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여행기... 여러분들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재탕 여행기를 준비하면서, 9개월 전, 여행을 하던 그 때가 생각나서
행복한 마음이 밀려옵니다.
그러면서, 아직 쓰지 않은 남은 여행기에 대한 걱정도 슬슬 밀려옵니다. -.-;;;
오늘은 빈의 아름다운 궁전들...
쇤부른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을 돌아보고...
드디어... 본격적인 동유럽 여행을 시작할 헝가리로 들어갑니다.
그럼, 여행기 올라갑니다.
5) 다섯째 날 (2003년 9월 3일 - 수)
* 오늘의 일정
빈 / 쇤브룬 궁전 - 벨베데레 궁전
빈(15:45) -> 부다페스트(18:28) : 기차이동
이번 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5일째 인데, 같은 곳에서 2일 이상 잠을 자 본적이
없다. 그 만큼 강행군이었지만, 아침마다 숙소에서 ‘이곳의 아침식사는 어떨까?
하는 기대와 설레임은 여행 중에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했다.
움밧 호스텔의 아침식사는 7:30 부터 였다. 식당은 빨간색 테이블과 파란색 의자
가 어우러져서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인테리어였다. 바람개비 모양이 새겨져 있는
카이저젬멜(Kaisersemmel) 빵과 커피를 기본으로 아침식사를 즐겼다. 이 빵은 오스
트리아 뿐만 아니라, 동유럽과 독일에서도 일반화된 빵으로 이후에는 친숙한 아침
식사용 빵이 되었다.
<움밧 호스텔의 식당에서...>
아침 식사에는 애로사항도 있었는데, 커피에 넣는 설탕 양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양념통 같은 설탕통을 기울여서 적당량을 커피에 넣어야 하는데 이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젊은 친구들로 활기찬 분위기
였다. 즐거운 아침식사를 마친 여행자들은 아침 8시 밖에 되지 않은 시각에 벌써
그들의 일정을 시작하려는 듯 썰물처럼 호스텔을 빠져 나갔다.
우리가족도 오후에 부다페스트로 이동해야 하므로 배낭을 챙기고 체크 아웃을
했다. 흥겨움이 있는 호스텔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는 빈 서역으로 향했다.
* 쇤브룬 궁전(Schloss Schoenbrunn)
빈 서역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점심 식사용 빵을 샀다. 파리에서 베르사이유 궁
전을 가는 도중에 바게트 샌드위치를 샀던 생각이 났다. 궁전을 구경하려면 시간
도 많이 걸리지만, 장소도 넓어서 식사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빈 서역에서 코인 락커에 배낭을 집어 넣고는 U-Bahn 역으로 에스칼레이터를 타
고 내려갔다. 마침, 어제 아침에 샀던 24시간 교통 티켓의 시간이 아직 남은 것
같아서 매표소에 가서 확인을 부탁했더니 반갑게도 9시 20분까지 이용할 수 있다
고 알려준다. 티켓을 확인해 보니 오른쪽에 시간이 찍혀있는 것이 보였다.
쇤브른 궁전은 시 외곽에 있지만, 빈 서역에서 U-Bahn으로 4 정거장 밖에 떨어
져 있지 않았다. 비록, 1번 갈아타야 하지만, 그렇게 가까운 거리인 줄은 미처
몰랐다.
10년 전에 빈에 출장 왔다가 쇤브른 궁전에 2번이나 가 보았는데, 갈 때마다 승용
차나 투어버스를 이용해서 갔기 때문에 거리 감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배낭여
행을 다니면서 사소한 것 까지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쇤브른 전철 역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자 쇤브른 궁전에 도착했다.
오스트리아의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가 좋아했다는 특이한 노란색의 궁전이 한 눈
에 들어왔다. 이 특이한 색은 결코 세련된 색깔이 아니다. 이 색깔은 1970년대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연한 녹색을 생각나게 한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좋아한다
는 이유만으로 새마을 운동을 등에 엎고 전국의 수많은 건물들이 촌스러운 색깔로
뒤 덮였던 것이다.
<쇤브룬 궁전의 입구>
쇤브른 궁전의 정원은 무료관람이지만 궁전 내부관람은 표를 구입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궁전 내부관람은 2개의 투어로 나뉘어 있는데, 22개의 방을 보는
"Imperial Tour"와 40개의 방을 보는 ‘Grand Tour’가 있었는데, 우리는 Grand
Tour를 택했다. 비용은 적지 않은 금액이 었다. 어른-10.5 유로, 어린이-5.4 유로
17세기에 레오폴트 1세에 의해서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쇤브른 궁전은
마리아 테레지아에 의해서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이었다고 한다.
쇤브른 궁전은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에는 오스트리아의 황금기를 대표했지만,
나폴레옹에게 오스트리아가 점령당했던 때에는 나폴레옹의 사령부로 사용되었고,
1차 세계대전에 패한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제가 퇴위한 곳이기도 해서 오스트
리아의 영욕을 함께한 곳이라고도 한다.
쇤브른 궁전은 모든 면에서 베르사이유 궁전과 비교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17세기에는 신성로마제국의 합스부르크 왕가와 프랑스의 부로봉 왕가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쇤브른 궁전과 베르사이유 궁전도
그런 맥락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두들 베르사이유에 더 좋은 점수를 주게 되는데, 실제로 여행책
자‘론니 플래닛’에는 쇤브른 궁전을 ‘mini-Versailles’이라고 표현했다. 그
러나, 이 두 궁전을 연결시켜 주는 역사적인 인물을 생각하고 궁전을 관람하면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그 인물은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이자 프랑스의 루이 16세
의 왕비인 ‘마리 앙투와네트’이다. 마리 앙투와네트는 어린 시절을 쇤브룬
궁전에서 보내고 결혼후에는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지냈으므로 비극적인 최후가
아니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았던 인물이었을 것이다.
* 쇤브른 궁전 내부
궁전 내부 관람은 입장객을 시간대 별로 통제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바로 입장을 했는데, 입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들고 들어 갔다.
오늘은 차분하게 궁전 내부를 관람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오디오 가이드는 쉬운
영어로 비교적 천천히 설명을 해서 관람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중간에
건너뛰기 기능이 없어서 모든 방에 대한 불필요한 설명까지 다 들어야 했기에 인
내심이 필요하기도 했다.
1441개나 되는 방 중에서 불과 40개의 방을 관람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리는
듯했다. 마리아 테레지아가 다양하게 꾸며 놓았다는 방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
는 것은 중국식으로 꾸며 놓은 방으로 그림과 장식 등이 동양적이면서도 뭔가 다
른 점이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의 방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그 시대에
중국인 화가와 기술자들이 이 곳에 까지 와서 그림을 그리고 인테리어 작업을 했
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쇤브른 궁의 거울의 방은 베르사이유 궁전의 거울의 방과 비교하면 오히려 수수
한편이지만, 모차르트가 어렸을 때에 왕실 가족 앞에서 연주하고 마리 앙투와네트
에게 청혼했다는 일화가 있는 방이기도 하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비운의 왕비로
시시로 잘 알려진 엘리자베트가 신혼을 보낸 방도 기억에 남는 방 중에 하나다.
<거울의 방 - 그림엽서>
궁전 내부를 관람하는 도중에 22개 방을 관람하는 사람들을 내보내고 40개 방을
관람하는 그랜드 투어 관람객을 구분하는 장소가 있었다. 티켓 뒷면에 인쇄된 색
깔로서 구분을 하는데 실제로 볼만한 방들은 남은 18개 방에 다 있는 것 같았다.
40개나 되는 방들을 돌아보고 궁전 밖으로 나왔을 때는 벌써 1시간 30분이나 지
난 뒤였다.
내부를 관람하면서 틈틈이 창을 통해서 바라보는 쇤브른 궁전 정원의 경치는 탄
성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 궁전 2층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이기 때문에 실제로 정원
에서 평면적으로 보는 경치와는 보이는 시야가 틀린 것이다. 정원 정면의 경치는
나중에 가 볼 수 있었지만, 궁전 왼쪽 정원은 유로 입장을 하고 있어서 궁전 2층
에서 내려다 본 경치로 대신했다.
<궁전 내부에서 내려다 본 정원>
<궁전 왼쪽 정원 - 유료 입장>
* 쇤브른 궁전의 정원
정원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궁전을 나와 유료 입장인 왼쪽정원을 외곽으로
돌아 가야 했다. 정원에 들어서자 쇤브른 궁전 정원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
어왔다. 예쁘게 다듬어진 정원과 그 사이로 나 있는 넓은 길, 길 끝의 분수대, 그
리고 길 옆에는 수직으로 다듬어진 나무들이 있었다. 더 멀리 바라보면 잔디로 만
들어진 언덕과 언덕 위의 신전 같은 건물 ‘글로리에테’ 역시 한눈에 들어왔다.
<쇤브룬 궁전의 정원>
분수대 쪽으로 걸어가다가 보면 길옆 나무 사이로 직각으로 뻗은 길이 보이는데,
이 길 양쪽에 서 있는 나무들을 다듬은 모습이 장관이다. 나무 윗부분은 아치형으
로 만들고 아래부분은 직각으로 잘라 놓아서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마
법의 나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나무들이
병충해에 걸렸는지 중간중간 잎의 색깔이 변하거나 또는 입이 떨어져서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있어서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분수대 앞의 연못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쇤브른 궁전에서 볼 때는 분수대 밖
에 보이지 않았지만, 분수대에 도착해서 확인한 분수대의 연못은 생각보다 컸기 때
문에 놀라게 된다. 분수대는 쇤브른 궁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View
Point’이기도 하다. 예쁘게 가꿔진 정원과 그 뒤로 보이는 쇤브른 궁전을 배경
으로 찍은 가족사진은 이번 여행을 대표하는 가족사진이 되었다.
<쇤브룬 궁전을 배경으로 가족사진> * 모처럼의 가족사진이라서 크게...^^
분수대 옆을 돌아서면 글로리에테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마치 동네 뒷산과
같은 작은 규모의 언덕으로 오르는 길은 푸른 잔디 사이로 지그재그로 길이 나 있
는 재미있는 곳이다. 이 길은 경사가 완만해서 비교적 힘을 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데, 유모차를 밀고 올라 가는 아기 엄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론, 성질
급한 사람들을 위해서 급한 경사면으로 힘들게 올라갈 수 있는 길도 나 있다.
* 글로리에테(Gloriette)
드디어 언덕을 올라왔다. 10년 전, 쇤브른 궁전에 처음 왔을 때에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글로리에테까지 올라와 보지 못하고 돌아 갔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글로리에테에 까지 올라가면 어떤 것이 있을까? 무엇이 보일까?’ 늘 궁금했었는
데 드디어 궁금증을 풀게 된 것이다.
언덕 위에는 제법 규모가 큰 연못 뒤로 그리스 신전처럼 보이는 글로리에테를
볼 수 있었다.쇤브른 궁전과 같은 색깔은 띤 이 건물은 프러시아를 물리친 것을
기념해서 지었다고 하는데, 이런 역사적인 건물 1층을 카페로 운영하고 있어서
조금은 실망했다.
<글로리에테>
글로리에테에서 내려다보는 빈 시내 전경이 일품이라고 해서 계단을 통해서 올
라가려고 했는데, 뜻 밖에도 계단을 올라가려면 돈을 내야 했다. 1층 테라스에서
보는 빈 시내 전경도 흠 잡을 수 없을 만큼 훌륭했기 때문에 굳이 올라갈 마음은
없었다.
지도를 확인한 결과 이 곳에서 보는 경치는 빈 시내쪽이 아니라 외곽지역에 해
당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쇤브른 궁전 너머로 많은 집들과 교회가 보이는 경치는
멀리 보이는 산과 더불어 부드러운 스카이 라인을 형성 하고 있었다. 현대식 고층
빌딩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시내 전경 이었던 것이다.
<글로리에테에 내려다 보는 빈 시내>
글로리에테 옆에 있는 벤치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아침에 반 서역 근처에서 준
비한 빵이 정말로 요긴한 점심 식사가 되었다. 점심을 먹는 도중에 글로리에테 뒤
쪽 숲길에서 노란색의 코끼리 열차가 나타났다. 쇤브른 궁전 앞에서부터 글로리에
테까지 운행하는 순환 열차라고 한다.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보았던 코끼리 열차가
생각났다.
언덕을 내려와서 정원의 잘 다듬어진 나무가 있는 길을 따라서 쇤브른 궁전 출구
쪽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흥미로운 기계장치를 발견했는데, 바로 나무를 깎아
주는 기계였다. 키가 높은 나무를 직각으로 다듬을 수 있도록 높게 만들었는데 가지
를 쳐주는 장치가 있었다. 이런 기계를 이용해서 쇤브른 궁전의 나무를 깔끔하게 관
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쇤부른 궁전의 정원에서...>
* 벨베데레 궁전으로 이동
쇤브른 궁전에서 벨베데레 궁전으로 가야 하는데 안내책자에는 트램 D를 타라고
만 되어 있을 뿐 가는 방법이 불분명했다. 쇤브른 궁전 출구 옆에 있는 기념품 판
매소에 들어가서 물어보니까 너무도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U-Bahn으로 오페라까지
가서 트램으로 갈아타라는 것이다.
U-Bahn 역에서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24시간 교통티켓은 유효기간이 지났기 때
문에 티켓을 사야 하는데 아들녀석 티켓을 사야 하는지 여부를 몰랐기 때문이다.
어제는 특별기간이라고 해서 어린이 표가 무료였지만, 특별기간이 언제까지 인지
확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쇤브른 역은 직원이 없이 자동판매기만 설치된 역이
라서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이럴 때에는 표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우리가족은 여행 중에
무임승차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아들녀석 표는 살 필요가 없었다. 특별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오페라 앞에서 갈아탄 트램은 다른 교통 수단보다도 특이했다. 지하로 다니는
U-Bahn과는 달리 지상으로 다니기 때문에 훨씬 볼거리가 많은 교통 수단인 것이다.
특히, 트램 D는 링크도로를 따라서 운행하기 때문에 좋은 구경거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 벨베데레 궁전(Belvedere)
벨베데레는 오스트리아를 공격한 오스만투르크를 물리친 오이겐의 여름궁전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은 궁전이 아니라 미술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술관의 정식 이름은 벨베데레 오스트리아 갤러리(Oesterreichische Galerie
Belvedere)로써, 19~20세기 미술관으로 사용되는 벨베데레 상궁과 바로크 박물관으
로 사용되는 벨베데레 하궁으로 나뉘어져 있다.
우리가족은 오후에 부다페스트 행 기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
았다. 쇤브른 궁전에서 너무 많은 여유를 부렸던 것이다. 빠듯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벨베데레를 찾아 온 것은 빈을 방문한 사람이 꼭 봐야 한다는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였다.
미술관 입장권을 사면 벨베데레 상궁과 하궁의 미술관을 모두 관람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패밀리 요금제도가 있었다. 패밀리 요금은 15 유로. 무료 가방 보
관소에 가방을 맡기고는 입구에서 판매하는 안내도를 1 유로에 샀다. 안내도는 명함
크기로 휴대하기 좋게 만들어졌는데, 앞뒤로는 벨베데레 궁전 사진과 클림트의 그림
이 있고 안내도를 펼치면 벨베데레에 대한 설명과 유명 그림들에 대한 설명이 사진
과 함께 안내 되어 있는 특색이 있었다.
<벨베데레 상궁>
* 벨베데레 상궁(Oberes Belvederes)
벨베데레 상궁의 볼거리는 두말할 것도 없이 클림트의 유명한 작품 <키스> 라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은 클림트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데, 초보자의 눈으로 보기에
도 지금까지 보아 왔던 유럽의 회화와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었다. 화려한 금색의 옷
을 입은 남녀가 키스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인데 옷 색깔이 너무 화려하고 현란해서
남녀의 얼굴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크림트의 또 다른 유명한 작품 <유디트>는 어
쩐 일인지 전시실에 보이지 않았다. 적장을 유혹해서 목을 잘라버린 이스라엘 역사
에 나오는 여자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클림트의 "키스" - 그림엽서>
* 이 그림을 본 것만으로도 벨베데레에 간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클림트의 "유디트" - 그림엽서>
* 답글중에 유디트를 못 봤다는 분이 계셔서 그림엽서 스캔한 사진 올립니다...
클림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실레(schiele)의 <가족>과 코코슈카(Kokoschka>의 <호
랑이-사자>라는 작품을 놓치지 말라고 해서 그림을 찾아 보느라고 아들녀석과 떨어
지고 말았다. 아들녀석은 다리도 쉴 겸해서 다른 전시실의 의자에 앉아서 앞에 있는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그림이 고흐의 작품 [Auver의
평야]라는 작품이었다.
아들녀석이 나중에 그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그림에 나타난 꾸불
꾸불한 밭은 그 당시, 고흐의 정신상태가 비 정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아들 덕분에 확실하게 명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벨베데레 상궁에는 그 밖에도 르느와르와 같은 유명화가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벨베데레 상궁의 미술관을 돌아본 후에 1층에 있는 기념품 판매점에서 벨베데레
미술관의 화보집과 그림엽서를 몇 장 샀다. 문득 생각해 보니, 어제 미술사 박물관
에서 수 많은 그림들을 관람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화보집을 사지 않았던 생각
이 나서 안타까웠다.
* 벨베데레 궁전의 정원
벨베데레 상궁의 앞쪽으로 가서 궁전의 정면 모습을 구경한 뒤에 벨베데레 하궁으
로 향했다. 상궁과 하궁은 언덕을 따라서 프랑스 식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정
원 입구를 지키고 서있는 여성화 된 스핑크스 조각상이 아주 매력적이다. 이 정원은
키가 크지 않은 나무들을 심하다 싶을 정도로 다듬어 놓은 전형적인 프랑스 식의 정
원이다.
<정원 입구의 스핑크스> - 뒤로는 벨베데레 하궁이 보입니다...
이 곳에서는 언덕을 내려가면서 상궁에서 하궁을 바라보는 모습과 하궁에서 상궁
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는 각도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에 재미 있었다. 아름다운 정원
임에는 틀림 없지만, 꽃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쇠부른 궁전 만큼 화려한 맛은 없
었다. 또한, 가을의 문턱에 다가서서 그런지는 몰라도 초록색이 많이 퇴색한 정원
의 모습에서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벨베데레 하궁에서 보는 상궁과 프상스 식의 정원>
* 벨베데레 하궁(unteres Belvederes)
벨베데레 하궁 입구에서 무료로 가방을 보관하고 입장권을 확인 한 후에 전시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벨베데레 상궁에 비해서 전시작품이 많지도 않았지만 공사를 하
고 있어서 전시작품은 더욱 적어 보였다.
몇 개의 전시실을 거쳐서 들어간 후에야 다비드(David)의 <나폴레옹>이라는 그림
앞에 설 수 있었다. 이 그림은 나폴레옹이 빨간 망토를 입고 말을 탄 상태에서 군대
를 지휘하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1970년대 중학교 영어 참고서 ‘완전정복’의 표
지에 나왔던 유명한 그림이다. 우리부부는 마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나폴레옹의 초상화> - 인터넷에서 찾음...
오후 1:30에 벨베데레 상궁에 도착해서 약 1시간 30분에 걸쳐서 벨베데레 상궁과
하궁을 헐레벌떡 돌아 보았다. 벨베데레 하궁 옆에 있는 미술관인 오랑게리(Orangery)
도 보고 싶고, 벨베데레 정원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돌아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
했다. 빈을 떠나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이 정도로 벨베데레를 본 것 만으로 우리
가족에게는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벨베데레 궁전을 떠났다.
* 빈을 떠나면서
Wien westbahnhof(15:45) -> Budapest Deli pu.(18:28)
벨베데레 하궁을 나와서 빈 서역으로 가야 하는데, 위치가 애매한 지역이었다.
빈 남역으로 가기에도 그렇고, U-Bahn 4호선 시립공원 역으로 가기에도 어정쩡한 거
리에 우리가 있었다.
여기에서 착오가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빈 남역에 가깝게 있다고 생각해서 기차역
을 향해서 10분 이상 걸어서 트램 정거장에 도착한 우리는 뭔가 잘 못 되었음을 느
꼈다.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우리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왔다는 것을 깨
달은 것이다. 지도를 잘못 읽은 것 같았다. 나중에 빈 지도를 냉정하게 분석한 뒤에
야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10분 정도만 걸으면 U4-시립공원 역에 도착할 수
있었고, 7정거장만 가면 빈 서역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부다페스트 행 기차시간은 한시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교통 수단
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
로 “Westbahnhof !”를 외쳤다. 택시요금이 10 유로나 나왔지만, 다행히도 기차 출
발 30분전에 빈 서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코인 락커에서 가방을 찾고, 아들녀석 요기거리로 과자와 음료수를 샀다. 음료수
는 비타민이 들어 있음을 강조하는 빨간색 음료였는데 신맛을 내면서도 특이한 맛이
라서 오래 기억에 남았다.
마침내 부다페스트 행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열차 측면에는 주요 행선지가
적혀 있었다. ‘쾰른 - 뮌헨 - 빈 - 부다페스트’ 반가운 도시들이다. 한편으로 이
기차가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리고 있는 지를 생각하며 놀라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인
지, 반대편 플랫홈에는 부다페스트를 출발해서 쾰른으로 가는 기차가 들어왔다. 도
착하는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 속에 섞여서 우리가족도 빈을 떠나고 있었다.
빈은 정신없이 구경하고 다니느라고 차분하게 음미할 여유가 없었던 도시였다. 그
러나, 가는 곳마다 음악이 있고, 그림이 있고, 예술적인 면모를 느꼈던 도시라는 생
각이 들었다. 가보지 못했던 많은 곳들이 떠 오르기도 한다. 푸른 도나우강의 물결,
자연사 박물관, 감동이 있는 오페라, 음악가들의 무덤이 있다는 중앙묘지, 빈 숲,
포도주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호이리게…
아쉬움을 안고 빈을 떠났다. 동유럽을 향해서…
** 헝가리
동.서양이 만나는 마자르의 나라 헝가리,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이지만
몽고, 오스만투르크, 오스트리아, 소련 등 외세의 침입으로 오랜 기간동안 고통을
받은 나라이기도 하다.
이 곳, 헝가리는 우리가족의 동유럽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다. 설레임
과 함께 우리가족은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 부다페스트(Budapest Deli pu.) 도착
빈을 떠난 기차는 불과 2시간 40분만에 부다페스트의 델리 푸 역에 도착했다. 부
다페스트에는 역이 동역(Keleti pu), 서역(Nugati pu), 남역(Deli pu) 등으로 나뉘
어져 있어서, 행선지 별로 기차역이 구분된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하기 전, 열차 내에서는 관광청 소속 공무원들이 돌면서 친절하
게 호텔과 교통안내를 해 주었다. 우리는 한국인 민박집에 예약이 되어 있었으나,
혹시 그 집에 피해가 갈까 해서 ‘마르코 폴로’ 호스텔을 찾아 갈 예정이라고 했더
니 지도를 주면서 숙소의 위치와 교통편을 안내 해 주는 것이다. 아직은 프라하에
비해서 지명도가 떨어지는 곳이지만 관광대국의 가능성을 보는 순간이었다.
델리 푸 역은 서유럽의 역에 비해서 표가 날 정도로 낙후된 모습을 보였다. 동유
럽에 들어 왔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불과 십 수년 전
만 해도 한국에서는 공산국가라고 부르는 그 곳에 우리가족이 도착한 것이다.
교육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어린시절에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부부는 이렇
게 편향된 시각으로 헝가리의 첫 인상을 기억 속에 넣었다. 그러나, 이 느낌은 다음
날 오전에 모두 바뀌고 말았다. 밝고 활기찬 부다페스트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부다페스트 야경> - 부다왕궁, 마챠시 교회, 어부의 요새 그리고 세체니 다리...
환전소에 가서 헝가리 화폐인 ‘포린트(Ft)’로 환전을 했다. 어차피 기차역은 환
율이 불리하므로, 최소한의 금액이라고 생각되는 20 유로만 환전을 했다. 역시, 환
율은 좋지 않았다. 일반적인 환율이 1 유로= 250 포린트로 알고 있었는데, 환전 된
금액을 보니 203 Ft 밖에 되지 않았다.
부다페스트에는 우리의 지하철에 해당되는 메트로가 있다. 유럽에서 영국 다음으
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하철이라고 한다. 그러나, 처음 도착한 외국인이 메
트로를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다. 표의 정류도 여러 가지라서 혼란스
러웠고, 일부 역에서는 자동판매기가 없어서 매표소에서 일일이 사야만 했다.
메트로 표는 3정거장 이내에서 사용하는 ‘section’표, 메트로 한 노선만 탈 수
있는 ‘single’표, 환승이 가능한 ‘transfer’표가 있고, 그 밖에 10장, 20장 묶
음, 1일권 등이 있다.
우리가 가야 할 민박집은 메트로 노선을 갈아타야 하므로 Transfer 표를 구입했다.
Single 표만 가지고 갈아타는 사람들은 표 검사를 당하면 벌금을 물게 되는데, 실제
로 표 검사가 굉장히 자주 행해지고 있었다. 외국인은 거의 대부분 단속 대상인 듯
했다.
* 민박집 ‘소망이네’
소망이네 민박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인터넷 사이트를 알게 되어서 예약을 하게 되
었다. 사실, 우리가족은 민박보다는 호스텔을 선호하는 편인데, 여행초기에 강행군
을 하는 일정이라서 부다페스트에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민박요금은 1
인당 20 유로(아침식사 포함)
소망이네는 시내 중심가에서 메트로 1호선(노란색) ‘Kodaly korond’ 역으로 시
내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어서 비교적 교통도 좋았다. 약도를 프린트 해서 갔기 때
문에 메트로 역 근처에 있는 소망이네 집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민박집에서는 약간의 혼란도 있었다. 빈에서 하루 전에 확인 전화를 했는데도 착
오가 생겨서 우리가 묵어야 할 방에 다른 가족이 이미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다행
히도 그 가족은 소망이네가 별도로 운영하는 민박집으로 옮겨가서 순조롭게 마무리
가 되었다.
"소망’이라는 이름은 6살쯤 된 이 집 둘째 딸의 이름이고, 큰딸은 초등학교 1학
년이라고 한다. 이 민박집은 선교사로 동유럽에 온 부부가 부업으로 한국인 관광객
을 대상으로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집이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는데, 밖에 나가기도 불편해서 가지고 온 라면을 가지고 식
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민박집 주방을 빌려 쓰는데, 소망이 엄마가 밥과 김치를 주
셨다. 오랜만에, 얼큰한 라면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으니 든든한 느낌이 든다. 그런
데, 생각보다 라면 국물이 맵다. 며칠동안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았더니 위장이
놀란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하루 단위로 이동하느라고 짐을 제대로 풀지도 못했지만 부다페스트에
서는 숙소에서 이틀을 쉴 수 있기 때문에 짐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디지털 카메라
충전도 하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수집한 책자, 엽서, 영수증 등도 정리를 했
다.
우리가족은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정리를 끝내고 본격적인 동유럽 여행을 위한
휴식을 취했다.
* 지 출(9/3)
- 점심용 빵 구입 5.97 Euro (1.99x3)
- 빈 서역 코인락커 2.00 Euro
- 쇤부룬 궁전 Grand Tour 26.40 Euro (10.5x2+5.4) *Visa Card
- 쇤부른 궁전 그림엽서 2.40 Euro (0.6x4)
- U-Bahn 3.80 Euro (1.52x2+0.8)
- 벨베데레 입장료 (패밀리 요금) 15.00 Euro *Visa Card
- 벨베데레 안내도 1.00 Euro
- 벨베데레 화보집 8.50 Euro *Visa Card
- 벨베데레 그림엽서 3.20 Euro (0.8x4) *Visa Card
- Taxi (벨베데레->빈 서역) 10.00 Euro
- 콜라 1.60 Euro
- 빈->부다페스트 기차 예약료 10.20 Euro (3.4x3) *Visa Card
- 과자, 음료수 1.80 Euro
- 부다페스트 메트로(Transfer) 615 Ft (205x3)
- 소망이네 민박 초콜릿 120.00 Euro (20유로x3명x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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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계> 211.87 Euro / 615 Ft
* 환전 : 20 유로 x 203.43 Ft = 4,069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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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쉬운 빈의 여정~~ 아쉽지만,,다음나라를 기대하면... 넘 재미있었습니다...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