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PREMIERE
제목 : [미니 비평] 뮬란(Mu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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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Mulan)
★★★
제작 / 팸 코츠
감독 / 배리 쿡, 토니 밴크로프트
미술 총감독 / 한스 바커
작곡 / 매튜 와일더
작사 / 데이빗 지펠
목소리 배우 / 밍 나 웬, 에디 머피, D. B. 왕, 오순택
등급 / 모두 관람가
개봉 / 7월 17일
가문의 명예를 위하여 오래 전 중국의 어느 마을, 파 씨 집안. 전통
이 그러하듯 그 집 딸 뮬란도 매파에 의해 시집을 가야 하겠지만, 뮬
란은 이를 떨치고 칼을 찬다. 훈족의 침입으로 각 가정에 한 명씩 황
제의 징집 명령이 떨어졌는데 뮬란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남
장을 하고 군대에 들어간 것이다. 가문의 수호신들은 뮬란을 걱정하여
수호신 하나를 딸려보내려 하고, 능력에 부족해 수호신 자리에서 떨궈
져 나가 징이나 치고 있는 용 무슈가 이를 계기 삼아 제자리로 돌아오
려 한다. 뮬란은 무슈, 행운의 귀뚜라미와 함께 훈족을 무찌르고, 황
제로부터 칭찬도 받으며, 무술대장 샹으로부터 은근한 사랑도 얻고,
가문의 명예를 되살린다. 바쁘다, 뮬란.
이제는 중국이다 바다, 궁전, 아프리카, 프랑스, 그리스…. 소재를
찾기 위한 디즈니의 여정은 멀고도 험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있어
서만큼은 영원한 제국을 건설할 것 같았던 디즈니의 행보가 최근 힘에
겨워 헐떡거리는 느낌을 준 것도 사실이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들
이 이번에 정착한 곳은 중국. 결론부터 말하면 자리를 잘 잡았다. <뮬
란>은 분명 최근 디즈니 애니메이션들과 차별화된다. 누구는 우스개
소리로 ‘전세계 화교 인구가 얼만데…그중 삼분의 일만 봐도’라고
했지만, 이런 상업적인 계산을 떠나서 동양의 전설이 서구에 의해 애
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목소리
배우들도, 관객들이야 동양 사람이 하든 서양 사람이 하든 영화에서
안보이니 상관없을 텐데 굳이 동양계 배우들을 기용해서 분위기를 띄
웠다.
밑그림도 최근 작품들과 다르다. <노틀담의 꼽추>나 <헤라클레스>
등이 ‘CG 기술 어디까지 가나’를 보여주려 했다면, <뮬란>은 오히려
방향을 선회하여 정적이며 은근하며 단순한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이
것을 복고와 동양에 대한 서구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 보아도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정적인 아름다움을 강조
하기 위해 그저 <밤비> 식의 밑그림만 강조한 게 아니라, 드러나지 않
게 기술의 개가를 올렸다는 점이다. 훈족이 눈
밭에서 떼지어 내려오는
장면은 기존의 3D 기술에 2D를 합성하여 수백의 훈족에게 각각 다른
모습을 부여했는데, 정말 가히 압권이다.
짐 캐리 못지 않은 용 무슈 이러저러한 것을 떠나서 하여튼 <뮬란>
은 ‘재미있는’ 영화이다. 에디 머피가 목소리 연기한 용 무슈는
‘수준 높은’ 유머를 제공하며 영화 전체에 큰 버팀목이 되고 있어,
무슈가 세바스찬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을 것임은 자명하다(무슈가 팬
더를 타고 나오는 장면은 ‘란마’와 팬더 아버지 부분을 떠올리게 하
는데, 너무 웃겨 어지럽다). 이것은 단지 우리가 같은 동양권에 있기
때문에 느끼는 것은 아닐 게다. 이를 만들고 가장 즐길 사람은 결국
서양인들 아닌가. 아니 그렇다면 동양의 신비가 서양인들에게 신기한
재미꺼리로 이용됐다는 얘기? 그런 국수주의적이고 비틀린 생각은 일
단 접어두자. 즐거운 것만 떠올려도 모자라는 요즘인데. - 이현수
출처 : PREMIERE
제목 : 올랜도에서 밝혀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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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랜도에서 밝혀진 <뮬란>의 비밀 □
1. 원래는 로맨틱 코미디였다가 남자에 대한 사랑에서 부모에 대한
쪽으 로 중심축이 수정됐다.
2. 원래 설화에는 용이 없다. 하지만 디즈니 회장 로이 디즈니가
“중국 설화엔 용이 있어야 제격이지” 해서 무슈 캐릭터가 창조
됐다.
3. 배경 그림은 1940년대 중국의 선화(禪畵)와 표현주의 기법 그림
에서 착안됐고 배경 단순화 작업에 몰두해 <밤비>같은 3, 4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참조했다.
4. 감독 토니 밴크로프트와 무슈의 애니메이터인 톰 밴크로프트는
똑같이 생겼다. 쌍둥이니까.
5. 뮬란 목소리를 연기한 밍 나 웬과 뮬란의 노래를 부른 레아 살롱
가는 이날 처음 만났다.
6. <뮬란>에서 훈족이 쳐들어오자 뮬란은 화약을 써서 이들을 퇴치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훈족은 4세기, 화약은 11세기 경에 등
장한다. 물론 제작진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도 재미있잖
아요.”
7. 디즈니에서는 애니메이션 <뮬란>과 함께 전쟁터에 나가는 여자
이야기 데보라 샘슨 이란 극 영화도 동시 진행시키고 있다.
8. 원래 무슈의 노래도 있었지
만 무슈 캐릭터 자체가 노래보다는
‘말발’로 승부하는 거라 결국 무슈의 노래는 극중에 등장하지
않게 됐다.
9. 무슈가 뮬란의 입 속에 밥을 마구 쑤셔넣는 장면에서, 밍 나 웬
은 입에 바나나를 물고 ‘어버버’ 연기했다.
10. <뮬란> 제작에 참여한 테크니션은 무려 700여 명이다.
11. 이 많은 제작진은 무려 1천 630파운드의 커피를 마셔 없앴다.
12. 뮬란의 애마 ‘칸’의 이름은 작가의 개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13. 애니메이터들은 2만7천780자루의 연필을 써버렸다.
14. 이들이 밤샘을 한 날수는 347일, 거의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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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올랜도에서 만난 사람들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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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랜도에서 만난 사람들 Ⅱ □
= 배리 쿡 & 토니 밴크로프트 (공동감독) =
“우린 음과 양이죠.”
- 뮬란 전설의 어떤 점이 마음을 끌던가요?
배리 쿡 / 설화 버전에는 아주 여러가지가 있는데, 공통적인 건 남
장을 한 소녀가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터에 나가고 공을 세운다는 거
죠. 사실 제작 초기에는 전통적인 결혼제도를 피하려고 전쟁터에 나간
소녀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시작됐지만 원작을 살려 아버지를 사랑하는
소녀에 초점을 맞추게 됐습니다. 게다가 이 소녀는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죠. 아주 매력적인 얘기 아닙니까?
토니 밴크로프트 / 뮬란이 맘에 들었던 것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사
회도 변화시킨다는 점이었습니다. 사회 구조가 당시에는 여자를 무시
하는 것이 지배적이었는데 사람들은 결국 뮬란을 칭송하게 되죠.
배리 쿡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뮬란은 완벽한 인간은 아닙니다.
아주 인간적인 소녀일 뿐이죠. 오히려 이기적인 건 용 무슈예요. 둘은
서로를 보완해나가죠.
- 공동작업으로 진행되면서 서로의 역할도 분명 달랐을 텐데, 부딪
히는 점은 없었나요?
토니 밴크로프트 / 우린 음과 양 같았어요. 서로
경험도, 라이프 스
타일도 아주 다르죠. 배리가 캐릭터 쪽이 전공이라면 난 배경 쪽이 전
공이라고나 할까요. 음과 양처럼 조화가 잘 됐어요.
배리 쿡 / 둘다 열정으로 뭉친 사람들이니까 호흡이 잘 맞았죠. 디
즈니 애니메이션은 지난 10년 간 감독은 공동작업으로 진행됐어요. <
헤라클레스> <노틀담의 꼽추> <알라딘> <미녀와 야수> ….
-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토니 밴크로프트 / 3D와 2D를 적절히 결합시키는 작업이 힘들었습니
다. 결국 CGI 팀이 이를 완벽하게 합쳐놓았지만 말이죠. 예를 들어 수
많은 훈족이 말을 타고 눈밭을 내려오는 장면은 라이언 킹 에서 영양
들이 떼지어 달리는 장면과 다릅니다. 훈족들이 모두 같은 모양을 하
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의상과 다른 무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
문이죠. 우린 이것을 2.5D 기법이라고 부릅니다.
-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토니 밴크로프트 / 사실 중국이나 동양 문화에 대해 지식이 많지는
않죠. 늘 내게 중국은 미스터리에 쌓여있는 곳으로만 받아들였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아시아 문화를 많이 알게 됐죠.
배리 쿡 / 동양권에서 이 영화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길 바랄 뿐입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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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올랜도에서 만난 사람들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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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랜도에서 만난 사람들 Ⅰ □
= 밍 나 웬(뮬란 목소리 배우) & B. D. 왕(샹 목소리 배우) =
“나도 모험을 좋아합니다.”
- 중국계니까 물론 뮬란의 전설을 알고 있었겠지요?
밍 나 웬 / 중국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 뮬란에 대한 얘기를 알고
있어요. 나도 어렸을 적에 들었죠.
B. D. 왕 / 이건 시나 소설 등, 아주 여러가지 형태로 알려져 있어
요.
- 어떻게 뮬란 역에 캐스팅 됐나요?
밍 나 웬 / 제작팀이 <조이 럭 클럽>에 나왔던 나의 나즈막한 분위
기와 실제 활달한 면을 결합한 것이 뮬란에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
다고 해요.
- 실제로 자기와 캐릭터가 비슷한 구석이 있던가요?
밍 나 웬 / 음, 그래요. 일단 부모와의 관계가 그렇죠. <뮬란> 작업
을 한 3년 간 해왔는데, 그 중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뮬
란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더 잘 와닿았어요. 성격적인 면에서도 뮬
란이 워낙 튀고 장난기스러운데, 나도 그래요.
B. D. 왕 / 그렇기도 하고, 안 그렇기도 해요. 난 샹처럼 무술에 능
통하진 못하니까.
- 외모는요? 보기엔 아주 비슷한 것 같던데.
밍 나 웬 / 일부러 그렇게 한 거예요.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는데, 그림을 완성하고 거기에 맞춰 더빙을 하는 게 아니라,
일단 목소리 연기를 한 다음에 그림을 입혀요. 애니메이터 팀이 내가
목소리 연기하는 것을 비디오로 찍어두었다가 캐릭터를 만들 때 내가
웃는 것, 몸짓 등을 뮬란에게 적용시켰죠. 처음엔 좀 이상했어요. 뮬
란이 모습이 뭐랄까, 좀 오버한 것 같았거든요. 나중에 계속 수정 작
업을 거치면서 중국적인 모습이 더해져서 좋아하게 됐어요. 얼굴이 만
화적이지 않고 사실적이라 참 좋아요.
- 만약 당신이 뮬란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아버지를 위해 전쟁터
로?
밍 나 웬 / 음, 모르겠어요(웃음). 갈 거라고 생각하는 게… 좋겠
죠? 막상 닥치면 엉뚱한 방향으로 튈지도 모르지만.
- 여자 뮬란뿐 아니라, 남자 뮬란도 같이 연기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밍 나 웬 / 여자로서의 뮬란과 남장을 한 핑(극중에서 뮬란이 남장
을 했을 때 핑으로 이름을 바꾼다)의 균형을 맞추는 게 힘들었어요.
여자 뮬란을 유지하면서 핑을 연기해야 했는데, 처음엔 가식적으로 강
한 척 하다가 점점 톤이 낮아지게 돼요. 밸런스가 중요했죠.
- 영화적 연기가 아니라 목소리만으로 연기해보니 어떻던가요?
밍 나 웬 / 힘
들었어요. 상대방과 같이 녹음 부스에 들어가서 하는
게 아니라 내 꺼 혼자 녹음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불편했죠. 하지만 녹
음실 안에 몸이 묶여있는 게 아니니까 자유롭게 손짓 발짓 하면서 연
기했어요. 그걸 마크 헨(뮬란 애니메이터)은 비디오로 찍어 뮬란 캐릭
터에 반영하기도 했구요.
B. D. 왕 / 혼자 녹음만 하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꼭 장님이 된 기분이었어요.
밍 나 웬 / 그래서 상상력을 온통 발휘해야 했죠. 그러다가 둘이 같
이 하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아주 호흡이 엉망이었어요. (웃음) 아 농
담이구요, 너무 잘 맞았죠.
B. D. 왕 / 그동안 디즈니는 워낙 유명한 배우들과 목소리 작업을
해왔으니 당연히 노련해져 있었죠. 이 연기를 위해 한 20번 가량 만났
는데, 아주 편하게 해줬어요. 서로의 사정에 따라 4개 도시를 돌아다
니며 녹음을 했는데 스케줄에 맞춰 잘 움직여주었죠.
- 밍 나 웬은 <원 나잇 스탠드>를, B. D. 왕은 <티벳에서의 7년>을
<뮬란>과 비슷한 시기에 했는데, 두 이미지가 너무 다르군요(<원 나잇
스탠드>에서 밍 나 웬은 웨슬리 스나입스의 아내로, 섹스를 밝히는 여
자였고 <티벳에서의 7년>에서 B. D. 왕은 현실에 따라 움직이면서 결
국 티벳인들을 배신하게 되는 고위관료였다).
밍 나 웬 / 그래요. <뮬란>을 할 때 <원 나잇 스탠드>에 캐스팅됐는
데 이미지가 너무 달
랐죠. 감독한테 걱정 안돼냐고 물었더니 그냥 웃
어 넘기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색다른 캐릭터를 하는 것에 모험
심 같은 걸 느껴요. 모험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거죠. 뮬란처럼요.
B. D. 왕 / 난 내가 맡은 모든 캐릭터를 좋아하고 이해하려 노력합
니다. 그래야 몰입할 수 있고 관객들도 이해시킬 수 있으니까요. <티
벳…>의 경우도 그랬어요. 그의 상황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
습니다. 어쨌든 정의감 넘치는 샹과는 다른 캐릭터죠. 사실 이렇게 한
역에서 다른 역으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 몰두
하다가 저기에 다시 몰두하면 되니까요. 이런 게 배우로서의 즐거움이
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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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REMIERE
제목 : 디즈니 소년, 중국 소녀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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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욕 먹어 마땅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중에서 선배라는
특권을 휘두르며 후배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올랜도 행 티켓을 억지로
빼앗아 중국 소녀를 만나러 간 자가 있었으니, 중병을 얻어도 싸다(실
제로 돌아와서 크게 앓아 누운 탓에 지금 좌판을 두드리는 손까지 부
들부들 떨리고 있다).
올랜도에 있는 플로리다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완성된 애니
메이션 <뮬란>을 영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올랜도란 이름
은 황홀하고 그 앞에 붙는 플로리다는 더 떨리는 것이지만, 수많은 나
라에서 숱한 기자들이 모여 시사회, 세미나, 인터뷰 등을 해야 한다는
빡빡한 일정이 ‘놀러 가는 마음’을 쑤셔박으라고 다그치고 있었다.
게다가 갈 길이 왜 그리 먼지. 서울에서 동경으로, 좀 쉬고, 다시 LA
로, 졸다가 비행기 갈아타고 올랜도로…, 서울을 떠나 꼬박 스물 두어
시간만에 올랜도 땅을 밟을 수 있는 거였다. 그렇다고 비행기에서 잠
이나 편하게 잘 수 있나. 취재 준비도 해야지(흠흠), 비행기는 상하좌
우 운동을 연발하지, 게다가 자는 동안 ‘밥’이라도 놓치면 그건 정
말 참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렇게 해서 퀭한 눈으로 도착한 올랜도는, 뭐랄까, 눈이 번쩍 뜨일
만큼 거대한 디즈니의 왕국이었다.
올랜도는 디즈니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란 말인가? 그렇단 말이다. 동네방네 길바닥에 디즈니와 관련된
이름이 붙어있고 디즈니 다운타운마저 형성되어 있어 가는 데마다 디
즈니, 디즈니로 넘실거렸는데, 호텔 방안에도 쓰레기통 바닥, 비누,
세탁물 봉지 등에도 디즈니 아이콘 미키 마우스가 비죽비죽 얼굴을 내
밀고 있었다. 이건 뭔가 부럽기도 하고 기죽는 일이었다. 우리도 빨리
용가리 호텔을 만들어서 칫솔과 샴푸 용기에 용가리 얼굴을 박고 욕실
엔 용가리 입에서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게 하고 화장실 물을 내리면
용가리가 또아리를 틀면서 구멍 너머로 사라지게 하고….
두번째 날. 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뮬란>의 기자 시사회가 있
는 날이다. 시사회는 저녁 7시에 있으므로 그 전까지 올랜도의 정체를
좀더 자세히 파악해보고자 했다. 이 지도, 저 지도 끌어모아 가만 들
여다보니, 올랜도에는 디즈니가 만든 네 가지의 테마 파크가 있고 이
것이 올랜도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촌스럽지만 잠깐 관광 안내를 해
보자면, ‘매직 킹덤’이라는 소위 디즈니랜드로 알려진 것이 있고 영
화 관련 테마 파크인 ‘디즈니-MGM 스튜디오’, 세계 각국을 한데 모
은 ‘에프콧 센터’, 동물의 왕국인 ‘애니멀 킹덤’이라는 게 있다.
모두 저마다 내세우는 게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먹고 마시고 타고 놀
며 돈을 쓰라는 점에서는 같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런 거대한 디즈
니의 비즈니스에 입이 벌어질 뿐이
다.
그중 디즈니-MGM 스튜디오는 디즈니 사와 MGM 사가 합작해서 만든
것으로, 우리가 봤던 많은 영화들이 또다른 형태로 사람들에게 볼거리
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같은 경우, 우주 여행
화면같은 걸 틀어놓고 의자를 마구 흔들어가며 관객이 직접 우주 여행
을 하는 착각을 하게끔 하고(서울랜드에서 타봤다며 비웃는 우리 독자
의 모습이 보인다),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노틀담의 꼽추> 등은
뮤지컬로 다시 꾸며지고 있었으며, <인디아나 존스>는 스턴트 쇼로,
짐 핸슨이 만든 <머펫> 시리즈는 3D 영화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그러
니까 영화 한편 한편이 모두 극장 상영이나 비디오 출시에 그치지 않
고 또다른 산업을 창출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
다. 또 이런 영화 하나마다 쏟아지는 캐릭터 상품을 한번 생각해보라.
반드시 영화의 상품가치를 따질 필요는 없는 거지만, 어쨌든 약오르는
건 사실이다. 우리라고 이런 게 없었던 건 아닌데.
이제 디즈니 다운타운에 있는 AMC 극장으로 옮길 차례다. 시사회는
극장 입구에서 나눠주는 표 딱지로 시작된다. 그건 팝콘과 콜라를 받
을 수 있는 쿠폰으로, 이것을 내밀면 빠져죽을 만큼의 콜라와 밑바닥
에 손이 닿지 않는 커다란 팝콘 봉지를 ‘무조건’ 안겨준다. 제발 작
은 컵에 주세요 등의 항변은 촌스러운 것일 뿐이다. 얼떨결에 팝콘과
콜라를 떠안고 극장에
앉는다. ‘앗, 왜 예고편은 안하지’라는 더욱
더 촌스러운 발언은 가차없이 무시된 채 영화가 흐른다.
<뮬란>은 잘 알려진대로 중국의 아주 유명한 전설을 소재로 한 디즈
니의 새 애니메이션이다. 우리로 따지면 심청전 정도 된다. 주인공은
임당수에 빠져 아버지를 구하는 대신 남장을 해서 아버지 대신 전쟁터
에 나가고, 연꽃 속에서 환생하는 대신 황제로부터 칭송을 받게 된다.
그럼 지상 시사회로라도. 지금으로부터 음, 아주 오래된 어느날. 훈
족의 침입으로 정신없는 중국의 어느 마을에 한 소녀가 살았으니 성은
파(花)요, 이름은 뮬란(木蘭)이라. 시대가 그러한지라 뮬란이 가문의
명예를 살리는 길은 가문 좋은 남자에게 시집 가서 아들 쑥쑥 낳는 것
이었고 가족들은 뮬란을 예쁘게 꽃단장해서 매파에게 데려갔는데, 뮬
란의 큰 뜻은 그런 하찮은 것에 있지 않았다. 뮬란은 어느날 몸이 불
편한 아버지가 황제의 징집령을 받는 것을 보고, 밤에 몰래 남자로 변
장하여 아버지를 대신해 칼을 차고 나선다. 뮬란의 제일 높은 조상님
은 그녀를 걱정해 가문 수호신들을 모두 깨우는데, 한때 수호신이었지
만 능력이 부족해 이제 수호신을 깨우는 역할에만 머물러있는 용 무슈
는 이 일을 계기로 자기의 자리를 되찾고자 야심을 꾸민다. 겉은 남자
되 속은 여자인 뮬란에게 훈련소 생활은 아주 고된 것이었지만 자기를
도와주겠다고 나선 작은 용 무슈와 귀뚜라미 크릭키, 또 멋진 훈련대
장 샹 덕에 그럭저럭 잘 넘어간다. 드디어 훈족이 눈밭을 뚫고 뮬란
부대를 향해 개떼처럼 몰려오게 되고 뮬란의 부대는 거의 전멸할 위기
에 처해있던 찰라, 뮬란이 지혜를 짜내는데….
정말 용감하다, 뮬란. 멋지다, 뮬란. 그동안 디즈니가 만들어낸 공
주과(<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여자 캐릭터에 비해 뮬
란은 아주 씩씩하고 독립적이다. 샹과 보일듯 말듯 사랑을 하긴 하지
만 사랑 얘기가 영화의 중심도 아니다. 심청이 같은 효심, 용기, 정
의, 명예 같은 게 <뮬란>을 이끌어나가는 힘이다.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르군. 훨씬 친근해. 그도 그럴 것이 중국, 그러니까 바닷 속이나 서
양의 무도회장이나 그리스 신전보다는 훨씬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엇비
슷한 이웃 나라 얘기 아닌가. 애니메이션을 놓고 역사적 사실이 어떠
니 고증이 어떠니 따지는 건 우스운 일이지만, 어쨌든 동양인이 보기
에 어색한 구석이 없으면 된 거 아닌가?
게다가 <뮬란>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애니메이션 성공에서 무엇
보다도 중요한(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보조 캐릭터가 어느 때보다도 돋
보였다는 점이다. 사실 디즈니가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인어공주>의
세바스찬(가재)이나 <라이언 킹>의 품바(멧돼지)와 티몬(음, 생물학자
에게 물어보시오) 같은 보조 캐릭터들을 최근엔 별로 성공적으로 만들
어내지 못했던(<노틀담의 꼽추>의 돌덩이들이나 <헤라클레스>의 기억
도
가물가물한 악마들을 누가 귀여워하겠는가) 데 반해, ‘무슈’의
등장은 상당히 즐겁다. 무슈는 수호신 자리에서 물러나 징이나 치고
있는 비쩍 마른 용으로, 워낙 작고 불뿜는 입김도 세지 않은 탓에 실
수 연발이다. 이 무슈 캐릭터는 에디 머피의 목소리에 힘입어 아주 웃
기게 그려지고 있고, 가히 세바스찬에 견줄 만하다. 저어기 벌써부터
어떤 꼬마가 무슈 인형을 들고가고 있다.
셋째날. 새벽부터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우선 디즈니 올랜도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 관련 세미나가 있다. 이
건 디즈니로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뮬란>에 참여한 거의 모든
주요 스탭들이 세미나에 나와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정말 ‘발랄하다’라고밖에 할 수 없는 옷차림과 말투를 한 두 남자가
전체를 이끌어나갔는데, 아니, 그들이 바로 월트 디즈니 피처 애니메
이션의 피터 슈나이더 사장과 토머스 슈마커 부사장일 줄이야. 그들의
격의없는 태도, 주황색 선글래스와 주황색 시계 등은 정말이지 영화보
다 감동적이다….
세미나는 이야기 팀, 비주얼 팀, 목소리 녹음 팀, 애니메이션 팀,
CGI 팀, 음악 팀 등으로 나뉘어 한 팀당 두 세 명 씩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진행됐다. 세미나라고 해서 엉덩이에 좀 쑤시는 그런 건 아니
었고 시종일관 <뮬란>의 흥겨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진행됐다. 영화 제
작에 밑바탕이 되었던 밑그림, 참고
자료 등이 곳곳에 삽입되었고 토
론자마다 신나서 이것들을 설명하곤 했다.
그럼 이제 인터뷰 시간. 세미나에 나왔던 저 많은 토론자들을 이제
개별적으로 만날 시간이다. 하나, 둘, 셋… 열하나, 열둘…, 줄잡아
몇 명이냐. 이들이 ‘라운드 로빈스’라는 형식으로 인터뷰에 임한다
는데, 여기서 라운드 로빈스란 얼굴이 둥글둥글한 로빈 윌리엄스 식으
로 웃기게 진행된다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둥근 테이블에 앉아 있으
면 인터뷰할 사람들이 각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인터뷰 하는 형식이다.
제작자 팸 코츠를 시작으로 뮬란 목소리의 밍 나 웬, 뮬란 애니매이터
마크 헨과 무슈 애니메이터 톰 밴크로프트, 노래를 부른 레아 살롱가,
공동감독 토니 밴크로프트와 배리 쿡, 사장과 부사장인 피터 슈나이더
와 톰 슈마커, 작곡가 데이빗 지펠과 작사가 매튜 와일더, 샹 목소리
의 B. D. 왕 등이 차례로 둥근 테이블에 앉았다 일어섰다. 나중에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대체 뭘 물어보고 뭘 답하는지 모를 지경이었지
만, 한 감독을 세시간 반 넘게 인터뷰한 그때의 악몽(몇 달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보다는 여러모로 ‘가벼운’ 일이었다.
이제 공식적인 모든 일정은 끝나고 야밤 불꽃놀이만 남아있다. 장시
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뜻으로 디즈니 사는 기자들을 애니멀 킹덤으로
데려간다. 여기서 가장 인기있는 게 3D 영화라고 하는데, 알고보니 곧
디즈니에서 개봉될 3D 애니메이션
<벅스 라이프>를 소재로 한 것이다.
벌레들이 방귀 뀌면 정말 냄새도 나고 실제로 물벼락도 맞아야 하는
이 3D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그 누구도 앞으로 개봉될 <벅스 라이프
>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 오래 전부터 철저히
계획된 이 선제공격에 다시 한번 감탄. 휴, 솔직히 나오느니 한숨이
다. 앞으로 또 시달려야 할 스물 두 시간의 비행 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