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뚜벅이 | 최초 작성일 : 2005 12 8 | 최종 수정일 : 2006 3 27
갈대를 보러 무진을 가자. 무진이 어디인가? 바로 순천이다. 60년대에 쓰여진 글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경쾌하고 발랄한 소설, 무진기행의 무진이 바로 순천이다. 순천은 어떤 모습일까? 무진기행에서 소개된 순천의 모습은..
" 물이 가득한 강물이 흐르고 잔디로 덮인 방죽이 시오리 밖의 바닷가까지 뻗어나가 있고 작은 숲이 있고 다리가 많고 골목이 많고 흙담이 많고 높은 포플러가 에워싼 운동장을 가진 학교들이 있고 바닷가에서 주워온 까만 자갈이 깔린 뜰을 가진 사무소들이 있고 대로 만든 와상(臥床)이 밤거리에 나앉아 시골을 생각한...인구 오륙만이 그럭저럭 살아가는 도시가 순천이다.
상사호의 석양
이 도시에 특산물이 있다. 특산물은 바로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과 같은, 안개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고..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라고 쓰여진 그 안개이다.
안개와 갈대, 실로 몽환적인 장치들이다. 그 몽환적인 풍경은 순천만 대대포 갯벌에서 현실로 구현된다.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밭 군락지(15만평)이자 갈대로 인해 철새와 새우, 게, 미꾸라지, 뱀장어들의 질 높은 터전이기도 한 순천만은 동쪽으로 여수반도, 서쪽에 고흥반도로 둘러싸인 우리 나라 최고의 갈대밭이다.
가을이면 은은한 보라빛 갈색의 꽃이 피어나 늦가을과 겨울로 가면서 금빛으로 변하는데 아침이면 이슬을 먹은 이 꽃들이 일제히 보석처럼 반짝이기도 한다.
무릇, 무리져서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갈대 역시 진달래와 개나리가 그러하듯 제 동료들과 한데 모아놓았을때 무척이나 아름답고 장엄하다. 그많은 갈대들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일제히 허리를 구부리는 장면은 부디치기 보다는 순응하며 살아가는 갈대의 지혜를 느끼게한다.
갈대밭으로 들어가는 대대동 마을은 갈대속의 섬처럼 주위가 온통 갈대들이다. 선착장을 지나 육교를 건너면 갈대밭 사이로 방죽이 잘 만들어져있는데, 갈대의 바다가 가운데로 쫙 갈라져 사람들에게 그 품에 안기라는 형상이다.
목교에서 바라본 선착장
한국에서 가장 질이 높은 습지답게 흑두루미, 황새,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11종의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총 140여 종이 넘는 조류가 이곳에 서식한다. 죽은 땅이 아닌 살아 숨쉬는 땅을 보는 것은 숨가쁜 희열이다. 갈대밭 사이를 휘젖고 다니는 손가락만한 갯벌 생명체들을 들여다보며 행여라도 관광객들에 의해 이 귀한 생태계가 오염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이 바다는 언젠가 육지가 될 것이다. 그 아쉬움때문일까. 순천만의 자줏빛 칠면초와 하얀 갈꽃은 이곳에서만 볼수있는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안개와 갈대의 조화를 보기위해서는 이른 아침에 이곳을 와야한다. 밤 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은 어김없이 갈대밭을 포위하고 있다. 아침 햇빛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를 느끼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개를 헤치며 갈대밭을 떠다니는 경험은 특별하고 또 특별하다.
순천만은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찾아야 한다. 저녁, 용산에서 바라보는 순천만 일몰은 가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들을만하다. 아침에는 갈대와 안개의 조합이라면, 저녁에는 갈대와 노을의 조화이다. 갈대숲 사이의 목교를 약 10분쯤 걸어가다 보면 목교가 끝나고 농로로 이용되는 둑이 나오는데 30분쯤 가벼운 걸음으로 올라가다보면 용산전망대가 나온다. 그곳에서 황금빛 갈대밭과 갯강을 제대로 볼 수있다.
목교의 끝
갈대밭을 더 잘 보기 위해서는 탐사선을 이용해 순천만을 탐조하는 방법이 있다. 부두에서 출발하는 탐사선은 두루미호와 순천만1·2·3호 4대의 배가 있다. 뱃길로 4km 정도 떨어진 별량면 장산 근처까지 가는데 왕복 30~40분 정도 걸린다. 뱃삯은 대인 5,000원, 어린이 3,000원. 또는 갈대밭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방법도 있다. 자전거는 대대포 입구에서 빌릴 수있다. 1시간에 성인용 3,000원, 어린이용 2,000원이고, 연인들이 즐겨 타는 2인용은 5,000원이다. 아이들과 함게라면 자연생태관을 들르는 것도 좋다. 갯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순천만 생태계를 쉽게 이해할 수있다.
요금은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숙박
대대동 선착장 근처의 숙박시설은 순천만민박 단 한 집이다. 깨끗한 2층짜리 민박집이다. 저녁에 도착해 일몰을 보고 아침에 다시 안개를 보고 싶다면 위치상 여기만큼 좋은 숙박지는 없다. 객실 4개에 객실마다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다. 2인 1실에 30,000원. 전화 061-741-0302, 016-659-0302. 대대동 근처가 아니라면 리피니언 리뷰에서 소개하는 앰버서더모텔이나 아젤리아 호텔(061-754-6000), 순천시티관광호텔(061-753-4000)등이 추천할 만한 곳이다.
순천만 민박
맛집
리피니언에 소개된 대대포구 선착장 근처의 <대대선창집>은 장어구이와 짱뚱어 탕으로 유명한 곳이다. 061-741-3157
교통
서울→순천 강남터미널에서 매일 30~40분 간격(06:10~18:00)으로 수시 운행. 5시간 소요. 요금 일반 17,600원, 우등 26,200원. / 구의동 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4회(09:00~16:40) 운행. 5시간 소요, 요금 21,700원.
용산역→순천역 무궁화호가 매일 1시간 간격(06:50~22:50) 운행. 5시간 소요, 요금 22,000원. 새마을호는 매일 3회(07:50, 13:50, 17:50) 운행. 4시간20분 소요, 요금 32,600원.
순천→대대동 공용정류장 앞에서 67번 버스가 수시(06:00~23:35) 29회 운행. 30분 소요, 요금 890원.
자가운전의 경우, 호남고속도로 순천 나들목으로 나가 17번 국도, 2번 국도로 타고 달리면 벌교 방면 순천청암대를 지나자마자 좌회전한다. 818번 지방도를 타고 10분쯤 들어오면 대대포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