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조MTB 통일전망대 오르다
대표집필 김영중 (nanacaes66@orgio.net)
동해안 7번국도 하면, 웬만한 여행 매니아에게는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로 익히 알려져 있다. 밋밋 하고 멋대가리 없는 서해안이나 여성적인 오밀조밀/秀麗한 남해안에 비해, 雄大/廣闊한 남성적 눈맛을 뽐내는 동해안 도로는, 요즘 들어 어디나 다 그렇지만,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곳곳에 해안 쪽으로 우회도로를 만들어, 바로 옆에서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달릴 수 있으며 특히 자전거로는 아무데나 서고 들어갈 수 있어 훨씬 아기자기한 잔 맛을 느낄 수 있다. 山 當者인 강원도와 경상도를 이어가는 이 길은, 상당한 경사의 up/down이 심심치 않게 있어, 우리 같은 MTB 매니아들에게는 특히 환영도 받고 원망도 듣는다. 재작년, 대진에서 포항까지 2박3일간 트렉킹하면서 해안과 山野의 온갖 絶景/秘境에 취하는 중에 문득, 장깐동안의 세찬 비바람直後에, 저 멀리 왼쪽 수평선에서부터 하늘 꽉 차게 떠오른 쌍무지개에 넋이 빠진 일도 흔치 않았으며, 삼척의 곰치국. 포항의 물회/고래고기의 감칠맞은 마직도 입 만에 아스라이 남아있다. 그런 중에도 못내 아쉬웠던 것은 자전거통행이 불가능하다고 하여 발길을 돌렸던 통일전망대트렉킹이었는데, 그것은 동해, 서해, 남해안 일주를 계획하고 있는 우리 동호회로서 첫 단추를 빠뜨린 듯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 校監으로 승진하여, 정년이 없는 사립학교의 校長으로의 길이 활짝 열린 이중길군과
退役후 쉬지 않고 연구원이며 개인기업의 CEO를 連任중인 진창업군 둘 중 누가 더 오래 現役으호남아있을까 혼자 내기중인 나로서는 志士型인 이군보다는 아무래도 선비형인 진군 쪽에 더 손을들어주고 싶은 渦中에 홀연, 진군이 통일전망대(주)의 대표이사로 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드디어 재작년에 못 이룬 꿈을 실현시킬 절호의 찬스로 여기고 또한 백두대간 중의 가장 큰 자락을 자전거로 넘는 念願을 이참에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계획 아래, 날씨가 풀리길 기다려 지난 3월 20일 오전 8시, 일행 7명이 평소의 집합장소인 탄천교에 모였다. 양평-홍천-인제-윈통-진부령-대진(약 200km 추산) 코스를 택한 우리는, 필자의 强要로 시작하여 父子간 2대째 자전거에 푹 빠진 조일남군 2男 민수와 민수의 勸誘로 역시 매니아가 된 친구가 예약해둔 홍천 대명 콘도를 향하여 힘차게 페달링한다, 까마득해 보이는 앞으로의 주행거리를 조금이라도 短縮시키고자 양평행 舊道路를 피해 쭉 곧은 괄당터널 5~6개를, 비상깜박이를 明滅시키며 줄지어 언덕길을 올라가는 우리들에게, 지나가는차들이 손 흔들어 격려해 준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著者인 유홍준 교수가 가장 아름다운 길 중의 하나로 꼽은 신양핑대교 주위의 秀麗한 風光을 滿喫하며, 이런 스피드라면 너무 일적 도착할 것 같아 조금 slow-down 하며, 46번 국도를 벗어나 콘도로 가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기분 좋게 달린 것까지는 좋았으나 콘도 입구 표지판을 보며 左回轉하면 바로 나타나는 급경사 Up-hill 커브길은 진짜, 정말, 참말로 장난 이 아니다. 민수와 친구는 힘차게 먼저 올라가 버렸는데 헉헉 소리가 즘 들리는가 했는데 중간쯤도 못 와 "에이 내일을 위해 힘을 아껴야지" 어쩌구 하는 소리가 난 후론 잠잠해 버린다. 名色이 훈련부장이고 평소 집 근처 서울대 순환도로 급경사길에서 스파르타 식 훈련을 하노라고 큰 소리 치기도 한터이라 이를 악물고 Non-stop으로, 시속 4~5km를 유지하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따가운 오후陽光에 이마에선 구슬같은 땀방울이 쏟아져 내린다. 약 20분 후에 도착한 일행과 서둘러 check-in 후, 셋지도 않고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홍천에 유명한 화로불구이를 맛보러 식당에서 보낸 차에 오른다. 非酒類派 2명에게는 작은 잔을 주고 나머지에게는 맥주 컵에 쏟아부은 소주가 그렇게 사이다 맛일 수가 ‥‥ 해가 中天에 있을 때 시작한 화로불 파티와 오늘 저녁 숙박비는 그 젊은 친구 둘이서 부담한다는데 사연인즉 자기들에게 MTB세계를 입문시켜 주신 아버지 친구 분들에 대한 謝恩의 표시라니 그 갸륵한 孝心에 아침이슬이 기 더욱 꿀맛이라 또 one-shot! 가만히 생각해보면, 年前에 혼자 시작하여 회원이 하나, 하나 늘어가며 땅끝마을이다 제주도, 대부도, 청계산, 팔당, 한강둔치 등을 휘젓고 다니며 우리 동호회를 더 활성화 시키고자 애쓴 끝에, 이렇게 2代째로부터 이슬잔을 듬뿍 받으니, 그동안 王元祖로의 대접이 이럴 수가 있냐고 혼자 自嘆하던 내가 부끄러워 질밖에 ‥‥
절반 조금 더 남은 餘程을 고려하여 일찍 출발한 둘째 날은 어제의 warming-up 덕인지 더욱 힘차게 달린다. 전에 한창 공사중일 때는 홍천 통과하는 데만 두 시간 이상 걸린 적도 있었는데 왕복 4차선으로 직선화한 국도 길이 마치 고속도로 같이 미끈하다. 완연한 봄내음으로 充滿한 새벽공기가 더없이 향기로운데 급한 Up-hill이 없어 더욱 상쾌한 疾走. 허나 아쁠사! 완만한 Down-hill을 막 시작하려는 찰라 갑자기 뒷바퀴에서 푸드덕 푸드덕 소리가 들려 거의 반사적으로 急 브레이크를 잡는다. 드디어(?) 펑크가 나기 시작한다. 늘 함께 투어링하는 기숱부장-물른 내가 자의로 임명한 직책이고 우리 동창은 아니며 왕년에 싸이클선수였음-의 主導로 튜브를 갈아 끼웠는데 타이어에 약 20mm 정도 되는 못이 박혀 있었다. 재작년 동해안 트렉킹 때 삼척을 지나며 나와 이재환차가 연거푸 2~3차례 펑크난 일이 있었는데 타이어에 깊이·박힌 못을 모르고 튜브만 계속 바꾸어 대다가 금방금방 퍽퍽거렀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재빨리 못부터 뽑아내었다. 진부령 넘는 게 두려워서 가 절대 아니라고 재삼 강조하는 것이 도리어 진짜 겁을 먹고 있는가 싶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개인적인 사정으로 원통까지만 동행하고 오늘 상경하는 조일남 父子를 위해, 인제에서 드럼통 막창구이집을 어렵게 찾아 지글지글판을 벌였는데 삼각지처럼 연탄불이 아니어도 워낙 육질 좋은 강원도 고기라 입천장에 찰싹 달라 붙는다. 진부령 초입에서 잠만 쉬고 드디어 대망의 up-hill을 시작하는데 완만한 경사길을 약 20분 정도올라가니 어느덧 頂上(해발 5O2m)에 도착해 버리고 만다. 진부령이 초행인 나로서는 잔뜩 기대도하고 걱정도 하였는데 너무 싱겁고 허무함은 아마도 대관령, 미시령을 念頭에 둔 때문이 아니었을 까 싶지만 어쨌든 down-hill 30분은 커브도 완만하고 路面도 좋아 어스름한 夕陽을 마주하며 대진까지 신나게 달릴 수 있었고, 마중나온 회사차에 愛馬를 싣고, 아침부터 하루종일 110km 정도를 혹사시킨 四肢를, 뜨겁게 데워놓은 해수탕에 푹 던져 온 삭신을 노글노글하게 풀어준다. 미리 예약해 둔 대진항 횟집 2층에서 오랜만에 만난 전 CEO는 장소에도 걸맞게 북한간 들쪽술 2병을 손수 따라주며 환대해 주는데 우리로서는 같은 회윈이면서 그놈의 일 때문에(?) 동참 못하는 친구가 안타깝기만 하다. 40도나 되는 들쪽술 큰 것 2병을 다 비우지 못하고 酒香과 情談에 취해 실로 간만에 2차 3차 없이 이름도 정겨운 금강산콘도에서 깊은 숙면에 빠진다.
투어링 3일째, 그토록 기다리던 통일전망대 MTB 등정의 날.
황태해장국으로 속을 다스리고 사무실에서 커피 한잔씩을 나눈 후, 상급기관의 감사 .첫날인데도 불구하고, 친구가 직접 군초소까지 차로 안내해 준다. 듣고보니 회사에서 직접 안내해 주는 조건으로 당국으로부터 자전거 통행이 허락되었다고 하는데, 일행 중의 어면 친구는 진 CEO를 곤란하게 한게 아니냐며 쫑알대기도 했지만 이는 前無한 일이며 장차도 아마 後無할 것이라 여겨져 혹시 기네스북 등재대상이 안될까 싶다. 따사로운 햇살을 등 뒤에 받으며 기운차게 北進하는 페달소리가 어찌 그리 경쾌하며 의외로 많은 주민들이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들녘에서 부지런히 밭갈이 하는 풍경이 얼마나 和平하고 牧歌的으로 보이는지, 여기가 분명 북한과의 대치지역이 맞다는 말인가? 약 10km 후 최후의 抗拒처럼 느껴지는 급경사길을 올라 드디어 전망대 정상에 우뚝 선다. 그림으로만 보던 금강산 낙타봉이며 점점이 흩뿌려진 해금강 주위 섬들이 선명하게 시야에 잡힌다. 아,이 역사적인 자리에 어찌 진철이가 없을꼬! 그의 18번인 「그리운 금강산」을 가만히 읊조려보며 한국전쟁 때 왜 조금만 더 밀고 올라가서 금강산을 차지하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 속에, 그리 되었다면 지금쯤 자전거로 저기 저 금강산 끝자락을 밟고 있겠지 하는 달콤한 夢想과 함께, 고교시절에 깊이 腦裏에 刻印된 정비석의 "山情無限"의 구절구절이 가만히 오버랩된다. 讚嘆과 悲感의대상인 저 금강산을 두고 어찌 誇興이 없으리오만 재주가 모자라니 차라리 정반대쪽 해남 땅 끝에 우뚝 선 土末碑에 새겨진 誇를 인용하리라.
이 곳은 / 우리나라 맨 끝의 땅 / 갈두리 사자봉 땅 끝에 서서 길손이여 / 토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게 먼 섬 자락에 아슬한 / 어룡도 백일도 당인도까지 / 장구도 보길도 노화도 한라산까지 수묵처럼 스며가는 정 / 한 가슴 벅찬 마음 먼 발치로 / 백두에서 토말까지 손을 흔들게 수천년 지켜온 땅끝에 서서 / 수만년 지켜갈 땅끝에 서서 꽃밭에 바람 일 듯 손을 흔들게 / 마음에 묻힌 생각 / 하늘에 바람에 띄워 보내게
더 이상 통일을 "展望"만 하지말고 기어이 成就시켜, 사자봉 보길도 한라산을. 하얼빈 캄차카 백 두산으로 代入시킨 또 하나의 토말비를 북녘 땅끝에 세울 날은 정녕 그 언제인고 ‥‥
오후 1시 10분 버스로 상경하기로 한 우리는 어제 그 횟집에서 삼숙이탕으로 마지막 만찬을 즐기려하였으나 워낙 비싸 낙찰을 못 받았다며 생태탕 맛갈나게 끓여준다. 빨강을 主調로 한 을긋불긋 우리 겨울 유니폼이 너무 멋있다는 빨강매니아인 젊은 서빙아줌마의 분 냄새가 코를 간질이는데 어제 저녁에 여기 1층에서 저녁을 먹었다면 2차 3차 없이과연 그냥 잘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손 님 때문에 같이 식사 못한 친구가 직원을 시켜 보내준 명란 1통씩을 배낭에 넣고 버스에 을라, 2박 3일간의 즐거운 旅情을 마무리하며 달콤한 午睡의 세계로 조용히 cycllng한다.
참가자 김종배 / 이재환 / 조일남 父子 + 친구 / 이범형(7명)
(추신) : 선물 받은 명란을 서울 와서 먹어보니 그 맛이 참으로 좋아 물어물어 제조공장에 직집 전화 주문하여 집안 형님들께 선물하였더니 이구동성으로 어릴 적 먹던 바로 그 맛이라고 좋아하셨다. 최상품은 아니나 값은 절반, 맛은 두 배이니 네 배 싼 셈인가?