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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강산에 남긴 자취...산천누대(山川樓臺)편 (53)
목 차
금강산시(15편)
금강산에서
금강산1
금강산2
금강산3
금강산4
금강산5
금강산6
금강산에 들어가다
금강산에 들어가며
금강산 구경
산과 물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金剛山에서 詩僧과 共作한 詩
금강산 경치를 즐기다(간금강산)
금강산 백운봉 구경
산천누대편(38편)
스님에게 묻노라
경치를 바라보며(즉경)
산에서 놀며(유산음)
산을 구경하다(간사)
역발산
가을밤에 우연히 읊음
구월산
묘향산
신계에서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보림사를 지나며
백상루에 올라서
함흥 구천각에서
안변 표연정에서 1
안변 표연정에서 2
해 저물어 강가 서재에 묵으며
광한루에 올라
문성암에 올라서
대동강 연광정에서
관우 사당에서
안변 노고봉에서
마도에서
영남 술회
광탄을 지나며
강가의 이별
개성에서
평양에서
함관령에서
장단을 지나며
부벽루에서
대동강에서
해질 녘
장주로 가면서
쟁계암
오밤중에 누각에 오름
회양을 지나다가
한식날 북루에 올라 읊다
길주 명천
金剛山에서
나는 청산을 향하여 가고 있는데
녹수야 너는 어째서 오고 있느냐?
金剛山詩
我向靑山去 아향청산거
綠水爾何來 록수이하래
금강산 1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 바위와 바위를 돌고 도니
물과 물, 산과 산이 한데 어우러져 가는 곳마다 기이하구나.
金剛山 1
松松栢栢岩岩廻 송송백백암암회
水水山山處處奇 수수산산처처기
金剛山(금강산) 2
태산이 뒤에 있어 북쪽 하늘 가리고
큰 바다 앞에 이르니 동쪽 땅이 다하네
다리 밑으로 길은 동서남북인데
지팡이 머리 위로는 일만 이천봉이라네
金剛山(금강산) 2
泰山在後天無北 태산재후천무북
大海當前地盡東 대해당전지진동
橋下東西南北路 교하동서남북로
杖頭一萬二千峰 장두일만이천봉
금강산 3
일만 이천 봉우리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봄바람에 이끌려 누각 위를 홀로 오르네
거울같이 밝은 달과 둥근 해가 비추고
아득한 하늘은 겨우 작은 조각배와 같구나
동으로 대양을 누르니 삼도에 가깝고
북쪽 높은 옥답들은 자라들이 기어 가는 듯
알지 못할게라 천지우주가 어느 해에 열렸는지
태고적 산 모양 늙은이의 머리 같아라
金剛山 3
萬二千峰歷歷遊 春風獨上衆樓隅 만이천봉역역유 춘풍독상중루우
照臨日月圓如鏡 復在乾坤小似舟 조임일월원여경 부재건곤소사주
東壓天洋三島近 北撑高沃六鰲浮 동압천양삼도근 북탱고옥육오부
不知無極何年闢 太古山形白老頭 부지무극하년벽 태고산형백로두
금강산 4
긴 여름 다 지나고 가을이 가까운데
삿갓 버선 벗어 놓고 다락에 다가오니
물소리는 들을 지나 담 밑으로 흘러가고
노을빛 물안개 자옥하여 인가를 둘러싸네
술 항아리 바닥나고 목은 상기 타는데
시는 좀처럼 되지 않아 이맛살을 찌푸리오
그대여 비가와도 이대로 헤어지세
집에 가 잠이 들면 꿈만은 그윽하리.
金剛山 4
長夏居然近素秋 장하거연근소추
脫巾抛襪步行樓 탈건포말보사루
波聲通野巡墻滴 파성통야순장적
靄色和烟繞屋浮 애색화연요옥부
酒到空壺生肺渴 주도공호생폐갈
詩猶餘債上眉愁 시유여채상미수
與君分手芭蕉雨 여군분수파초우
應相歸家一夢幽 응상귀가일몽유
금강산5
떠돌던 나그네가 가을을 만나
오늘 시회를 하는 벗들과 절간에서 만났구나
작은골짜가 흐르는 물은 더욱 짙어지고
옛절로 돌아가는 스님의 머리엔 흰구름이 떠 있네.
금강산에 올라 삼생의 소원을 빌고
술 실컷 마시니 온갖 근심 사라지네
이 회포 풀어 감나무 잎에 적어두고
누워서 듣자하니 후원에 내리는 그윽한 빗소리
金剛山 5
江湖浪跡又逢秋 約伴詩朋會寺樓 강호낭적우봉추 약반시붕화사루
小洞人來流水暗 古龕僧去白雲浮 소동인래유수암 고감승거백운부
薄遊少答三生願 豪飮能消萬種愁 박유소답삼생원 호음능소만종수
擬杷淸懷書枾葉 臥廳西園雨聲幽 의파청회서시엽 와청서원우성유
금강산 6
뾰족뾰족한 금강산
높은 봉우리 일만 이천 봉
드디어 평지로 하산해서 바라보니
그 동안이 삼박사일 창공에서 사흘 밤을 묵었구나
金剛山 6
矗矗金剛山 촉촉금강산
高峰萬二千 고봉만이천
遂來平地望 수래평지망
三夜宿靑天 삼야숙청천
금강산에 들어가다 1
글 읽어야 백발이요, 칼 갈아야 해 지는 신세
천지는 무궁하고, 평생 한은 길기도 하여라
장안 붉은 술 열 말을 흠뻑 마시고
가을바람에 삿갓 쓰고 금강산을 드노라
入金剛山 1
書爲白髮劍斜陽 서위백발검사양
天地無窮一恨長 천지무궁일한장
痛飮長安紅十斗 통음장안홍십두
秋風簑笠入金剛 추풍사립입금강
금강산에 들어가며
검푸른 산길 따라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정자가 시인의 지팽이를 머물게 하네
용의 조화는 눈 내리는 듯한 폭포를 만들고
칼의 정신은 하늘 높이 솟은 봉우리를 깍았도다
고고한 학의 흰털은 수천 년을 묵은 것이며
냇가의 나무는 삼백장이 넘는 큰 소나무일세
절간의 스님은 봄에 취한 내 마음 알 길 없어
무심히 한낮에 종을 쳐 놀라게 하네
入金剛山
綠靑碧路入雲中 녹청벽로입운중
樓使能詩客住笻 누사능시객주공
龍造化含飛雪瀑 용조화함비설폭
劍精神削揷天峰 검정신삭삽천봉
仙禽白幾千年鶴 선금백기천년학
澗樹靑三百丈松 간수청삼백장송
僧不知吾春睡惱 승부지오춘수뇌
忽無心打日邊鐘 홀무심타일변종
금강산 구경
금강산에서 경치를 빼 놓는다면
청산은 모두 벼대만 남을 것이니
그 후엔 나귀 탄 길손들
흥이 없어 주저하겠네.
金剛山景
若捨金剛景 약사금강경
靑山皆骨餘 청산개골여
其後騎驢客 기후기려객
無興但躊躇 무흥단주저
산과 물
산은 칼날 같은 기상으로 하늘을 찌를 듯 서 있고
물은 병사의 함성으로 땅을 흔들며 흐르네.
산은 강을 건너려고 강어귀에 서있고
물은 돌을 뚫고자 돌 머리를 감도는구나.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해 강어귀에 서있고
물은 돌을 뚫지 못해 돌 머리를 감도는구나.
山水詩
山如劍氣衝天立 산여검기충천립
水如兵聲動地流 수여병성동지류
山欲渡江江口立 산욕도강강구립
水將穿石石頭廻 수장천석석두회
山不渡江江口立 산불도강강구립
水難穿石石頭廻 수난천석석두회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백 척 붉은 바위 계수나무 아래 암자가 있어
사립문을 오랫동안 사람에게 열지 않았다
오늘 아침 우연히 시선께서 지나는 것을 보고
학 불러 암자를 보이게 하고 시 한 수를 청하오. - 스님
우뚝우뚝 뾰족뾰족 기기괴괴한 가운데
인선(人仙)과 신불(神佛)이 함께 엉겼소.
평생 금강산 위해 시를 아껴 왔지만
금강산에 이르고 보니 감히 시를 지을 수가 없소. - 김삿갓
答僧金剛山詩 답승금강산시
百尺丹岩桂樹下 백척단암계수하
柴門久不向人開 시문구불향인개
今朝忽遇詩仙過 금조홀우시선과
喚鶴看庵乞句來 환학간암걸구래
矗矗尖尖怪怪奇 촉촉첨첨괴괴기
人仙神佛共堪凝 인선신불공감응
平生詩爲金剛惜 평생시위금강석
詩到金剛不敢詩 시도금강불감시
* 한 승려의 청으로 금강산을 읊으려 하나 너무나 장엄하고 기이한 산세에 압도되어 시를 짓지 못하겠다는 내용
金剛山에서 詩僧과 共作한 詩
僧 朝登立石雲生足(조등입석운생족)
아침에 입석대에 오르니 구름이 발밑에서 일고
笠 暮飮黃泉月掛唇(모음황천월괘진)
저녁에 황천 샘물을 마시니 달 그림자 입술에 걸렸도다.
僧 澗松南臥知北風(간송남와지북풍)
물가 소나무가 남쪽으로 누우니 북풍이 부는줄 알고
笠 軒竹東傾覺日西 (헌죽동경각일서)
대나무 그림자 동 으로 기우니 석양임을 알수 있다.
僧 絶壁雖危花笑立 (절벽수위화소입)
절벽은 비록 위태로우나 꽃은 태연히 웃으며 서있고
笠 陽春最好鳥啼歸 (양춘최호조제귀)
봄날은 더없이 좋은데도 새는 울며 돌아가네.
僧 天上白雲明日雨 (천상백운명일우)
하늘 위에 흰구름은 내일 비를 예고하고
笠 岩間落葉去年秋 (암간낙엽거연추)
바위틈의 낙엽은 지난 가을 잔해여라.
僧 兩姓作配己酉日最吉 (양성작배기유일최길)
남녀가 짝을 지으려면 己酉日이 가장 좋고
笠 半夜生孩亥子時難分 (반야생해해자시난분)
야밤에 아이를 낳으니 해,자시의 구분 어렵다네.
僧 影浸綠水衣無濕 (영침록수의무습)
그림자가 물에 잠겨도 옷은 젖지 않고
笠 夢踏靑山脚不苦 (몽답청산각불고)
꿈속에 청산을 누벼도 다리가 아프지 않다네.
僧 群鵜影裡千家夕 (군제영리천가석)
까마귀때 나는 그림자 속에 모든 집은 저물어가고
笠 一雁聲中四海秋 (일안성중사해추)
외기러기 우는소리에 온 세상은 가을 이더라.
僧 假僧木折月影軒 (가승목절월영헌)
가죽나무 부러짐에 달 그림자 난간에 어리고
笠 眞婦采美山姙春 (진부채미산임춘)
참미나리 맛이 좋으니 산은 봄을 잉태 했구나.
僧 石轉千年方倒地 (석전천년방도지)
산 위에 돌은 천년은 굴러야 땅에 닿을듯 하고
笠 峰高一尺敢摩天 (봉고일척감마천)
봉우리 한자만 더 높았더라면 하늘에 닿았을 듯.
僧 靑山買得雲空得 (청산매득운공득)
靑山을 사 들이니 구름은 공짜로 따라오고
笠 白水臨來魚自來 (백수임래어자래)
맑은 물가에 오니 고기는 저절로 모여드네.
僧 秋雲萬里魚鱗白 (추운만리어린백)
만리나 뻗은 가을 하늘 구름은 고기의 흰 비늘 같고
笠 枯木千年鹿角高 (고목천년록각고)
천년이나 묵은 고목은 사슴뿔 처럼 높도다.
僧 雲從樵兒頭上起 (운종초아두상기)
구름은 나무하는 아이 머리위에서 일고
笠 山入漂娥手裡鳴 (산입표아수리명)
산은 빨래하는 아낙네 망망이 쥔 손에서 우는구나.
僧 登山鳥萊羹 (등산조래갱)
산에 오르니 쑥국 쑥국 새들이 울어대고
笠 臨海魚草餠 (임해어초병)
바다에 가니 고기들이 풀떡 풀떡 뛰어 오른다.
僧 水作銀杵舂絶壁 (수작은저용절벽)
폭포는 은절구 공이가 되어 절벽을 찧고
笠 雲爲玉尺度靑山 (운위옥척도청산)
구름은 옥으로 만든 자 인양 청산을 재는구나.
僧 月白雪白天地白 (월백설백천지백)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천지가 모두 희고
笠 山深夜深客愁深 (산심야심객수심)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 가슴에 시름도 깊네.
僧 燈前燈後分晝夜 (등전등후분주야)
등불을 켜고 꺼서 밤과 낮을 구분하고
笠 山南山北判陰陽 (산남산북판음양)
산은 남쪽과 북쪽으로 음지와 양지를 알게 한다.
금강산 경치를 즐기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산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히 꽃이 피었네.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숲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하려나.
看金剛山
一步二步三步立 山靑石白間間花 일보이보삼보립 산청석백간간화
若使畵工模此景 其於林下鳥聲何 약사화공모차경 기어림하조성하
금강산 백운봉 구경
아침에 白雲峰(백운봉) 정상에 올라서 금강산 구경하고
어두워지면 봉우리 아래 암자에서 잠을 자고,
깊은 밤 스님은 잠들고 나그네 홀로 깨어 있는데
두견새 울음소리에 산에 걸린 달은 지네.
看金剛山白雲峰
朝上白雲峰頂觀 조상백운봉정관
野投峰下孤庵宿 야투봉하고암숙
夜深僧定客無眼 야심승정객무안
杜宇一聲山月落 두우일성산월락
산천누대편
스님에게 묻노라.
스님에게 ‘그대는 어느 산 어느 절에 있는가?’하고 물으니
‘용이 산다는 계룡산 상상봉에 있다.’고 하네.
옛날에는 계룡산을 물었는데 이제 스님을 만나니
스님에게 묻나니 ‘산세와 경치가 근래에는 어떤가요?’
問僧(문승)
僧乎汝在何山寺승호여재하산사
龍在鷄龍上上阿용재계룡상상아
昔聞鷄龍今見汝석문계룡금견여
景物風光近如何경물풍광근여하
* 계룡산을 찾아가는 길에 스님을 만났다. 그리고 스님에게 계룡산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물었다. 옛날에는 계룡산을 물었는데 이제 스님을 만나니 스님에게 묻는다는 말이 참 재미있다.
경치 바라보며
너무나 무더워서 띠 한 가닥 걸치기도 번거로운데
시원한 바람 겨우 일었다가 다시 잠잠하구나.
푸른 파초 잎은 물에 잠긴 듯 시원해 보이고
붉은 석류꽃은 불붙듯 화사해 보이도다.
마른번개와 가뭄이 서로 다투어 오락가락하고
늦더위 늦 가뭄의 불볕은 모종을 타게 한다.
듣건대 강가 정자에는 더위 피해 술 마실 만하다 하니
달 밝은 밤 고기잡이 배 준비하리로다.
卽景(즉경)
叶執猶煩帶一條 협집유번대일조
淸風纔生復寥寥 청풍재생부요요
綠憐焦葉凉如쬴 녹련초엽양여잠
紅浪榴花照欲燒 홍랑류화조욕소
微雷小雨相爭篩 미뢰소우상쟁사
老魃驕炎未格苗 노발교염미격묘
聞說江樓堪避飮 문설강루감피음
漁舟準備月明宵 어주준비월명소
산에서 놀며
외로운 삿갓 하나 정자 옆 솔밭에 쉬니
앞에 앉은 나그네와 얼굴 서로 대하게 되네.
철늦은 매미 울타리에서 우니 찬바람 일고
약포에서 나는 벌레 소리에 이슬이 짙어 온다.
가을 비 겨우 개니 늦더위 기승을 부리고
저녁 구름 다투어 이니 기이한 봉우리 환상 같도다.
세상만사는 유유한데 작은 일 논하지 말자.
우리 아직 젊었으니 다시 만날 날이나 기약하세.
游山吟(유산음)
一笠茅亭傍小松일립모정방소송
衣冠相對完前客의관상대완전객
橫籬蟬凉風動횡리선세양풍동
藥圃虫聲夕露濃약포충성석로농
秋雨纔晴添晩暑추우재청첨만서
暮雲爭出幻寄峰모운쟁출환기봉
悠悠萬事休提說유유만사휴제설
未老須謀選日逢미로수모선일봉
산을 구경하다
게으른 말을 타야 산 구경하기가 좋아서
채찍질 멈추고 천천히 가네.
바위 사이로 겨우 길 하나 있고
연기 나는 곳에 두세 집이 보이네.
꽃 색깔 고우니 봄이 왔음을 알겠고
시냇물 소리 크게 들리니 비가 왔나 보네.
멍하니 서서 돌아갈 생각도 잊었는데
해가 진다고 하인이 말하네.
看山 간산
倦馬看山好 執鞭故不加 권마간산호 집편고불가
岩間재一路 煙處或三家 암간재일로 연처혹삼가
花色春來矣 溪聲雨過耶 화색춘래의 계성우과야
渾忘吾歸去 奴曰夕陽斜 혼망오귀거 노왈석양사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 했으니 산을 구경하기에는 빨리 달리는 말보다 게으른 말이 좋다는 것이다.
역발산(力拔山)
아동(甲): 南山北山 神靈曰 남산과 북산의 산 신령이 말하기를
(남산북산 신령왈)
項羽當年 難爲山 항우가 살던 시절에는 산 되기도
(항우당년 난위산) 어렵더라 하더라
아동(乙): 右拔左拔 投空中 오른손 왼손으로 뽑아서 하늘에 던지니
(우발좌발 투공중)
平地往往 多新山 평지에는 가끔 여기 저기 새로운
(평지왕왕 다신산) 산이 많아 지도다
김삿갓: 項羽死後 無壯士 항우가 죽은 뒤에 그런 장사가 다시 없으니
(항우사후 무장사)
誰壯拔山 投空中 어느 누가(장사)가 산을 뽑아 공중
(수장발산 투공중) 에 던질건가?
가을밤에 우연히 읊음
흰 구름 날아와 푸른 산 정자에서 잠자니
밤기운 가을 회포 모두 깊고 그윽하여라.
들에 흐르는 물의 정기 방안에 숨어들어 시리도록 서늘하고
시정의 잡다한 소식 발속으로 들어와 새롭기만 하구나.
‘두보’는 나면서부터 시 짓는 버릇 있었고
‘유영’은 죽어서도 술 깨지 않았도다.
나와 교제할 뜻 알고자 한다면
청탁은 물론이고 문경지교로 마셔야 하네.
秋夜偶吟(추야우음)
白雲來宿碧山亭백운래숙벽산정
夜氣秋懷兩杳冥야기추회양묘명
野水情神通室白야수정신통실백
市嵐消息入廉靑시람소식입렴청
生來杜甫詩爲癖생래두보시위벽
死且劉怜酒不醒사차유영주불성
欲識吾儕交契意욕식오제교계의
勿論淸濁謂刎頸물론청탁위문경
* 유영 - 중국 서진의 사상가 죽림칠현의 한사람으로 장자의 사상을 실천하였음. 신체를 토목(土木)으로 간주하여 의욕의 자유를 추구 했으며 술을 매우 좋아했음.
* 청탁 - 맑은 술과 흐린 술, 즉 소주와 탁주.
* 문경(刎頸) - 문경지교, 벗을 위해서라면 목이 잘려도 한이 없을 만큼 친밀한 사이. 사기의 ‘염파인상전’에 나오는 말.
구월산
지난 해 구월 구월산을 지났는데
금년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나네
해마다 구월이면 구월산을 지나니
구월의 산 경치 언제나 구월이네
九月山
去年九月過九月 거년구월과구월
今年九月過九月 금년구월과구월
年年九月過九月 년년구월과구월
九月山光長九月 구월산광장구월
묘향산
평생소원이 무엇이었던가?
묘향산에 한번 노니는 것이었지.
산 첩첩 천 봉 만 길에
길 층층 열 걸음에 아홉 번은 쉬네.
妙香山詩(묘향산시)
平生所欲者何求 평생소욕자하구
每擬妙香山一遊 매의묘향산일유
山疊疊千峰萬仞 산첩첩천봉만인
路層層十步九休 노층층십보구휴
신계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따라 제비가 날아와서
팥배나무 밑 그대 옛집 다시 찾아왔도다.
봄이 가면 그대 또 집을 떠나 멀리멀리 날아가서
팥배나무 꽃피는 내년 봄을 기다리리.
新溪吟(신계음)
一任東風鷰子斜일임동풍연자사
棠梨樹下訪君家당리수하방군가
君家春盡飛將去군가춘진비장거
留待棠梨後歲花유대당리후세화
* 봄이 오면 날아오고 가을이 가면 날아가 버리는 제비를 보며 정처 없이 방황하는 자기의 신세와 비교해 보며 지은 시이다.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강은 적벽강이 아니지만 배를 띄웠지.
땅은 신풍에 가까워 술을 살 수 있네.
지금 세상에 영웅이 따로 있으랴, 돈이 바로 항우이고
변사가 따로 있으랴, 술이 바로 소진이지.
泛舟醉吟 범주취음
江非赤壁泛舟客 地近新豊沽酒人 강비적벽범주객 지근신풍고주인
今世英雄錢項羽 當時辯士酒蘇秦 금세영웅전항우 당시변사주소진
* 신풍(新豊)은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가 지은 소년행(少年行)에 나오는 술 이름.
* 항우(項羽)는 초(楚)나라를 세워 한나라 유방과 함께 진나라를 멸망시킨 영웅.
* 소진(蘇秦)은 중국 전국시대에 말 잘하던 유세객(遊設客)이다.
*지금 김삿갓이 놀고 있는 강은 소동파가 적벽부(赤壁賦)를 읊었던 그 적벽강은 아니지만 땅은 맛있는 술이 나왔던 신풍과 닮았다.
보림사를 지나며
빈궁과 영달은 하늘에 달렸으니 어찌 쉽게 구하랴.
내가 좋아하는 대로 유유히 지내리라.
북쪽 고향 바라보니 구름 천 리 아득한데
남쪽에 떠도는 내 신세는 바다의 물거품일세.
술잔을 빗자루 삼아 시름을 쓸어 버리고
달을 낚시 삼아 시를 낚아 올리네.
보림사를 다 보고나서 용천사에 찾아오니
속세 떠나 한가한 발길이 비구승과 한가지일세.
過寶林寺 과보림사
窮達在天豈易求 從吾所好任悠悠 궁달재천개이구 종오소호임유유
家鄕北望雲千里 身勢南遊海一구 가향북망운천리 신세남유해일구
掃去愁城盃作추 釣來詩句月爲鉤 소거수성배작추 조래시구월위구
寶林看盡龍泉又 物外閑跡共比丘 보림간진용천우 물외한적공비구
* 보림사는 전남 장흥 가지산에 있는절, 용천사는 전남 함평 무악산에 있는 절이다.
백상루에 올라서
청청강 위에 있는 백상루 앞에서는
온갖 아름다운 경치 쉽게 감출 수 없네.
비단병풍 같은 산 그림자 속에는 외로운 따오기 날고
옥거울 같이 맑은 물 위에는 작은 배 떠 있도다.
긴 강둑에 무성한 풀은 너무나 싱그럽고
치솟은 산마루는 하늘에 맞닿아 봉우리마다 푸르네.
인간 세상에 선경이 있는 것 믿지 않았는데.
오늘 안주성에 와 비로소 신선 놀던 곳 보았노라.
登百祥樓(등백상루)
淸川江上百祥樓 청천강상백상루
萬景森羅未易收 만경삼라미이수
錦屛影裏飛孤鶩 금병영리비고목
玉鏡光中點小舟 옥경광중점소주
草偃長堤靑一面 초언장제청일면
天低列峀碧千頭 천저렬수벽천두
不信人間仙境在 불신인간선경재
密城今日見羸州 밀성금일견리주
함흥 구천각에서
누각에 올라 보니 구천 하늘에 닿은 듯하고
말 타고 긴 다리 건너니 만세를 밟는구나.
산은 들이 좁을까 하여 멀리 멀리 나누어 섰고
물은 배가 다닐까두려워하여 얕게 얕게 흐르네.
산세는 용이 서리고 범이 도사린 형국이요
누각은 난새가 날고 봉황이 나래 편 형세일세.
登咸興九天閣
人登樓閣臨九天 인등누각임구천
馬渡長橋踏萬歲 만도장교답만세
山疑野狹遠遠立 산의야협원원립
水畏舟行淺淺流 수외주행천천류
山意龍盤虎踞形 산의용반호거형
樓閣鸞飛鳳翼勢 누각난비봉익세
안변 표연정에서 1
안변 땅 두루 돌다 좋은 누각 하나 있어
술을 찾고 시를 쓰며 물갈래를 묻노라
고목은 정이 많아 꾀꼬리 모여들고
강물은 무심히 흐르는데 갈매기 나는구나
영웅이 지나간 자리 풍연은 사라지고
길손은 누각에 올라 한가롭게 앉았노라
관동 땅 아직 두루 보지 못했으니
기러기를 따라서 장주로 가 볼가나
安邊飄然亭 1
一城踏罷有高樓(일성답파유고루)
覓酒題詩問幾流(멱주제시문기류)
古木多情黃鳥至(고목다정황조지)
大江無恙白鷗飛(대강무양백구비)
英雄過去風煙盡(영웅과거풍연진)
客子登臨歲月悠(객자등임세월유)
宿債關東猶未了(숙채관동유미료)
欲隨征雁下長洲(욕수정안하장주)
안변 표연정에서 2
기나긴 방축 끝에 우뚝 솟은 표연정아
학은 가고 빈 누각에 잡새만 우짖누나.
허허 벌판 다리 사이로 안개가 자욱하니
하루의 풍월 싯감이 동서로 갈려있네.
신선이 가신 자취는 구름 속에 아득하여
나그네의 회포가 세월 속에 그윽하다.
우화문 앞에서 물어볼 길 없으니
봉래선인 그 소식 꿈속에 조차 희미하네.
安邊飄然亭 2
飄然亭子出長堤(표연정자출장제)
鶴去樓空鳥獨啼(학거루공조독제)
十里煙霞橋上下(십리연하교상하)
一天風月水東西(일천풍월수동서)
神仙蹤迹雲過杳(신선종적운과묘)
遠客襟懷歲暮幽(원객금회세모유)
羽化門前無問處(우화문전무문처)
蓬萊消息夢中迷(봉래소식몽중미)
해 저물어 강가 서재에 묵으며
봄 기운 가득한 성안에서 글 읽는 집 찾으니
잡목과 성긴 대나무 묵화에 어리더라
학은 맑은 바람과 더불어 갯벌에서 놀고
해가 지니 기러기는 모래밭에서 짝을 짓네
강산의 도움받아 그런대로 시도 짓고
세월이 무심하니 술로써 달래도다.
나 항상 천지에만 의지해 살아 아는 친구 적으므로
애써 보잘것 없는 노래라도 지어 소리 높여 부르리라.
暮投江齋吟(모투강재음)
滿城春訪讀書家 (만성춘방독서가)
雜木疎篁映墨花 (잡목소황영묵화)
鶴與淸風橫遊浦 (학여청풍횡유포)
鴻因落日伴平沙 (홍인락일반평사)
江山有助詩然作 (강산유조시연작)
歲月無心酒以過 (세월무심주이과)
獨倚乾坤知己少 (독의건곤지기소)
强將織律和高歌 (강장직률화고가)
광한루에 올라
남국의 풍광은 이 광한루에 다하였으니
바로 용성아래 오작교 머리에 솟아 있도다
물없는 강에는 소낙비가 오면 끝없이 지나가고
들이 넓으니 구름은 늘 떠 있더라
천리 길을 고객이 지팡이와 짚신을 의지하여 오고
사시 풍류 소리가 그치지 않고 신선이 놀더라
은하수 한줄기가 봉래도와 연해 있어
반드시 영구를 바다에 들어가 구할 것이 아니로다
登廣寒樓 등광한루
南國風光盡此樓 龍城之下鵲橋頭 남국풍광진차루 용성지하작교두
江空急雨無端過 野闊餘雲不肯收 강공급우무단과 야활여운불긍수
千里공鞋孤客到 四時茄鼓衆仙遊 천리공혜고객도 사시가고중선유
銀河一脈連蓬島 未必靈區入海求 은하일맥연봉도 미필영구입해구
문성암에 올라서
바위는 깎아지른 듯 천 겹이나 싸였는데
평평한 바다는 한잔 술처럼 작게 보이네.
숲이 울창하니 새소리 요란하고
날이 저무니 돌아오는 어부의 노랫소리 들려오네.
임공이 낚시질하던 곳 어디쯤인가?
학사대에 올라 찾아봤노라.
지극히 산수를 사랑하던 그의 마음 생각하며
달뜨기 기다려서 마냥 헤매노라.
登文星岩(등문성암)
削立岩千疊삭립암천첩
平鋪海一杯평포해일배
林深鳥語鬧임심조어요
日暮棹歌回일모도가회
欲覓任公釣욕멱임공조
留看學士臺유간학사대
酷憐山水樂혹련산수락
待月久徘徊대월구배회
대동강 연광정에서
깎아지른 절벽 위엔 높은 문이 서 있고
만경창파 대동강엔 푸른 물결 굽이친다.
지나가는 봄 나그네 말술에 취했는데
천만가닥 실버들 십리 강촌에 늘어졌구나.
외로운 따오기는 노을 빛 끼고 돌아오고
짝지은 갈매기 눈발처럼 휘 나른다.
물결 위에 정자 있고 정자 위에 내가 있어
초저녁에 앉았는데 밤이 깊자 달이 뜨네.
大同江練光亭
截然乎屹立高門 절연호흘입고문
萬頃蒼波直碧翻 만경창파직벽번
一斗酒三春過客 일두주삼춘과객
千絲柳十里江村 천사류십리강촌
孤丹鷺帶來霞色 고단로대래하색
雙白鷗飛去雪痕 쌍백구비거설흔
波上之亭亭上我 파상지정정상아
坐初更夜月黃昏 좌초경야월황혼
관우 사당에서
낡은 사당 음산하여 낮에도 서늘한데
전신에 걸친 한나라 의관 옛날과 다름없네.
그 당시 중원의 큰일을 못 마치고 죽었으니
천년 지난 지금도 말안장을 못 풀었네.
關王廟(관왕묘)
古廟幽深白日寒고묘유심백일한
全身復見漢衣冠전신복견한의관
當時未了中原事당시미료중원사
赤兎千年不解鞍적토천년불해안
* 관왕묘에 들렀다. 그 옛날 중원을 주름잡던 영웅은 천년의 한을 아직도 풀지 못하고 적토마에 안장을 풀지 않고 그때 그 옷을 입고 쓸쓸한 사당 안에 홀로 있다.
안변 노고봉에서
온 산이 낙엽 져 파리한데 흰눈마저 산머리를 덮었고
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았는데,
다른 봉우리들은 노고봉에 비해 아이들 같도다.
그 가운데 어느 봉에는 신선과 학이 살고 있다나.
安邊老姑峰次吟(안변로고봉차음)
葉落瘦容雪滿頭엽락수용설만두
勢如天撑屹然浮세여천탱흘연부
餘峰羅立兒孩似여봉라립아해사
或子中間仙鶴遊혹자중간선학유
* 안변 노고봉을 보고 그 높고 웅장한 산세를 노래한 글이다.
마도에서
고인을 사모하며 하늘을 바라보니
작별 후 또 한 번의 매화가 피었구려
쾌사가 잠시 변방에 나아가 노는데
한직 자리라 많이 비어 전답 구할 일이 없구나
산천을 굽이굽이 돌아서니 용만 길이요
서화로 겨우 돌아오니 마도로 가는 배안이네
성곽 밖까지 술두루미를 들고 마중 못했으니
이 시를 쓰기 어렵고 시상은 아득하기만
馬 島 마 도
故人吟望雪連天 別候梅花叉一年 고인음망설연천 별후매화차일년
快士暫遊仍出塞 冷官多曠不求田 쾌사잠유잉출색 냉관다광불구전
山川重閱龍灣路 畵盡縡歸馬島船 산천중열용만로 화진재귀마도선
城外未將壺酒錢 此詩難寫意茫然 성외미장호주전 차시난사의망연
영남 술회
높다란 망향대에 나 홀로 기대 서서
나그네 시름을 억누르고 사방을 둘러 보았네.
달을 따라 드나드는 바다도 둘러보고
꽃소식 알고 싶어 산 속으로 들어왔네.
오랫동안 세상 떠돌다 보니 나막신 한 짝만 남았는데
영웅들을 헤아리며 술 한 잔을 다시 드네.
남국의 자연이 아름다워도 내 고장 아니니
한강으로 돌아가 매화꽃이나 보는 게 낫겠네.
嶺南述懷 영남술회
超超獨倚望鄕臺 强壓覇愁快眼開 초초독의망향대 강압기수쾌안개
與月經營觀海去 乘花消息入山來 여월경영관해거 승화소식입산래
長遊宇宙餘雙履 盡數英雄又一杯 장유우주여쌍극 진수영웅우일배
南國風光非我土 不如歸對漢濱梅 남국풍광비아토 불여귀대한빈매
광탄을 지나며
몇 년이나 단장 집고 이 강산을 만연히 배회하였나.
시름 밖의 고향 강산은 꿈속에서나 떠돌 뿐
나라 걱정 부질없어 왕찬 같은 글이나 짓고
운 없어 가의 같은 재주로도 헛되이 늙어 가네.
달 밝은 한밤 바람 불어 낙엽은 급하게 굴러가고
겨울옷 다듬이질 소리만 집집마다 요란하이.
악착같은 나의 생애 탄식한들 무엇 하리
다시 한 번 술병이나 들고 봉황대에 오르겠네.
過廣灘(과광탄)
幾年短杖謾徘徊(기년단장만배회)
愁外鄕山夢裏回(수외향산몽리회)
憂國空題王粲賦(우국공제왕찬부)
逢時虛老賈誼才(봉시허노가의재)
風吹落葉三更急(풍취낙엽삼경급)
月搗寒衣萬戶催(월도한의만호최)
齷齪生涯何足歎(악착생애하족탄)
携杯更上鳳凰臺(휴배갱상봉황대)
* 왕찬과 가의는 다 불우했던 중국 인사였음.
강가의 이별
파랑새는 엎치락뒤치락 서로 정답게 놀고
난간에서 바라본 경치 한없이 아름답건만,
그대 떠나보내는 시름 북쪽 산에 사무치며
멀리 떠나 온 길 오직 강물만 흘러오네.
우거진 수양버들에서 꾀꼬리는 울어대고
나그네는 누각에 기대서서 풀밭만 바라보네.
쓸쓸히 그대 보내고 언덕으로 돌아오니
달 저무는 강가의 서러움 무엇으로 감당하리.
下汀洲(하정주)
翠禽暄戱對沈浮취금훤희대침부
晴景闌珊也未收청경란사야미수
人遠謾愁山北立인원만수산북립
路長惟見水東流노장유견수동류
垂楊多在鶯啼驛수양다재앵제역
芳草無邊客倚樓방초무변객의루
怊悵送君自崖返초창송군자애반
那堪落月下汀洲나감락월하정주
* 대동강변에서 정든 여인과 이별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이별은 서러운 것. 정든 님과의 이별은 더욱더 서러운 것. 파랑새는 쌍쌍이 잘도 어울려 놀고 맑은 경치는 더없이 좋건만 님과의 이별만은 죽도록 싫다. 버드나무 우거진 곳에서는 꾀꼬리가 무심히 울건만 님을 보낸 나는 누각에 홀로 기대서서 하염없이 무성한 풀밭만 바라본다. 님 떠나 보내고홀로 언덕으로 돌아오니 달 저무는 밤에 사무치는 그리움 어찌 견디리.
개성에서
옛 강산에 말 멈추니 시름은 새로운데
오백 년 왕업에 빈터만 남았구나.
연기 어린 담장 가에 까마귀 슬피 울고
낙엽 지는 폐허에 기러기만 날아가네.
돌로 된 짐승은 오래 되어 말이 없고
구리 대는 쓰러져 머리를 숙였구나.
둘러보아 유난히 가슴 아픈 곳은
선죽교 아래 냇물 흐름 없는 흐느낌이네.
開城
故國江山立馬愁 고국강산입마수
半千王業一空邱 반천왕업일공구
煙生廢墻寒鴉夕 연생폐장한아석
葉落荒臺白雁秋 엽낙황대백안추
石狗年深難傳舌 석구년심난전설
銅臺陀滅但華頭 동대타멸단화두
周觀別有傷心處 주관별유상심처
善竹橋川咽不流 선죽교천열불류
평양에서
천리 길 찾아온 평양시가 십리나 늘어섰고
큰 뱀이 길에 나타남에 사람들 모두 이끼 한다.
해 저무니 연광정 아래 흐르는 물에
백구가 무심히 오고 가고 하네.
平壤
千里平壤十里於천리평양십리어
大蛇當道人皆也대사당도인개야
落日鍊光亭下水낙일연광정하수
白鷗無恙去來乎백구무양거래호
* 머나먼 천리 길을 걸어 평양에 다다르니 시가지는 약 십리나 늘어섰다. 연광정에 올라보니 해 저무는 대동강에는 무심히 백구만 오락가락 한다.
함관령에서
4월의 咸關嶺(함관령)은 北靑(북청) 군수도 춥다네
두견화 이제 피니 봄도 산이 높아 오르기 어렵구나
咸 關 嶺 (함관령)
四月咸關嶺 北靑郡守寒 사월함관령 북청군수한
杜鵑今始發 春亦上山難 두견금시발 춘역상산난
* 진달래가 피는 4월 함경도 땅의 함관령...봄이 오니 진달래는 붉게 피었으나 나그네의 옆구리에 한기(寒氣)가 서린다.
장단을 지나며
술을 대하여 노래를 부르려 하나 친구들이 없으니
꾀꼬리만 홀로 마음을 상하게 하도다
강가에 버들 가지는 개인날에 홀로 번쩍거리고
산협곡에 들어가매 매화꽃 향기는 봄같도다
땅은 관문의 나루를 오고 가는 길목이며
날마다 우마차의 영송하는 먼지만 더하더리
임진관 밖에 욱어진 풀밭은
나그네의 많은 수심을 새롭게 하도다
過長端 (과장단)
對酒慾歌無故人 一聲黃鳥獨傷神 대주욕가무고인 일성황조독상신
過江柳絮晴獨電 入峽梅花香如春 과강유서청독전 입협매화향여춘
地接關河來往路 日添車馬迎送塵 지접관하내왕로 일첨차마영송진
臨津關外妻妻草 管得羈愁百種新 임진관외처처초 관득기수백종신
부벽루에서
세 산들은 아득히 높아 하늘 밖에 걸려 있고
물은 둘로 갈라져 백로 노는 ‘능라도’를 끼고 흐르네.
‘이태백’이 나보다 먼저 이런 절경 모두 읊었으니
석양에 붓 던지고 ‘부벽루’서 내려가리.
浮碧樓吟(부벽루음)
三山半落靑天外삼산반락청천외
二水中分自鷺洲이수중분자로주
已矣謫仙先我得이의적선선아득
斜陽投筆下西樓사양투필하서루
* 부벽루의 아름다운 경치를 묘사하는데, 이태백이 먼저 이런 절경을 읊었으니 자기는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 재미있다.
대동강에서
대동강위에 그림같은 배가 떠있고
피리소리와 노래소리가 먼바람에혜엄쳐오드라
강가에 말을 멈추고 듣는 나그네 마음은 서글프고
창오산 푸른빛이 구름속에 저물러가도다
大同江上
大同江上仙舟泛 대동강성선주범
吹笛歌聲泳遠風 취적가성영원풍
客子停驂聞不樂 객자정참문불락
蒼梧山色暮雲中 창오산색모운중
해질 녘
오두막 저녁밥 짖는 연기 사라지고
해 저물어 새는 깃으로 돌아가는데
나무꾼은 하늘가 밝은 달을 바라보고
노래를 부르며 청산을 내려오네.
日暮
茅屋炊煙歇 모옥취연헐
日暮飛鳥還 일모비조환
樵客見明月 초객견명월
長歌下靑山 장가하청산
장주로 가면서
영웅은 가고 세상은 조용하여
길손은 다락 위에 한가롭게 앉았노라.
관동 땅 아직 두루 보지 못했으니
기러기를 따라서 장주로 내려가리.
長洲行(장주행)
英雄過去風煙盡 영웅과거풍연진
客子登臨歲月悠 객자등임세월수
宿債關東猶未了 숙채관동유미료
欲隨征雁下長洲 욕수정안하장주
쟁계암
쌍으로 된 바위가 서로 다투듯 서 있는데,
한 줄기 물이 가운데로 흐르며 분한 마음 풀어 주네.
爭鷄岩(쟁계암)
雙岩竝起疑紛爭쌍암병기의분쟁
一水中流解忿心일수중류해분심
* 전남 강진군 군동면 보은사 부근에 쟁계암이라고 하는 두 바위가 나란히 마주 보고 싸우듯이 서 있다. 그리고 그 두 바위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데 김삿갓이 그곳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이제부터는 두 바위가 싸우지 못하도록 글을 지어 달라고 부탁한다. 물 한줄기가 두 바위의 모든 울분을 씻어 주듯 그 사이를 흘러가니 이제부터는 싸우지 않으리라고 하는 내용의 글을 지었다.
오밤중에 누각에 오름
하늘은 만리로 높고 아득하건만 머리를 둘 곳 없고
땅은 천리 넓건만 다리를 쉴 곳 없네.
깊은 밤 누각에 오른 것은 달구경하려는 것 아니고
삼일을 굶은 것도 신선되려 함 아닐세.
五更登樓(오경등루)
天高萬里不擧頭 천고만리불거두
地闊千里不宣足 지활천리불선족
五更登樓非翫月 오경등루비완월
三朝辟穀不求仙 삼조벽곡불구선
* 야박한 인심이다. 아무도 재워 주는 사람 없고 밥 한그릇 주는 사람이 없다. 잠잘 곳이 없어서 빈 누각에 홀로 오르니 이는 달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고, 삼일을 굶은 것도 신선이 되기 위해 단식하는 것도 아니다. 하늘이 높아도 머리 둘 곳이 없고 땅이 넓어도 다리를 편히 펼 곳이 없는 가엾은 신세를 한탄한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