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데이트코스- 양수리 두물머리
절간이나 유적지를 돌아다니는 답사여행을 할까봐 아내는 며칠전부터 눈치를 준다.
사실 여주 신륵사를 돌아볼려고 계획중 이었는데..
아내가 임신 4개월인데 혼자서만 즐긴다고 얼마나 구박을 하는지...
"가정을 지켜라, 궁시렁.궁시렁" 등등...
갑자기 울화가 치민다. 나는 흥분하면 말이 헛 나온다.
"지렁이도 꿈틀거리면 밟아."
어째 말이 이상하다.
"그래 밟을께...."
그 실수에 우리 둘은 얼마나 웃었는지(한심한 부부).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된다.
그래. 오늘은 아내를 위해 경치 좋은 곳으로 찾아가자. 며칠 전 신문지상에서 보았던 양수리 '두물머리'를 가기로 했다..
1. 가는길
신내동 집에서 차로 거의 20여분이면 그곳에 도착한다.
흔히들 양수대교를 건너 첫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문호리 카페촌으로 빠진다. 그러나 삼거리 오른쪽으로 가는 작은 길이 나있다. 현재 길을 넓이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 길로 끝까지 가면 두물머리마을이 나온다.
대중교통으로는 청량리에서 양수리행 버스를 타면 된다. 양수리에서 두물머리까지 강을 따라 가는 자갈길이 펼쳐져있다. 1.5킬로정도이며 환상적이다. 만약 버스로 간다면 그 자갈길을 밟아라. 그 오솔길 중간에 강이 보이는 벤치가 있으며 사랑을 고백해보라..
2. 두물머리의 아름다움
지난번 운길산 수종사에서 내려본 양수리에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몸을 섞는 합수지가 보였다. 두줄기 큰물이 합쳐지는 곳이라 해서 '두물머리'라고 한다. 그것이 한문으로 '兩水里'가 되는 것이다. 양수리에서 마을까지 차로 가는 길도 아름답다. 양평가는 고속국도 다리를 지나면 나무터널도 나오고 조경수농장도 보여 운치가 있다. (주차공간은 20대정도..)
두물머리에 도착하면 400여년된 20여미터 느티나무가 우릴 압도한다. 그 밑의 그늘이 어찌나 시원한지.... 강바람이 나뭇잎에 정화되어 콧속으로 밀려온다. 짜릿한 기를 느낀다.
강은 어떠한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면서 호수처럼 탁 트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빛에 반사된 금빛물결이 도도히 흘러간다. 저녁의 황금노을을 맞으며 고기그물을 건지러 나가는 노부부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다..
풍광이 아름답다보니 CF나 드라마 촬영이 많은 곳이란다. 예전 최수종이 나오는 '첫사랑'의 데이트 장면도 이곳이라는데.... 강 건너 저 편은 광주군 남종면이다. 도자기 굽는 터다. 최인호소설 '상도'에서 '계영배'를 저기서 만들었다지..(광주도요지).....그 뒷산이 한국천주교 발상지 천진암이 있는 앵자봉이 아닌가? 지도를 보면서 지형을 더듬는 것도 솔솔한 재미다.
3. 잘도 뛰어다니는 정수
경치가 좋다보니 중학생 둘이 그림을 그린다. 5살난 정수는 그 언니들을 졸졸 따라 다니면서 그림 감상을 한다. 아니 훼방을 논다고 할까...
" 언니 파란색 칠해... 저거 뭐 그린 거야..."
시골의 순박한 학생들은 정수와 잘도 놀아준다. 그림을 방해해서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분명 이런 아름다운 절경을 매일 접한다면 분명 그들은 훌륭한 화가가 되리라 확신한다. 심미안을 넓힐수 있는 훈련을 매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수의 장점은 인사를 잘한다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인사를 하면서 상대방의 행위에 대한 묘사를 한다는 점이다. "운동하는 아저씨 안녕하세요,.야쿠르트 아줌마 안녕하세요. 경비하는 아저씨 안녕하세요..'' 심지어 길거리에서 "청소하는 아저씨 안녕하세요." 해서 얼마나 민망했는지...."정수야 그냥 아저씨 안녕하세요." 해라...
강가를 따라가는 자갈길이 너무나 예쁘다. 밭에는 허수아비가 포근하게 우릴 막 감싸 줄려고 팔을 벌리고 있다. 나무가 무성해 터널을 이룬다. 환상적이다. 저 멀리 아저씨가 걸어온다. 정수가 달려간다. 그 아저씨에게 하는 말
"걸어오는 아저씨 안녕하세요."
4. 세상편안 낮잠 한숨.
차에 돗자리와 얋은 담요를 꺼내 나무 밑에 진을 친다. 강바람 때문에 자연스럽게 담요를 덥는다. 눈이 스스로 감긴다. 꽤 많은 시간을 잔 것 같다. 담요를 들추어내니 와락 햇살이 쏟아진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그 많은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나무 밑에서 담요 덮고 자니 서울역 노숙자처럼 보였나보다.
산책 갔다온 아내에게 물었다.' 왜 사람들이 전부 날 쳐다보지...' " 당신 잘 때 코골잖아.."
5. 맛집소개-"죽여주는 동치미국수"
상호부터 요란하다. 여러 식도락 잡지에서 호평해서인지 사람이 엄청 많다. 처음엔 작은 건물이었다가 가건물을 짓고. 늘린 흔적이 보인다. 주차공간도 넓고...대성리 지역에서 분위기 있는 까페나 음식점을 제치고 톱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백김치를 동치미처럼 담가 그 국물에 국수를 말아낸다. 국수(4천원)가 어찌나 쫄깃한지.. 새콤하여 내장까지 짜릿함을 느낀다. 이 국물은 운길산 약수를 길어다 쓴다고 한다. 반찬은 오직 백김치 하나...그러나 푸짐하다. 이북식만두(5천원)는 만두피가 쫄깃하다. 아마 밀가루 다루는 솜씨가 있나보다. 주인 할머니가 함경도에서 해 드셨던 음식이란다.
벽에는 중광스님의 그림인지 낙서인지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전화 031-576-4020
양수리 검문소에서 좌회전하여 대성리쪽으로 2킬로 가면 좌측에 있음.(연세중학교앞) 그 길따라 산길을 오르면 동양제일의 풍광을 자랑하는 수종사가 나온다.
두물머리에서는 그냥 강가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자연자체보다 소중한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정수와 함께 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매일 맞고 들어오길래 엄마가 하루는 특별교육을 시킨다. 발차기, 깨물기등 레슬링에 나오는 기술을 전수시킨다. 반칙포함하여. (이것이 교육인지..)
아내에게 그게 뭐하는 짓이냐고 했더니..
"난 정수에게 생존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어"
다음날 퇴근 후 정수에게 " 너 오늘 친구 때렸니?"
"친구 때리면 내 손이 아프잖아.."
예수님과 부처님의 사랑과 자비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 진리다.
드넓은 강과 산을 본 정수가 스스로 도를 깨우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