고 있다): 카라바지오(16세기)
있으니, 사람들의 믿음을 흔들어놓을 생각은 하지 마라.)
천에 똘똘 싸인 돌맹이 하나가 하늘님의 목구멍을 넘어갔어. 205
우리 할아버님께서 운명의 농간에 넘어가시게 돼 있었던 거야.
때를 놓칠세라 이다 산에서는 요란한 음악도 한참 울렸거든.
아기가 고고의 소리를 질러대도 아무 탈이 없어야 하니 말이야.
방패나 빈 투구를 막대기로 두드리는 소리도 났는데, 209
쿠레테스와 코리반테스*가 맡은 것이 그 일이었다는군. *쿠레테스는 레아의 자식들이나 시종들이라는 설이 있으나, 어휘상으로는
크레타의 주민들(유피테르가 유년시절을 크레타의 이다 산에서 보냈다).
비밀은 지켜졌지만, 지금도 비슷한 모방행사를 연출하면서 코리반테스는 아폴로와 무사 여신의 하나인 탈리아의 자식들이란 설, 심
종들이 청동집기나 가죽에 달린 딸랑이를 흔들어대. 발을 요란하게 두드리며 춤을 추는 치벨레의 사제들이라는 설 등이 있다.
요새는 투구 대신에 심벌즈, 방패 대신에 북을 두드리고, 그들은 나무에 매달린 요람 곁에서 요란한 소리로써 아이 소리를 삼켰다.
플루트로는 옛날 프리기아의 악곡을 그대로 연주한다네.”
여신의 설명이 끝났다. 나는 다시 물었다. “힘센 사자가 왜 215
길들지 않은 목을 뽑아 순순히 멍에를 받아들이는 건가요?”* *여신의 마차를 끌고 다니는 것은 두 마리의 사자이다. 그들은
내 말 끝에 에라토가 시작했다. “거센 짐승들을 처음 길들인 건 연인 사이였는데 여신의 신당에서 사랑을 나눈 벌로 사자가
여신이셨다고들 믿고 있어. 그건 여신의 마차가 증명해 준다네.”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 <변신> 제10권 7. 아탈란타...)
“그럼 왜 여신께서는 그 무거운 운제형의 관을 쓰시나요?
여신께서 처음 창설한 도시마다 탑을 내려주셨기 때문에? 220
에라토는 머리를 끄덕였다. 내가 물었다. “신체의 일부를 자르는
충동은 어디서 생겼나요?” 내가 조용하자, 에라토가 말을 답했다.
“프리기아의 숲속에 곱상하게 생긴 아티스*라는 한 소년이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초목의 신인 듯.
운제형 관을 쓴 여신의 관심을 끌었다구. 순수한 감정이지.
여신은 소년이 자기를 받들어서 신당을 지켜주기를 기대하면서 225
말씀하셨지. ‘너는 영원히 지금처럼 소년으로 있으면 좋겠구나.’
아티스는 순종을 약속하면서 맹세했지. ‘이것이 거짓말이라면,
신의를 저버리고 맺는 사랑은 내겐 마지막 사랑이 될 것이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잊고 사가리티스*라는 요정을 만나면서 *혹은 사가리스, 사가리우스라는 프리기아의 강 이름에서 온 듯.
지난날의 모든 것을 버렸지. 여신은 화가 나서 복수를 했어. 230
나무에다 상처를 입혀서 나이아스를 죽게 만든 거야.
나이아스의 운명이 그 나무와 한데 연결돼 있었거든.
아티스는 미쳐버리고 말았지. 그는 방의 천장이 무너지는 줄
착각을 하고서는 딘디무스*라는 산위로 달아나서, 계속 소리를 *치벨레의 영산. 소아시아에 있다.
질렀지. ‘횃불을 치워라!’ 했다가 다음 순간 ‘채찍 좀 치워라!’ 235
하는가 하면, 스틱스의 여신*들이 보인다고 욕을 하기도 했지. *알렉토, 티시포네, 메가이라 세 자매로 된 운명, 또는
그는 날카로운 돌맹이를 가지고 와서 제 몸에다 난도질을 했어. 복수의 여신. 그들은 스틱스 건너 명부(하데스)에 산다.
그리고는 더러운 진창에다 긴 머리를 질질 끌고 돌아다니면서
고함을 질렀지. ‘당해도 싸고말고! 나는 마땅히 피로써
벌을 받아야 해. 나를 해친 내 몸 일부는 없어져야 해! 240
잘라 없애 버려라!’ 샅에 매달린 그놈을 자르고 나니
갑자기 남성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어.
그의 광증이 한 예가 됐던지, 따라서 그를 따르는 무리들까지
머리털을 흔들면서 못된 신체 일부를 싹둑싹둑 잘라들냈지.”
아오니아의 무사*는 사람들이 미친 듯한 행동을 하는 *무사들의 본향 헬리콘 산이 아오니아
원인에 대한 내 물음에 명쾌하게 해답을 내려주었다. 246 지방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여기까지 나를 데려온 길잡이는 내게 가르쳐주시오. 여신께선
어디에서 오신 분이오? 늘 우리의 로마에서 살아오신 것이오?”
“우리의 모신 치벨레께옵서는 언제나 딘디무스와 달콤한
물이 샘솟는 이다 산, 그리고 일리움 땅을 사랑하셨다네. 250
그리고 아이네아스가 트로이아를 아탈리아의 들로 옮겼을 때,
여신께서도 거룩한 유물을 실은 그 배를 따라올 뻔 하셨지만,
라티움에서 아직 자기의 힘이 필요한 단계가 아님을 느끼시고
오래 동안 몸에 익숙한 그곳에 떨어져서 머물기로 하셨더라네.
나중에 로마가 오백 살의 나이를 넘고,* 255
정복된 세계 위로 두각을 드러내고서야
비로소 제사장이 숙명적인 에우보에아의 예언을 물어서 *204 BC(로마년의 504 BC)<시빌라의 예언서>를 열어보았다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네. 고 한다. 이해가 바로 로마의 스키피오가 카르타고의 한니발
모신께서 안 계시다. 로마인이여, 명하노니, 모신을 찾아라. 에게 치명타를 입힌 해다. 저자는 쿠마이의 시빌라로 알려져
모신께서 오시게 되거든 정결한 손으로 영접해야 하느니라.’ 260 있다. '에우보에아의 예언'을 시빌라의 예언이라고 부르는
어두운 신탁소에서 나온 말은 모호해서 원로들은 당황했지. 것은 쿠마이가 에우보에아의 첫 이탈리아 도시이기 때문.
그 모신이 누구란 말인가. 어디 가서 그분을 찾는단 말인가.
파이안*에게 물었더니, 답은, ‘제신의 어머니를 모셔오너라. *파이안은 아폴로. 델포이(파르나소스 산 중턱)의 아폴로
이다 산에 가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니라,’ 하는 것이었어. 신탁소에서 얻은 신탁은 당시로서는 절대적이었다.
귀족들을 보냈지. 당시 프리기아의 왕은 아탈루스*였는데, 265 *트로이아의 왕(241-197 BC). 마케도니아의
그는 아우소니아의 귀족에게 호의를 보이려 하지 않았어. 필립 5세를 견제하기 위해 로마를 지지했다.
그때 놀랍게도 땅이 흔들리고 한참을 덜컹거리더니
신당 안에 좌정한 여신의 말씀은 이런 것이었다.
“너희들이 날 찾아오기를 기다린 지 오래다. 자, 어서
가보자. 로마는 모든 신들이 거처할 만한 장소이니라.” 270
그 말을 듣고 아탈루스는 벌벌 떨며 말했다. “가십시오.
여신은 우리 편이시고, 로마는 프리기아를 조국이라 하는 걸요.”
즉시 수많은 도끼가 대들어서 소나무들을 찍어 넘겼지.
경건한 프리기아인*이 망명길에 이용했던 나무들이었다. *아이네아스.
천 명의 인부가 모여들어서, 단숨에 불꽃 색칠을 한 275
배 한 척을 만들어, 하늘의 어머니를 거기에 모셨지.
여신은 아들의 바다를 넘어 프릭수스의 누이
이름이 붙은 긴 해협*까지 무사히 당도했다네. *헬레가 빠져 죽은 바다. 헬레스폰투스(☞ 제3권, 853).
거기에서 로에툼, 시게움 해안, 테네도스,
그리고 옛날 에에티온*의 왕국까지 지났다. 280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의 아버지. 테바이(소아시아)의 왕.
여신은 레스보스를 지나 치클라데스 군도와 에우보에아의
카리스투스 여울목에 부서지는 파도를 향해서 배를 몰았어.* *배는 에게해를 가로질러 달렸다.
이카루스*의 날개가 녹아내려서 그 아래편 바다에 *인공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가 바다에 빠져죽은 어린 소년,
그의 이름을 남긴 넓은 바다까지도 지났지 뭔가. 이카루스 해, 이카리아 섬 등은 모두 이 소년의 이름에서 땄다.
다음은 크레타 섬을 좌현으로, 펠로프스의 바다를 우현으로 285 (자세한 이야기는 ☞ <변신> 제8권, 3. 다이달루스...)
바라보며 베누스의 섬 치테라*를 향해 뱃머리를 돌린 다음에, *펠로폰네수스 반도 남쪽에 있는 베누스의 탄생지.
다시 그곳을 지나서 브론테스, 스테로페스, 아이모니데스*가 *이 세 거신은 유피테르의 대장간에서 작업하는 외눈박이들.
벌겋게 달군 쇠를 단조하는 트리나크리아*의 바다를 향했어. *'세모꼴의 땅'이란 뜻으로 시칠리아 섬.
그리고 여신은 아페르* 본토를 스쳐 지나서 좌현 뒤쪽으로 *아프리카,
사르디*의 영토를 바라보며 우리 아우소니아* 땅에 오셨다네. 290 *사르디는 사르디니아, 아우소니아는 이탈리아.여신은 티베리스의 강줄기가 갈라지고 더욱 완만하게
흘러서 바다와 하나가 되는 그 어귀에 도착하시었다.
모든 기사, 엄격한 원로들이 평민들과 어울려서
여신을 영접하러 티베리스의 강어귀까지 나왔다.
이들과 더불어 어머니들, 딸들, 새색시들과 295
성화를 지키는 처녀들도 다 걸어서 나왔다.
사내들은 사내들대로 밧줄을 당기느라고 팔이 아팠지만,
그래도 낯선 배가 강물을 거슬러오르는 것은 역부족아었다.
그곳은 오랜 가뭄 때문에, 풀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었고,
그래서 생긴 여울목 진창에 짐을 가득 실은 배가 빠져버렸다. 300
배를 끌어내기 위해 한 사람 빠짐없이 함성을
질러 용기를 북돋아 가며 혼신의 힘을 다했지.
그러나 배는 바다 한가운데 심어놓은 섬처럼 꼼짝도 않았어.
사람들은 불길한 징조에 겁을 먹고 그 자리에서 벌벌 떨었다.
클라우디아 퀸타라는 여인의 윗대 조상이 클라우수스*였는데, 305 *사비니 족의 전설적인 지도자(500경 BC). 여인의 외모는 이름난 문벌 여자답게 정말로 아름다웠다. 아이네아스를 도왔다(☞ <아이네이스> 제7권).
게다가 정숙했다. 그러나 이것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나쁜 소문에 상처를 입었고 악의에 찬 비난에 괴로워했다.
맵시 좋은 옷을 입어도, 남다른 머리모양으로 산책을 나가도,
고루한 노인에게 말대꾸를 해도, 자기만 나쁜 여자가 되었다. 310
그녀는 잘못이 없고 떳떳했기 때문에 소문을 웃어넘겼지만,
우리 대다수 사람들은 항시 나쁜 쪽으로 생각하기 쉬운 법.
이 여인이 깨끗한 강물을 떠서 손에 들고
정숙한 여자들의 행렬에서 나와 세 번이나
그 물에 머리를 감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세 번 받들었다. 315
(이것을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여자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꿇어앉아,
여신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빌었다.
“자녀 복이 많은 여신이여, 이 간청을 은혜로이 받아주시어.
소녀의 소원을 풀어주십시오. 다만 하나의 조건이 있습니다. 320
사람들은 나를 부정하다 합니다. 여신께서도 나무라신다면 저는
죄인입니다. 여신께서 유죄라 하시면, 목숨으로 죄를 갚겠나이다.
그러나 소녀에게 죄가 없다면, 죄가 없음을 여신님의 행동으로
증명해주시고, 정결한 분이시니, 이 정결한 손을 돌보시옵소서.”
그녀는 말을 마쳤다. 그리고는 밧줄을 살짝 잡아당겼다. 325
(놀라운 얘기지만, 내 말이 무대위에서 입증된 거지.)* *큰 어머니 신의 축제(메갈렌시아)에서 연출이 된 듯하다.
여신은 감동되어 그 여자를 따라갔고, 이것이 여인의 결백을
증명한 셈이 되었어. 환희의 송가가 별나라까지 울려 퍼지고.
그들은 강이 굽어진 곳에 왔는데, 옛사람들은 이곳을 티베리스*의 *티베리스 강의 이름은 티베리우스
대궐 편전이라 했지. 거기에서부터 강물은 왼쪽으로 굽어진다. 330 (☞ 1월 11일, 536)에서 땄다.
밤이 되자, 사람들은 떡갈나무 그루터기에다 밧줄을
묶어두고 배불리 먹은 뒤에 곤한 잠에 빠져 들었어.
날이 밝았다. 그들은 우선 불을 지피고 향을 피워
바친 뒤에, 떡갈나무에 묶어두었던 밧줄을 풀었다.
배의 고물을 꽃다발로 장식하고, 멍에도 멘 적이 없고 335
수놈도 겪은 적이 없는 깨끗한 암소를 제물로 바쳤다.
잔잔하게 흘러내리던 알모 강이 티베리스와 합류하면서,
덩치 작은 강이 큰 강에게 이름을 빼앗기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흰머리가 성성한 자색 의상의 제사장이
모셔온 성물들과 여신상을 알모의 강물로 씻길 때, 340
시종들은 괴성을 지르고, 피리는 미친 듯 울어댔지.
가냘픈 손들이 황소가죽으로 만든 북을 둥둥 치자,
여신의 보증으로 정결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클라우디아가
군중의 호위를 받으면서 밝은 얼굴로 앞으로 걸어나왔어.
수레에 몸을 실은 여신이 카페나 문*을 들어설라치면 345 *막시무스 광장 끝에 있는 문. 이곳이
멍에를 멘 황소의 등위로 싱싱한 꽃들이 뿌려진다. 아피아 가도의출발점이었다.나시카*가 여신을 영접한다. 신당의 창설자 이름은 없어졌어.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장군. 집정관, 총독을 지냈다.
아우구스투스께서, 그전에는 메텔루스*가, 다시 봉헌했으니까.” *메텔루스 퀸투스 카이칠리우스. 그는 111년의 화재에 불탄
치벨레의 신당을 다시 지었다. 최초의 봉헌은 191 BC였다.
에라토의 설명이 끝났다. 짬이 생겨서 나머지를 물어보았다.
“그럼 치벨레 여신께서는 왜 작은 동전 모금을 하시는가요?” 350
에라토가 답한다. “메텔루스는 사람들이 주는 동전으로
신당을 지었지. 그 관습이 지금껏 내려오는 것이라네.”
나는 또 물었다. 그럼 사람들이 왜 다른 때보다 더 유난히
초대장까지 보내면서 잔치를 열고 서로 초대를 하는 거냐.
“베레친투스 산의 여신께서 집을 바꾸고 운이 좋았기 때문에, 355
사람들도 이집 저집 바꿔 다니면서 행운을 얻으려는 것이지.”* *환대하는 시기라, 소위 ‘교환방문’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나는 또 왜 메갈레시아^가 우리 고장의 첫 경기냐고 물어볼까 있을 정도였다. ^큰 신의 축제라는 뜻.
하는 참이었는데, 미리 잠작하고 있었던 듯, 여신이 설명했다.
“치벨레께서는 많은 신을 낳으셨지. 그래서 신들은 모신에게 많은
양보를 했고, 여신은 자연히 우선권이라는 영예를 얻은 것이라네.” 360
“그렇다면 갈리아* 땅은 프리기아와 한참 떨어진 곳인데 *갈리아는 이탈리아 북부, 라인 강의 서쪽에 살던 인종.
왜 몸소 거세해버린 자들을 갈리*라고 부르는 것입니까?” *치벨레를 따르기 위해 거세한 자들.
“초록의 치벨레와 높은 첼라이나이* 사이에 미친 듯 물이 흐르는 *프리기아의 산이다.
강이 있는데 이것을 갈루스 강이라고 한다네.” 여신이 대답했다.
“누구든지 그 물을 마시면 미쳐버리고 말지. 맑은 정신을 갖고 365
싶으면 이 강을 멀리해야 해. 그 물을 마시면 미쳐버린다니까.”
“샐러드 요리를 여신의 상에 올려도 결례가 아니라면서요?
그 밑바탕에 그럴만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내가 물었다.
“옛날 사람들은 깨끗한 우유와 땅에서 저절로
생산되는 푸성귀로 목숨을 부지했다고 하더라. 370
지금은 다진 푸성귀에다 크림치즈를 섞어.
옛날 여신은 옛날 음식을 잘 아실 테니까.”
4월 5일
다음날 새벽 팔라스의 딸 아우로라*가 하늘에 빛을 던져서, *새벽의 여신.
별들이 사라지고, 루나가 백마들의 멍에를 벗기고 나면,
“옛날 옛적 오늘, 포르투나 푸블리카*의 신당이 퀴리누스 375 *퀴리누스(☞ 앞의 ㈜ 8) 언덕에 포르투나 푸블리카
언덕에 봉헌되었다.”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로마인의 행운의 여신)에게 신당이 봉헌된 날이다.
아우로라와 티토누스: 프란체스코 데 무라(18세기)
4월 6일
기억을 더듬어 보니 경기의 사흘째 날이었다. 관람석
내 곁에 앉았던 어떤 초로의 사나이가 나에게 말했다.
“오늘이 리비아의 해변에서 카이사르께서
오만한 유바*의 반도들을 무찌르신 날이오. 380 *누미디아(202 - 46 BC, 현 나이지리아와 투니지아 일부)의
카이사르께서는 내 사령관이시었지요. 그 밑에 지휘관을 지냈던 왕이었던 유바를 리비아의 탑수스에서 분쇄하였다(46 BC).
일이 무척이나 자랑스럽소. 그분의 명으로 작전을 수행했었지요.나는 전쟁 중에 이 자리를 얻었지만, 귀공께선
평시에 십인위원*으로서의 역할로 얻으셨구려." *열 사람으로 구성된 약간의 사법권을 가진 로마의 공무원.
막 얘기판을 벌이려는 참에 소나기가 내려서 우리는 헤어졌다. 384 조직. 이들에게는 극장의 앞줄에 특별석이 제공되었다.
하늘에 매달린 천칭자리*가 하늘에서 물을 쏟아 부었던 것이다. *처녀자리와 전갈자리 에 있는 별자리. 황도 십이궁의 일곱
째 별자리로, 7월 초순 저녁 8시 무렵 자오선을 통과한다.
처녀자리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정의의 상징이다.
4월 9일
그러나 마지막 날 구경거리가 채 바닥나기도 전에
칼 찬 오리온*은 바다 밑에 가라앉고 없을 것이다. *두 마리의 사냥개와 칼을 가진 거인 사냥꾼
성좌 오리온은 이날 황혼에 지가 시작한다.
4월 10일
승승장구하는 로마에 그 다음날 아침이 밝아와서,
달아나는 별들이 포에부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나면, 390 *태양.
광장은 많은 신들의 행진으로 비집고 들 틈이 없는데,
바람처럼 빠른 준마들이 우승상품을 놓고 다툴 것이다.
4월 12일 체레스 경기
다음날은 체레스*의 경기가 있다. 이유는 말할 필요가 없다. *농업의 여신.
여신이 내려주는 은혜와 선물들이 아주 분명하기 때문이다.
원시 인간들은 초록색 푸성귀로 빵을 만들었다. 395
부탁하지 않아도 땅이 알아서 생산해준 것들이다.
더러는 풀밭에서 야생풀을 뜯어먹는 수도 있었고,
나무에 달린 연한 잎사귀가 성찬이 되는 수도 있었다.
도토리는 나중에 알았지만, 도토리를 안 것은 천만다행.
튼튼한 떡갈나무에는 도토리가 풍족히 달려있었으니까. 400
처음으로 인간에게 보다 좋은 음식을 보내준 이는 체레스였다.
덕분에 인간은 도토리 대신에 더 유익한 것으로 음식을 바꿨다.
여신은 황소들을 길들여서 멍에에 목을 내맡기게 만들고,
그 결과로 갈아엎은 토양이 처음으로 햇빛을 보게 되었다.
당시에 철광은 아직 땅에 묻혀있는 때라, 구리가 소중했다. 405
아하, 영원히 그대로 땅속에 숨겨져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체레스는 평화를 즐기신다. 그러니 너희 농부들은 영원한
평화와 평화를 사랑하는 군주를 위해 기도를 올려라.
대대로 물려오는 화롯불 위에다, 밀과 톡톡 튀는
소금낟알과 향료를 올려 여신에게 경의를 표하라. 410
향이 없거들랑 송진으로 만든 횃불이라도 괜찮다.
착한 체레스라 작아도 순수한 것을 기뻐하시느니.
긴 의상을 걷어붙인 일꾼들아, 황소에게 칼을 대지 마라.
소는 밭을 갈아야지. 제사에는 게으른 암소가 제격이다.
멍에를 멘 목에다 도끼를 대는 것은 올곧지 않은 일. 415
수소는 살려두어서 단단한 땅에서 늘 일하게 하여라.
이 대목에 이르니 한 처녀가 능욕당한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다.
다들 아는 내용도 많겠지만, 새로이 듣는 것도 더러 있을 것이다.
세모꼴로 생긴 땅*은 바위로 이루어진 세 개의 곶이 *소위 트리나크리아(☞ 앞의 283)라고 하는 시칠리아.
대양으로 뻗어난 생김새로 이름이 만들어진 섬이다. 420
체레스 여신이 사랑하는 고장이라, 여신의 도시도 많다.
그중에 엔나*는 잘 경작된 토양을 갖춘 비옥한 도시이다. *시칠리아 섬 한가운데 있는 도시.
서늘한 아레투사*는 하늘의 어머니들을 초대한 적이 있다. *강의 신 알페우스에게 쫓기다 옹달샘이 된 님프(☞ <변신> 5--6,
그래서 노랑머리의 여신*도 성찬에 참여하러 여기에 왔고, 옹달샘). *'노랑머리'는 익은 곡식으로 상징되는 체레스 여신.
여신의 딸 페르세포네*는 친구들을 데리고 옛날처럼 425 *체레스의 딸. 숙부인 명부의 왕 플루토(하데스)에게
낯익은 엔나의 목초지를 맨발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납치되어 그의 아내가 되었다(☞ <변신> 제5권, 4-6).
그늘진 계곡에는 높은 곳에서 내리꽂히는 폭포수가
일으킨 엄청난 물보라로 축축하게 젖은 곳이 있다.
거기에는 오만가지 자연의 색채를 전시해놓은 듯
땅 위에는 울긋불긋 갖가지 꽃들이 어우러져 피었다. 430
이 광경을 본 페르세포네는 소리를 질렀다. “이리 와.
얘들아. 나랑 함께 꽃이나 한 아름씩 따서 가져가자.”
꽃이 뭐길래 여린 마음들은 그 꾀임에 빠져서,
꽃을 따 모으느라고 몸이 피곤한 줄도 몰랐다.
한 아이는 나긋나긋한 버드나무로 엮은 바구니에, 또 하나는 435
치마폭에다, 그 다음 소녀는 헐렁한 옷자락에다, 꽃을 담았다.
한 아이는 금잔화를 따고, 또 하나는 제비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한 아이는 손톱으로 양귀비꽃들을 싹둑싹둑 잘라댔다.
히아신스에 혹한 아이, 당비름꽃에 발걸음을 잡힌 아이도 있고,
백리향에, 혹은 선홍초나 클로바에 혼을 빼앗긴 아이도 있었다. 440
처녀들은 많은 장미와 이름 없는 꽃들을 간수하고,
페르세포네도 가녀린 크로커스와 백합을 거두었다.
그녀는 꽃을 모으느라 정신이 팔려서 점점 일행과 멀어졌다.
그런데도 일행 가운데 아씨를 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이의 숙부가 이걸 보았다. 그는 단박에 조카를 데려다가 445
시커먼 말께 담아 싣고는 자기의 나라로 휑하니 달아났다.
“아, 엄마, 내가 납치당하고 있어요!” 소녀는
의상의 가슴짝을 쥐어뜯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때 디스*가 달아나도록 길이 열렸다. 그의 말들은 낮에 *하계의 왕 플루토(하데스)의 다른 이름.
나다녀본 적이 없어서 햇빛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450
이제야 그녀의 일행이 꽃을 실컷 따 모았다. 그리고
고함을 질렀다. “페르세포네 아가씨, 선물 받으세요!”
그들의 외침소리에 아씨의 응답은 없고, 온 산은 처녀들의 함성으로
메아리쳤다. 그들은 애꿎은 손으로 가슴을 드러내고 쾅쾅 두드렸다.
프로세르피나의 유괴: 루카 지오르다노(1634-1705)
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체레스도 놀랐다(그녀는 막 엔나*에 455 *시칠리아 섬의 한가운데 있는 도시.
들어선 참이었다). “아, 이를 어쩌나! 아가야, 너 어디 있니?”
체레스는, 우리가 풍문에 듣던 트라키아의 *마이나스가 머리를 *박쿠스(디오니소스)의 여자 광신도(복수형은 마이나데스).
휘날리며 뛰어다니듯, 정신없이 온 사방을 갈팡질팡 헤매었다.
젖통에서 갓 떨어져나간 어린 새끼를 찾으려고
음매음매 울며 사방 숲 속을 헤매는 어미소처럼, 460
여신은 엔나 평원에서 길을 나서면서 울음을
그칠 새 없이 이리저리 우왕좌왕 뛰어다녔다.
거기서부터 소녀의 발자국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땅에 난 발자취는 틀림없이 눈에 익은 모습이었다.
멧돼지가 흐려놓지만 않았더라도 여신이 발견한 발자취로 465
그녀의 방황이 어쩌면 그날로서 끝을 보았을지도 몰랐다.
이때 그녀는 이미 레온티니,* 아메나나스,^ 그리고 *시칠리아의 고대도시(지금의 렌티니). ^ 레온티나 근처의 강.
잡초 욱어진 아치스 강*의 둑까지 지나와 있었다. *갈라테아라는 님프를 사랑했다가 살해되어 강이 되었다(☞ <변신> 13-6).
치아네*도 지나쳤고, 느릿느릿 흐르는 아나푸스+의 샘물과, *페르세포네의 유괴를 막으려다 샘이 된 님프(☞ 같은 책, 5. +시라쿠사 가까이 가서는 안 될 소용돌이치는 젤라스 강*도 지났다. 470 사 근처의 강. *시칠리아 동남부의 강.
그녀가 지나온 곳은 오르티지아,+ 메가라,* 판타지아스,^ +시라쿠사 항의 작은 섬. *그 근처의 해변도시. ^메가라에 있는 강.
그리고 바다가 시마이투스의 강물을 받아들이는 곳,
또한 용광로가 이글거리는 치클로페스*의 동굴과 *외눈박이 거신족(단수형은 치클로프스).
휘어진 낫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는 그 땅*지도. *상클레(지금의 메시나), 혹은 드레파눈(그리스어로 낫이 드레파논).
그뿐이 아니다. 히메라, 디디메, 아크라가스, 타우로메니움,* 475 *히메라, 디디메는 북쪽의 강과 섬. 아크라
희생물로 사용하는 암소들을 방목하는 기름진 초원 밀라이. 가스, 타우로메니움은 남쪽의 해변도시.
다음으로 간 곳은 카메리나,* 타프수스,^ 헬로루스의 템페,+ *남부의 도시. ^시라쿠사 근처의 반도. 헬로루스는 텔라로 강. 그 계
그리고 사시장철 하늬바람을 맞이하는 에릭스 산*이었다. 곡이 그리스의 템페만한 절경이란 뜻. *베누스의 성산.
여신은 자기의 땅인 세 개의 뾰족한 뿔, 펠로리아스,
릴리바이움, 그리고 파키눔까지도 이미 지나 있었다.* 480 *이 세 지명은 각각 오늘날의 파로, 보에오, 파세로라는 곶이다.
마치 잃어버린 이티스*를 목메어 외쳐 부르는 새처럼 *트라키아의 어린 왕자. 아버지의 패륜 때문에 어머니와 이모에게 살해
여신의 발이 닿는 곳엔 슬픈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되었고, 자매는 각각 제비와 나이팅게일이 되었다(☞ <변신> 제6권. 6).
한 번은 “페르세포네야!” 했다가, 한 번은 “내 딸아!”
부르며 여신은 이 두 이름을 연거푸 번갈아 외쳤다.
그러나 페르세포네는 체레스의 음성을, 딸은 어머니 음성을 485
듣지 못했다. 두 이름 소리가 번갈아 사그라져갔던 것이다.
혹시라도 목동이나 들에서 일하는 농부가 눈에 띄게 되면
한 가지는 꼭 물었다. “지나가는 딸아이 하나 못 봤느냐?”
이럭저럭 땅위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만상이
어둠에 싸였다. 지키는 개들도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490
높은 아이트나 산이 거대한 티포에우스*의 입을 깔고 누워선지, *아이트나 산 밑에 깔려 누운 거신(☞ 제1권, 573).
그의 입에서 내뿜는 불같은 입김에 땅이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여신이 거기서 솔가지 두 개에다 불을 댕겨 길을 밝혔던 일로,
오늘날까지 체레스의 의식을 행할 때는 꼭 거기서 불을 댕긴다.
날카로운 경석으로 내부를 침식당한 동굴이 있었다. 495
짐승이고 사람이고 가까이 얼씬도 못하는 장소였다.
여신은 예까지 왔다. 그리고 뱀들을 불러다 멍에를 씌우고
마차를 달아서 물에 젖지 않고 온 바다 위를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시르티스*와 상클레의 카리브디스,+ 그리고, *아프리카 북동부 해안 투니스와 치레네 사이의 모래톱. +상클레 앞바다
배를 좌초시키는 괴물 스킬라의 개들은 비켜갔다. 메시나 해협 의 소용돌이. 스킬라는 암초(☞ <변신> 제14권. 1. 마녀...).
그리고 넓은 하드리아 해,* 두 바다 사이의 코린토스+도 501 *이탈리아 동쪽 바다. +펠로폰네수스 반도 북동부의 항구도시.
피해서 결국에 도착한 곳이 아늑한 아티카*의 땅이었다. *아테나이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예까지 온 여신은 처음으로 찬 돌 위에 주저앉았다. 처량했다
지금도 아테나이의 사람들은 이 돌을 ‘슬픔의 돌’이라 부른다.
여신은 여러 날을 하는 일 없이 빈 하늘 아래에서 505
달빛과 비를 끈기 있게 맞으면서 서성이고 다녔다.
어떤 곳이든 나름의 숙명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 체레스의
엘레우시스*라는 곳은 당시 첼레우스라는 노인의 땅이었다. *아티카의 도시. 체레스와 페르세포네의 성지.
그는 도토리와 금방 덤불에서 딴 딸기, 그리고 화덕에
땔거리로 쓸 마른 장작을 집으로 옮기고 있는 중이었고, 510
어린 딸은 암염소 두 마리를 산에서 몰아오고,
한편 병든 사내아들은 요람에 그냥 누워있었다.
“어머니!” 딸아이의 어머니라는 소리에 여신은 화들짝
놀랐다. “왜 이렇게 외딴 곳에 혼자서 서성이시나요?”
늙은이는 무거운 짐도 잊어버리고는 발길을 멈추더니, 515
누추한 오두막집이지만 들어와 쉬었다 가기를 청했다.
여신은 사양했다. 그녀는 머리에다 모자를 눌러쓰고 노파로
변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듭되는 권유에 여신이 답했다.
“복 받으시고, 영원히 아버지라는 기쁨을 누리세요! 나는 딸을
잃어버렸어요. 영감님은 내게 비하면 정말 운이 좋은 분이오!” 520
여신이 말을 하는 중에 눈물 같은 (신이란 울 수 없는
몸이다) 수정 방울이 따뜻한 가슴위로 뚝뚝 떨어졌다.
노인과 처녀아이도 덩달아 울었다.
의리 있는 노인은 이런 말을 했다.
“잃은 딸 생각에 눈물을 흘리시는데, 무사히 돌아오시겠지요. 525
자 일어나세요. 누추한 움막이라고 업신여기지는 마시고요,”
여신이 대꾸했다. “예, 갑시다. 결국은 내가 항복했습니다.”
그녀는 바윗돌에서 몸을 일으켜 늙은이의 뒤를 따랐다.
노인은 뒤를 따르는 사람을 안내하는 한편, 병들어서
잠을 자지 못하고 누워 지내는 아들의 이야기를 했다. 530
볼품없는 오두막집으로 막 들어가려다 말고 여신은 버려진 땅에
자라는 양귀비 열매를 하나 땄다. 이것은 불면증에 효능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따면서 아무 생각 없이 맛을 보았기 때문에
오래 참았던 배고픔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달랬다고 한다. 534
여신이 해질녘에 처음으로 금식을 깬 일을 기념하기 위해, 지금도
여신의 신비를 전수받는 사제는 별이 나타날 때에 끼니를 먹는다.
문지방을 넘어서면서 보니 모두가 슬픔에 젖어 있었다.
아이가 회복될 가망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터이지.
여신은 어머니(메타니라라 했다)와 인사를 나눈 뒤에
우격다짐을 하다시피해서 아이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540
그러자 갑자기 얼굴에서 창백함이 달아나고 몸에 힘이
돌아왔다. 이 활력은 여신의 입에서 흘러든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어머니에게, 딸에게, 온 집안에 화기가
돌았다. 집안이래야 이 세 사람이 전부이긴 했지만.
잠간 사이에 유부와, 사과에다, 벌집에서 딴 545
노란 벌꿀을 곁들인 저녁상을 차려내 놓았다.
착한 체레스 여신은 저녁도 마다하고, 양귀비 열매를
따뜻한 우유에 타서 아이에게 주고 잠을 청하게 했다.
적막과 평화로운 잠이 다스리는 한밤중이었다.
여신은 트리프톨레무스*를 무릎 위에 눕혀놓고 550 *'세 번 경작하는 자'의 뜻이 있다(☞ <변신> 제5권. 7. 곡식...)
손으로 세 번 어루만져주며 인간의 입으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세 가지의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는 아이의 몸을 화덕에 들어올려 재속에다 몸을
묻어서 무거운 인간의 짐을 불로써 씻어내게 해주었다.
그저 사랑할 줄만 알던 어리석은 어머니가 잠에서 깨어나더니, 555
“이게 무슨 짓이오?” 소리를 치며 아이를 불에서 끄집어냈다.
여신은 설명을 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큰 실수를 했소.
어머니의 염려 때문에 나의 선물이 아주 오므라들고 말았군요.
그대의 아들이 죽음을 면하지는 못하지만, 밭을 갈고 씨를
뿌려 그 땅에서 수확을 거두는 첫 번째 사람이 될 것이오.” 560
체레스는 말을 마쳤다. 그리고 그 집을 나와, 연무를 길게 끌며
용이 있는 데로 건너가 날개 달린 마차를 타고 하늘로 날아갔다.
여신은 바다 속으로 불거져 나온 수니움 곶*을 지났다. 그리고, *그리스의 최남단에 있다.
아늑한 피라이우스,+ 서쪽으로 뻗은 해안선을 모두 지났다. 564 +아테나이 동남쪽의 항구.
거기서 아이가이움* 바다를 건너서 치클라데스 군도+를 바라보며 *에게 해. +치(키)믈라데스 군도는 이 바다 남쪽에 있다.
거친 이오니아* 바다와 이카루스의 바다+를 스칠 듯이 날아갔다. *그리스의 동해. +에게 해의 이카리아 섬 근처(☞ 제4권, 283).
다음은 아시아의 도시들을 지나 길쭉한 헬레스폰투스*로 *'헬레의 바다.' 에게 해에서 흑해로 들어가는 입구.
향했다가, 이리저리 하늘 길을 지향 없이 헤매고 다녔다.
또 향료를 채취하는 아라비아인들, 인도인들이 보이는가 하면 569
저 아래 한 쪽에는 리비아, 반대편으로 메로에*와 사막이 보였다. *고대 에티오피아의 도시. 피라미드, 사자 신전 따위의 유적이 있다.
다음으로는 서편의 강들, 레누스와 로다누스, 파두스,* 그리고 *이 세 개의 강은 각각 라인, 론, 포. 티베르보다 큰 강들이다.
막강한 힘으로써 뭇 강의 어버이 노릇을 할 티베리스*도 보였다. *티베르 강.
지금은 어딘가? 여신이 돌아다닌 땅을 다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체레스가 가보지 않은 땅이라고는 세상에 한 군데도 없을 테니까.
여신은 하늘에도 돌아다니다가 바다에 빠지지 않는 575
추운 극지 가까이에 있는 별자리들과 이야기도 했다.
“너희 파르하시아*의 별들아(너희는 무엇이든지 *파르하시아(아르카디아와 같은 뜻)의 별들은 큰곰자리.
다 보면서도 바다물속에 빠지는 일도 없으니), '바다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일년내내 지지 않는다는 뜻.
이 가련한 어미가 내 딸 페르세포네를 보게 해다오.”
여신의 이 하소연에 헬리체*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580 *혹은 헬리케. 큰곰과 같은 뜻.
“밤을 탓할 수는 없지요. 잃어버린 따님에 대해서는 솔*에게 *태양.
물어보십시오, 낮에 있은 모든 일을 보는 것이 솔이니까요.”
물음을 받은 솔은 말했다. “헛고생은 그만하시오, 여신께서 찾는
따님은 요베의 형수가 되어 제3의 왕국*을 다스리고 있답니다.” *제3의 왕국 명부의 왕 플루토는 유피테르의 형이다.
여신은 혼자서 한참 동안 속을 끓였다. 그런 뒤에 585
우레의 신*에게 말했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유피테르. 체레스와 남매간이다.
“내가 누구 때문에 페르세포네를 잉태했는지를 기억한다면,
우리 딸은 당신에게 절반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마땅할 것이오.
그런데 세상을 방황하며 느낀 것은 일이 뭔가 잘못됐다는 거요.
아이를 망친 자는 죄를 짓고도 되레 떳떳하게 지내니 말이오. 590
페르세포네는 도둑을 남편으로 맞을 아이가 아닐뿐더러
우리가 이렇게 사위를 본다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지요.
기가스*에게 포로가 됐다 한들 지금보다 더 괴로울까요? *복수형은 기간테스. 유피테르에게 항거했던 거신족.
더욱이나 당신이 하늘나라의 왕좌를 지키는데 말씀이에요.
그가 벌을 면해도 좋아요. 만약 아이를 돌려주고, 개과천선, 595
잘못을 뉘우친다면, 난 앙갚음을 못해도 참을 수가 있어요,”
사랑해서 그러니 어쩌겠느냐, 유피테르는 여신을 위로했다.
“우리의 사위가 우리에게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을 것이오.
나라고 더 잘난 것도 없소. 나에게는 하늘의 왕국이 있듯이,
한 형에겐 바다, 하나에겐 텅 빈 카오스의 왕국*이 있으니까. 600 *카오스(혼돈)의 왕극은 명부.
그런데 그대의 마음이 정말로 요지부동, 혼인의 약속을
깨도 좋다는 결심이 확고하다면, 어디 한번 그래봅시다.
우리의 아이가 금식을 계속했다는 조건 하에서 말이오.
그게 아니라면, 계속 지옥의 부인*으로 있어야 할 것이오." *'지옥의 부인'은 명부의 왕 플루토의 아내.
전령 신*이 명을 받아 타르타루스+로 휑하니 날아갔다. *전령 신은 유피테르의 아들 메르쿠리우스(헤르메스). +지옥.
그리고는 일찍 돌아와서 눈으로 본 바를 그대로 보고했다. 606
“욕을 봤던 소녀는 딱딱한 석류 껍질 속에 든
씨알 세 개를 먹고 끼니를 때웠다 하더이다.”
가뜩이나 상심이 컸던 어머니는 딸을 잃은 것처럼
슬펐지만, 한참이 지난 뒤에 다시 정신을 추슬렀다. 610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하늘도 내가 있을 곳은 아니니
나도 타이나루스의 계곡*에 가도록 명령을 내려주셔요.” *라코니아(펠로폰네수스 반도의 남단)에 있는 한 곶의 이름. 이곳에
페르세포네가 해마다 여섯 달은 하늘에서 보내게 하겠다는 하계로 통하는 입구가 있다고 해서 지옥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유피테르의 약속이 없었다면 혹시 그렇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자 체레스는 본래의 얼굴과 명랑함을 되찾고 615
옥수수의 수염으로 엮은 관으로 머리를 장식했다.
덩달아 맥이 빠져있던 들이 넉넉한 수확물을 쏟아냈다.
타작마당도 겹겹이 쌓인 곡식 단으로 몸살을 앓을 판이었다.
체레스에게는 흰색이 제격이다. 그러므로 체레스의 축일에는
흰옷을 입어라. 요사이 우중충한 옷을 입는 자는 아무도 없다.
밀이삭을 들고 있는 체레스: 3세기 로마의 대리석상(작자 미상, 루브르 소장)
4월 13일
4월의 이데스*는 승리자의 칭호를 가진 유피테르의 날이라, 621 *13일, 또는 15일(☞ 제1권 서문, 56).
새로 지은 신전이 그에게 봉헌된 것도 바로 이날이었다.* *파비우스 막시무스 퀸투스(☞ 제1권, 605)가 바쳤다고 한다.
혹시 내가 틀리지 않는다면, 리베르타스도 같은 날에
우리 백성의 이름에 걸맞은 전당을 갖기 시작하였다.* *리베르타스(자유, 자유의 신)의 아트리움이
포룸(☞ 제1권, 258) 가까이에 세워졌다.
4월 14일
그 다음날에는 선원들이 안전한 항구를 찾는 날이다. 625
하늬바람이 싸락눈을 품고 불어 닥칠 터이니 말이다.
그것은 그렇다 치고, 싸락눈이 쏟아지던 이날 카이사르*께서 *'카이사르'는 나중에 옥타비아누스 황제가 되는 옥타비우스.
무장을 갖추시고 무티나에서 적들을 사정없이 해치우시었다. 무티나(오늘날의 모데나)에서 안토니우스 일파를 패주시킨
(43 BC) 사건을 말한다.
4월 15일 포르디치디아
베누스의 달 이데스를 지나 셋째 날 동이 트면
사제들은 새끼 가진 암소를 희생물로 바친다. 630
포르다+는 페렌도*라는 말에서 생긴 이름. 새끼 잘 갖는 암소다. +포르다는 새끼 밴 암소. *페렌도는 페로(fero: 가지다)의
페투스도 같은 어원에서 생긴 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파생어. 페투스(임신한)와 같은 뜻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가축은 새끼를 가져서 배가 뚱뚱하고, 토양은 씨앗을 품어서
통통하다. 살찐 대지가 살찐 희생 제물을 받는 것이 바로 이때다.
유피테르의 성채 안에서 죽는 짐승도 있고, 쿠리아*에서도 635 *문벌의 작은 단위(☞ 제2권, 527).
서른 마리나 되는 암소를 잡아서, 온통 피를 뒤집어쓴다.
그러나 부제가 어미짐승의 배를 가르고 새끼를 꺼낸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화덕에다 칼질한 내장을 던지고 나면,
제일 나이가 많은 베스타의 신녀는 죽은 새끼를 불에 태운다. 640
그래야만 태운 재가 팔레스* 날에 사람들을 정화할 수 있단다. *고대로마의 목동의 여신. 이 여신의 축일 파릴리아, 혹은
누마의 재위 시절에는 애쓴 만큼 소출이 보답해주지 않아서, 팔릴리아(☞ 5월 21일)에 로마가 건국되었다고 한다.
농부들은 기도가 헛일이 된지라 흡사 속아서 산 기분이었다.
어느 해는 차가운 된바람만 불어대서 날이 가물었고,
그 다음 해는 장마가 저서 농작물들이 모두 썩었다.
처음 곡식 싹이 트면서부터 농부를 실망시키는 일도 잦았고, 645
영글지 못한 메귀리가 영양 없는 흙에서 겉자라기도 했다.
가축은 달이 덜 찬 새끼를 떨어트리는 수도 있었고,
새끼를 낳다가 목숨을 잃는 암양들도 종종 있었다.
도끼질을 한번도 당하지 않은 오래된 숲이 있었는데
마이날루스의 신*에게는 그때까지 성스러운 산이었다. 650 *마이날루스 산(아르카디아의 레르나 약간 북쪽)
신은 고요한 밤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응답을 을 성지로 하는 신은 사티루스(☞ 제1권, 587).
주기도 했다. 그래서, 누마 왕*도 암양을 두 마리 바쳤었다. *고대로마의 둘째 왕(715-673 BC).
처음 것은 파우누스, 둘째는 점잖은 잠의 신을 위해 죽었다.
두 마리의 가죽은 벗겨서 단단한 땅바닥에 펴서 깔아두었다.
왕은 샘물을 떠다가 덥수룩한 머리에다 두 번을 뿌려주고, 655
앞이마는 너도밤나무 잎을 따다가 두 번 꼭꼭 눌러주었다.
베누스의 즐거움도 삼갔고, 고기를 식탁에 올리지
않았으며, 손가락에 반지를 끼는 일조차도 없었다.
거친 천으로 옷을 해 입고 적당한 기도문으로
경배한 뒤에는 갓 엮은 양모위에서 잠을 잤다. 660
그때 앞이마를 양귀비꽃으로 장식한 밤의 신이
거뭇거뭇한 꿈들을 거느리고 조용히 다가왔다.
그리고 파우누스도 나타나서 딱딱한 한 쪽 발굽으로 양모를
지긋이 밟고 침대의 오른편에 서서 이 말을 하는 것이었다.
“왕은 일어나서 암소 두 마리를 잡아 대지의 신을 달래라. 665
다만 한 마리로 두 목숨을 바쳐 제사를 지내야 하느니라.”
겁이 나서 잠이 달아났다. 누마는 꿈을 돌이켜보며
음침하고 모호한 명령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숲의 총아인 그의 아내 에게리아*가 그 의혹을 풀어주었다. *에게리아는 ☞ <변신> 제15권 3. 에게리아...히폴리투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새끼 밴 암소의 내장인 걸요.” 670
새끼 밴 암소의 내장을 바쳤다. 그래서 그해는
땅과 가축의 소출이 많아져서 풍년이 되었었다.
4월 16일
언젠가 치테레아*는 하루가 더 빠르게 지나가라고 주마가편, *베누스 여신.
달리는 말들에게 언덕을 빨리 내려가도록 재촉한 적이 있다. 674
그렇게 되어야 그 다음날인 이날 젊은 아우구스투스*께서 *43 BC 4월 16일 무티나의 해방과 더불어 임페라토르
많은 전승의 공으로 황위를 빨리 받으시게 될 터이니까. (군사령관이라는 뜻. 나중에 황제로 변했다)라는 칭
호를 받았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왕정은 27 BC
아우구스투스의 칭호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4월 17일
이데스를 지나서 네 번째 새벽이 되면
히아데스*들이 밤바다에 떨어질 것이다. *히아데스(☞ 제3권 서문, 105). 실제 저녁에 진 것은 4월 20일이었다고 한다.
4월 19일 체리알리아* *체레스의 축제.
히아데스가 사라진 날로부터 셋째 날 새벽에는 모든 말들이
팀별로 각기 배당된 경기장의 마구간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680
그러므로 이때 왜 그을린 여우 등에다 횃불을
묶어서 풀어놓는지, 그것을 설명해 두어야겠다.* *여우 풀어놓기도 체레스 경기의 일부. 구약성서(판관기 15)에도 기록이 있다.
카르세올리*는 추워서 올리브 생육에는 부적당해도 *이탈리아 중부의 도시. 오늘날의 코르피니오.
옥수수를 재배하는 데는 더없이 알맞은 토양이다.
조그마한 고장이기는 하다. 그러나 사시사철 개울물소리가 685
끊이지 않는 내 고향 펠리니로 갈 때는 꼭 거길 거쳐 간다.
나는 평소와 같이 늙은 주인이 지키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포에부스가 말들의 멍에를 풀어주고 난 뒤의 일이다.
주인은 지금 내가 집필 중인 이 작업에서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것까지를 포함해서 늘 내게 여러 가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690
그는 말을 하며 앞의 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 들에는
한 부지런한 농부 부부가 가진 조그만 텃밭이 있었어.
쟁기가 필요한 일이든, 굽은 낫이나 호미가 필요한
일이든, 언제나 사내는 그 땅을 직접 경작했었다구.
여자는 버팀목으로 받쳐놓은 움막집에 비질을 한다, 695
어미닭의 날개 밑에서 부화하도록 달걀을 품어준다,
파란 아욱*을 꺾어 온다, 하얀 버섯을 따온다, *무궁화과의 일년생 풀. 잎과 줄기는 식용이다.
작은 화로에다 따스하게 군불을 지펴 놓는다,
거기에다 베틀에 앉아서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겨울추위의 위협에 방비를 한다, 늘 바빴다네. 700
여자에게는 아들이 하나 딸렸는데 장난꾸러기였지.
나이는 벌써 다섯을 두 번하고도 두 살을 먹었고.
그런데 이 아이가 어느 계곡 버드나무숲 끄트머리에서 여우를
한 마리 잡았지 뭔가. 집안 뜰에서 닭을 많이 채 간 놈이었지.
그는 잡은 짐승을 건초와 짚으로 똘똘 싸서 거기에다 705
불을 질렀어. 그러나 그놈은 용케도 손을 빠져나갔어.
엉겁결에 도망하던 이 암컷 여우는 들에 한창 영근 곡식에다
불을 댕겼는데, 때마침 산들바람이 불어서 부채질을 더했다구.
사건은 잊혀진 지 오래지만, 흔적은 지금도 남아있어.
여우를 저주하라는 카르세올리의 법이 바로 그거야. 710
그래서 체리알리아에서는 여우 한 마리를 불태워 그 종자 전체를
벌한단 말이야. 곡식을 축냈던 만큼 너희도 당해라 그런 말이지.”
4월 20일
다음날 새벽, 사프란색 옷을 입은 멤논*의 어머니가 *에티오피아의 왕으로 트로이아 전쟁에 참전했다가 아킬레
장밋빛 말을 타고 광대한 들녘을 둘러보러 나올 때면, 714 스에게 살해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새벽의 여신 아우로라.
태양은 털북숭이 양들의 우두머리, 헬레를 배신한 별자리*를 *계모의 화를 피해 양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던 헬레는 바다에
떠난다. 그 별자리를 벗어나면, 더 큰 희생물을 만나게 되는데, 빠져 죽었다. 이것이 황도 12궁의 첫째인 삼각형의 백양궁이다.
그것이 황소*냐, 암소*냐 하는 것은 알기가 그리 쉽지 않다. *에우로파(☞ <변신> 제2권 10)를유혹하기 위해 유피테르가 둔갑했던
앞부분은 보이겠지만, 뒷부분은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황소, 유노의 질투에 희생된 이오(☞ 1월 9일, 453)의 암소를 말한다.
그러나 그 별자리가 황소이든 암소이든 상관없이, 황소자리인 수컷이냐 후자인 암컷이냐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말.
유노의 뜻과는 반대로 사랑으로써 보답을 받는다. 720
4월 21일 파릴리아* *팔레스 목동, 가축의 신(☞ 위의 640)의 축일.
밤이 지나가고 동이 터온다. 파릴리아의 노래를 불러야 되겠다.
그래서 친절한 팔레스가 나를 사랑해준다면 나쁠 것도 없겠지.
정다운 팔레스여, 내가 그대의 축제를 받들면,
전원의 행사를 노래하는 동안 나를 도와주오.
나는 속죄를 할 목적으로 종종 송아지의 유골과 725
콩꼬투리를 두 손 가득히 들고 왔었소. 정말이오.
내가 나란히 석 줄로 선 불꽃들을 뛰어넘었더니
축축한 월계가 내 몸에 이슬을 담뿍 뿌려주었소.
여신이 감동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호의를 보이신 것이오.
내 배는 물위에 떴고, 내 배의 돛에는 순풍이 가득히 실렸소. 730
자, 여러분, 처녀 신 베스타*의 제단에 가서 훈연제를 얻어들 오시오. *☞ 제1권, 528.
여신이 내려주는 그 선물이 있으면 그대들은 깨끗이 정화될 것이오.
훈연제로는 말의 피와 송아지의 유골이 좋고,
세 번째가 껍질을 벗긴 끈끈한 콩꼬투리이다.
목동아, 너도 땅거미가 질 때 잘 먹인 양들을 정화해야지. 735
먼저 땅에다 물부터 뿌렸다가, 빗자루를 가지고 쓸어내라.
그러고 나서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엮어 양의 우리를 장식하고,
기다란 꽃줄을 만들어 출입문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장식하여라.
깨끗한 유황을 불에 태우면 푸른 연기가 날 것이니
양들이 연기를 들이켜고 매워서 울어대게 만들어라. 740
수꽃 올리브나무* 와 소나무, 그리고 향나무를 불에 태우며 *올리브 꽃은 2가지가 있는데, 암수 꽃이 갖추어져서 나중에 열매
월계수를 화로에 넣고 그슬려서 딱딱 소리를 내도록 해라. 가 되는 갖춘꽃과, 꽃가루를 만드는 부분만으로 된 수꽃이 있다.
기장 바구니에 기장으로 만든 빵을 담아두어라.
시골 여신이라 그 음식을 유별나게 좋아하신다.
좋은 고기, 우유 한 통을 더하라. 음식을 다 썰었으면 745
전원의 신 팔레스에게 기도하며 따뜻한 우유를 바쳐라.
이렇게 기도하라. “가축과 그 주인들을 보살피시어
모든 해로운 것들을 내 외양간에서 몰아내주십시오.
만일 내가 성스러운 땅에서 양을 치고, 이것들이 멋모르고
무덤위의 풀을 뜯어먹는 동안 내가 성목아래 앉아있었다면, 750
만일 내가 금단의 수풀에 들어갔거나, 님프들과 반쯤
양의 모습을 한 신*이 나를 보고 달아난 일이 있다면, *반은 사람, 반은 염소의 모습을 한 신은 판이다.
만일 내가 나뭇잎으로 광주리를 채워서 병든 양의 잠자리를
만들기 위해 그늘을 지우는 나뭇가지를 숲에서 잘라 왔다면,
용서하십시오. 혹, 우박이 그칠 때까지, 내 양떼를 시골 신당에 755
피신시킨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나를 나쁘게 여기지 마십시오.
또한 연못을 괴롭혔다고 해서 나를 해치지 마십시오. 님프들이여,
양들의 발굽으로 그대들의 물이 진흙탕이 되었더라도, 용서하시오.
여신이시어, 우리들을 위해 샘물들을 다독이고, 그들의 신을,
그리고 여러 숲 속에 흩어져서 살고 있는 신들을 다독여주오. 760
드리아스*들, 멱을 감는 디아나,* 한낮에 들에 누워있는 *드리아스는 숲의 요정. 디아나는 달의 여신. 파우누스는 목양의
파우누스*들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신. 이들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불경이다. <변신> 제3권, 2에는
질병을 쫓아내시어, 사람과 짐승의 몸이 두루 성하고, 목욕하는 디아나를 훔쳐보다가 변을 당한 악타이온이 있다.
영리한 감시견들이 강건하도록 보살펴 주시길 빕니다.
새벽에 떠날 때와 똑같은 숫자의 양떼를 몰아오게 해주시고, 765
늑대에게 도둑맞은 양모를 찾아오며 한숨짓지 않게 해주소서.
비참한 기근을 없이해주시고, 나뭇잎과 풀잎,
씻을 물, 마실 물을 풍족하게 내려 주십시오.
통통 불은 소의 젖을 짜게 해주시고, 치즈로 돈을 벌게 하시고,
버들가지로 만든 체로 두부찌꺼기를 잘 걸러내게 해주십시오. 770
수놈 양이 원기가 넘쳐서 암놈에게 새끼를 배고 낳게 하시어,
우리 집 우리 안이 많은 새끼 양들로 북적대게 해주십시오.
양털을 보드랍게 해서 여자의 피부가 긁히지 않게 하시고,
거친 양털이 보드라운 손을 짜증나지 않게 해주길 빕니다.
내 기도만 들어주신다면, 해마다 목동들의 안주인이신 775
팔레스를 위해 거대한 과자를 만들어 바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여신을 기쁘게 해드리되, 동쪽을 향해서
네 번 기도하고, 깨끗한 이슬로 손을 씻도록 하라.
이같이 기도가 끝났거든 나무 술잔을 내어다 놓고 거기에다
하얀 우유와 자주색의 포도주를 섞어서 벌컥벌컥 들이켜라. 780
그런 다음 탁탁 터지며 불타는 지푸라기 더미 위를
허벅지에 힘을 주고 재빠른 발걸음으로 뛰어넘어라.
내가 이 풍습 얘기를 시작했으니, 그 시초도 내가 설명해야겠다.
그러나 많은 설명을 하다보면 의심이 생겨서 망설여지기도 한다.
불은 게걸스럽게 모든 것을 삼키고 쇠붙이의 찌꺼기까지 785
녹여 없앤다. 그래서 목동과 양들을 정화해 주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모든 사물이 반대되는 두 가지
원소, 즉 불과 물로써 형성이 되어 있는지라,
우리 조상님들은 그 불화하는 신들인 이 두 원소를 결합하여,
불이 신체에 접촉하면 물을 끼얹음이 옳다고 생각했던 걸까? 790
아니면 이 둘에 생명의 근원이 있어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유랑자에겐 소용이 없지만, 새 신부에겐 효험이 있다는 걸까?* *불과 물은 결합해서 생명을 창조한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유배당한
나는 잘 믿지 않지만 그것이 파에톤과 데우칼리온의 사람에게는 물과 불을 금지했고, 신부가 신혼집에 신혼선물로 주었다.
홍수*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파에톤은 태양의 수레를 몰다가 불에 타서 죽은 소년(☞ <변신> 제2권, 1).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말하기를, 옛날 목동들이 데우칼리온은 마음씨가 고와서 홍수에서 살아남았다(☞ 같은 책 제1권, 7).
돌에다 돌을 힘껏 부딪치자, 갑자기 불똥이 튀었는데, 796
처음 것은 죽고, 둘째가 지푸라기에 불을 댕겼단다.
이것이 과연 파릴리아 축제가 가진 불의 근거일까?
이게 아니라면, 나라가 망할 때의 그 불길이 아이네아스에게
안전한 길을 열어준 것이니, 그의 효심*에서 비롯한 풍습일까? *트로이아가 망했을 때 아버지와 성물을 모시고 불길을 뚫었던 일.
그도 아니면, 로마가 처음 창건되었을 때, 사람들은 801
라레스*를 새로 지은 집에 옮겨야 한다는 명을 받고, *가정의 수호신(☞ 제2권, 616).
집을 바꿀 때는 버리려고 하는 시골집이나 오두막에다
불을 질러 태워버렸던 것이 사실과 더 가까운 것일까?
그래서 지금도 보는 바와 같이 로마가 탄생한 날에는 805
사람과 가축이 함께 불꽃 속을 뛰어넘는 것이 아닐까?
불타는 트로이아: 브루겔(1671 - 72)
그 소재만도 시인이 주제로 삼기에 충분하다. 이제 로마의 건국까지
왔으니, 위대한 퀴리누스*여, 당신의 업적을 노래하게 날 도와주오! *시조 로물루스가 죽고 나서 얻은 칭호.
누미토르의 동생은 이미 벌을 받았다. 그리고
목동들의 무리는 모두 쌍둥이의 신하가 됐다.* 810 *로물루스와 레무스.
쌍둥이형제가 장정들을 모아서 도시를 창건하기로 합의를
봤지만, 둘 중에서 누가 주인이 될 것이냐가 큰 문제였다.
로물루스가 말했다. “그 문제를 가지고 다툴 필요까지 없다.
새들은 원래 믿을 만하니, 새들로써 시험을 해보기로 하자.”
그 제안에 따라, 형은 나무가 울창한 팔라티움* 언덕에, 815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 제1권, 199).
동생은 새벽에 일어나서 아벤티누스*의 정상에 올랐는데, *아벤티누스는 ☞ 같은 곳, 551.
레무스는 여섯 마리, 로물루스는 나란히 열두 마리의 새를 보았다.
두 사람은 계약을 지켰다. 로물루스가 로마를 다스리게 된 것이다.
쟁기를 가지고 성벽의 경계선을 표시하는 날짜를 잡아보았다.
팔레스의 축일이 다가오기 때문에 그날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820
여문 바윗돌에 닿는 데까지 해자를 파고 나서, 그 밑바닥에
그해 땅에서 난 과일과 함께 가까운 땅의 흙을 던져 넣었다.
해자에는 거푸집을 세우고 그 안에 제단을 쌓아올렸다.
화덕도 새로 만들고 거기에는 지체 없이 불이 지펴졌다.
그는 쟁기 손잡이를 꼭꼭 눌러 이랑을 파 성벽의 경계를 825
표시했다. 하얀 암소와 백설 같은 수소가 멍에를 메었다.
왕은 기도했다. “대업의 성취를 나와 함께 해주십시오,
오, 유피테르여, 아버지 마보르스여, 어머니 베스타여.* *마보르스는 마르스 신의 별명. 로물루스의
그리고 우러러 모시는 모든 신들이여, 돌보아 주소서. 모후 실비아는 베스타의 신녀였다.
나의 대업은 여러 신님들의 가호 아래 이루어집니다. 830
나의 이 왕국이 온 세계를 정복하여 만세에 걸쳐서
긴 수명을 누리며 동과 서를 모두 신하로 두게 하소서!”
유피테르가 왼편에서 천둥소리로써 로물루스의 기도에
화답을 보내자, 번갯불이 왼편으로 하늘을 가로질렀다.
좋은 조짐을 본 시민들은 기뻐하며 기초를 다졌고 835
얼마지 않아 새로운 도시의 성벽이 우뚝 일어섰다.
로물루스가 임명한 첼레르*가 작업의 감독을 맡아보았다. *'빠르다'는 뜻이다.
그는 미리 명령해 두었었다. “첼레르, 누라구도 우리들이
만들어놓은 성벽이나 해자를 뛰어넘지 않도록
감시하게. 기어이 넘는 자는 배어버려도 좋아.” 840
이것을 알지 못하는 레무스는 낮은 성벽을 보고
비웃기 시작했다. “요까짓 것이 국민을 보호하겠어?”
그는 성벽을 훌쩍 뛰어 넘어버렸다. 첼레르는 성급한 사나이를
삽으로 내리쳤다. 레무스는 피를 쏟으며 돌바닥 위에 쓰러졌다.
보고를 받은 왕은 솟아오르는 눈물을 누르며 845
그 슬픈 마음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었다.
대중 앞에서 울지 못하는 그는 불굴의 정신력을 보였다.
“적도 나의 성벽을 넘는다면 이렇게 죽어야 할 것이다.”
동생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러주고 나서는 결국 눈물을
참아내지 못했다. 감추려고 했던 우애도 드러나고 말았다. 850
그는 상여꾼들이 내려놓은 관에다 마지막으로 입을 맞추고,
말했다. “잘 가라. 동생아. 싫어도 이 형과 헤어져야겠구나!”
그는 화장을 하도록 시체에 기름을 발랐다. 파우스툴루스도*,
머리를 풀어헤친 악카*도, 로물루스를 따라 슬픔을 함께했다. 854 *파우스툴루스와 악카는 로물루스 형제를 돕던 목동 부부.
퀴리테스*(아직은 그 이름이 없었지만)는 한 젊은이를 위해 울었다. *원래 사비니의 한 도시인 쿠레스의 주민을 퀴리스(퀴리테스는
이 사람들의 눈물에 흠뻑 젖은 장작더미에 드디어 불이 댕겨졌다. 복수형)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로마의 시민을 이렇게 불렀다.
세상 모든 땅위에 발을 딛고 설 하나의 도시가
일어섰다. 당시에 누가 이걸 믿기라도 했을까?
만국을 지배하되, 위대한 카이사르에게 영원히 복종하라.
그리고 로마는 그 이름을 가진 여러 왕을 모시기 바란다. 860
카이사르가 정복된 세계에 우뚝 서있는 한
다른 어느 누구도 어깨를 견주지 못하리라.
4월 23일 비날리아* *포도주 축제. 라틴어로 포도주는 비눔.
팔레스 이야기를 다했으니, 비날리아를 얘기하겠다.
이 두 축제들 사이에는 단 하루가 끼어있을 뿐이다.
너희 돈 버는 아가씨들아, 거룩한 베누스 여신을 찬미하라. 865
베누스는 자유로운 직업으로 돈벌이하는 자를 총애하신다.
향을 바쳐서 미모와 남성의 사랑을 위해 기도하고,
아름답고도 재기가 넘치게 해줍시사고 축원하여라.
여신의 꽃 도금양*과 여신이 좋아하는 박하를 꺾은 다음, *상록관목으로 베누스의 신목.
골풀을 한 아름 다발채로 장미꽃으로 싸서 갖다 바쳐라. 870
지금들 모여서 시칠리아의 어느 언덕에서 이름을 따 왔다는
콜리나 대문* 가까이 있는 여신의 신당을 참배할 때이니라. *로마의 이 대문은 살라리아 가도와 노멘타나 가도가 갈라지는 관문이다.
클라우디우스*가 아레투사의 시라쿠사^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로마의 마르첼루스 클라우디우스는 시칠리아 남동의 시라쿠사와
그 싸움을 통해 에릭스+의 그 언덕까지 손에 넣고 난 뒤에, 북서의 에릭스를 점령했다(212 BC). ^시라쿠사는 아레투사가
오래 산 시빌라의 예언+에 따라 베누스는 로마로 옮겨져 왔는데, 옹달샘이 된 곳(☞ 앞의 423). +에릭스는 베누스 여신의 성지.
아들의 나라에서 존경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876 +시빌라의 예언은 ☞ 앞의, 257, 그리고 제6권, 210.
그런데 어째 사람들이 비날리아를 베누스의 축제라 하느냐고?
그리고 왜 하필이면 이날이 유피테르의 날이냐고 묻고 싶은가?
옛날 라티움 국 아마타 왕*의 사위가 될 사람이 투르누스냐, *아마타(라티누스)의 외동딸을 얻는 것이
아이네아스냐를 놓고 벌인 전쟁이 있었다. 그때 투르누스는 880 곧 나라를 얻는 것이라 아이네아스의 트로
한 에트루리아 인에게 후원을 청했다. 그는 오만방자한 전술가 이아 족과 투르누스의 라틴 족 싸움이었다.
메젠티우스였다. 마상전투도 능했지만 보병전투는 더 뛰어났다.
투르누스와 루툴리 인들은 이자를 각기 제 편으로 삼고 싶었다.
그때 에트루리아의 지도자는 그들의 요청에 이런 답을 주었다.
“내 용맹은 값이 아주 비싸다. 나의 상처와 885
여러 번씩 피에 물들었던 내 무기를 보아라.
그대가 꼭 내 후원을 얻으려 한다면 그대의 술통에 담아놓은
새 포도주를 내게 나누어 주어야 해. 그리 큰 보수는 아니다.
주저할 것 없다. 그대는 술을, 나는 정복을 주면 되는 것이다.
아이네아스는 그대가 내 요구를 거절했기를 얼마나 고대할까!” 890
루툴리 인들은 조건을 수락하였다. 그는 무장을 갖추었다.
아이네아스도 역시 무장을 갖추고 유피테르에게 기도했다.
“나의 적이 티렌니아의 왕에게 포도주를 약속했습니다.
저는 유피테르 신께 라티움의 포도주를 바치겠나이다!”
훌륭한 기도가 먹혀들었다. 분노로 터질 듯한 가슴을 395
땅에 부딪치며 거구의 메젠티우스는 무너진 것이다.
발로 밟은 포도의 색깔에 물든 가을이 돌아왔다.
유피테르는 약속받은 포도주를 받았다. 당연했다.
그래서 이날이 비날리아가 되었고, 유피테르는 이날이
자기 날이니, 이 축제 때엔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한다. 900
4월 25일 로비갈리아* *또는 로비지니아. 곰팡이(로비고), 또는 힌가루병 여신의 축제
4월에서 엿새를 남기게 되면
봄철도 절반은 지난 셈이다.
이때는 아타마스의 딸 헬레*의 양을 찾아봐도 헛일이라, *아타마스, 헬레는 ☞ 제2권, 628, 그리고 제3권, 852.
큰개자리*가 떠오를 때엔 장맛비가 우리 별자리가 된다. *당시에는 큰개자리가가 8월 2일 아침에 떠서,
4월이 아닌, 5월 1일 저녁에 졌다고 한다.
이날 나는 노멘툼*에서 로마로 돌아오던 참이었는데 905 *로마의 북동쪽에 있던 라티움의 한 도시. 오늘날의 멘라나.
하얀 옷을 입은 무리가 길 중간을 가로막고 있었다.
한 플라멘*이 옛 로비고+의 숲으로 가고 있었는데, *유피테르의 사제(☞ 재1권, 587). +로비고(로비구스)는
개와 양의 내장을 불속에 던져 넣기 위함이었다. 곰팡이, 또는 흰가루 병균, 그 병의 (여)신. 로비갈리아는
클라우디아 가도의 5번 이정표에서 거행되었다.
나는 그 의식의 내용을 알고 싶어서 곧장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더니 퀴리누스*의 사제는 이렇게 기도하고 있었다. 910 *원래 로물루스가 신이 된 뒤의 이름이지만
“비늘 모양의 곰팡이신이여, 곡식 잎사귀를 지키시고, 여기서는 단순히 '로마인'의 뜻.
그 이파리의 끝이 땅 위에서 하늘하늘 춤추게 하소서.
은혜로운 별들의 보살핌으로 곡식이 무럭무럭
자라서 나중에 낫으로 벨 수 있게 해주십시오.
당신의 권세 가볍지 않아서, 곡식에 당신의 표시를 915
남기면 농부는 아예 못쓰는 곡식으로 여길 것이니,
바람과 소나기인들 그렇게 밀 보리를 해칠 것이며,
번뜩이는 서릿발인들, 촉촉한 곡식 줄기가 태양에
달구어졌을 때처럼, 노란 옥수수를 그렇게 망치리오.
무서운 여신이시여, 지금은 분풀이를 하실 때이지만, 920
비오니, 우리를 살려주오. 바싹 마른 손으로 만져서 곡식을
축내지 마십시오. 축낼 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합니다.
가냘픈 곡식은 말고, 모진 강철무기를 움켜잡으시어,
애꿎은 사람을 망치려는 자를 먼저 망쳐버리십시오.
검이나 해로운 무기들을 갉아먹는 게 낫습니다. 925
세상이 태평하니 그것들은 다 무용지물입니다.
농촌에서 쓰는 연모들, 갈고리, 딱딱한 호미, 굽어진
보습, 이런 것들은 빛나고, 무기는 녹이 슬게 했다가,
누구이든 칼집에서 칼을 뽑으려고 하는 자가 있으면,
오래 쓰지 않은 탓으로, 칼집에 달라붙게 하십시오. 930
제발 곡식만은 해치지 마십시오. 여신이 안 계시더라도,
농사꾼은 여신께 드렸던 악속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그의 오른팔에는 보풀보풀한 수건이
걸려 있고, 포도주 한 병에 향갑을 하나 갖고 있었다.
그는 향과 포도주, 양의 내장, 못된 개의 더러운 창자를 935
화덕 위에 올렸다. (우리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다.)
그때 사제가 내게 말했다. “이 의식에서 왜 이상한 제물*을 *이상한 제물은 개이다.
바치는지 묻겠지요?” (사실 물었었다.) “이유를 알아두시오.
이카리우스의 개*라고 부르는 별자리가 있지요. 이것이 뜨면 *이카리우스라는 사람이 박쿠스에게 포도 재배법을 배워서 술을
땅이 바짝 말라 타들어가고, 곡식들이 너무 빨리 익습니다. 940 만들어 사람들에게 먹였다. 취한 사람들은 그를 죽여 암매장을
이 개가 그 별자리를 대신해서 제단에 오르지요. 해버렸다. 그의 딸 에리고네가 마이라라는 개의 도움을 받아서
이유라고 해야 이름이 같다는 단 한가지입니다.” 아버지를 찾아냈다. 하늘에 오른 이 개는 큰개별자리가 되었다.
4월 28-30일 플로랄리아* *플로라(꽃, 꽃의 여신) 축제.
플로라(꽃의 여신): 렘브란트(1634)
프리기아의 앗사라쿠스와 친척인 티토누스*를 떠난 아우로라가 *호메로스에 의하면 새벽의 여신 아우로라의 남편 티토누스는
광활한 푸른 하늘에 자기의 찬란한 빛을 세 번 떠올리고 나면, 트로이아의 앗사라쿠스와 먼 친척이다(☞ <일리아스> 20).
수만 가지 꽃으로 만든 화환으로 치장한 한 여신이 온다. 945
그러면 무대는 늘 그렇듯이 난잡한 즐거움이 넘쳐흐른다.
꽃(플로라)의 축제는 오월 초하루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그때 다시 이야기할까 한다. 당장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베스타여, 그대의 날을 잘 챙기시오! 베스타가 영접 받은 곳은
친척의 집이다. 원로들이 법으로 정해두었으니 잘 한 일이지. 950
포에부스가 거기 한 자리를 차지하는가 하면, 한 부분은 베스타가
차지할 것이고, 나머지 자리는 카이사르께서 차지하실 몫이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대사제로 임명되었을 때(☞ 3월 6일, 420),
팔라티움 언덕의 월계수 만세! 떡갈나무 가지로 장식된 베스타의 절간 곁에 있는 레지아(궁)에 거처하지 않고, 집에다 베
그 집도 만세. 하나의 집이 영원한 세 신님을 모시는구나. 스타의 신당을 지어 봉헌하였다(4얼 28일). 포에부스를 언급한
것은 팔라티움 언덕에 신당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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