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근육 중에 소중하지 않은 근육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생명과 관련된 근육은 특히나 소중하기에
사람의 의지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불수의근으로 만들었으니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우리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근육들은 생활습관이나 직업의 종류에 따라
자주 많이 사용되거나 과부하가 걸리는 근육들이 있고 그 반대로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들이 있다.
주동근으로 강한 힘을 많이 쓰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활동에 아주 많이 쓰이는 근육 중의 하나가 삼두박근이다.
삼두박근은 사람이 팔을 쓰는 모든 동작에 관여한다.
견관절과 주관절의 신전근으로 작용하는데
이 말은 곧 팔을 앞으로 내미는 작용을 견제하고 조절한다는 의미와 같다.
그런 동작은 특히나 한의사들에게 많이 관찰된다.
글씨를 쓰는 동작, 침을 놓는 동작,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동작 등등에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두박근은 중요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근육이다.
그 이유는 이두박근 때문이다.
남자에게 있어서 이두박근은 남성다움과 직결되는 근육이다.
멋진 알통이 워낙 남성다움과 결부가 되고, 그래서 헬쓰를 하던,
운동을 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두박근은 강화시켜야 하고, 볼륨을 키워야할 근육인 것이다.
그런데 이두박근과 상반되는 역할을 하는 삼두박근의 입장에서는
이두박근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것을 제어하려는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삼두박근은 이완성과긴장에 걸리는데,
이 말은 이두박근이 수축하려는 힘에 대해 삼두박근은 늘어나면서 그 힘을 제어하려고
지속적으로 애쓰려는 힘을 받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람이 하는 대부분의 팔동작은 팔을 앞으로 내밀고 하는 자세이기 때문에
삼두박근은 항상 늘어나있고 수축하려는 힘을 지속적으로 가지기 때문에
과긴장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의 삼두박근을 만져보면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데
이것이 이런 역학의 결과물이다.
얼마전 나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내가 태어날 때만 해도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부유층에 속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
외할머니가 나를 받으셨다고 한다.
내가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 나를 처음 본 사람이 외할머니셨다.
나에게는 어렸을 때의 일들이라 기억에는 없지만, 외할머니는 특히나 나를 아끼셨고
어머님이 외가에서는 첫딸이라 장남인 나는 처음 태어난 조카라는 이점 덕분에
외가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줄곧 외가와는 떨어져서 살았기 때문에
방학 때 시골에 있는 외가에 가는 일은 유년시절의 즐거운 추억으로 자리잡았다.
내가 이렇게 장성하고 일가를 이룬 세월의 흐름 속에 외할머니도 늙어가셨고
결국 2주전 생을 마감하셨다.
어머님이 느끼는 그 커다란 상실감에 내가 비할까마는
외할머니의 주검이 땅에 묻히는 순간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아픔이었다.
어제는 문득 꿈속에서 나의 삼두박근을 만져보면서
삼두박근이 외할머니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두박근의 그늘에 가려서, 강한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언제나 쓰이고 그 쓰임을 통해 사람의 팔동작을 정교하게 만드는 역할이
외할머니의 그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어머니처럼 사람에게 강한 감정을 불어일으키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어머니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고 그분의 빈자리가 새삼스럽다.
2004년 5월 1일 유태원
출처:
http://www.kmfc.co.kr
첫댓글 삼두박근의 확실한 이해가 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